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중에서 피서산장까지 가려면 이 길을 무려 이틀이나 더 달려야 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두달이나 머물러야 하니 챙겨야 할 것도 적지 않았다.예전에는 벼슬아치들만 산장으로 따라갈 수 있게 허락되었다. 아무래도 피서 중에도 조정에 나가 일을 봐야 하니 집안 식구는 데려가지 않는 것이 관례였다. 그런데 올해는 어찌 된 일인지, 집안사람을 데려가도 된다는 명이 내려온 것이었다.피서 산장으로 출발 하는 날, 신수빈이 막 마차에 오르려던 찰나, 마차의 덮개가 홱 들리더니 시종이 윤서원을 부축하며 마차에 태웠다. 다행히 마차가 넓고, 이불까지 잘 갖춰져 있었기에 길에서 하룻밤을 묵어도 문제없었다. 윤서원은 맞은 곤장 자국이 아직 다 낫지 않아 오래 앉아 있을 수 없었기에 가는 길 내내 마차 안에 기대어 누워 있어야 했다.그는 이내 신수빈을 바라보았지만 그녀는 도와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곧이어 주서화도 마차에 올랐는데, 그녀는 신수빈을 못 본 체하며 윤서원에게만 극진히 마음을 쏟았다.“오라버니, 상처는 좀 어떠십니까?”주서화는 말을 막 꺼내자마자 서러움이 치밀어 올랐다.“요 며칠 늘 유 아가씨 댁에만 계셔서 상처를 보러 가고 싶어도 괜한 것을 보게 될까 두려워 마음이 너무 힘들었습니다.”윤서원도 그녀를 못 본 지 꽤 오래되었다. 비록 지난번 일은 그녀가 잘못하긴 했으나 지금처럼 애잔하고 그윽한 모습은 누구라도 동정이 갈만했다.“됐다. 그만 울 거라. 내 상처는 이젠 별일 아니다. 그냥 좀 다친 것뿐이지. 부윤 나리께서 정말로 날 부러뜨리기야 하겠느냐? 오래 앉아 있지만 않으면 된다.”주서화는 그가 부드럽게 말해주는 것을 보고서야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났다. 그녀는 윤서원의 손을 꼭 잡은 채 그리움을 담아 조곤조곤 이야기를 털어놓았다.“서원 오라버니, 지난날 제가 잘못한 건 앞으로 꼭 고치겠습니다.”윤서원도 주서화의 손을 잡으며 그녀의 다정한 순종을 마음껏 즐겼다.그녀와 유이연은 달랐다. 유이연은 신분이 미천하기에 그를 우러러보는 것이 당연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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