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왕비, 천재로 재탄생의 모든 챕터: 챕터 221 - 챕터 230

384 챕터

제221화

상 태감이 직접 차와 다과를 올리며 극진히 시중을 들었다.공왕이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건 최상급 녹차네. 능왕비, 한 번 맛보게.”공왕은 청색 비단 두루마기를 입고 있었다. 두루마기 위에는 조금 연한 청색 실로 푸른 대나무를 수놓았고, 옥빛 허리띠에는 양지옥으로 만든 옥패가 달려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우아하고 부드러운 미소가 어려 있었고, 마치 정원 가득한 봄빛처럼 따뜻하고 밝은 모습이었다. “허나 제가 차를 잘 알지 못해서 괜히 좋은 차를 낭비하는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백진아는 차에 대해 잘 모르지만, 그래도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공왕이 웃으며 말했다.“입에 들어갔는데 어찌 낭비라 할 수 있겠는가?”녕태비도 거들었다.“그래. 돌아갈 때 차 몇 개 챙겨 가거라. 가서 천천히 음미하거라.”백진아는 웃으며 말했다.“마시는 것도 모자라, 가져가기까지… 제가 그리도 염치가 없겠습니까?”공왕이 말했다.“태비의 목숨을 구해 준 은혜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네.”백진아는 그저 미소를 지었다.“그저 힘을 조금 보탠 것뿐이니, 마음에 두실 필요 없습니다.”연천능은 태연하게 차를 마셨다. 그리고 냉정한 눈빛으로 세 사람의 어색한 대화를 지켜보며, 다음 말을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역시나 녕태비가 먼저 입을 열었다.“의술이 정말 뛰어나다 들었는데, 공왕의 몸을 한번 봐줄 수 있겠느냐?”“공왕께서는 어떤 증상이 있으신가요?”백진아는 공왕을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고, 입술에는 혈색이 없었다. 그녀는 빈혈과 비슷한 병일 것이라 짐작했다.공왕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자주 고뿔에 걸리고, 열이 나며, 어지럽네. 게다가 코피도 나고, 뼈가 아프지…”백진아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이런 증상이 얼마나 되셨나요?”공왕은 잠시 생각하다가 답했다.“열다섯, 열여섯 살 무렵부터 시작됐네. 그땐 지금처럼 심하지는 않았지만… 벌써 5년은 넘었구나.”백진아는 만성 백혈병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만성 백혈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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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2화

어떤 종류의 만성 백혈병은 표적 치료 약물만 복용해도 효과가 있어,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었다.하지만 그 외의 경우라면, 아마도 항암치료를 해야 하거나 심지어 골수 이식까지 필요할 것이었다. 옛사람들은 몸과 피부, 머리카락을 부모에게서 받았으니, 함부로 훼손하지 않는 것이 효도라 생각하고 있었다.백진아는 녕태비와 공왕이 혈액을 채취하는 데 선뜻 응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뜻밖에도 녕태비는 바로 시원시원하게 응했다.“좋다. 얼마나 필요하냐?”그녀는 백진아가 과거 혜비의 가려움증을 치료할 때 피 세 그릇을 요구했던 일을 알고 있었다. 공왕 또한 의연히 죽음에 임하는 사람처럼 결연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내 병만 고칠 수 있다면, 피 세 그릇이 대수겠느냐?”백진아는 그들의 마음을 짐작하고, 가볍게 헛기침하며 말했다.“공왕의 만성 허증은 총 세 가지 유형뿐입니다. 그렇게 많은 피는 필요 없고, 찻잔 한 잔 정도의 양이면 충분합니다.”그녀는 탁자 위의 찻잔을 가리켰는데, 많아야 백오십 밀리리터 정도의 용량이었다.공왕은 즉시 상 태감에게 명을 내렸다.“비수와 깨끗한 찻잔을 가져오너라.”백진아는 당황스러움에 웃음을 참으며, 공왕을 말리려 손을 내저었다.“이곳엔 검사에 필요한 기구와 약재가 없으니, 돌아가서 채혈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피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힘들 겁니다.”녕태비가 말했다.“별궁에 약방이 있으니, 약방에서 검사하면 되지 않겠느냐?”“저는 스승님께서 대대로 물려주신 비법 도구를 이용해야 하니, 반드시 돌아가서 검사해야 합니다.”백진아는 공간으로 돌아가 검사를 해야 했기에, 그들의 약방을 이용할 수는 없었다.혹시 약방 안에 엿보는 구멍이 있을 수도 있지 않은가? 그녀가 갑자기 사라지기라도 하면, 요괴로 오해받을 수도 있었다.공왕은 호탕하게 말했다.“좋다. 이미 5, 6년이나 참아왔는데, 이 정도는 급할 것도 없지.”연천능이 냉소적으로 말했다.“공왕 숙부께서 처음부터 진아를 꽃구경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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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3화

하지만 황제의 연세가 아직 많지 않으니, 황자들 사이의 싸움은 모두 암암리에 그치고 있었다. 주로 세력을 축적하는 것 뿐, 겉으로 드러난 싸움은 아직 아니었다.평범한 백성 집안에서도 형제나 형제의 부인들이 논 두 마지기 때문에 서로 다투지 않는가? 하물며 황실의 자손들과 며느리는 오죽하겠는가?다만 모두가 교양이 있고, 인내심도 있는 사람들이라, 뒤에서는 은밀하게 수작을 부려도 겉으로는 늘 화목한 모습만 보일 뿐이었다.백진아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형제들의 부인들과 예를 나누었고, 다른 귀부인들과 규수들의 인사도 받은 뒤, 한쪽에 앉아 물고기에게 먹이를 주며 연꽃을 감상했다.그와 동시에 그녀는 여인들의 화려한 사교술을 몰래 관찰했다. 자리에 온 여인 중 호락호락한 여인은 단 한 명도 없었다.그래서 백진아는 오늘 가져온 피부 관리 제품 샘플은 꺼내지 않기로 결정했다. 자칫 누군가가 그것을 이용해 모함이라도 하면 큰일이기 때문이다.신의곡 약방의 세력이 탄탄해 보이니, 그저 고지행에게 맡기는 것이 훨씬 나은 편이었다. 황제도 신의곡을 신경 쓰는 눈치였으니, 감히 시비를 걸 사람도 없을 것이다.“능왕비 마마, 피부가 참 고우십니다. 직접 만드신 연고를 쓰신다고요?”이때 동그란 얼굴에 큰 눈을 가진 어린 아가씨가 조심스럽게 물었는데, 그녀의 피부는 다소 까무잡잡했고, 여드름도 조금 있었다.그녀가 말을 꺼내자, 백진아의 연고에 관심 있던 여인들도 하나둘씩 몰려와, 서로 앞다투어 연고에 관해 묻기 시작했다.“소녀, 회춘의원에서 두세 가지 연고를 샀었습니다. 이틀 써 보니 정말 좋았습니다.”“아쉽게도 저는 못 샀습니다. 언제 다시 파시나요?”“혹시 따로 조금만 팔아 주실 수는 없습니까?”백진아는 웃으며 말했다.“곧 이삼일 내로 의원에서 다시 팔 것이네. 회춘의원과 약조가 있어, 앞으로 연고는 모두 의원에서만 팔고, 다른데서는 따로 팔지 않을 것이네.”다들 조금 실망한 듯한 모습이었고, 어떤 이들은 불만 섞인 말을 낮게 흘렸다.그녀들처럼 신분이 높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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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4화

태자비의 표정은 냉담하고 고고했으며, 말투도 아랫사람에게 은혜를 베푸는 듯했다. 백진아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녀는 못내 기분이 상했다.태자는 한 나라의 적통 계승자고, 그의 건강 상태는 조정 전체의 국면과 직결된다.게다가 태자의 병 때문에, 그의 권한은 대부분 연천능에게 넘어가 있었다. 능왕비인 그녀가 이 일에 끼어드는 것이 의심을 살 만한 행동이 아닌가?혹시 위험한 함정을 파 놓고, 그녀가 뛰어들기만을 기다리는 건 아닐까?총애를 받든 못 받든, 그녀는 분명 능왕비였다. 능왕과 부부 일체인 이상, 그녀에게 수작을 쓰려는 것은 곧 능왕에게 수작을 쓰려는 것이었다.태자비는 백진아의 내키지 않는 기색을 보고 말했다.“태자를 한 번 봐주겠다고 한다면, 치료가 되든 안 되든 나와 태자는 자네의 도움을 기억해 둘 것이네. 그리고 훗날, 꼭 보답할 것이네.”태자, 태자비와의 인연은, 값으로 따질 수 없을 만큼 귀중한 것이었다.비록 의사로서, 백진아는 환자의 은혜를 바라고 진료하지 않는다. 환자를 생각하는 의원의 마음도 중요하기도 하지만, 자기 목숨이 더 중요하지 않은가?백진아는 입을 열었다.“이 일은… 태자비와 제가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지 않습니까? 태자의 몸은 어의원이 전담하고 있고, 저는 끼어들 명분이 없습니다. 황자비로서, 서로 피해야 할 선이 있다는 것을 잘 아실 것입니다. 자칫 잘못해도 큰 화를 부를 수 있지요.”태자는 황제를 제외한 최고의 권력자였다. 태자의 진찰은 물론, 태자를 만나는 것조차 정해진 절차가 필요했다. 태자가 직접 부르거나, 황제의 명이 없는 한 불가능한 일이다.만약 누군가가 백진아와 연천능을 함정에 빠뜨리려 한다면, 혹은 태자가 연천능을 모함하려 마음먹는다면, 사적으로 백진아를 끌어들인 태자비 역시 깨끗하게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하지만 태자비는 물러서지 않았다. 그녀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은 채 말했다.“나는 그저 의향이 있는지만 물었네. 다른 것은 내가 직접 방법을 찾을 것이네.”“의원으로서, 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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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5화

백진아는 태자비의 호의를 거절하지 않고, 곧바로 태자비와 함께 가겠다고 말했다.“좋습니다. 저희도 함께 동헹하지요.”몇 사람이 즉시 맞장구를 쳤다.태자비와 능왕비에게 아첨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았기에, 상의한 끝에 일행은 함께 도성으로 돌아가기로 했다.태자비와 왕비, 그리고 각 세가 공훈 가문의 부인과 아가씨까지, 모두 호위와 시녀, 유모를 데리고 있었다. 그렇게 도성으로 돌아가는 행렬은 길게 늘어서 장관을 이루었고, 눈길을 사로잡을 만큼 요란했다.백진아는 마차 안에 앉아, 호위들을 바라보았는데, 도성으로 돌아가는 도중에 자객을 만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녀는 너무 낙관적이었다.그렇게 얼마 가지 않아, 그녀는 누군가가 자신을 노리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냥감이 되어 언제든 사냥꾼의 먹잇감이 될 것만 같았다.이 느낌이 착각이 아님을 확인하기 위해, 그녀는 눈을 감고 청각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렸다.공간의 힘을 받은 지 오래되었기에, 그녀의 오감은 실력이 빼어난 고수와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았다.역시나 길가 숲속에서 옷자락이 나뭇잎에 스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게다가 적지 않은 듯했다.이들은 귀부인과 아가씨의 암위들일까? 아니면 정말로 그녀를 노리고 있는 걸까?백진아는 마부에게 태자비의 행렬을 바짝 따라가라고 지시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절대 혼자 떨어져서는 안 되었다.그리고 그녀는 해독약을 꺼내 호위들에게 나눠 주었다. 혹시 문제가 생겼을 때, 적을 쓰러뜨리기도 전에 아군이 먼저 쓰러지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였다.황궁의 유리궁.연천능은 땅에 꿇어앉아 있었지만, 허리는 꼿꼿했으며, 얼굴에는 싸늘한 기색이 가득했다.혜비는 의자에 앉아 수건을 들고, 가련한 모습으로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그녀는 한참을 울다가, 연천능이 여전히 요지부동인 것을 보자, 얼굴에 독기를 드러냈다.“능왕, 정말 끝까지 불효를 저지를 생각이냐?”연천능은 냉담하게 말했다.“이미 말씀드렸습니다. 유여매의 정절을 망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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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6화

연천능은 갑자기 눈을 치켜뜨며, 날카로운 살기를 내뿜었다.그러자 혜비는 모든 것을 손에 쥔 듯한 냉소를 지었다.“며칠 전, 너희가 사냥하러 갔다더구나? 칠성산에 가서 무지개 수정화를 찾으러 간 것이 아니었느냐?”연천능은 그녀를 차갑게 노려보며, 숨기지 않고 살기를 드러냈다. 그러자 혜비는 오히려 깔깔거리며 웃었다.“네 표정을 보니, 조 마마가 말할 수 있게 된 모양이구나. 하하하…”그렇게 한참을 웃고 난 뒤, 그녀는 얼굴을 굳히고 냉엄하게 말했다.“그렇다면 이제, 천하에서 가장 존귀한 신분은 마땅히 여매가 가져야 한다는 걸 알겠구나! 고작 왕비 자리 하나일 뿐이니, 너도 손해 보는 건 아니다. 다시 한번 답을 생각해 보지 않겠느냐?”연천능의 차가운 눈이 가늘게 좁혀졌다.“한번 생각해 보겠습니다.”혜비의 눈빛이 매서워지더니, 의자를 세게 내리치며 호통쳤다.“생각할 게 뭐가 있느냐? 내가 모든 것을 함께 나락으로 끌고 갈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냐?”연천능이 시선을 내리깔며 말했다.“아바마마와 황후께서는 제가 유여매를 맞아들이는 걸 절대 허락하지 않으실 겁니다. 아바마마께서 가장 꺼리시는 것이, 바로 외척이 권력을 쥐는 것입니다. 만약 제가 유여매와 혼인한다면, 분명 아바마마께서 저를 중용하시는 데에 큰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혜비는 차갑게 웃었다.“그건 네 핑계일 뿐이다! 백진아에게 마음이 생겨서 놓기 아쉬운 것이 아니냐?”연천능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말했다.“아닙니다. 저는 그저 사실만을 말하고 있을 뿐입니다.”혜비는 모든 걸 꿰뚫어 본 듯한 얼굴로 말했다.“백진아를 죽이면 백가의 힘을 잃겠지만 여매를 맞이하면 유가의 지지를 얻게 된다. 지금과 크게 다를 것도 없다. 폐하 마음속에서 네 위치가 달라지진 않을 것이다.”연천능은 갑자기 손을 꽉 쥐더니, 고개를 들어 혜비를 바라보다가, 이내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아들은 백근당을 적으로 돌리고 싶지 않습니다.”혜비의 눈에는 흉악한 기색이 가득했고, 얼굴은 일그러진 채 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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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7화

백진아는 행렬을 책임진 자에게 태자비의 뒤를 바짝 따르도록 명했다. 뒤쪽에 다른 왕비와 귀부인의 행렬도 있었기에, 길은 비교적 평온했다.그러나 성안으로 들어와 각자 집으로 흩어지면서, 길게 늘어서 있던 행렬이 점차 갈라지기 시작했다.능왕부에 거의 다다랐을 즈음, 백진아는 양옆 나무에서 들리던 새들의 지저귐이 갑자기 멈추더니, 모두 와르르 날아가 버렸다. 마차 안에는 손 마마도 있었기에, 백진아는 공간으로 다시 들어갈 수도 없었다. 그녀는 해독약을 하나 더 먹은 뒤, 숨겨 두었던 약 가루를 꺼냈다. 그리고 용음 비수를 뽑아, 그 위에 상대를 쓰러트릴 수 있는 약을 발랐다.손 마마는 이를 보고 곧바로 경계하며 물었다.“왕비 마마, 무슨 일이옵니까?”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 사방의 나무와 지붕 위에서 검은 옷의 자객들이 몸을 날리듯 뛰어내렸고, 재빠르게 백진아의 마차와 이를 지키던 호위를 둘러쌌다.백진아 일행은 스무 명 남짓이었고, 자객은 무려 오, 육십 명에 달했다. 보아하니 수적으로는 분명 열세였다.백진아는 마차의 발을 걷어 올리고 낮게 물었다.“너희는 대체 누구냐? 무엇을 노리고 왔느냐?”말하며 발을 젖히는 순간, 그녀는 상대를 쓰러트릴 수 있는 약 가루를 흩뿌렸다.“네 목숨이다!”자객은 말하자마자, 검을 들고 돌진해 왔다.“잠깐!”백진아가 곧바로 급히 손을 저으며, 약가루를 조금 더 뿌렸다.“죽더라도 이유는 알고 죽고 싶구나. 우리 사이에 대체 무슨 원한이 있어서 내 목숨을 노리는 것이냐?”바깥바람이 워낙 거세서, 약가루는 순식간에 흩어졌다. 그래서 큰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웠고, 아래쪽에 있던 몇 명만 겨우 영향받았을 뿐이었다.그녀는 시간을 끌며 약효를 기대했고, 동시에 연천능 일행이 제때 달려와 주기를 기대했다.이곳은 능왕부와 멀지 않았다. 누군가가 보고 능왕부에 알렸을지도 모르고, 암위가 먼저 돌아가, 지원을 불러왔을 가능성도 있었다.하지만 그녀가 가장 두려워하는 건, 혜비가 자객을 보냈다는 것이다. 만약 연천능이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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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8화

용음 비수는 역시나 날카로웠다!그 자객은 순간 넋을 잃었다. 그는 백진아가 그의 검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반격까지 할 줄은 더더욱 예상하지 못했다.고수들의 대결에서는 한순간의 방심도 허락되지 않는다. 그가 넋을 잃은 그 찰나, 백진아는 힘껏 상대의 사타구니를 공격했다.“저 계집이 무공을 쓴다!”그러자 자객들은 바로 진형을 다시 짰고, 두 명의 자객이 동시에 백진아를 향해 덮쳐왔다.손 마마가 놀라 외쳤다.“왕비 마마, 조심하십시오!”그녀는 몸을 던져, 검을 대신 맞으려는 듯 백진아 앞을 가로막았다.백진아는 가슴이 뭉클해졌다. 그녀는 줄곧 손 마마를 연천능의 심복이라 여겨, 크게 신경 쓰지 않았고, 심지어는 경계심까지 품고 있었다.그런데 생사가 갈리는 순간, 손 마마가 목숨을 내걸고 자신을 지키려 나설 줄은 꿈에도 몰랐다.백진아는 손 마마를 단숨에 끌어당겨 뒤로 보내고, 용음 비수를 쥔 채 앞으로 나아갔다.그녀는 호신술을 조금 익힌 것 외에는 아는 것이 없었기에, 상대가 어떤 수를 쓰든, 무조건 호신술로 맞받아쳤다.하지만 줄곧 공간의 힘을 받아온 그녀의 몸은 유연하고 가벼웠고, 게다가 손에는 강력하고 날카로운 용음 비수가 있는 덕분에, 그녀는 밀리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무공이 뛰어난 자객 두 명에게 중상을 입히기까지 했다!하지만 그녀는 내공이 없었고, 다른 무공도 몰랐다. 게다가 비수가 너무 짧아 불리했기에,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몸에도 상처가 늘어났다.백진아의 어깨와 등, 팔과 다리에서 피가 배어 나왔고, 점점 젖어 드는 옷자락과 함께 종아리의 상처에서는 피가 땅에 튀었다.그녀는 정말 혼신의 힘을 다해 싸우고 있었다. 다행히 두서없는 그녀의 주먹질은 상대가 수를 읽지 못하게 만들었고, 당장 쉽게 제압하지 못하게 했다.그러나 그녀가 의지할 수 있는 건 오기와 용기뿐, 오래 버틸 수는 없었다.백진아는 결국 복부가 찔렸다. 비록 재빨리 뒤로 물러나 관통되는 참사를 피하긴 했지만, 피가 마구 솟구쳐 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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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9화

연천능은 의식을 잃은 백진아를 품에 안았다.곧이어 코를 찌르는 피 냄새가 강하게 몰려오자, 그는 그녀의 호흡이 미약하다는 것을 뚜렷이 느낄 수 있었다.그는 처음으로 공포가 무엇인지, 마음이 아프다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조금 전, 연천능은 포위당해 죽음의 문턱에 선 백진아를 본 순간, 심장이 멎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백진아의 상처에서는 피가 흘러나왔고, 그녀의 참혹한 모습은 그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연천능은 분노가 치밀어 올랐고, 세상을 부수고 싶은 충동까지 일었다!연천능은 하늘을 찌르는 살기를 내뿜었다. 그는 한 손으로 백진아를 안았고, 다른 한 손에는 검을 쥐었다. 검과 검기가 하나 되었고, 검을 휘두르자마자 검기가 번쩍였다.자객들은 비명을 지르며, 피를 내뿜더니 그대로 쓰러져 버렸다.그때, 무진이 20명의 시위와 10명의 암위와 함께 전투에 합류했다.자객들은 상황이 불리해지자, 무진 일행을 막으며 후퇴했고, 이내 여러 방향으로 흩어졌다. 그러자 연천능과 함께 온 호위들이 자객들을 추격했다.연천능의 머릿속은 오직 백진아를 빨리 궁으로 데려가 의원을 찾는 일로 가득 찼고, 경공으로 재빨리 능왕부로 향했다.그는 연란거에 도착하자마자, 백진아를 침상 위에 눕혔다.연천능은 마치 헌 인형처럼 생기를 잃은 백진아를 바라보며, 온몸의 힘이 빠지는 것 같았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그녀의 맥을 확인했다.손끝에서 미세하게 뛰고 있는 맥박을 느끼자, 그는 구원을 얻은 듯한 안도감을 느꼈다.다행히 그녀가 살아 있었다!정말 다행이었다!연천능은 다급히 품에서 검붉은 약 하나를 꺼냈다.“전하!”그러자 무진이 다급히 말했다.“이 최고급 호원단은 전하의 목숨을 살리는 데에만 쓰셔야 합니다…!”“출혈을 막는 약을 찾아오거라!”말을 마치고, 연천능은 망설임 없이 백진아의 입을 벌리고 약을 넣었다. 그리고 그의 내공으로 약을 억지로 삼키게 하고, 그녀의 머리를 받쳐주었다.무진은 속으로 안타까워했지만, 이미 약이 백진아의 몸 안으로 들어간 이상 달리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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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0화

손이 백진아의 매끄러운 피부에 닿자, 연천능의 심장은 순간 철렁 내려앉았다. 그리고 그의 시선은 자기도 모르게 이내 고운 그녀의 살결 위로 떨어졌다.그러나 깊고 얕은, 흉측한 상처들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 모든 야릇한 생각은 단번에 사라졌다.곧 도착한 의원이 백진아의 출혈을 멎게 해주었고, 상처를 모두 싸매 주었다. 그녀의 호흡도 조금씩 힘을 되찾았다.약을 달이기에는 시간이 너무 걸렸다. 그래서 연천능은 예전에 자신이 다쳤을 때 백진아가 주었던 약이 아직 남아 있음을 떠올리고, 우선 그것을 그녀에게 먹였다. 그녀가 깨어나면, 그때 약상자에서 새로 꺼내 쓰면 될 일이었다.연천능은 손 마마에게 스스로 상처를 처리하라고 지시한 뒤, 침상 곁에 앉아 정신을 잃은 백진아를 바라보며 가슴 깊은 곳에서 아픔을 느꼈다.이 감정은 너무도 낯설었다. 막막하면서도, 동시에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이 느껴졌다.연천능은 떨리는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어루만졌다.그는 평생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았다. 방금 전, 검 아래서 생명의 위협을 벗어난 백진아가 그의 품에 기대어 웃던 모습을...혜비의 위협을 느끼자, 그의 눈빛은 칼날처럼 서늘해졌다.연천능은 그녀를 잃고 싶지 않았고, 잃을 수도 없었다!지금에서야 자신의 마음을 깨달은 건, 너무 늦은 걸까?아무리 생각해봐도, 지금은 아마도… 너무 늦은 것 같았다. 연천능은 그렇게, 조각상처럼 그 자리에 앉아 백진아의 얼굴만 바라보고 있었다.마지막 햇살이 창가에서 사라지고, 방 안은 서서히 어둠에 잠겼다.백진아의 숨결이 점점 거칠어져서 연천능이 이마에 손을 대 보니,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다. 역시 열이 나는 게 분명했다. 그는 해열제를 찾아 먹인 뒤, 독한 술로 그녀의 몸을 닦아 주었다. 사람을 간호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 그의 동작은 어색하고 서툴렀다.달빛이 서서히 창살을 타고 흘러 들어와, 조용하고도 바삐 움직이는 그의 그림자를 길게 늘였다.달이 서쪽으로 기울고, 동쪽 하늘이 희미하게 밝아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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