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가 이런 사치스러운 전각을 본 적 없다 해도 이상할 건 없지. 여기에는 태후와 왕숙께서 머무는 전각도 있는데 모두 목재로 지어진 곳이다. 게다가 촉의 목재까지 사용했으니까. 그 나무 하나를 운반해 오는 데만 해도 얼마나 큰 힘이 들었는지 모른다. 그러니 조심들 하거라. 부딪히거나 상처라도 낸다면 나는 너희를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금자와 은보는 듣다 못해 표정이 굳어버렸다.그들은 신수빈의 짐 상자를 하나씩을 들고 동쪽 익실로 걸음을 옮겼다.주서화는 그 광경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신수빈 곁의 두 시녀가 그저 덩치가 좋은 아이들이라 생각했는데 이토록 큰 힘을 가졌을 줄이야. 그 모습에 깜짝 놀란 주서화는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그녀의 끝없는 재잘거림을 듣지 않아도 되는 순간이 오자, 동쪽 익실로 들어온 금자와 은보는 나란히 눈을 굴리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하지만 금자는 성질이 급해 그 자리에서 참지 못하고 먼저 말을 내뱉었다.“행궁이 뭐 대수라고. 우리가 남쪽을 함락했을 때, 그쪽 궁성의 조각과 단청은 여기보다 몇 배는 더 훌륭했는데. 유난 떨기는…”“금자!”은보가 급히 그녀를 끊었다. 설명을 하려는 찰나, 신수빈이 손을 들어 그녀를 제지했다.“그분께서 이미 말해 주셨다. 너희가 그의 명으로 온 사람이라는걸!”은보는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떴고 금자는 아직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표정을 지었다.“그가 말하지 않았어도 나 역시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그러자 잠깐의 침묵 끝에 은보가 낮게 물었다.“마님, 저희가… 숨기지 못한 부분이 있었사옵니까?”“군영에서 지낸 사람은 아무리 감추려 해도 몸에 밴 기세가 남지. 네가 온 이튿날부터 바로 드러나던데.”은보의 얼굴에 깊은 자책이 번졌다. 그때 신수빈은 차분히, 그러나 솔직히 털어놓았다.“이번에 너희를 데려온 건, 알려주고 싶은 일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사람을 쓸 때 절대로 믿지 못하는 자를 쓰지 않는다. 너희 두 자매가 한때 왕야를 따랐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래서 너희에게 선택을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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