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다툼의 도구가 되고 싶은 사람은 더더욱 없다. 자신의 피와 목숨을 바쳐 누군가의 발판이 되는 일 따위, 누가 도맡아 하고 싶겠는가.그런데도 예정훈의 마음을 서늘하게 만든 것은 아버지의 눈 속에서 은근히 꿈틀대는 욕망이었다.그 순간, 문득 깨달았다. 예전에 연기준이 했던 말이 결국 현실이 되려 하고 있다는 것을.야랑국의 황위. 아마 그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무겁게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서 갑자기 한 대신이 입을 열었다.“단 장군, 혹시 팔황자의 뜻을 오해하신 건 아닙니까?”단진혁이 의아한 눈으로 그 대신을 바라봤다.“무슨 뜻이지?”그 대신이 말을 이었다.“소신이 오늘 입궁이 조금 늦었습니다. 막 진국에서 전해져 온 따끈한 소문을 들었는데 우리 팔황자와 진국의 대황자가 용양지호라는 말이 있습니다.”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무겁게 가라앉아 있던 공기가 순식간에 호기심이라는 이름의 소란에 흔들렸다.단진혁의 눈이 휘둥그레졌다.“방자하다! 함부로 지껄이지 마라! 팔황자는 이미 세상을 떠났는데, 설마 죽은 사람에게까지 이런 누명을 씌우려는 것이냐!”그 대신도 억울하기는 마찬가지였다.“소신은 한 마디도 지어낸 말이 없습니다! 입궁하기 전에 들은 그대로일 뿐입니다! 듣자 하니, 두 사람이 손을 잡고 사병을 길러 진국과 야랑국 두 나라의 군주가 되려 했다 합니다. 그리고 그들이 황위를 노린 것도 천하 창생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들의 남다른 취향을 이루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이 소문이 야랑국까지 흘러왔으니 아마 진국에서는 이미 온 나라가 다 아는 이야기일 겁니다.”단진혁은 이런 이야기를 난생처음 들어 보는 터라 분노로 얼굴이 새빨개졌다.그는 예정임과 함께 기생집이며 유곽을 수없이 드나들었던 사람이다. 예정임의 취향이 어떤지, 다른 사람은 몰라도 그는 정확히 알고 있었다.예정훈은 고개를 살짝 숙인 채 입꼬리를 희미하게 올렸다.다행이었다. 조회에 나오기 전에, 연기준의 소문을 미리 퍼뜨려 두었으니까. 그렇지 않았다면 오늘의 상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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