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버려진 왕비, 천재로 재탄생: Chapter 491 - Chapter 500

588 Chapters

제491화

소비는 가볍게 천장에서 내려와, 소리 없이 착지하며 웃었다.“경각심이 꽤 높네요.”그러고는 의자 앞으로 가더니, 몸을 틀어 휙 올라앉았다.백진아도 의자에 앉아 찻상 위의 잔을 뒤집고는, 물을 한 잔 따라 그의 앞에 놓았다.“아까는 당신이 나 대신 귀찮은 일을 막아 준 것입니까?”소비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다.“아이고, 어쩌겠습니까? 제 병을 고쳐 주길 바라니, 손해인 것을 뻔히 알면서도 해야지요.”백진아가 물었다.“자객은 누구의 사람입니까?”소비는 어깨를 으쓱했다.“누구의 사람인지는 모릅니다만… 산 채로 잡은 놈들이 모두 식심고로 죽었습니다.”백진아의 눈빛이 차가워졌다.“식심고? 설마… 석화 그 요망한 노파 말인가요?”“사람을 보내 조사 중입니다.”백진아는 입술을 삐죽였다.“어찌 아직도 말을 놓지 않으십니까? 저보다 아홉 살이나 많으면서, 아직도 어린 척을 하다니요.”소비는 도도하게 턱을 치켜들었다.“제가 아무래도 더 젊고, 어려 보이지 않습니까?”백진아는 눈을 흘겼다.“그럼, 치료도 안 해도 되겠네요. 그래야 이 젊음을 유지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소비의 얼굴이 어두워졌다.“넌 정말… 귀여운 구석이 없구나. 그러니 시집가서도 화리당하고 쫓겨났지!”이번엔 백진아의 얼굴이 어두워졌다.“아픈 곳을 찌르다니... 진료하지 않겠습니다!”소비는 바로 태도를 바꿔, 아첨이 가득한 웃음을 지었다.“아니야! 내가 잘못했구나! 아이고, 내 입 좀 봐!”그는 말하며 일부러 자신의 입을 두어 번 찰싹 때렸다. 그러고는 애교 부리는 강아지처럼 살가운 표정을 지었는데, 백경유보다도 훨씬 유치했다.‘정말 연기는!’백진아는 웃음을 터뜨렸다.“됐습니다. 이번엔 봐줄게요.”그녀는 문득 우원새가 떠올라, 이내 그에게 물었다.“그날 어떻게 그곳을 빠져나왔습니까? 당신의 스승은 어떻게 됐습니까?”소비의 눈빛이 잠시 어두워졌다.“강물에 휩쓸렸어. 널 찾지 못해서 다시 빙령산으로 돌아갔고, 다른 입구로 얼음 동굴에 들어갔지. 하지만
Read more

제492화

소비도 매일 백부에 들를 시간은 없었기에,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좋아. 내가 직접 배우마. 그 물건들, 누구 눈에도 띄지 않게 확실히 처리하지.”그는 자객 출신답게, 경계 하나는 철저했다.백진아는 웃으며 말했다.“이제 진료비를 받을 차례네요. 누가 제 목숨을 원하는지 말해보세요.”“진짜 조금도 손해보려 하지 않는구나.”소비는 그녀 흉내를 내며, 큼지막한 눈으로 그녀를 흘겨보았다.“창평 군주다.”백진아는 냉소했다.“불공드리고 절에서 지낸다더니, 아직도 얌전히 지내지 않으시는 것입니까?”소비는 느긋하게 다리를 흔들며 물었다.“내가 대신 죽여 줄까?”백진아는 눈썹을 치켜올렸다.“필요 없습니다. 그래도 창평 군주는 당신의 사촌이지 않습니까? 손을 댈 수 있겠습니까?”그러자 소비의 눈에 외모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듯한 살기가 번뜩였다.“난 자객이다. 자객에게는 돈과 이익이 전부지. 가족의 정 따위는 없다. 난 비록 소 씨지만… 과거 무가에 일이 터졌을 때, 소가는 어머니를 도운 적 없다.”그는 더 말하고 싶지 않은 듯 약병을 집어 들고 의자에서 훌쩍 내려왔다.“내일 밤에 다시 오마!”말이 끝나기도 전, 소비는 창밖으로 사라져 버렸다.백진아는 살랑이는 창가의 가림막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정말 빠르군….”‘나도 더 열심히 수련해야지. 내 목숨을 노리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니.’그녀는 곧바로 공간으로 들어가, 먼저 심장 속의 천잠고를 스캔했다.녀석은 편안한지, 심방 안을 느릿느릿 헤엄치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조금 자라긴 했지만, 새끼를 낳지도, 이곳저곳 돌아다니지는 않았다.백진아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고, 이 녀석이 말썽을 피우는 순간, 언제든 끌어내 죽일 생각이었다.그녀는 원래 하던 대로 약 밭을 정리하고, 독뱀에게 독충을 먹인 뒤 본격적으로 수련을 시작했다. 기분 탓인지 몰라도, 요즘 들어 그녀의 실력은 눈에 띄게 늘고 있었다. 그녀는 장풍이 점점 강해지는 것을 느꼈다. 비록 경공으로 날아다닐 수는 없었지만, 움직임도
Read more

제493화

고지행은 힘없이 눈더미 위에 주저앉아 있었다. 그의 수척함과 절망에 잠긴 표정을 가리기엔, 수북한 수염도 역부족이었다. 그의 시선은 지금 허공을 향하고 있으며, 망연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소주! 소주!”한 시종이 허겁지겁 달려와, 손에 든 작은 대나무 통을 고지행에게 내밀었다.“곡주님의 전갈입니다.”고지행은 조각상처럼 꼼짝도 하지 않다가, 멍하니 손을 내밀었다.시종이 대나무 통을 그의 손바닥 위에 올려놓자, 그는 손을 움켜쥐며 바로 거두었다.고지행은 그제야 허공만 바라보던 시선을 거두고, 대나무 통에 있는 쪽지를 꺼냈다.시종은 야명주를 꺼내, 가까이 가져와서 비춰 주었다.쪽지의 내용을 확인하는 순간, 고지행의 눈이 번쩍 뜨였다. 얼굴에는 감격스러움이 흘러넘쳤지만, 눈에는 눈물이 흘러내렸다.눈물은 차가운 바람을 만나 순식간에 길고 짙은 고지행의 속눈썹 위에서 얼어붙었고, 수정처럼 반짝였다.“하하하! 역시 스승님답구나! 귀인은 하늘이 돕는다더니! 하하하…”그는 크게 웃으며 눈을 내리쳤고, 눈물이 얼어붙어 눈앞을 막았다.“오라버니! 오라버니! 무슨 일입니까?”이때 능란이 멀지 않은 산 동굴에서 뛰쳐나왔는데, 한 손에는 횃불을, 다른 한 손에는 구운 토끼 다리를 들고 있었다.고지행은 몸을 돌려 눈가를 훔치고는 크게 외쳤다.“경성으로 돌아간다!”그리고 연천능에게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그대로 빙령산을 떠났다.고지행은 며칠 동안 마음속에 쌓인 울분 때문에 연천능을 상대하지도 않았고, 각자 빙령산을 수색하고 있었다.연천능의 부하는 구역을 나눠 수색하고 있었다. 마침, 근처에 있던 뢰십은 고지행이 사람을 이끌고 급히 하산하는 모습을 보았다.그 모습이 꽤나 들떠 보이자, 그는 급히 연천능에게 달려가 보고했다.“전하, 고 공자가 사람을 데리고 산에서 내려갔습니다. 표정이 꽤 좋아 보였습니다.”연천능은 그 말을 듣고 바위에 손을 올렸다. 그는 어지러움이 몰려와, 잠시 눈을 감고 버텼다. 며칠째 잠도 자지 않고 백진아를 찾아다닌 탓에
Read more

제494화

백진아는 다른 사람이 눈치채지 못하는 틈을 타, 수박 모종에 영천수를 조금 따랐다. 그녀는 하루빨리 수박을 먹을 수 있기만을 바랐다.백진아는 그녀 명의로 된 별채에 있는 온실이 완성되면, 공간 안에서 영천수로 씨앗을 발아시키고 묘를 키울 생각이었다. 그렇게 하면 수박 모종의 생존율을 크게 높일 수 있었다.그녀는 모종을 잘 돌본 하인을 포상한 뒤, 오동원으로 가 아침 식사를 했다.임 씨와 하 씨는 일찌감치 문안 인사를 하러 와 있었고, 백우씨의 식사를 곁에서 모시고 있었다.두 사람은 백진아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몸을 굽혀 인사했다.“진아가 왔네요.”임 씨가 웃으며 말했다.“마침, 네 말이 나오던 참이었다. 네 의술이 워낙 뛰어나니, 네가 돌아온 뒤로 경유의 몸 상태가 눈에 띄게 좋아진 것 같더구나.”백진아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매일 침을 놓아 주고 있어요. 큰 도움은 없지만, 통증 완화에는 도움이 됩니다.”백경유의 몸이 좋아졌다는 사실은 당분간 비밀로 해야 했기에, 이건 미리 맞춘 말이었다. 그녀가 빙령산에서 돌아오자마자 백경유의 몸이 나아지면, 그건 곧 그녀가 천향과를 얻었다고 대놓고 말하는 꼴이 될수도 있었다. 하지만 백경유는 아직 나이가 어려 연기력이 부족했다. 아무리 병든 척을 해도, 몸 안에서부터 우러나오는 생기까지는 완전히 숨길 수 없었다.하 씨는 백경유를 유심히 살피다가 웃으며 말했다.“아는 사람은 네 의술 덕분이라고 하겠지만, 모르는 사람은 네가 천향과라도 얻은 줄 알겠구나.”백진아는 식탁에 앉아,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그렇게 생각하신 것입니까?”아니면, 그녀 뒤에 있는 황제가 그렇게 생각한 걸까?하 씨가 급히 말했다.“내가 그런 생각을 한 건 아니다. 밖에서 그런 소문을 조금 들었을 뿐이다.”임 씨가 눈을 가늘게 뜨고 웃으며 말했다.“소문일 뿐이다. 그런 걸 또 믿는 것이냐?”하 씨는 더 말하려다 백우씨가 젓가락을 드는 것을 보고 입을 다물었고, 국자를 들어 죽을 떠 드렸다.백진아는 백경유는 눈을
Read more

제495화

“이모!”위명이 작은 팔을 번쩍 들고는, 안아 달라며 보챘다.백진아는 어린 위명을 안아 들고 부드럽게 물었다.“배는 이제 괜찮은 것이냐?”백진아는 그의 손목을 살짝 잡고, 의념으로 스마트 스캔 진단 기능을 가동했다.위명은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예. 이모, 고맙습니다.”“참으로 기특하구나!”백진아는 아낌없이 칭찬한 뒤, 위 부인에게 말했다.“이제 괜찮습니다.”“백신의, 정말 고맙소!”위 부인은 고마움을 전하며, 위명을 안아 들었다.“명이야, 얌전히 있자. 백 신의님이 큰아버지 다리를 봐주셔야 하니.”위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 품으로 쏙 안겼다.위 공자는 손으로 큰 공자를 가리키더니, 백진아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백 신의, 이분은 나의 큰형이오. 한번 봐주시게.”큰 공자는 살짝 고개를 숙였다.“위동해라 하오. 부탁드리겠소.”백진아는 고개를 끄덕이고, 그의 곁에 있던 하인에게 말했다.“바짓단을 걷어서 무릎을 드러내거라.”비록 백진아는 자동화 시스템 스캔으로 진단할 수 있었지만, 겉으로는 진찰하는 모습을 보여줘야만 했다.위 부인은 그 말을 듣고, 핑계를 대며 아이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여자 앞에서 허벅지를 드러내야 하니, 위동해의 얼굴에는 난감한 기색이 스쳤다. 하지만 백진아가 의원이라는 점을 생각해, 반대하지는 않았다.백진아는 쪼그려 앉아 물었다.“어디를 다치셨습니까?”위동해가 답했다.“무릎이오. 십여 년 전 전장에서 말을 타다 떨어졌고, 적의 공격을 받았소.”진단 결과, 위동해의 무릎뼈, 즉 슬개골은 분쇄 골절 상태였다. 현재의 접골 기술로는 확실히 치료가 불가능했다.부상을 당했을 때라면 방법이 있었겠지만, 십여 년이 흐르며 부서진 뼈는 이미 석회화되었고, 골각까지 자라 있었다. 이제는 인공 무릎뼈를 이식하는 수밖에 없었지만, 다행히도 오랜 세월 동안 다리를 잘 관리한 덕분에, 움직이지 못했음에도 근육 위축은 거의 없었다.그녀가 검사를 마치자, 위동해가 물었다.“어떻소?”그의 태도는 담담했고, 눈빛에
Read more

제496화

위청란은 위동해의 일 때문에 백근당과 사이가 틀어졌던 인물이다. 그래서 백근당의 딸인 백진아가 위동해의 다리를 치료하는 것을 그가 동의할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위동해 역시 조정과 전장을 잘 아는 사람이고, 두 집안의 악연을 잘 알고 있었기에, 백진아의 말 속에 담긴 뜻을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그가 진지하게 말했다.“나의 부모님은 고루한 분들이 아니오. 내가 다시 설 수만 있다면, 세속적인 체면 따위는 신경 쓰지 않으실 것이오.”백진아는 미리 못 박듯 말했다.“모든 일이 생각대로 되지는 않습니다. 저도 자신은 있지만, 변수가 없을 것이라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혹시라도 실패할 수 있는 점을 가족분들께 분명히 설명해 주시고, 원망이나 보복도 없었으면 합니다.”위동해는 담담하게 말했다.“최악의 경우라도 지금처럼 걷지 못하는 것뿐이오. 상황이 더 나빠질 것도 없으니, 어찌 시도하지 않겠는가?”백진아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그럼, 돌아가셔서 부모님께 한 번 여쭤보십시오. 위가에서 동의하면, 닷새 뒤에 오셔서 치료받으시면 됩니다.”“알겠소.”위동해는 잠시 망설이다가, 엄숙하게 덧붙였다.“이 은혜는, 위가가 반드시 갚을 것이오.”그는 위가의 적장자였기에, 그의 말로도 위가를 대표할 수 있었다.백진아가 원한 것도 바로 이 말이었지만, 겉으로는 아주 냉정하게 말했다.“그저 의원이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진료비를 받고 다리를 치료하는 것뿐이지요.”백진아는 속으로는 손뼉을 쳤다.‘와, 나 연기 잘하네.’역시나 백진아의 말에, 위동해는 그녀를 대단하다고 생각했고, 마음속으로 아버지를 설득해, 앞으로 백근당의 발목을 잡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사실 백가와 위가는 깊은 원한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그해, 그는 확실히 백근당보다 실력이 조금 부족했고, 업적을 빼앗겼다고 할 정도도 아니었다.백진아는 관자놀이를 문질렀다.가짜 무릎뼈와 정형외과 수술 도구를 교환하려면, 아마도 엄청난 양의 금화가 필요할 것이었다. ‘나… 진짜 가난하네.’
Read more

제497화

사복 태감은 그 말을 듣자마자, 백진아를 대하는 태도가 한층 더 공손해졌다. 그는 몸을 살짝 굽혀 백진아에게 입궁을 청했다.궁문 검문은 여전히 엄격했기에, 그녀는 시녀도 데리고 들어갈 수 없었다.백진아는 춘화와 추월을 궁문 밖에 기다리게 한 뒤, 사복 태감을 따라 황제가 정무를 보는 건곤전의 별채로 향했다.의외였던 것은, 공왕이 그 자리에 함께 있다는 점이었다. 두 사람은 우애 깊은 모습을 보였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보였다.황제는 결코 너그러운 사람이 아니었다. 그의 형제 중 남은 사람은 어리석은 왕 하나와 언제 숨이 넘어갈지 모르는 병약한 공왕뿐이었다.백진아는 어딘가 이상하다고 느꼈고, 이내 공손히 옷깃을 여미고 예를 올렸다.“신녀 백진아, 폐하를 뵙습니다. 공왕 전하를 뵙습니다.”황제가 손을 살짝 들어 올렸다.“예는 괜찮다.”황제의 안색은 전보다 더 나빠 보였다. 눈 밑은 시커멓게 변했고, 눈빛도 총기를 잃었다. 날카롭고 위엄을 풍기던 모습도 사라졌고, 연세가 많은 노인 같았다.백진아는 몸을 일으키며 황제의 머리를 스캔했다. 황제의 고충은 여전히 살아 있었고, 이리저리 파고들고 있었다.황제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백진아, 빙령산에 천향과를 찾으러 갔다가, 천향과를 손에 넣었다는 말을 들었다. 사실이냐?”백진아는 역시나 아닌 척, 담담하게 답했다.“빙령산에 갔으나, 능력이 부족해 천향과의 그림자조차 보지 못하고 돌아왔습니다.”‘천향과의 그림자는 못 봤지만, 천향과는 봤지!’공왕이 옅은 미소로 그녀를 거들었다.“천향과를 찾는 자들은 모두 각지의 고수들이다. 어찌 힘없는 네가, 위험을 무릅쓰고 그곳에 간 것이냐?”백진아는 미간을 찌푸리고, 후회하는 표정으로 말했다.“신녀가 분수를 몰랐습니다.”백진아는 속으로는 자신의 연기에 감탄했다.‘나 연기 너무 잘하는데? 나도 속을 정도야!’황제의 눈빛이 잠깐 흔들렸다.“그럼, 빙령산의 상황을 말해 보아라. 무엇을 겪었고, 어찌 그렇게 일찍 돌아온 것이냐?”황제도 빙령산에 사람을
Read more

제498화

백진아의 눈망울에 담긴 슬픔이 거짓이 아니라는 걸, 곧바로 알아차린 황제와 공왕은 그녀의 말을 반 이상은 믿게 되었다.공왕이 온화하게 말했다.“너무 슬퍼하지 말거라. 이번 일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보게 되었으니, 오히려 너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백진아는 고개를 끄덕였다.“공왕 전하의 말씀이 옳습니다.”공왕은 황제를 바라보며 말했다.“황형, 백가 아가씨가 궁으로 들어왔으니, 이참에 제 몸을 봐 달라고 청해도 되겠습니까?”황제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 넌 외곽의 군영을 맡아 관리하고 있으니, 반드시 몸을 잘 돌봐야 한다.”그리고 백진아를 향해 덧붙였다.“공왕을 잘 살펴보고, 반드시 정성을 다해 치료하도록 하거라!”백진아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경성 외곽의 군영은 연천능이 도맡던 곳인데, 왜 관리자가 공왕으로 바뀐 걸까?연천능이 없는 틈을 타 그의 권력을 빼앗었다고 해도, 황제는 자신의 아들에게만 권력을 주려 했을 것이다. 어찌 병약한 공왕에게 권력을 준단 말인가?‘황제의 머릿속에 벌레뿐 아니라, 물이라도 들어간 거 아니야?’백진아는 속으로 투덜거리며 공왕의 맥을 짚었다. 그의 몸 상태는 많이 좋아져 있었다.병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그의 호전은 그녀의 약 덕분은 아니었다. 그래서 백진아는 자동화 시스템을 가동해 검사했는데, 그가 이미 세수단을 복용한 것을 알아차렸다.세수단의 고통은 백진아도 직접 겪어 본 바 있었다. 정말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는 것과 다름없었고, 보통 사람이 견딜 수 있는 고통도 아니었다.공왕이 이렇게 허약한 몸으로 그걸 버텨냈다니?‘정말 독한 사람이구나.’하지만 세수단은 혈액과 골수 속의 독소와 불순물을 제거하고 맥을 뚫어 줄 뿐, 뱃속에서부터 타고난 병까지 없앨 수는 없었다.즉, 공왕의 조혈 기능은 회복되지 않았고, 백혈병 또한 완치되지 않았다.백진아가 미간을 찌푸린 채 말이 없자, 공왕이 온화하게 물었다.“어떠하냐?”백진아는 손을 거두며 말했다.“상태는 많이 좋아지셨습니다
Read more

제499화

백진아는 뱀처럼 꿈틀거리는 덩굴에 만두처럼 꽁꽁 묶인 채 마구 소리를 질렀다.“살려 주세요!”“그만하거라! 목이 터지라 외쳐도 아무도 신경 안 쓸 거다.”석화 선녀는 나뭇가지 위에 앉아, 음산하게 웃고 있었다. 그녀는 연약하고 아름다운 백진아를 내려다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그녀는 나무 위에서 몸을 던져, 덩굴을 잡은 채 살포시 바닥으로 내려왔다.그녀가 손에 쥐고 있던 덩굴을 놓자, 몸이 재빨리 아래로 떨어졌다. 그리고 그녀의 얼굴이 석화 선녀의 얼굴과 맞닿을 듯한 순간, 덩굴이 갑자기 멈춰 섰다.그제야 백진아는 깨달았다. 황제가 그녀를 부른 건 천향과 때문이 아니라, 이 노파가 복수하고 싶었기 때문인 것을.궁 밖에는 그녀를 지키는 사람이 많았기에, 손을 대기에는 어려워서, 그 과정에서 석화 선녀는 부하를 여럿 잃기까지 했다.하지만 그와 동시에 궁 안은 경비가 삼엄해서 백진아를 지킬 사람들도 들어올 수 없으니, 오히려 손대기 딱 좋은 곳이기도 했다. ‘황제… 아주 대단하네.’석화 선녀가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네 덕분에 이렇게 되었구나! 자, 어떻게 죽고 싶은지 말해보거라.”그녀의 손에는 이미 날카로운 갈고리가 달려있었는데, 그것은 칼과 비호착처럼 사용할 수 있는 물건처럼 보였다.하지만 백진아는 오히려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도리여 나한테 감사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새로 얻은 손이 정말 튼튼하고 실용적이네요. 가려울 때 긁으면 얼마나 시원하겠습니까?”석화 선녀는 분노로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고, 철 갈고리로 백진아의 얼굴을 스쳤다.“정말 조금만 다쳐도 다칠 것 같은 고운 피부를 가졌구나. 네 얼굴을 그으면, 어떨 것 같으냐?”그녀의 철손은 백진아의 옷깃을 따라 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허튼짓하지 마십시오! 제가 궁 안에서 무슨 일이라도 당한다면, 신의곡이 가만있지 않을 것입니다!”거꾸로 매달린 백진아는 피가 머리로 쏠려 얼굴이 새빨갰다.백진아는 석화 요괴가 자신을 바로 죽이진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정말 죽일 생각이었다면 이
Read more

제500화

석화는 살기가 덮쳐 오는 것을 느끼자, 눈이 아픈 것도 돌볼 새 없이 다급히 뒤로 물러났다.그리고 동시에 왼손을 뻗어, 손바닥으로 덩굴을 휘둘러 백진아를 향해 감았다.백진아가 의념을 움직이자, 적염이 다시 나타나 덩굴을 향해 불꽃을 내뿜고는 다시 공간으로 돌아갔다. 다행히 속도가 너무 빠른 덕분에 보통 사람의 눈에는 그림자가 스쳐 간 것처럼 보였다.덩굴이 놀라 물러난 틈을 타, 백진아는 덩굴 채찍을 휘둘러 단번에 석화의 왼손을 감아쥐고 힘껏 잡아당겼다.‘찍!’곧이어 피가 분수처럼 튀어나오며, 노파 석화의 왼팔이 통째로 뜯겨 나갔다.“아!”석화는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이를 악물었고, 갈고리를 들어 백진아를 향해 찔렀다.하지만 석화는 독 때문에 앞이 보이지 않은 탓에, 백진아는 그녀의 공격을 쉽게 피할 수 있었다. 그리고 바로 큰 소리로 소리쳤다.“살려 주세요! 자객이야! 자객을 잡아라!”백진아는 황제가 명성과 민심을 무시한 채, 대놓고 석화를 감싸 줄 수는 없을 거라 믿었다. 물론 그녀는 지금 당장이라도 석화를 죽이고 싶었지만, 아직 노골적으로 나설 때는 아니었다.이미 배후가 황제라는 사실을 알아버린 이상, 황제의 불로장생 대업을 완전히 망칠 순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황제는 바로 그녀를 죽일 것이었다.황제는 그녀도 차마 건드릴 수 없는 존재였다!“사람 살려요! 자객이다!”두어 번 더 외친 뒤에야, 금의위가 휙휙 담을 넘어오는 것이 보였다.백진아는 정신을 잃은 사람처럼 덩굴을 휘두르는 석화를 가리키며 큰 소리로 외쳤다.“저 여자를 잡거라! 월국의 첩자다! 폐하를 암살하러 왔다! 한 달 전 경성에서 사라진 아이들도 전부 저 여자가 잡아다가 피로 꽃에 물을 준 것이다!”백진아가 이렇게까지 말하자, 금의위는 어쩔 수 없이 석화를 향해 달려들었다.석화는 백진아에게 간사하다고 욕을 퍼부었다. 석화는 그녀가 절대 잡혀서는 안 되고, 황제 앞에 끌려가서도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렇게 되면 백진아가 여론을 선동할 수 있게 될 것이고,
Read more
PREV
1
...
4849505152
...
59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