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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시간을 거슬러: Chapter 31 - Chapter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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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화

“마마, 불로 태우는 방법은 어떠십니까?”누군가가 제안했다.“이것들을 다 불태워 버리면 독에 안 당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서인경은 멍하니 꽃바다를 바라보다 고개를 저었다.“그렇게 간단히 해결될 문제였다면, 전에 왔던 자들이 시험해 보았겠지. 결국 그 방법은 악재로 그들에게 돌아갔을 테고.”“그럼 저것들을 모두 잘라서 길을 튼다면요?”서인경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녀는 조금 전, 은사님과 함께 고대 의술을 공부할 때 은사님께서 했던 말이 떠올랐다.고서의 기재에 따르면 몇천 년 전, 아주 신기한 식물이 있었는데 현대에서는 이미 멸종된 품종이며, 홍주라는 식물인데 꽃이 마치 핏빛처럼 붉다고 했다.게다가 물을 만나면 파랗게 변하는데, 그때 수면 물질을 발산하여 향을 흡입한 사람들은 잠들게 되며 만약 불을 만나면 자색으로 변하고 독성물질을 내보낸다고 했다.만약 살아 있는 그것을 뽑거나 낫으로 자른다면 줄기가 사방으로 뻗어 자신을 공격한 자를 질식해 죽을 때까지 속박한다는 내용도 있었다.어쨌거나 건들지 않으면 무해하긴 하나, 만약에 잘못 건들기라도 하면 죽음에 이를 수도 있는 위험한 품종이었다.비 오는 날에 이곳을 지나가던 사람들이 돌아가서 깊은 잠에 빠진 것도 홍주에 물이 닿았기 때문이었다.왜 사람들이 밤에 중독으로 사망했는지는 아마 불빛이 안 들어오는 시커먼 밤중에 그들이 횃불을 밝혔고 그것이 홍주의 독성을 유발한 것으로 추측되었다. 아마 누군가가 상황에 불만을 품고 이곳에 불을 지르거나 꽃들을 모두 뽑으려 했다면 아마 즉사했을 가능성도 있었다.그래서 만일을 대비하기 위해 그녀는 품에서 약병을 꺼낸 후, 한 알씩 호위들에게 건넸다.“한 명당 한 알이다. 만약 이 길을 지나가다 불편한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이것을 삼키거라.”곧이어 그들은 다시 출발했다.“물과 불이 꽃에 닿지 않고 우리가 의도적으로 꽃에 상해를 입히지 않는다면 아무 일 없을 거다.”호위들은 불안감이 들었지만 서인경이 앞장서서 걷고 있으니 아무 말없이 따라갔다.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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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화

‘이 산의 주인은 대체 뭐 하는 놈이지?’서인경은 현대에서 이곳으로 건너온 이후에 한 번도 이 세계에 마법이 존재한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미혼진법이란 게 대체 뭐지?”그녀의 질문에 육승이 답했다.“북극에 있는 땅에 일몰족이라는 아주 신비한 민족이 살고 있었다고 합니다. 미혼진법에 관한 전설도 바로 그곳에서 시작된 것입니다.”“일몰족?”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드는 이름이었다.“일몰족에 관해 아는 것만큼 말해보거라.”육승은 고개를 저었다.“그곳은 신비에 싸여진 곳입니다. 소인도 소문만 들어서 확실하지는 않습니다만, 소문에 의하면 그들은 각자 신비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의술, 독술, 야수 조련술, 점술 등 온갖 능력에 능통하다 하였습니다. 무수히 많은 자들이 그들을 찾아가 조력자가 되어달라 부탁했지만 모두 거절당하였지요. 상시 눈이 산처럼 쌓여 있고 늑대무리의 비호를 받고 있어서 아무도 진입할 수도, 점령할 수도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백여 년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늑대무리와 그 마을 주민들이 하룻밤 사이에 사라졌고 그 뒤로는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고 전해집니다.”서인경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도팔천이 잘나갈 때 20대였어. 그리고 50년이 지났으니 아마 지금은 70대일 거야.’만약 그 부락에서 태어나 세상 밖으로 나온 아이라면 도팔천과 비슷한 나이일 것이다.어쩌면 그는 도팔천의 후손일 수도 있었다.그런데 왜 이곳에 미혼진법을 설치한 걸까?서인경은 천조각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우릴 이곳에 가두기 위해서?’하지만 그렇다고 단언하기엔 흑수암이 아무리 넓어도 한 방향만 고집해서 나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이곳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서인경은 밤중을 노린 거라고 결론지었다.날이 어두워지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은 주변을 밝히기 위해 불을 지필 것이다.홍주와 불이 만나면 독성물질을 발산할 테고 침입자는 독에 당해 죽게 된다.결론이 나자, 서인경은 긴장이라도 풀린듯 바닥에 주저앉으며 말했다.“피곤하구나. 오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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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화

칠흑처럼 검은 호수는 기괴한 느낌을 풍기고 있었다.호수의 맞은편에는 검은색 비석에 흰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흑수암.’남북을 횡단하는 호수의 넓이는 족히는 십리가 되어 보였다.다리가 없으니 헤엄을 치거나 날아서 건너가야 했다.그러나 육승 일행은 경공에 능한 자들이니 굳이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육승은 양측의 가파른 절벽을 바라보며 부하에게 명령했다.“안포 네가 가서 앞을 살펴보고 오너라.”명을 받은 안포는 가볍게 날아오르더니 맞은편을 향해 날아갔다.그가 절반 정도 갔을 무렵, 갑자기 고요하던 호수에서 풍랑이 일기 시작했다.잠시 후, 거대한 악어 다섯 마리가 수면 위로 날아올랐다.표면이 검은색을 띤 녀석들은 호수 수면에 잠복해 있다가 때를 노린 듯했다.오랜 시간 굶은 야수가 드디어 먹이감을 만난 것이었다.악어무리는 신속히 공중을 날더니 상공에 있는 안포를 향해 크게 입을 벌렸다.“안 돼! 돌아와!”안포는 재빨리 우측으로 날라 악어의 공격을 피한 뒤, 절벽을 타고 뒤로 철수했다.그러나 굶주린 악어들이 오랜만에 만난 먹이감을 쉽게 놓칠 리 없었다.그것들은 분분히 안포를 향해 날아들었다.육승과 다른 호위들은 절벽의 반대쪽에서 공격을 개시했다.그들은 악어의 시선을 분산하여 안포에게 숨 쉴 틈을 만들어 주고자 했으나 녀석들은 마치 인간에게 길들여진 것처럼 바로 그들의 의도를 간파해 버렸다.놈들은 즉시 두 갈래로 찢어지더니 한 무리는 육승 일행을 향해 공격해 오고 다른 한 마리는 안포를 향해 집요하게 덤벼들었다.미처 공세를 피하지 못한 안포가 결국 팔을 물려버리고 말았다.“윽!”그는 고통을 꾹 참고 절벽에 매달린 채, 검을 휘둘러 악어의 눈을 정확히 찔렀다.“크아앙!”그 순간 계곡에 섬뜩한 야수의 울음소리가 울려퍼졌다. 안포는 그 기회를 틈타 재빨리 왔던 길로 다시 철수했다.다른 일행도 검을 거두고 철수했다.동료가 부상을 입자 악어들은 몹시 화가 난 듯했다.남은 네 마리가 찢어질 듯한 포효를 지르자, 검은 호수의 수면이 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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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화

안포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의문을 제기했다.“설마… 내력이 높은 사람일수록 독성이 강하게 작용하는 것일까요?”그들 중 내력이 가장 강한 육승은 아직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었고, 증세가 가장 가벼운 서인경은 이미 해독제를 먹고 정상으로 회복된 상태였다.“아마도 그런 것 같아. 도팔천을 움직일 생각을 가진 자라면 필히 무림고수들을 보냈을 테지. 그러나 강자일수록 살아서 이곳을 나갈 수 없었을 게야.”도팔천은 독술에만 능한 게 아니라 사람 마음을 읽을 줄 아는 자였다.경공으로 건너려는 시도도 실패했으니 서인경은 악어가 득실거리는 수면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사실은 진작에 욕설을 퍼붓고 싶은 심정이었다.‘점점 관문이 어려워지고 있어.’어쩌면 이 악어무리가 없더라도 이렇게 넓은 강을 그녀 혼자 건너기엔 불가능했다.오랜만에 고기 맛을 본 악어들의 노기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녀석들은 분주히 수면 위를 오가며 호시탐탐 사냥감을 노리고 있었다.서인경은 곰곰이 생각에 잠겼고, 호위들 중에 혼자 멀쩡한 안포는 혹여나 그녀의 사고에 방해라도 될까 숨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했다.잠시 후, 서인경이 갑자기 고개를 들어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꽃바다를 바라보았는데, 순간 괜찮은 생각이 떠올랐다.“물주머니를 가져오너라.”안포가 물주머니를 가져왔다.서인경은 그것들을 하나하나 열어 근처에 있는 홍주꽃에 뿌렸다.진작에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곧이어 펼쳐진 광경에 그녀는 놀라서 두눈을 휘둥그레 떴다.물기를 머금은 붉은 꽃은 곧이어 짙은 파란색으로 변했다.공기 중에 은은한 꽃향기가 퍼지기 시작했다.은사님과 함께 약재 관련 공부를 할 때 각종 약초의 냄새를 익혔기에 서인경은 이 향기가 강력한 최면 작용을 한다는 것을 바로 눈치챌 수 있었다.“효과가 나타났습니다!”안포가 갑자기 고함을 질렀다.고개를 돌리자 악어들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느려진 것이 보였다.잠시 후, 거대한 악어무리는 깊은 잠에 빠져 물 속 깊은 곳으로 가라앉았다.수면이 드디어 고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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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화

서인경은 확신에 찬 어투로 말했다.“심신 안정에 좋은 약이다. 오래 맡으면 마음의 평온을 찾고 머리가 맑아지게 하는 효능이 있지.”그러자 안포가 놀란 눈으로 되물었다.“그렇게 좋은 효능이 있다고요? 이곳은 독왕곡 아닙니까?”서인경도 의문스러웠지만 그녀의 판단이 틀렸을 리는 없었다.산 하나를 넘으니 눈앞에 거대한 폭포가 나타났다.폭포의 양측에는 드넓게 펼쳐진 약초들이 바람 따라 춤을 추고 있었다.‘여기… 독왕곡 맞아?’그녀가 상상했던 풍경과는 너무 상반되는 모습이었다.입구로 들어올 때 만났던 홍주와 검은 강 말고 이곳에서 자라는 모든 식물은 아픈 사람을 구할 수 있는 진귀한 약재들이었다.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것들이 이곳 곳곳에서 자라고 있었다.서인경은 계속해서 안으로 들어가다가 무언가를 보고 충격에 말을 잇지 못했다.그곳에는 설련삼이 있었다.그것도 한 뿌리가 아니라 족히는 열 뿌리가 넘어 보였고, 특수한 토양에서 재배되고 있었는데 줄기가 크고 싱싱하게 자라나 있었다.이 정도면 부상치료는 물론이고 수명을 늘려주는 최상급 약재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이럴 수가!’지금 서인경의 심정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이곳은 독왕곡이 아니라 수많은 진귀한 약재를 심은 약왕곡이었으니 말이다. “마마, 이쪽에 동굴이 있는데 사람이 살았던 것 같습니다.”안포의 부름에 서인경은 곧바로 그곳에 다가갔다.동굴 안쪽은 마치 사람이 사는 집처럼 깨끗하게 꾸며져 있었는데, 주인이 안 산지 꽤 되었는지 식탁에는 먼지가 두텁게 쌓여 있었고 생활 용품을 살펴보니 모두 3인용으로 준비되어 있었다.어린애가 썼던 것으로 보이는 물건에는 정교한 나비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자세히 관찰해 보니 어른이 썼던 물건만 사용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서인경은 순간 제혁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도팔천의 처자식은 이미 50년 전에 세상을 떠났다고 했어. 아마 그는…’그녀는 도팔천이 이곳에서 먼저 떠난 처자식을 그리워하며 50년을 홀로 살았을 거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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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화

서인경은 초상화 속 여인이 도팔천의 부인일 거라고 추측했다.그렇게 가까이 다가간 그녀의 안색이 점차 하얗게 질렸다.너무도 익숙한 얼굴이었다.초상화 속 여인은 원주인의 어머니인 장군 부인과 너무 닮아 있었다.‘아니, 아니야...!’서인경은 순간 어머니인 장군 부인에 관한 기억을 떠올렸다.그분은 초상화 속 여인보다 더 온화한 얼굴에 나이도 더 어렸고, 초상화 속 여인의 얼굴에서는 연륜이 느껴졌다. 자애롭지만 만물을 달관한 듯한 그녀의 표정에서 강자의 기운이 느껴졌다.초상화 속 여인은 장군 부인과 이목구비만 닮았을 뿐, 분위기는 완전히 달랐다.‘도팔천의 부인은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났어. 나이 든 부인의 모습을 그림으로 남기진 않았을 거야.’그렇다면 이 사람은 대체 누구고 장군 부인과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왜 도팔천은 매일 이곳에 찾아와 제를 지냈던 것일까?눈꽃모양의 목걸이에서 푸른빛이 계속 깜빡이고 있었다.서인경은 다가가서 목걸이를 손에 쥐었다. 그러자 목걸이는 신기하게도 깜빡임을 멈추었다. 그래서 작동 원리를 알아내고자 목걸이를 자세히 살펴보다가 실수로 뾰족한 끝에 손가락이 찔리고 말았다.하지만 곧이어 피가 스며나오고 더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목걸이 위에 묻은 그녀의 피가 순식간에 사라져버린 것이었다! 그녀는 충격에 빠져 한참이나 그것을 여기저기 주무르다가 더 많은 양의 피를 흘렀지만, 역시나 목걸이는 피를 죄다 흡수했다.그리고 백옥의 색상 또한 점점 붉게 변하기 시작했다.서인경이 어찌된 영문인지 몰라 충격에 빠진 사이, 폭포 밖에서 거대한 굉음이 들려왔다.‘안포!’그녀는 다급히 밖으로 달려나갔다.그 시각 안포는 설련삼을 다 캐고 약초밭 동쪽을 둘러보고 있었다. 거대한 나무 뒤편에 그려진 팔각진이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조금 전 그 소리는 그가 부주의로 팔각주를 건드려서 난 소리였다.서인경이 밖으로 나오자 그가 다급히 소리쳤다.“마마, 이쪽으로 와보십시오! 도팔천이 이곳에 있습니다.”서인경이 다가가 보니 검은색 도포를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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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화

이곳으로 오면서 확인한 바, 육승 일행이 있는 위치는 이곳보다 지세가 낮았다.평소였다면 걱정할 필요 없겠지만 육승은 혼수상태에 빠졌고 다른 사람들은 내력을 사용할 수 없으니, 그들을 그곳에 남겨둔다면 죽은 목숨이었다.형제들의 생사와 험난한 상황에 안포의 마음도 조급해졌다.그러나 호위에게는 그들만의 수칙이 있었다.“소인의 임무는 왕비마마를 보호하는 일입니다. 마마를 안전한 곳으로 모시고 돌아가서 동료들을 구하겠습니다.”서인경은 그의 손을 뿌리치고 뒤돌아서 검은 강이 있는 곳을 향해 뛰어 들었다.“그럴 수는 없다. 함께 왔으니 함께 돌아가야 한다.”안포는 조급한 마음에 뒤딸아가며 다급히 소리쳤다.“그들의 목숨은 왕야께서 구해주셨습니다. 마마만 무사히 돌려보낼 수 있다면… 저희는 죽어도 괜찮습니다!”서인경은 그런 그를 향해 눈을 부릅떴다.냉랭한 그 눈빛에 안포는 상왕을 마주한 것 같은 착각이 들어 다급히 입을 다물었다.서인경은 계속해서 앞으로 달려나가며 말했다.“사람 목숨에 귀천이 어디 있겠느냐. 난 너희들과 무사히 함께 돌아가겠다고 약조하였다. 힘들면 넌 먼저 도망치거라.”‘내가 오자고 해서 온 거야! 내가 연풍에게서 이들을 붙여달라고 해서 위험에 처한 거라고…! 무사히 같이 돌아가자고 해놓고 나 때문에…’그동안 만약 이들이 없었다면 그녀는 이렇게 안심하고 흑수암까지 올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갑자기 후회가 되고 두려움이 몰려왔다.왜 굳이 설련삼을 찾으러 왔을까? 왜 하필 흑수암에 호기심을 품었을까?‘다른 방법을 찾아봐도 됐을 텐데… 흑수암이 나와 무슨 상관이라고 굳이 와서는….’그리고 왜 나라의 안위가 한 사람의 어깨에 놓여 있는가?그녀의 부모님은 자신의 목숨을 희생하면서까지 연기준을 살렸다.그리고 지금의 그녀도 같은 짓을 하고 있었지만 자신이 더욱 비겁하게 느껴졌다.부모님은 자신들의 목숨만 희생했지만 그녀는 타인의 목숨까지 희생할 위기에 놓였다.‘어떻게 이렇게 이기적일 수가!’만약 그들이 이곳에 묻히게 된다면 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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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화

하늘에 먹구름이 끼고 산간은 계속해서 흔들렸다.갑작스러운 변고는 마치 몰려오는 검은 파도처럼 매정하게 계곡을 삼키고 있었다.바로 그때, 서인경과 안포가 출발지로 되돌아왔다.“마마!”누군가가 달려오는 두 사람을 보고 소리쳤다.“안포야, 누가 돌아오랬어! 당장 마마를 모시고 이곳을 떠나!”안포는 서인경을 업은 채로 경공으로 강을 건너 그들의 곁으로 착지했다.서인경은 품에서 남은 해독제를 모두 꺼내 그들에게 건넸다.“한 사람이 한 알씩 먹은 후에 같이 가자.”네 사람이 해독제를 복용한 후, 안포는 다가가서 육승을 등에 업었다.“마마께서 말씀하셨습니다. 함께 왔으니 함께 살아서 돌아가야 한다고요!”그러자 서인경이 멀리 있는 꽃바다를 가르켰다.“어제 우리가 쉬었던 곳으로 가자.”비록 그곳도 골짜기이긴 했지만, 드넓은 꽃바다가 있어서 절벽에서 쏟아지는 돌무더기를 피할 수 있었다.조금 전 내력을 사용한 안포는 장기가 타들어가는 고통을 겪고 있었다.그는 목안에서 올라오는 피비린내를 삼키며 육승을 등에 업고 꽃바다를 향해 뛰었다.다른 사람들도 재빨리 그들의 뒤를 따랐다.그들이 자리를 뜨자마자 거대한 바위가 그들의 머물렀던 곳에 떨어졌다.등 뒤에서 굉음이 들리고 땅바닥이 갈라지는 소리가 귀를 찢었다.흑수암은 점차 폐허가 되어가고 있었다.꽃바다 근처의 절벽들도 조금씩 무너지고 있었다.흑수암의 절반 가까이 되는 꽃바다가 돌무더기의 공격을 받았다.다행히 그들은 더 큰 피해가 있기 전에 그곳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큰 부상을 입은 사람은 없었지만 모두가 지친 상태였다.서인경은 모두가 무사한 것을 보고 안도의 숨을 내쉬었는데, 그 순간 눈앞이 캄캄해지며 그녀는 그만 의식을 잃고 말았다.그리고 아주 이상한 꿈을 꾸었다. 꿈 속에서 흑수암은 원래의 모습을 하고 있었고 마치 조금 전 지진이 환각이었던 것처럼 느껴졌다.그녀는 팔각도 앞에 서서 원상태로 회복된 약초밭을 보며 충격을 금치 못했다.이곳에는 도팔천도, 안포도 보이지 않았고, 오로지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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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화

“제가 왜 이곳에 돌아왔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만약 보고 계시다면 편히 쉬실 수 있게 기도하겠습니다.”말을 마친 그녀는 천천히 일어섰다.초상화 속 여인은 보면 볼수록 장군 부인과 너무 닮았다.만약 장군 부인이 살아 계셨더라면 저런 모습일 것 같기도 했다.“저는 제 동료를 찾으러 가야 하니 선배님 곁에 있어드릴 수 없습니다. 나중에 외로우시면 다시 꿈으로 저를 불러주십시오. 경성에서 선배님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저는 배은망덕한 사람이 아닙니다. 선배님의 물건을 제가 가져갔으니 살아 있는 동안은 선배님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서인경은 정중히 초상화에게 작별인사를 한 후, 폭포 동굴을 나갔다.그런데 아무리 주변을 둘러봐도 돌아가는 길이 보이지 않았고, 높은 산으로 사방이 둘러싸인 폐쇄된 계곡이 되어 버렸다.바깥으로 통하는 길은 거대한 산이 막고 있었다.마치 원래 길은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느껴졌다.서인경은 안에서 주변을 빙 둘러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설마 선배님이 외로우시다고 도팔천 대신 그녀를 이곳에 남긴 것일까?날이 저물기 시작하자 서인경은 점점 조바심이 났다.이곳에 남아 있을 수는 없었다.육승을 비롯한 호위들이 기다리고 있었고, 경성으로 돌아가 연기준과의 이혼도 마무리해야 했다.그리고 변방에서 고전 중인 할아버지께서 돌아오실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그리고 황궁에 계신 고모와 십오황자까지, 이 모든 이들은 원주인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었다.‘나야 이곳에 남아도 상관없지만 원주인의 가족들은 어떡하지?’서인경의 이마에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그 순간 갑자기 인중에서 따끔한 통증이 느껴지며 그녀는 벌떡 일어났다.“누구냐!”“마마, 정신이 드십니까?”눈을 뜨자, 육승의 얼굴이 보였다.“신이시여, 감사합니다. 드디어 깨어나셨군요.”서인경은 말없이 주변을 둘러보았다.그녀가 현재 있는 곳은 흑수암에 진입하기 전에 머물렀던 근처 객잔이었다.눈앞에 은침을 들고 있는 자는 육승이 데려온 의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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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화

독은 이미 심맥까지 퍼진 상태라 상황이 좋지 않았다.“설련삼은 어디 있느냐? 그곳에서 나올 때 안포에게 챙기라고 하였는데.”육승은 다급히 헝겊에 싸인 설련삼을 가져왔다.“예, 여기 있습니다. 안포는 의식을 잃기 전에 왕비께서 분부하신 물건이라고 꼭 잘 보관하라 하였습니다.”서인경은 설련삼이 무사한 것을 확인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그러나 아직 안심하기는 일렀다.설련삼 말고도 한가지 약재가 더 필요했다.‘옥죽초가 있으면 좋을 텐데….’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목걸이에서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그녀는 의식이 흐릿해지더니 다시 눈을 떴을 때는 흑수암 약왕곡에 와 있었고, 근처에 아주 잘 자란 옥죽초가 보였다.‘어… 어떻게 된 거지?’서인경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하며 한 포기를 따서 손에 쥐었다.‘이건 진짜야.’그녀는 빨갛게 변한 혈옥을 떠올렸다.‘조금 전 내가 옥죽초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니 목걸이가 뜨거워졌었어. 설마… 이것이 결계라는 것인가?’서인경은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이 약왕곡은 도팔천이 그녀를 위해 준비한 공간이 틀림없었다.‘그런데 왜 꼭 나여야 하는 거지?’아직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많았지만 이 넓은 약왕곡을 필요할 때마다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날아갈 것만 같았다.전에 타임슬립햇을 때 치트키 하나 없다고 불평했었는데, 이런 게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그리고 그녀가 다시 눈을 감았다 뜨니 현실의 방으로 돌아와 있었다.그녀는 침상 안쪽에서 뭔가를 꺼내는 척하며 옥죽초와 설련삼을 육승에게 건넸다.“이것들을 탕약으로 끓여서 안포에게 먹이거라.”육승은 완전히 서인경을 신뢰하고 있었기에 아무것도 묻지 않고 그녀의 지시에 따라주었다.한편, 안포는 쓰러지기 직전에 자신은 이제 죽은 목숨이라고 생각했다.그런데 다시 눈을 뜰 날이 올 줄이야!서인경의 탕약과 침술이 결국엔 그를 살려내고 말았다.서인경은 다른 호위들의 상태도 확인했는데, 그녀가 준 해독제 덕분에 그들의 체내에 있던 독소가 거의 해소가 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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