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현은 그녀의 눈가와 미간에 배어드는 풍정을 바라보았다. 그 유연하고도 매혹적인 자태가 그의 가슴속 깊은 곳에서 억누르던 욕망을 격렬히 일으켜 세웠다. 그는 그녀의 장난스러운 손을 붙잡아 제압하듯 눌렀다. 그의 깊고 짙은 빛으로 일렁이는 눈동자가 그녀를 완전히 뒤덮었다.“‘좌전·소공편’에 이르기를, 무릇 이 세상에 절색이 있으면 충분히 사람의 마음을 흔들 수 있다 하였지. 네가 지금 이토록 유혹하는 것은 본왕의 심지를 흔들려는 것이냐?” 그의 목소리는 쉰 듯 낮게 갈라져 있었다.신수빈은 대답하지 않고 두 팔을 들어 그의 어깨 위에 걸쳤다. 그녀는 아름다운 눈매를 부드럽게 치켜 올렸다. 투명한 물빛을 머금은 그 눈동자는 은연중에 뼛속까지 스며드는 요염함을 내뿜고 있었다.“그렇다면, 저는 절색입니까?”이도현은 손을 들어 그녀의 옷깃을 휙 젖혀내렸다. 이 순간, 그의 목소리는 낮고 탁했다.“설령 네가 어떤 절색일지라도 본왕에게 무슨 대수겠느냐!”한참 후, 신수빈은 그를 밀쳐내며 은근히 나무라듯이 말했다.“왕야는 제 혼자 즐겁기만 하고 남의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으시는군요. 저는 배가 고픕니다. 아침에 집을 나서서 지금까지 물 한 모금 못 삼켰단 말입니다.”마침 그때, 그녀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도현은 잠시 흥이 깨졌다. 그 역시 아직 점심을 들지 않았기에 방금 전 이미 부엌에 식사를 준비하라 명해둔 터였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자락을 단정히 여미고는 곁눈질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배고프면 일어나거라. 부엌에서 다 차려놨다.”“왕야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먹을 것이 있다는 말에 그녀의 얼굴에는 금세 환한 웃음이 피어났다.이도현은 그녀가 가슴 끈을 여미고 옷매무새를 가다듬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러더니 자신은 등을 돌려 뒤편 정실로 들어갔다.신수빈은 그가 다시 나왔을 때, 목덜미에 물기가 어리고 이미 다른 옷으로 갈아입은 것을 보았다. 아마도 찬물로 얼굴을 식힌 모양이었다.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소리 없는 웃음을 흘렸다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