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버려진 왕비, 천재로 재탄생: Chapter 241 - Chapter 250

384 Chapters

제241화

백진아는 그가 건넨 세 장의 종이를 보지 않았고, 어음을 세는 즐거움에 빠져 있었다.비록 스스로 자립할 수 있고, 돈을 벌 수 있었지만, 남자 친구가 돈을 주는 것도 반대하지 않았다.물론, 전제는 상대가 이미 확실히 사귀고 있는 남자 친구일 경우였다. 그녀는 아무 남자의 돈이나 받지 않았다.한 남자가 여자에게 돈을 쓴다고 해서 반드시 그녀를 사랑하는 것은 아니지만, 돈을 쓰지 않으려 한다면 확실히 사랑하지 않는 것이다.어음의 액면은 다양했고, 백진아는 세는 것도 벅찰 지경이었다.적어도 100만 냥은 되는 거액이었다!백진아는 그냥 세는 것을 포기하고, 여유가 있을 때 천천히 세기로 했다. 그녀는 웃으며 연천능에게 말했다.“고맙습니다. 먼저 챙겨두겠으니, 필요하면 달라고 하십시오. 저도 인색한 사람은 아니라, 돈을 챙겨주지 않는 짓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연천능은 입술을 다물고 말없이, 손에 쥔 종이를 조금 앞으로 내밀었다. 그의 손은 살짝 떨리고 있었다.“이건 무엇입니까? 혹시 능왕부의 땅문서입니까? 하하…”앞서 거액을 받았으니, 백진아는 부동산 관련 서류일 거라 생각하고 장난스레 건네받았다.하지만 앞에 적힌 세 글자를 보는 순간, 그녀의 미소는 그대로 굳어버렸고, 이내 천천히 사라졌다.뜨거운 마음에 한 바가지 얼음물을 끼얹은 것 같았고, 기분은 한없이 가라앉았다. 순간 ‘바삭’하고 마음이 부서지는 소리를 들은 듯했다.“합리서요?”백진아는 아련하고 절망감에 휩싸인 눈빛으로 그를 바라본 채로, 입술을 바르르 떨며 나지막이 속삭였다.“왜…”그녀는 두 사람이 생사를 함께 겪으며, 관계가 달라졌다고 생각했다.그녀는 위험할 때마다 그가 지켜주었기에, 자신을 사모한다고 생각했다.그녀는 깔끔함을 중시하는 그가 자신을 안고, 침상에서 재운 것이 그녀를 특별히 여긴다는 뜻이라고 생각했다.그녀는 늘 그렇게 생각했다…하지만, 모든 것은 그녀의 착각일 뿐이었다.“왜요?”이번에는 자기 자신에게 묻는 말이었다.연천능은 주먹을 움켜쥐고, 낮은 목소
Read more

제242화

눈물이 소리 없이 흘러내렸다…그렇게 한동안 울고 난 후, 백진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침실로 들어가 겉옷을 입고 머리를 묶었다. 그리고 챙겨둔 물건들을 모두 공간 속으로 넣고, 남들에게 보여 주기 식으로 옷 보따리를 메며 서쪽 별채를 나섰다.화리했으니, 백진아는 이곳에서 단 1분도 더 머물고 싶지 않았다.연란거의 대문을 나서자, 그녀는 능왕부 안팎이 등불과 화려한 장식으로 꾸며져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밝은 등불과 무지개 천, 온통 축제 분위기였다.‘설도 아니고 명절도 아닌데… 혹시 연천능이 새 왕비를 맞이하는 걸까?’백진아의 마음은 밑바닥으로 가라앉았다. 한밤중, 혼자 등불 사이를 가르며 걷는 상황이 마치 기묘한 꿈 같았다.귀를 조금 움직이니, 누군가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전하께서 드디어 아가씨를 맞으시네. 아가씨도 드디어 고진감래하셨어.”다른 사람이 말했다.“아가씨께서는 이미 능왕부의 관리를 도맡고 계셨네. 사실 혼례만 남은 격이지.”“하지만 난 전하께서 아가씨를 진심으로 사모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네. 그렇지 않으면 혼례를 올리지 않았다고 해도 벌써… 하하, 그렇지 않나?”“조용히 하게! 함부로 말하다가는 목 날아가!”“됐네. 어서 가게. 내일이면 전하의 혼례니, 일찍 자야지.”한 줄기 밤바람이 불어와 백진아를 조금 진정시켰다.‘연천능이 유여매를 맞이한다고? 그럴 리가 없어.’어떤 남자가 불미스러운 일로 순결을 잃었다고 소문이 자자한 여인을 부인으로 맞이할 수 있겠는가?게다가 연천능은 깔끔함을 중시하는 남자다!설마… 연천능이 또 혜비의 계략에 빠져 유여매와 연루된 건가?‘최근 혜비가 연천능을 자주 궁으로 부르지 않았나? 그래, 틀림없네. 그렇지 않다면, 연천능이 자발적으로 유여매를 맞이할 이유가 없지.’백진아는 스스로 진실을 찾았다고 생각했지만, 이내 자조적으로 웃었다.“그가 누구와 혼인하든, 나랑 무슨 상관이겠어?”화려한 능왕부를 등지고, 백진아는 정문으로 걸어갔다. 비록 쫓겨난 몸이었지만, 정문으로 당당히 나가고 싶
Read more

제243화

백진아는 백가로 돌아와, 바로 예전에 지내던 행지원으로 향했다.아침이 되어서야 백가 사람들은 비로소 장녀가 능왕과 화리서를 작성하고 돌아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백우씨와 백경유는 이른 아침부터 행지원으로 달려왔고, 붉게 부은 백진아의 눈을 보고 안쓰럽고 분노 어린 표정을 지었다.백우씨는 하인들을 물린 뒤, 단정하고 점잖은 가면을 벗어던지고, 말투를 확 바꾸었다.“아이고! 연천능 그 멍청한 자식! 어리석은 녀석! 대체 무슨 못된 짓을 한 거야! 그놈이 유여매를 들여도, 그저 평처로 들일 줄만 알았다. 더 못해도 너를 첩실로 남겨, 측비로 대해줄 것이라 생각했는데, 화리서라니! 이건 백가의 얼굴에 침을 뱉는 것이다! 당장 네 아비한테 서신을 보내, 폐하께 이야기해 보라고 해야겠구나. 내 딸을 아무도 괴롭힐 수 없다!”백진아는 요점을 잡고 물었다.“어머니, 벌써 연천능이 유여매를 맞이한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까?”백우씨는 백진아를 흘겨보며 말했다.“너만 멍청했을 뿐이다. 열흘 전부터 온 경성이 다 알고 있었어. 심지어 폐하께서 직접 하사한 혼사였고, 내일이 바로 혼례 날이지! 폐하도 제정신이 아니다. 어찌 이런 황당한 일을 승낙한다는 말이냐? 아이고, 연천능 그 자식도 뻔뻔하지. 대체 무슨 생각인지, 네게 그 소식을 알리지 않기 위해서 내가 널 보러 가는 것도 막았다. 어찌 그렇게 뻔뻔한 녀석이 있단 말이냐? 게다가 혜비 그년도…!”이후 백우씨는 연천능 일가를 한참이나 욕했다.백경유는 이마를 짚고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백진아와 마주 보았고, 백우씨가 화풀이하도록 내버려두었다.욕을 한참이나 하고 나서야, 백우씨는 기분이 조금 풀린 듯 백진아를 보고 말했다.“너도 슬퍼할 것 없다. 세 다리 달린 개구리는 찾기 어렵지만, 두 다리 달린 남자야 많으니. 좋은 놈 하나 더 찾으면 된다. 이번에는 정신 차리고, 혼자 달려들지도 말거라. 그래도 너에게 사모의 정이 있는 남자를 찾아야 한다.”이 말은 뼈아팠다.하지만 사실이었다.백진아는 조용히 말했다
Read more

제244화

잠시 울고 나서, 백우씨는 백진아를 밀어냈다. 그리고 부끄러움과 어색함이 섞인 표정으로 말했다.“그... 상처는 어떠냐? 누가 널 죽이려 했는지도 알아냈느냐?”“혜비입니다. 하지만 전 더 이상 능왕비가 아니니, 앞으로는 괜찮을 것입니다.”백진아는 말하며 물 한 잔을 따라 그녀에게 건넸다.그건 영천수였다. 크게 울고 난 백우씨의 불편함을 완화해 줄 수 있었다.백우씨는 단숨에 마시고는, 시원하고 달콤한 맛에 놀란 듯, 성질도 한결 누그러진 채로 코를 훌쩍였다.“그 미친 여자 같으니라고. 친아들의 인생을 그렇게까지 망칠 수가 있냐? 비록 밖에서는 유여매의 정조를 망친 자가 능왕이라 하지만, 사정을 아는 사람들은 전부 다른 사람이란 걸 알지.”백진아의 마음이 시큰해져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신경 쓰지 마십시오. 어차피 저희와 상관없는 일이니.”백우씨는 여전히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그래도 조심해야 한다. 외출할 땐 시위도 꼭 데리고 다니고.”백진아는 마음이 따뜻해졌고,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경유도 감정을 추스르고, 큰 눈으로 방 안을 두리번거리며 물었다.“적염이는요?”“어디 갔는지 모르겠구나. 아마 침소에서 자고 있을 것이야.”백진아는 그렇게 말하며, 의념으로 꼬마 원숭이를 침소로 옮겼다.“찍찍!”꼬마 원숭이는 달콤한 참외를 안고 갉아먹고 있다가, 갑자기 장소가 바뀌자 깜짝 놀랐다.백경유는 원숭이 소리를 듣자마자 달려갔다.적염이과 꽃분은 공간에서 늘 답답했다. 꽃분이가 놀아주지도 못하는 상황이니, 적염은 백경유를 보자마자 유난히 반가워했다. 적염은 얼른 참외를 들어 올려 그에게 내밀었다.“찍찍!”그 눈빛엔 함께 놀아달라는 아부가 가득 담겨 있었다.백경유는 기뻐서 어쩔 줄 몰라 하며 단번에 꼬마 원숭이를 안아 들었다.백우씨는 시녀들을 모두 불러들여 자신과 백진아의 화장을 돕게 한 뒤, 아침 식사를 들이게 했다.백진아는 만두 하나를 집고 한입 베어 물려는 순간, 갑자기 문밖에서 요란한 통곡 소리가 들려왔다.“진아야! 아이고,
Read more

제245화

진의댁은 백부에서 출신과 재력이 가장 좋았으며, 늘 총애받던 여자였다. 그래서 그녀의 지위가 백우씨보다 높을 때도 있었다.백부의 대부분 사람은 그녀에게 굴복하거나 가까이하려 하지만, 반발하거나 적대적인 사람도 있었다.한 첩실이 앞으로 나와 공수저를 들어 백우씨에게 음식을 차려주었고, 다른 첩실은 시녀의 손에서 물과 손수건을 받아 옆에 서서 시중했다.식사할 때 규율상, 첩은 안주인인 부인의 식사 시중을 들어야 했다.음식을 차려주는 첩실은 임 씨였다. 그녀는 변방 관아의 서녀로, 백근당과 사이를 돈독하게 유지하기 위해 백가로 보내졌고, 아들 하나, 딸 하나를 낳았다. 그녀의 아들이 바로 타향에서 공부 중인 백경송이었고, 딸 백영아는 이제 열 살이었다.옆에서 시중을 돕는 이는 하 씨로, 겨우 스무 살 남짓이었지만, 그녀에게는 세 살짜리 딸 하나가 있었다.식사 중에는 말하지 않는다는 예법에 따라, 방 안은 잠시 적막해진 채로, 숟가락이 그릇을 스치는 소리만 가볍게 들렸다.잠시 후, 백우씨는 식사를 마치고 입을 닦은 뒤 말했다.“앞으로 진아는 백부로 돌아와 지낼 것이다. 누가 뭐라 해도 진아는 백가의 적녀, 큰아가씨다! 누가 수군거리거나 불경하게 굴면, 절대 봐주지 않을 것이다!”하인과 잠자리 시중을 드는 여인들의 노예 문서는 모두 백우씨에게 있었다. 그래서 그들을 때리든, 죽이든, 팔아버리든, 모두 그녀의 결정에 달렸다.노예 문서가 없는 첩실의 경우, 정실인 백우씨가 그들의 자식 교육과 혼사를 정할 수 있었다. 누군가 정실의 적녀를 건드리면, 그녀도 첩실의 아이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었다!“예!”그러자 방 안 사람들 모두 공손히 대답했다.백비아는 한숨을 내쉬며 안쓰러운 눈으로 백진아를 바라보며 말했다.“언니께서 능왕의 혼삿날 전날 밤에 신분을 잃고 쫓겨날 줄은 몰랐습니다. 밖에서는 분명 안 좋은 얘기가 돌 테니, 앞으로는 외출을 삼가십시오. 답답하시면, 동생들이 이야기를 나누러 자주 찾아오겠습니다.”백진아는 화리서를 꺼내 펼치며, 담담하게 웃
Read more

제246화

백진아는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 그녀는 바로 부드럽게 말했다.“내 의술이 그래도 믿을 만하니, 내 말을 믿거라. 그러다 유산이라도 하면, 몸이 상할 수 있잖아?”백우씨가 말했다.“그래. 아이를 위해서라도 의원에게 확인받는 게 좋겠구나. 없으면 다행이고, 회임이라면 아이의 아비에게 빨리 알려야지 않겠냐?”백비아는 백우씨와 백진아를 원망스럽게 바라보며 날카롭게 외쳤다.“싫습니다! 의원 필요 없습니다. 저는 회임하지 않았어요!”진의댁은 백비아를 꼭 안으며 울었다.“아이고, 내 딸. 그래, 괜찮으니 어서 돌아가자!”그러면서 백비아를 부축해 문밖으로 나가려 했다.“아!”백비아가 갑자기 신음하며 몸을 구부렸다.진의댁이 걱정스레 물었다.“비아야, 왜 그러냐?”“배, 배가 아파요.”백비아의 얼굴은 여전히 창백했고, 이마에는 식은땀이 흘렀다. 백진아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아이가 안정치 않은가 보구나. 어서 침상에 눕고, 함부로 움직이지 말거라. 안 그러면 큰일 나니!”진의댁도 차마 백비아를 억지로 데리고 갈 수는 없어, 그녀를 침상에 눕혔다.의원은 백가에서 일하고 있는 의원이라, 앞마당에서 지내고 있었다. 그래서 부인의 부름에 곧장 도착했다.의원은 정성스레 맥을 짚더니, 난처한 표정으로 백우씨와 진의댁을 번갈아 바라보았고, 쉽게 말문을 열지 못했다.백우씨가 말했다.“말하게. 바깥사람도 없으니.”진의댁은 풀이 죽은 채 물었다.“정말… 회임인가?”의원은 고개를 끄덕였다.“둘째 아가씨께서는 이미 회임한 지 한 달이나 넘었습니다. 오늘은 감정이 격해지셔서, 안정을 잃으셨으니, 아이에게 좋은 약 두 첩을 지어 드리면, 괜찮을 겁니다.”백비아는 듣자마자 두 눈을 뒤집고 기절했다.의원은 다시 바쁘게 움직여 그녀를 살폈다.백우씨의 눈에는 고소하다는 빛이 번뜩였지만, 엄숙한 표정을 지으며 진의댁을 바라보았다.“이 일은 송가와 상의해야겠구나. 아이를 남기면 혼삿날을 앞당겨야 하고, 남기지 않는다고 하면 그냥 예정된 날로 하자꾸나. 비아도
Read more

제247화

만약 백진아가 사람들 앞에서 보이는 백우씨의 단정한 모습만 봤다면, 그녀의 말을 바로 믿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는 화를 낼 줄 알고, 사나운 모습도 있는 여인이었다. 조신하고 답답한 사람이 아니란 말이다. 백우씨의 눈빛이 서서히 어두워지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나든, 여럿이든, 다를 바가 있느냐? 네 아버지가 진의댁을 맞아들인 뒤로 나는 이제 이딴 것은 신경 쓰지 않는다.”그녀도 한때 서로 궁합이 잘 맞고, 부부로서 행복한 시절을 누린 적이 있었다. 하지만 행복한 시간은 너무 짧았고, 사람의 마음은 너무 변덕스러웠다. 백우씨는 마음을 상하고 또 상하다 보니, 아픔을 느끼는 법조차 잊게 되었다.상처받는 것은 마음이 있기 때문이고, 마음이 없으면, 누가 그녀를 다치게 할 수 있을까?백진아는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몰랐다. 그렇다고 백근당과의 화리를 설득할 수도 없었다.그때 춘화가 들어와 아뢰었다.“부인, 아가씨, 고지행 공자께서 뵈러 오셨습니다.”백우씨는 눈썹을 치켜세우고, 탁자를 쾅 치며 차갑게 소리쳤다.“내쫓거라!”그녀는 이제 능왕과 관련된 사람이나 사건만 나오면 성질이 나빠졌다. 고지행은 능왕과 사이가 돈독하니, 그녀가 꺼리는 사람에 속해 있었다.백진아는 그녀에게 마음을 가라앉히는 식단을 마련해주기로 했다. 평소 음양이 맞지 않으니, 쉽게 화를 내는 법.“어머니, 들어오게 하세요. 현재 고 공자와 약재 사업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제 연고도 고 공자가 팔고 있고요. 게다가 신의라 불리는 사람이라, 경유의 진찰도 부탁해 보려고 합니다.”경유는 적염에게 악수법을 가르치고 있다, 이 말을 듣고 눈을 반짝였다.백우씨는 코웃음을 치고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외간 남자는 침소까지 들어올 수 없으므로, 백진아는 백경유를 데리고 고지행을 만나러 본청으로 갔다.오늘 고지행은 짙은 붉은 비단 예복을 입고 있었고, 관자놀이 옆 머리카락만 옥고리로 묶고, 나머지는 자유롭게 흘러내렸다.정말 아름다워, 남녀의 구별이 모호한 미모였다.백진아의
Read more

제248화

고지행은 의자에 앉아, 비스듬히 의자에 몸을 기댄 채로 눈웃음을 지었다. 그는 장난스럽게 백진아를 놀리며 말했다.“온갖 난리를 피울 줄 알았는데, 이렇게 평온할 줄은 몰랐습니다.”“죽을 놈 하나 때문에 그럴 필요 있나?”백진아는 그를 흘겨보며 의자에 앉아, 상자를 옆 탁자 위에 올렸다.“그 못난 나무가 없어도, 내겐 큰 숲이 있다.”고지행은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울고 난리 치는 게 특기 아니었습니까? 어찌 바뀌신 것입니까?”“난 괜찮다! 이제 신경 쓰지도 않는다. 전하께서 누구와 혼인하든 상관없다.”백진아는 백어씨의 말을 빌렸다. 하지만 마음 한편은 여전히 쓰라리고 아팠다.그녀는 눈을 내리깔고, 상처받은 마음을 감추며 상자를 들었다. 상자 안에는 두툼한 어음 뭉치가 들어 있었고, 두께로 봐서 어젯밤 능왕이 보상금임을 알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그래도 다시 물었다.“이게 무엇이냐?”고지행은 부채를 펴며, 느긋하게 몸을 흔들며 말했다.“전하가 주신 보상입니다.”백진아는 웃으며 상자를 닫고, 담담하게 말했다.“고맙구나.”화리는 원래 재산을 나누기에, 그녀는 이 돈을 받을 자격이 있었다.고지행은 만족스러운 듯 말했다.“잘 생각하셨습니다. 그 녀석에게 괜히 당하셔선 안 되지요.”백진아는 더 이상 능왕의 얘기를 하고 싶지 않아, 이내 화제를 바꾸었다.“경유는 어릴 때부터 몸이 좋지 않았다. 네가 좀 보거라.”고지행은 의외라는 듯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스승님도 못 보는 병이 있나요?”백진아는 힘없이 말했다.“사람마다 능한 것이 다르지. 나도 모르는 게 많다.”고지행은 거절하지 않고, 바로 백경유의 맥을 짚었다. 그리고 병세를 묻지도 않고, 백진아를 바라보았다.백진아가 손을 살짝 들었다. 춘화는 바로 그녀의 뜻을 눈치채고, 시중들던 하인들을 데리고 나갔다.고지행은 백경유가 밖으로 나가지 않자, 병에 대해 알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말했다.“식심고입니다. 무고지술은 월국 무족의 비술로, 저희 신의곡에서 미처 알
Read more

제249화

사람을 치료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신체 접촉이 생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고대처럼 여성에게 엄격한 제약이 있는 시대에서 신체 접촉은 일종의 금기 행위였다.백진아는 고지행을 세게 흘겨보며 말했다.“고지식하구나! 의술을 행하는 자는 남녀를 따지지 않는다, 알겠냐?”고지행은 몸을 곧게 세우며 말했다.“그건 남자 의원이 여자 환자를 볼 때 하는 이야기지요. 여자 의원이 매일 남자를 진료하는 건 들어본 적도 없고, 사람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백진아는 불만이 가득했지만, 이 시대의 예법에 굳이 도전하고 싶지는 않았다. 남존여비의 사회를, 혼자의 힘으로 바꿀 수도 없지 않은가.그녀는 눈동자를 굴리며 말했다.“여자와 아이를 치료하면 되잖냐? 예법 때문에 여자 환자는 병에 걸려도 남자 의원을 찾는 것이 힘들지. 게다가 의녀의 실력이 뒤떨어져, 어려운 병을 볼 수도 없고... 누설하고 싶지 않은 병에 걸린 여인들은 홀로 참고 견뎌야 한다. 그러다 병만 심해질 뿐.”그녀는 산부인과 전문 의사로 전업할 기세였다.여자라면 어느 정도 특정 질병을 겪기 마련이다. 게다가 일부다처제 시대에서는 부부 생활의 위생 상태도 보장되지 않아, 더 흔했을 것이다.고지행의 고운 눈이 살짝 반짝인 채로, 부채로 손바닥을 ‘탁’ 쳤다.“좋습니다! 그렇게 합시다!”백진아도 웃으며 말했다.“회춘당에 여인들만 진찰할 곳을 준비해 두거라. 물론 아이도 괜찮다.”고지행은 웃으며 덧붙였다.“약재 제작실도 하나 준비하겠습니다. 그럼, 회춘당에서 바로 약을 만들 수 있습니다.”그럼, 약재도 회춘당에서 바로 가져다 쓰면 되니, 시간이 지나다 보면 처방을 알아내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설사 처방을 몰라도 그녀의 특이한 도구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기지 않는가?백진아는 교활한 여우처럼 웃는 그의 얼굴로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감히 스승을 속이려 들다니, 꿈도 꾸지 마!”그러자 고지행은 눈웃음 지으며, 보조개를 드러냈다.“역시 스승님, 현명하십니다. 그걸 벌써 알아차리시다니.”
Read more

제250화

백진아는 가마를 불러 백경유를 들고 행지원으로 돌아왔고, 백우씨에게 간단하게 상황을 보고했다.그런데 예상한 바였는지, 백우씨는 오히려 크게 실망하지 않았다.반면, 백경유는 걱정스레 말했다.“저는 누이가 회춘당에서 의원으로 일하는 것이 타당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누이는 이제 능왕비가 아닙니다. 사람들의 수군거림은 둘째치고, 유여매, 혜비, 금양 공주 같은 사람들이 기회를 틈타 누이를 괴롭히려 할 것입니다.”백우씨가 무릎을 ‘탁’ 치며 말했다.“그래. 일이 잠잠해질 때까지 당분간 경성을 떠나 피하는 것이 좋겠구나.”아침부터 사건이 이어지면서, 백진아는 아직 앞으로의 일을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백진아는 태연하게 말했다.“그들이 뭐라 하든 신경 쓰지 않습니다. 체면이 대수입니까? 그리고 저는 공왕과 태자의 병을 맡으려 합니다. 그들이 지켜줄 테니, 오히려 도성에서 지내는 것이 안전할 것입니다.”백우씨도 그 말이 일리가 있음을 인정했다.…유리궁에서 유여매는 화려한 혼례복을 입고, 당당하고 만족스러운 기세를 풍겼다.금양 공주는 곁에서 감탄하며 말했다.“여매 언니, 너무 아름답습니다!”유여매는 청동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백진아의 흉터 제거 연고가 이렇게 대단할 줄이야!”금양 공주는 입술을 삐죽이며 말했다.“지금쯤 아마 절망감에 휩싸여, 죽기만을 바랄 것입니다! 그래도 똑똑하긴 하네요. 능왕비 자리를 내주다니!”유여매의 눈빛이 살짝 변하더니, 부드럽게 말했다.“그래. 백진아는 이제 능왕비가 아니라, 그저 백가의 딸일 뿐이다. 우리에게 삼배할 생각을 하니, 참 고소하구나.”금양 공주는 그 장면을 떠올리며 킥킥 웃었고, 유여매는 아직도 그녀의 뜻을 알아차리지 못한 공주를 보며, 다시 말을 이었다.“이제는 내가 능왕비다. 남들이 내가 그 버려진 여인을 질투한다고 말할까 봐 참고 있지만, 정말 그녀를 능왕부로 불러, 원수라도 갚고 싶구나.”금양 공주는 차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백진아를 궁
Read more
PREV
1
...
2324252627
...
39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