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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4화

Author: 코코넛 서고
복래객잔 2층 난간 아래, 예정임은 두 팔을 가슴 앞에 교차한 채 기둥에 기대어 있었다. 그의 시선은 오로지 한 방향. 연기준이 여인을 품에 안고 떠나는 뒷모습에 박혀 있었다.

“저이가 바로 상왕비인가?”

그가 흘리듯 물자 곁에 있던 시위가 답했다.

“예. 듣자 하니 상왕비의 시녀가 납치당해 상왕비께서 홀몸으로 뛰어들어가 범인을 수차례 찔렀다고 하옵니다. 지금 그 방 안은 피로 가득 차 있고 주인은 이미 관아에 신고했다고 하옵니다.”

예정임의 입가가 휘어졌다.

“다들 말하길, 진국의 여인이라 하면 허약하고 겁만 많아 남자에게 기대어 살아간다 했지. 어젯밤 맞이한 그 무리 역시 뼈대라곤 없는 허수아비 같아 조금만 건드려도 맥이 풀려 시시하기 짝이 없더구나. 한데 이 상왕비라는 여인은 홀몸으로 목숨을 걸고 사람을 구하러 갔다니, 꽤 흥미롭지 않으냐?”

그의 눈에 비친 건 계단을 내려올 때 스쳐간 피 내음과 함께 묻어난 야수 같은 광기와 냉혹할 만큼 차가운 침착함이었다. 그것이야말로 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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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간을 거슬러   제1225화

    잠자리에 들기 전, 암위가 봉한설의 서신을 전해 왔다.편지에는 이미 임선우를 만났고 그와 부생을 대면하게 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다만 그 사이에 작은 해프닝이 하나 있었다고 했다.봉한설은 부생을 철저히 감시하고 있어 어떤 남자도 가까이하지 못하게 막고 있었다.부생은 임선우가 이미 화족의 다른 여인과 인연을 맺었다는 사실을 몰랐다.오랜만에 자신에게 다가오는 남자를 보자 곧바로 미혹술을 펼쳐 임선우를 유혹해 데리고 나가려 했다.하지만 화족의 미혹술은 주인을 가리는 법.이미 다른 여인과 계약을 맺은 임선우는 다른 여인의 미혹술에 자연히 저항력을 지니고 있었다.결과는 뻔했다. 부생의 계획은 완전히 실패로 돌아갔다.봉한설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심지어 임선우가 따로 묻지 않아도 그는 부생이 눈을 흘기며 유혹하는 순간, 서인경의 말이 모두 사실임을 확신했다.닮아도 너무 닮은 자태와 춤사위. 심지어 옷을 벗는 동작마저도 그녀와 일치했다.그 모든 것이 임선우를 질식할 듯한 충격에 빠뜨렸다.봉한설이 제때 들어가지 않았다면 임선우는 이미 부생의 목을 졸라 죽였을지도 몰랐다.편지의 마지막에 봉한설은 덧붙였다.임선우는 진실을 알게 된 직후 어디론가 사라졌는데 아마 서인경이 있는 곳으로 향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그리고 진실을 알게 된 뒤, 그가 어떤 선택을 할지는 알 수 없으니 각별히 조심하라는 경고도 남겼다.아무리 과거의 인연이 음모로 얽혀 있었다 해도 임충서는 어디까지나 그의 친아들이었으니까.그 아이를 위해 모든 것을 걸 수도 있는 일이었다.서인경은 편지를 접었다. 임선우의 처지에 약간의 연민이 들기도 했지만 결국은 자업자득이라는 생각도 함께 떠올랐다.부생은 과거, 연기준에게도 미혹술을 시도한 적이 있었다.하지만 연기준은 그녀를 단 한 번도 제대로 쳐다보지 않았기에 그녀의 유혹은 애초에 닿지도 못했다.부생에게 있어 연기준은 마치 여인보다 더 다루기 힘든 존재였다.만약 임선우가 자신의 부인을 진심으로 사랑했고 다른 여인에게 마음을 준 적이

  • 시간을 거슬러   제1224화

    여기까지 말하고 나서, 촌장은 잠시 말을 멈췄다.연기준이 거울 뒷면의 ‘금’ 자를 바라보며 깊이 생각에 잠긴 것을 보고서야, 다시 입을 열었다.“이틀쯤 지나자, 그 괴로운 울음소리도 마침내 잦아들었습니다. 사람들은 다시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살아가기 시작했지요. 난세라 그런지, 산속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감히 묻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헌데 어느 날, 제가 밭에서 일을 하고 있을 때였어요.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 중상을 입은 노인이 갑자기 나타났습니다. 그 노인은 자신이 쫓기고 있다며, 이 비단 상자를 제게 맡겼습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반드시 숨겨 두라고, 절대 외부 사람에게 들켜서는 안 된다고 했지요. 또 말하길, 하늘이 아직 그를 버리지 않았다면, 그의 가문이 다시 일어설 날이 올 것이고, 그때 반드시 누군가 이곳으로 찾아올 거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을 모두 떠나게 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그가 바로 이 상자의 주인이라고요.”촌장의 말을 듣는 동안, 연기준의 눈빛은 점점 깊어졌다.그의 마음속에는 이미 그 피투성이 노인의 정체가 어렴풋이 떠오르고 있었다.연기준의 외조부는 금족의 모든 것을 자신의 모친, 희태비에게 넘기려 했다. 그 일로 덕비는 오래전부터 마음속에 독을 품고 있었다. 심지어 어릴 적에 덕비는 제 친자매를 산속에 버리기까지 했다. 그렇게 가장 마음에 들던 후계자를 잃고도, 외조부는 끝내 남아 있던 덕비에게 금족을 맡기지 않았다.이 모든 일이 덕비의 증오를 더욱 깊게 만들었을 터였다.그렇다면, 그해 금족을 부추겨 반란을 일으킨 자는… 덕비였을 가능성이 컸다.연기준은 이전부터 한 가지를 의아하게 여겨 왔다.덕비가 지금 금족의 실권자라면, 왜 떳떳하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가.서인경이 없던 그 오랜 세월 동안, 덕비가 금족을 이끌고 설산으로 돌아가 세력을 장악하는 일은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다른 부족들은 흩어져 있었고 지금의 금족처럼 결속된 힘을 가진 곳은 없었으니까.그렇게 많은 백성을 거느리고 있으면서도 어째

  • 시간을 거슬러   제1223화

    마을 사람들의 수군거림은 점점 멀어졌고 이내 바깥은 고요해졌다.이들이 마지막 무리였다.그들마저 떠나고 나면 이 마을에는 완전히 ‘자기 사람들’만 남게 된다.그때, 문밖에서 기척이 들렸다.연기준이 시선을 들어 바라보자 곧 암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폐하, 촌장께서 중요한 일이 있다며 뵙기를 청하셨습니다. 지금 마당 밖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촌장은 아직 떠나지 않은 상태였다.연기준은 서인경이 여전히 눈을 감은 채 가부좌를 틀고 있는 것을 보고, 나설 기색이 없다는 걸 확인한 뒤 자리에서 일어섰다.그는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마당 밖은 칠흑처럼 어두웠고 밤바람이 부드럽게 불어왔다.촌장은 태연한 얼굴로 걸어나오는 연기준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회색 장삼을 입고 있었고 희끗한 수염은 바람에 가볍게 흔들렸다. 마치 오랜 세월 도를 닦은 선인 같은 기운이 감돌았다.연기준은 이곳에 온 뒤로 여러 번 그를 마주쳤지만 이 밤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그의 몸에서 그런 기운을 느꼈다.“폐하께 인사 올립니다.”촌장은 멀찍이서 깊이 허리를 숙였다.연기준은 걸음을 멈추고 그를 바라보았다. 눈에 띄게 놀란 기색이 스쳤다.그가 자신의 정체를 짐작해낸 것이다.촌장은 몸을 일으키며 미소를 띠었다.“폐하께서는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는 폐하와 황후 마마께 아무런 해도 끼칠 생각이 없습니다. 오히려… 우리 마을 사람들을 구해주신 데 대해 감사드릴 따름입니다.”연기준은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달빛 아래, 그 눈은 늙었지만 맑았고, 티끌 하나 섞이지 않은 듯했다.“감히 여쭙겠습니다. 어떻게 아신 겁니까?”촌장은 수염을 쓸어내리며 웃었다.“저는 종종 읍내를 드나듭니다. 요즘 밖에서 벌어지는 일들도 이미 귀에 들어와 있습니다. 노무림 안쪽 산이 수년째 평온하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겉으로야 우리와 서로 간섭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만일 이해관계가 충돌하면 우리 마을의 노약자들은… 상대의 이빨 사이에 끼일 거리도 못 됩니다. 이런 때에 두 분이 갑

  • 시간을 거슬러   제1222화

    그리고 그 이유는 결코 사소한 것이 아닐 터.연기준은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다. 금족 내부에서 상당한 지위와 실력을 지닌 인물이 배신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연기준의 이런 불안을 서인경 역시 짐작하고 있었다.그녀는 산으로 이어지는 길을 바라보며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이 산속엔, 숨은 고수들이 너무 많네요. 우리가 모르는 일도 한둘이 아니고요. 이번 싸움… 쉽지 않겠어요.”말을 마친 서인경은 연기준의 손을 잡고 돌아섰다.“이 정도면 충분히 본 것 같아요. 어서 돌아가요. 산속 위험이 생각보다 훨씬 커요. 제대로 준비해야겠어요.”두 사람은 돌아가는 길에 모든 집을 세심히 살피고 있던 촌장을 만났다.그는 한 손을 등에 짚고 다른 손으로는 희끗한 수염을 쓰다듬었다. 걸음은 느리지만 흔들림 없이 안정되어 있었다. 마치 한가롭게 산책이라도 하는 듯한 모습이었다.서인경과 연기준을 보자, 그는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평이 아가씨가 그러더군요. 두 분은 아가씨의 가장 가까운 사람이라고. 우리 같은 누추한 마을을 마다하지 않고, 귀한 신분임에도 이런 곳에 머물러 주셔서 고맙습니다.”서인경은 평이가 마을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정체를 어디까지 말했는지 알 수 없었다.그저 형식적인 몇 마디로 답했을 뿐, 말을 아꼈다.촌장 역시 그녀의 말속에 담긴 숨김을 알아챈 듯, 더는 묻지 않고 웃으며 다음 집으로 향했다.거처로 돌아온 뒤, 서인경은 식사도 하지 않은 채 방에 틀어박혔다.그녀는 침상 위에 앉아 가부좌를 틀고 미동도 하지 않았다. 겉으로 보면 잠든 것처럼 보였다.하지만 연기준은 알고 있었다. 서인경의 신식이 약왕곡에서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그의 귓가에는 끊임없이 약왕곡에 있는 서인경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중얼거리듯 이어지는 말들. 한 번에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독약들을 종류별로 준비하느라 분주한 소리였다.연기준은 곁에 앉아 어떤 색의 독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끊임없이 일러주는 그녀의 말을 듣고 있었다.창밖의 빛이 서서히 어두워지다가

  • 시간을 거슬러   제1221화

    평이의 속은 내내 조마조마했다.서인경이야 두렵지 않았지만 연기준이 노할까 봐 그게 더 걱정이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연기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연풍을 불렀다.“지금 당장 사람을 보내, 성 안의 주루를 전부 빌려라.”연기준은 자연스럽게 이를 받아들였고, 비용까지 흔쾌히 부담하겠다는 뜻이었다.평이는 제 작은 꾀가 통했다는 사실에 속으로 은근히 들떴다.반면, 서인경은 속으로 천오백 명의 식비를 계산해 보다가 약왕곡의 은자를 떠올렸다.가슴이 저릿해져 더는 계산을 이어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연기준은 돈을 쓸 때 망설임이 없었다.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백성들의 희생을 줄일 수만 있다면, 무고한 아이들을 구해낼 수만 있다면, 금족과 화족의 문제를 해결할 수만 있다면, 돈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평소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던 서인경조차 이 순간만큼은 연기준을 조금은 우러러보게 되었다.그녀의 남자는 정말 대단했다.연기준은 자신을 바라보는 서인경의 눈동자에 반짝이는 빛을 알아차리고 아무렇지 않은 척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겉으로는 큰 짐을 짊어진 듯한 야심가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아주 사소한 것으로도 쉽게 만족하는 여자였다.평이는 암위들을 이끌고 이틀 밤낮을 바쁘게 움직였다.*마침내 사흘째 되던 날. 날이 밝기 전, 마을 사람들을 모두 밖으로 빼내는 데 성공했다.그 사이 낮 시간에는, 연기준과 서인경이 거친 베옷으로 갈아입고 마을 주변을 돌아다녔다.겉으로는 유유자적 노니는 듯 보였지만 실상은 지형을 세밀하게 살피는 일이었다.그들은 산속에서 내려오는 이들을 보기도 했다.화족인지 금족인지 분간은 되지 않았지만 그들의 눈빛은 한결같이 차가웠고 온몸에 살기가 서려 있었다.연기준과 서인경을 보았을 때도, 그저 평범한 마을 사람으로 여겼는지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사람들이 지나가자 서인경은 얼굴에 묻힌 흙을 손으로 더듬었다. 그러다 그만 한 조각을 떼어내고 말았다.서둘러 약왕곡에서 떠온 온천수를 손바닥에 조금 붓고 비벼 다시 얼굴에 덧발랐다.둘

  • 시간을 거슬러   제1220화

    “다친 거예요?”그제야 서인경은 알아차렸다. 연기준이 떠날 때 입고 있던 겉옷이 사라지고 지금은 검은 속옷 한 벌만 걸치고 있다는 것을.손을 뻗어 만져 보자, 옷감이 축축하게 젖어 있었고 손바닥에는 선명한 피가 묻어났다.서인경은 곧장 그의 옷을 헤치려 했지만 연기준이 가볍게 두 손을 붙잡았다.“밖이지 않느냐. 이건 좀 곤란하다.”치켜 뜬 서인경의 눈꼬리는 살짝 붉어졌다.그 눈빛에 심장이 덜컥 내려앉은 연기준은 곧바로 설명을 덧붙였다.“내 피가 아니다.”서인경은 여전히 그를 노려봤다.“거짓말하면... 알죠?”연기준은 난처한 듯 웃음을 흘리며, 그녀의 손을 잡아 자신의 등 뒤 어깨 쪽으로 이끌었다.그곳에는 칼에 베인 상처가 하나 나 있었고, 피가 더 진하게 배어 있었다.“그냥 겉상처일 뿐이다.”서인경은 곧장 그의 뒤로 돌아가 직접 확인했다.상처가 크지 않고, 이미 피도 멎은 것을 보고서야 비로소 숨을 돌렸다.“얼른 돌아가요. 제가 약 발라줄게요.”연기준은 다리로 말배를 죄자, 말이 속도를 높여 마을 쪽으로 달려갔다.가는 길에 그는 흑갑군의 상황을 서인경에게 들려주었다.지휘관은 성격이 좀 거칠긴 했지만, 의리 있고 우직한 사람이었다.연기준이 그를 제압했고, 호부까지 쥐고 있으니 더 이상 문제는 아니었다.*거처로 돌아와 서인경이 막 연기준의 상처를 다 치료해 주었을 때였다.문이 벌컥 열리며 평이가 숨을 헐떡이며 뛰어 들어왔다.이마에는 땀이 맺혀 있었고 숨은 가쁘게 차올랐으며 얼굴은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뒤따라 들어온 연풍이 얼른 물을 따라 건넸다.평이는 몇 모금 연달아 들이켜고서야 겨우 숨을 고르며 입을 열었다.“됐어요. 다 얘기 끝났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잠시 떠나기로 했어요.”서인경이 놀란 듯 눈썹을 치켜올렸다.이틀은 잡아준 일이었는데, 반나절 만에 끝낼 줄은 몰랐다.평이는 다시 물을 한 잔 따라 들고, 컵을 감싼 채 말을 이었다.“다만 사람이 너무 많아서 한 번에 움직이면 소리가 커져서 산속 사람들한테 들킬까

  • 시간을 거슬러   제80화

    연풍은 그러거나 말거나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어차피 이 어린 소녀의 입에서 좋은 말을 듣는 건 이미 포기한 뒤였기 때문이다.이때, 시종이 정원으로 들어서며 공손히 아뢰었다.“왕야, 단 소저께서 뵙기를 청하옵니다.”연기준은 인상을 찌푸리며 되물었다.“그 여자가 여긴 어쩐 일이지?”시종이 답했다.“단 소저는 별원에서 요양 중이셨는데, 왕야께서 여기 계신다는 얘기를 듣고 문안드리러 왔다고 하였사옵니다.”한설은 그 말을 듣고 불쾌한 듯 입을 삐죽였다.“왕야께서 안 계실 때는 한 번도 걸음하지 않더니 왕야께서 오시면

  • 시간을 거슬러   제110화

    “며칠은 여기 머물 거예요. 만약 할아버지께서 저를 내쫓으신다면 저는 대로변에서라도 잘 겁니다.”서회윤은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물었다.“상왕이랑 다툰 것이냐?”서인경은 대답하기 싫어 고개를 저었다.“아뇨, 다툰 적은 없습니다. 제가 친정에 돌아오겠다는데 뭐가 문제입니까?”그러자 그는 허허 웃으며 그녀의 곁에 앉았다.“그건 그렇네. 네가 날마다 돌아와 준다면 나는 오히려 기쁘기만 하지.”서인경이 고개를 들었다.“전에 말씀하셨던 군영말입니다. 저도 데려가신다던 거... 아직 유효한 말씀입니까?”서회윤는 그녀의 눈빛을 좇

  • 시간을 거슬러   제76화

    군영과 관련된 일이기에 그녀는 평이에게 그저 걱정할 일이 아니라고만 말했다.“할아버지께서 증손주를 바라셔서 할아버지의 환심을 사려고 그런 걸 거야.”단순한 평이는 그 말을 그대로 믿어 버렸다.“마마, 뭐라도 좀 드세요. 뭐 드시고 싶으세요? 소인이 바로 만들어 올게요.”서인경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입맛이 없네. 가서 말을 준비하라 하거라. 오늘 밤은 장군부로 가서 지낼 테니.”그러자 평이가 긴장한 목소리로 물었다.“마마, 왕부를 나가시려는 겁니까?”서인경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친정에 가는 거지.”연기준과

  • 시간을 거슬러   제75화

    연풍은 거침없이 막말을 내뱉는 평이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아녀자 주제에 떠들긴, 뭘 안다고 떠들어? 그 입 닥치지 못할까!”평이는 울컥하고 화가 치밀어서 소리쳤다.“아녀자가 왜요? 아녀자가 연풍님께 피해라도 끼쳤나요? 그렇게 잘나셨으면 왕야께 가서 아이는 혼자 가지라고 하세요! 연풍님도 정말 너무하시네요! 이러니까 여태 혼인도 못했지!”연풍은 감히 장군부 앞에서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평이를 한심한 눈으로 바라보았다.두 사람 사이에 팽팽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을 때, 갑자기 호위가 다가와 연풍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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