All Chapters of 버려진 왕비, 천재로 재탄생: Chapter 31 - Chapter 40

40 Chapters

제31화

연천능은 걸음을 멈추고 위압적인 시선으로 유여매를 내려다보며 말했다.“물러가라.”“전하…”유여매는 무언가 말하려 고개를 들었으나, 연천능의 안색이 좋지 않아 보이자 사람들을 이끌고 물러났다.바로 그때, 노파가 하녀들과 함께 침상 위에 누워 있는 백진아에게 무릎을 꿇고 공손히 인사하며 말했다.“능왕비를 뵙습니다. 공왕 전하와 녕태비 마마의 명으로 왕비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 위해 선물을 가져왔습니다. 궁중에서 녕태비 마마를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그러자 문밖에서 공왕의 부드럽고 따뜻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보잘것없는 물건이지만, 감사의 뜻을 담았으니, 거절하지 않으셨으면 하네.”남녀 간의 예를 고려하여, 그는 숙부로서 조카며느리의 방에 들어갈 수 없었다.“감사할 것 없습니다. 목숨을 구하는 것은 제 본분일 뿐입니다.”백진아는 무심코 전생에 환자의 인사를 받을 때 했던 직업적인 답변을 내뱉었다.그 말을 들은 노파는 순간 넋을 잃었다. 백진아의 말이 어딘가 이상하다고 느낀 그녀는, 옆에 서 있던 연천능을 바라보았다.연천능은 눈살을 살짝 찌푸리고 노파에게 말했다.“물건은 두고 가거라.”“예!”노파가 하녀들에게 눈짓을 주자, 제각각 자리를 찾아서 선물 상자를 탁자와 의자 위에 올려두었다.공왕부 노파가 하녀들을 데리고 나가자, 연천능은 백진아의 침상 곁으로 다가갔다.백진아는 그의 몸에서 풍기는 약 냄새와 피비린내를 맡았다. 용연향으로 감추려 했지만, 그녀의 코를 숨길 수는 없었기에, 곧바로 자동 스캔 진단 시스템을 작동했다. 연천능은 심각한 상처를 입었을 뿐만 아니라, 맹독에까지 중독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몸 곳곳에 아홉 군데 상처가 있었고, 그중 세 곳은 거의 치명적이었다. 독 또한 아직 해독되지 않았고, 은침으로 겨우 심맥만 보호하고 있었다.연천능은 지금 애써 버티고 있는 허약한 상태였다.‘하하하! 꼴 좋네!’백진아는 연한 연지 냄새도 맡았다. 분명 연천능의 화려한 미모도 화장으로 꾸민 게 분명했다. 연천능은 백진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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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화

연천능의 차가운 눈빛은 마치 칼날이라도 내뿜을 기세였다. 그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백진아! 죽고 싶으냐?”“누가 먼저 죽을지는 두고 보시지요!”백진아의 눈빛에도 살기가 번뜩였고, 이내 무릎으로 위를 강하게 찔렀다. 연천능은 고통 섞인 신음을 내뱉었다.백진아도 이를 악물며 외쳤다.“저는 저를 존중하는 사람에게만 깍듯할 뿐입니다. 몇 번이고 저를 모욕하고 죽이려 들었으니, 저의 인내심을 건드리는 것입니다! 전하를 사모했던 건 사실이지만, 그것이 저를 짓밟을 이유는 아닙니다! 차라리 사내답게 폐하께 상소를 올리는 것이 어떻습니까? 체면을 위해, 여인인 저를 괴롭히기나 하는데, 그것이 정녕 군자라 할 수 있습니까?”원래 주인의 감정이 겹쳐서인지, 백진아는 참을 수 없이 마음이 아파져 분노를 삼킬 수 없었다.감정이 격해진 그녀는 이마로 그의 콧등을 들이받았다.연천능은 다행히 얼굴을 돌려 코가 부딪치는 위기를 피하긴 했지만, 대신 눈두덩이에 세게 부딪치고 말았다. 그는 다시 고통에 찬 신음을 내뱉었다.“전하! 무슨 일입니까?”문밖에 있던 유여매가 소리를 듣고, 더 이상 참지 못한 채 방 안으로 뛰어들었다. 그녀는 침상 위에서 서로 뒤엉킨 두 사람을 본 순간, 그만 방 한가운데에서 얼어붙고 말았다.그녀는 두 눈을 의심했다.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가? 그것도 백진아가 위에 있다니?하지만 그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중요한 건, 고고한 신선 같던 능왕이, 다른 여인을 이토록 다정하게 가까이하는 것이었다!유여매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뜨고 멍하니 서 있었다. 꿈일 거라 믿고 싶었지만, 가슴을 찌르는 고통이 너무도 생생했다.심지어 손톱이 손바닥 살을 깊이 파고들어서 온몸이 덜덜 떨렸다. 유여매는 차라리 쓰러져 버리고 싶었지만, 통증이 그녀를 깨어있게 했다.백진아는 유여매의 모습을 보며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녀는 심지어 요염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구경하러 온 것이냐? 부부의 침소에 함부로 드나들다니!”그리고는 ‘쪽’ 소리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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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화

이렇게 실랑이를 벌이다 보니, 백진아도 손해를 좀 봤다. 엉덩이에 있던 상처가 다시 심해지고 말았다.그녀는 실컷 웃고 나서야 다시 아픔이 밀려왔다. 공간에 들어가 상처를 치료하려던 찰나, 그녀의 눈길이 선물 상자들 위에 닿았다. 백진아는 서둘러 침상에서 일어나 두 손을 비비며 선물을 살펴보았다.인삼, 제비집, 설련, 진주, 장신구, 비단과 명주까지…하지만 백진아는 조금 실망한 듯 중얼거렸다.“왜 순금이나 은은 없지? 그게 제일 실속 있는데!”백진아는 지금 많이 궁핍한 상황이었다. 그녀의 독을 해독하는 약재는 대부분 값비싼 약초 뿐이었다. 그래도 이것들마저 귀한 물건들이라, 그녀는 바로 공간에 넣기로 했다. 그리고 두 팔을 벌려 선물을 한꺼번에 끌어안은 다음, 다시 공간으로 들어갔다.통증을 참으며 겨우 상처를 다시 치료하자, 이내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백진아는 서둘러 공간에서 나와 침상에 누운 채 물었다.“누구냐?”그러자 문이 열리면서, 60대쯤 되어 보이는 노파가 들어왔다.그녀의 피부는 검게 그을려 있었고, 얼굴엔 주름이 가득했다. 차림새로 보아하니 능왕부에서 허드렛일하는 하녀같아 보였다.“누구신지요? 무슨 일로 날 찾은 것이오?”노파는 잠시 망설이다가, 백진아 앞에 무릎을 꿇었다.“왕비 마마, 노비는 잡일을 하는 화씨입니다. 제발 청초를 살려주십시오!”백진아의 눈빛이 이내 어두워졌고, 순간 불길한 예감이 마음속에서 솟구친 듯했다.“청초한테 무슨 일이 생긴 것이오?”화씨의 탁한 눈에는 걱정이 가득했다.“오늘 아침, 청초와 여매 아가씨께서 헤비 마마의 부름을 받고 궁으로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청초가 곤장형에 처하고 말았습니다...”백진아는 미간을 찌푸렸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그럼, 죽은 것이오?”혜비는 그 남자를 발견하고, 조사를 시작했을 것이다. 그리고 추궁한 끝에 자신을 해치려는 뜻을 알아차리고 유여매와 청초를 불러들여 심문할 생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원하는 정보를 얻지 못하자, 결국 분풀이로 청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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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화

사실 화씨는 백진아의 의술이 좋다는 말을 믿지 않았다. 왕비가 의술을 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도 없으니, 분명 헛소문일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왕비 외에는 도와줄 사람이 없었다. 게다가 청초가 억울하게 연루된 걸 감안해서, 몰래 의원을 불러주길 바랐을 뿐이었다.“계획을 참 잘해놓았소.”백진아는 한 걸음을 내딛자마자, 엉덩이와 허벅지에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몰려왔다. 문을 나서기 전부터 이미 땀이 비 오듯 쏟아져서 이까지 바르르 떨기 시작했다.화씨가 안쓰러운 표정으로 말했다.“마마, 쇤네가 업어드리는 것이 어떻습니까?”“괜찮으니, 그냥 가세.”백진아는 이를 악물고 통증을 참고 걸었다. 이 몸의 체형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키 165cm에, 볼륨 있는 몸매와 잘록한 허리, 그리고 넓은 골반까지. 적어도 몸무게가 50kg은 될 것 같은데, 연세 있는 노파가 어찌 업을 수 있겠는가?화씨는 힘을 주어 백진아를 부축했다. 가던 길에 사람을 마주치면, 왕비가 손자를 보러 간다고 감격한 척 연기까지 하기도 했다. 하인들이 사는 곳이 워낙 외진 구석에 있어서 백진아는 도착했을 무렵에 거의 실신 직전일 정도로 아팠다.능왕부의 여건이 좋으니, 하인들이 지내는 곳도 뜰이 달린 기와집이었다. 네 개의 별채가 있는 기와집안에서 화씨가 지내는 곳은 서쪽 별채였다.화씨가 말했다.“별채 사람들은 다 일하러 갔고, 집엔 제 손자와 청초만 있습니다.”그녀는 문을 열자마자 백진아를 데리고 별채로 들어갔다.안으로 들어서자, 네 살쯤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가 침상에 반쯤 기대어 있었고, 손에는 구련환을 들고 있었다.아이의 몸은 야위었고, 햇빛을 자주 못 본 탓에 피부는 창백했으며, 또래답지 않게 걱정이 가득한 예쁜 눈망울을 갖고 있었다.화씨가 말했다.“성이야, 이분이 왕비님이시다.”성이는 얌전하게 침상에서 몸을 숙였다.“왕비 마마를 뵙사옵니다.”백진아가 답했다.“예는 괜찮다.”백진아는 몰래 의료공간의 스마트 진단 기능을 작동해, 성이의 몸 상태를 검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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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화

백진아는 일찍이 화씨가 약을 이상하게 생각할 것을 알아차렸다. 그녀는 미리 생각해 둔 변명거리를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직접 지은 약이오. 나의 스승님께서 변경에서 은둔하고 계신 재야의 고수네. 워낙 능력이 뛰어나신 분이라, 쓰는 약도 다른 약과는 다르네.”다행히 원래 주인이 변경에서 자랐던 터라, 핑계를 대기도 훨씬 쉬웠다.화씨는 왕비가 정말 의술을 안다는 사실에 입이 떡 벌어졌다.“그럼, 마마… 성이를 좀 봐주실 수 있겠습니까?”백진아도 원하던 바였기에 시원스레 대답했다.“좋소.”그녀는 작은 방에서 나와, 성이 맥을 짚고, 다리 근육 상태도 살펴보았다. 다리를 한 번도 사용해 본 적이 없어서 아이의 근육은 위축되어 있었다.화씨는 긴장한 듯 백진아를 바라보며 물었다.“마마… 나을 가능성이 있습니까?”성이도 눈을 반짝이며 백진아를 바라보았고, 긴장한 탓에 손을 꼭 쥐고 있었다.이미 수많은 의원을 찾아보았고, 심지어 능왕의 벗이자, 명의로 불리는 고지행도 찾아갔었지만, 다들 치료가 불가하다고 했었다.비록 희박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들은 여전히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있었다.백진아는 어떻게 말할지 잠시 고민하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매우 어렵긴 하지만… 희망이 전혀 없는 건 아니오.”화씨와 성이는 잠시 낙담하다, 그녀의 마지막 말에 눈을 번쩍 뜨며 기뻐했다.화씨는 무릎을 꿇고는 눈물을 글썽이며 간청했다.“왕비 마마, 제발 성이를 살려주십시오. 마마의 은혜를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백진아는 그녀를 일으키며 말했다.“일단 진정하시오. 아직 할 말이 남았네.”화씨는 자세를 고쳐 잡고,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왕비마마, 말씀하십시오! 한 줄기 희망이라도 저희는 절대 포기하지 않겠습니다!”성이는 입술을 깨물고 눈에 눈물을 머금은 채,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그러자 백진아가 말했다.“병소가 머릿속에 있어서 머리에 침을 놔야 하오. 머리는 중요한 곳이고, 위험한 곳이기도 해서 통증도 심할 것이오.”화씨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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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화

백진아는 찢어질 듯한 고통을 참고 한 걸음 한 걸음 옥난각으로 돌아왔다.그녀는 기분이 조금 울적했다. 백진아는 몸의 상처가 좀 나으면 조용히 떠나려 했지만, 청초가 그렇게 다쳐버렸으니 며칠은 더 묶이게 생겨 버렸다.그렇게 막 안뜰로 들어서자, 방문 앞에 하녀들과 노파 몇명이 서 있는 것이 보였다.백진아는 귀찮은 듯,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이번엔 또 누가 온 것이냐? 어찌 몸조리를 이리도 방해하는 것이냐?”가장 먼저 그녀를 발견한 하녀가 방 안을 향해 소리쳤다.“대소저가 돌아오셨습니다!”‘대소저?’보아하니 원래 주인의 친정 식구들이 온 모양이었다.그리고 이내 방 안에서 화려한 장신구로 치장한 두 명의 부인과, 옅은 하늘색 치마를 입은 아름다운 소녀가 걸어 나왔다.그러자 백진아의 머릿속에는 자동으로 세 사람의 정보가 떠올랐다. 키가 크고 아름다운 미모에 차가운 기색이 도는 사람은 원래 주인의 생모인 백우씨였고, 작고 앙증맞은 키에 온화한 인상은 진의댁, 그리고 진의댁의 딸이자 원래 주인의 열다섯 살 서모 동생인 백비아도 있었다.백비아는 백진아를 보자마자 다급히 달려와 그녀의 손을 꼭 잡고 걱정스러운 말투로 말했다.“언니, 다쳤다면서요? 침상에 누워있지 않으시고, 어디를 다녀온 것입니까?”그녀의 하녀가 달려와 백진아 손에 들린 화장함을 받아 들었다. 진의댁 역시 서둘러 다가와 백진아의 다른 손을 꼭 잡았다.온화한 눈망울에는 걱정과 안쓰러운 기색이 가득했다.“궁에서 녕태비를 구했다가 다쳤다던데, 대체 무슨 일이냐? 너무 걱정했다! 몸은 괜찮은 것이냐?”진의댁은 말하며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백우씨는 다가오지 않고 문앞에 서서, 다급하고도 굳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녀는 눈살을 찌푸리고,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마당에서 이러지 말고, 얼른 방으로 들어오거라!”말을 마친 그녀는 바로 등을 돌려서 방 안으로 들어갔다.“그래! 어서 들어가자꾸나! 부인께서 의녀를 데려오셨으니, 의녀에게 치료를 맡기거라.”진의댁은 손수건으로 눈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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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화

원래 주인이라면 이때쯤 펑펑 울며, 진의댁에게 애교를 부리고 위로를 구했을 것이다.그래서 백진아는 힘없이 말했다."아파서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다들 이만 돌아가십시오."말이 많아질수록 들킬 가능성도 커지니, 얼른 이 사람들부터 내보내는 게 상책이었다.진의댁은 눈을 돌린 후, 손수건으로 촉촉해진 눈가를 닦으며 애잔하게 물었다."어찌 이렇게나 심하게 다친 것이냐? 궁에서 녕태비를 구하다가 혜비에게 세게 맞았다고 들었다. 오늘은 공왕 전하께서 친히 와서 감사 인사까지 하셨다고 하더구나.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냐?"그러자 백비아도 함께 거들며 말했다."예. 녕태비를 구했다면 상을 받아야지, 어찌 도리어 맞은 것입니까?"백우씨는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았고, 그녀 또한 사연이 궁금한 눈치였다.백진아는 어쩔 수 없이 답했다."혜비께서 절 궁에 부르셨고, 마침 녕태비께서 심장병 발작을 일으키셔서 조금 도운 것뿐입니다. 혜비께서 절 때리신 건 유여매가 저를 모함했기 때문입니다."진의댁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정말로 녕태비를 구했다고? 네가 언제부터 의술을 알았다고?"백진아가 눈을 내리깔고 말했다."군의관이 사람을 구하는 걸 본 적 있습니다. 그 모습을 흉내 냈는데, 뜻밖에도 효과가 있었습니다."백비아는 그제서야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했다."아이고, 정말 대담하십니다. 어찌 감히 그렇게... 혹시라도...""쓸데없는 소리 말거라!"진의댁이 백비아의 말을 끊고 말했다."진아는 복이 많은 사람이다."백진아는 더 말하고 싶지 않았다. 이들은 모두 원래 주인의 가족이기에, 말을 많이 섞을수록 허점이 드러날 수 있었다.진의댁와 백비아는 한마디씩 건네며 백진아의 안부를 물었다. 하지만 백진아가 계속 반응하지 않자 어색하게 말을 멈추고, 서로 의심스러운 눈빛을 주고받았다.이때 백우씨가 입을 열었다."너희는 마차에서 기다리거라. 나는 진아와 둘이 얘기 좀 하마."진의댁는 난처하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일어나 백우씨에게 말했다."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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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화

백우씨는 이 말을 듣자마자 온몸의 분노가 순식간에 사라졌고, 손가락으로 백진아의 이마를 톡톡 찌르며 매섭게 말했다."내가 어찌 너처럼 어리석은 딸을 낳았단 말이냐? 능왕과 네 아버지는 같은 길이 아니다. 능왕이 너를 죽이지 않은 것만 해도 천운이다! 그때 어미 말을 안 듣고, 능왕에게 시집가겠다고 고집을 부리더니, 이제 와서 후회하면 어쩔 셈이냐? 아무 소용도 없다!"그녀의 손가락이 백진아의 이마를 아프게 찔렀지만, 백진아는 전혀 불쾌하지 않았다.그 당시 백진아는 연회에서 능왕을 몇 번 본 후, 죽어도 능왕에게 시집가겠다고 아우성쳤다. 백우씨와 백근당이 단호하게 반대했지만, 그녀의 극단적인 행동에 결국 버티지 못하고 타협하기로 했다. 그래서 백근당은 장군의 체면과 공을 앞세워, 황제에게 혼인을 하사해 달라고 청했다.백근당은 황제를 지지하는 보수파로, 황자들의 권력 다툼에 끼어들지 않았다. 하지만 능왕과 혼인을 맺으면서 황제의 신뢰를 잃어, 그 또한 쉽지 않은 상황이 되었다.백진아는 원래 주인이 죽기 직전 느꼈던 그 비참함이 떠오르자, 마음이 아파왔다. 원래 주인은 숨을 거두는 순간, 분명히 후회하고 있을 것이었다.원래 주인의 감정에 영향을 받아서인지, 백진아는 눈물을 주르륵 흘렸고, 흐느끼며 중얼거리기 시작했다."어머니, 제가 잘못했습니다. 후회하고 있어요… 저는 이미 죽은 몸입니다!""이 멍청한 계집 같으니라고!"백우씨는 또 그녀를 꼬집었지만, 이번엔 아프게 꼬집지 않았다.백우씨는 침상 가장자리에 앉아, 딸을 안아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의 상처를 건드릴까 봐 어깨에 손만 얹고 가볍게 두드렸고, 어느새 눈가에 서서히 눈물이 맺혔다."됐다. 그만 울 거라. 네가 그렇게 정신을 잃고, 귀신에게 홀리지만 않았어도."백진아는 할말을 잃고 말았다. 백우씨는 정말 그녀를 위로하는 걸까? 오히려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격이었다!백우씨는 철없이 속을 썩이는 딸을 한참이나 꾸짖은 후, 몸을 숙이고 목소리를 낮춰서 말했다."정말 후회한다면, 빠져나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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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화

부인과 첩들이 있는 저택 안에서 대체 어떤 여인이 부군의 다른 여인이 낳은 아이를 진심으로 대하겠는가?백진아는 그저 원래 주인이 아닌, 방관자의 시선으로 생각해 보았는데, 진의댁은 분명 그녀에게 진심일 리 없을 것이었다.백우씨는 그 말을 듣고는 또다시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너도 드디어 철이 들었구나! 드디어 어른이 되었어!”감탄을 마친 그녀는 다시 말을 이었다.“내가 몇 번이나 말했느냐? 너한테 잘해준 것도 다 너를 데리고 변경에 가기 위함이었다. 자기 아들을 건드리지 말라고, 무언의 협박을 한 셈이지! 넌 진의댁에게 인질이나 다름없었다. 몰래 얼마나 수작을 부렸는지 아느냐? 너를 이렇게 키운 것도 다 진의댁의 계략이고, 수작이다! 알겠느냐?”대량국에서는 무장이 변경을 수비할 경우, 정실부인과 아들들은 반란 방지를 위해 경성에 남겨 두는 법이 있었다. 하지만 일정 품계 이상의 장군은 오랫동안 홀로 외롭게 지내지 않도록 첩을 데리고 변경의 마을에서 지내는 것이 가능했다. 백우씨가 낳은 장남은 몸이 약해 일찍 죽었다. 그리고 여덟 살 된 둘째 아들은 선천적인 질환을 앓고 있었는데, 태어날 때부터 열다섯 살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는 의원의 진단을 받았다. 백우씨 또한 둘째 아들을 낳을 때 몸이 상해 다시 회임하기에 어려웠다. 그래서 백근당은 진의댁이 낳은 차남을 백우씨의 자식으로 입적시켜 적자로 삼았다.진의댁은 가장 총애받는 첩이었고, 백근당과 함께 변경에 가고 싶어 했다. 하지만 백우씨가 자기 아들을 학대할까 봐 걱정되어, 아들을 백우씨에게 준 걸 핑계로 삼아서 백근당을 구슬려 백진아를 데려가게 되었다. 아들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기 위한 척을 하면서 말이다.그렇게 친어머니와 자식을 갈라놓고, 원래 주인을 애지중지 키우며, 오만하고 제멋대로이며 무능한 아이로 만들었다.백우씨는 전에도 여러 번 원래 주인을 설득했지만, 원래 주인은 믿지 않았고 오히려 백우씨와 크게 다투었다. 심지어 멍청하게도 이 말을 진의댁과 백근당에게 말해 버리고 말았다.백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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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화

백우씨는 신중하게 머리 위에 손을 올린 뒤, 눈에 띄지 않는 금비녀에 얹었다. 그녀는 비녀를 빼내려다 말고 다시 손을 내렸다.백진아는 그녀의 표정을 보고, 그 비녀와 관련된 사람이나 일이 목숨까지 관련될 정도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그녀 몸 안에 있는 고충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백우씨는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일단 백일취와 혜비가 네게 먹인 독부터 없애거라. 어미가 돌아가서 자세히 생각해 보마."백진아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천연고와 식심고는 같은 사람이 심은 게 아닌 것 같습니다. 혹 무언가를 알고 계십니까?"백우씨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고, 이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쓸데없는 생각 말거라. 다음에 다시 올 테니, 이만 가보마."그녀가 더 말하려 하지 않자, 백진아는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어차피 바로 죽을 일도 없으니 말이다."예."그러자 백우씨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물었다."정말 혼자 그 두 가지 독을 없앨 수 있느냐? 내가 돕지 않아도 괜찮은 것이냐?"백진아는 계획한 바가 있는 듯, 미소를 지어 보였다."걱정하지 마십시오. 연천능이 먼저 해독제를 줄 것입니다."백우씨는 백진아의 표정을 조심스럽게 살폈다. 연천능의 이름이 나왔을 때, 그녀의 눈빛은 차가웠고, 놀랍게도 애정이나 그리움마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대체 얼마나 큰 고통을 겪었기에 이토록 고집스러운 아이가 마음을 접었단 말인가?그 생각에 백우씨는 다시금 안타까운 눈물을 흘렸다.백진아는 전생에 고아였다. 가족의 정을 누구보다 간절히 바란 그녀였기에, 백우씨가 자신을 위해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고 마음이 따뜻해졌다. 백진아는 그녀를 위로하듯 말했다."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천운을 타고난 사람이라, 쉽게 죽지 않습니다!"백우씨는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다가, 슬픈 일을 떠올린 듯한 표정으로 처연하게 말했다."다 어미 탓이다. 어미가 너희를 해쳤구나…"뭔가 사연이 있는 것 같은 분위기였다.백진아가 물었다."어머니,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백우씨는 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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