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시간을 거슬러: Bab 11 - Bab 20

100 Bab

제11화

겁에 질린 시종은 얼빠진 표정으로 벌벌 떨더니 결국 모든 걸 자백해 버렸다.“살려주십시오! 소인도 모릅니다. 그저 비녀 하나를 주면서 소인에게 상왕비를 지목하라고 하였고 소인은 그 말에 따랐을 뿐입니다! 소인은 정말 아무것도 모릅니다!”연풍이 물었다.“말해. 네게 비녀를 준 사람이 대체 누구지?”“소… 소인도 모릅니다. 검은 옷에 면사포를 쓰고 있어서 얼굴이 안 보였습니다...”범인은 미리 만일의 경우를 대비했다. 연기준이 또 물었다.“상왕비가 맹 소저를 호수로 미는 걸 네 눈으로 직접 보았느냐?”시종은 살벌한 그의 표정을 읽고 다급히 고개를 저었다.“아닙니다! 소인은 아무것도 보지 못했습니다. 소인이 도착했을 때, 소저는 이미 물 안에 있었습니다. 소인도 누가 밀었는지 모릅니다. 소인이 재물에 눈이 멀어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목숨만 살려주십시오.”진실이 이미 들어나자 서인경은 긴장이 확 풀리며 현기증이 났다.‘연풍 덕분에 수고를 덜었네. 나였으면 자백을 받아내는데 꽤 오래 걸렸을 거야.’연기준의 부하들은 주인 닮아서 다들 하나 같이 인상이 험악하지만 일을 처리하는 능력만큼은 인정받을 만했다.서인경은 어떻게 반격을 날릴까 고민하다가 그대로 의식을 놓아버렸다. 털썩 하는 소리와 함께 눈앞이 캄캄해지며, 눈을 뜰 수도 없었다. 그저 누군가가 다가와 그녀를 품에 안고 현장을 떠나는 듯한 느낌만 받았다. 바람이 차게 느껴질 정도로 걸음걸이가 빨라서 서인경은 추위에 움찔하며 따뜻한 품으로 파고들었다.그 사람은 바로 연기준이었다. 연기준이 서인경을 안고 떠난 후, 맹국공 일가도 맹은영을 데리고 돌아갔다.남은 사람들은 연회를 계속 이어나갔지만 가라앉은 분위기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다.단씨 자매도 사람들 눈을 피해 몰래 왕부를 빠져나갔다.왕부에서 그 소란이 일었으니 서왕부부도 표정이 좋지 못했다.국공부의 적녀와 상왕비가 저택에서 봉변을 당했으니 다른 쪽으로 의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사람들은 배후의 범인이 서왕까지 끌어들이려 했다며 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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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연기준은 담담한 얼굴로 답했다.“내 사전에 사별은 있어도 이혼은 없다.”너무 당당해서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쿨럭… 왜죠? 서로 좋게 갈라서면 되지, 왜 그렇게 극단적으로 몰고 가시는 겁니까?”연기준이 말했다.“난 이미 네 질문에 답을 했다. 이제 내 차례다. 넌 왜 굳이 이혼을 하려는 거지?”서인경은 화가 치밀었지만 자신이 정한 규칙이기에 반박도 할 수 없었다.“왕야께선 제게 마음이 없지 않습니까.”서인경은 불만이 아닌 객관적인 사실을 말한 것뿐이었지만, 연기준의 귀에는 다른 뜻으로 들렸다.“내가 네게 마음이 없는 게 하루이틀 일도 아니고, 갑자기 이혼이 하고 싶다는 건 마음에 둔 자라도 생겼다는 거냐?”서인경은 저 얼굴에 침 뱉고 싶은 충동을 가까스로 참아냈다.“그건 두 번째 질문이군요. 대답을 거절하겠습니다.”연기준은 그 모습을 보고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네 두 번째 질문의 답을 주지. 난 어릴 적에 선황을 따라 사냥을 자주 나갔었다. 그런데 어느날 멧돼지 한 마리가 내가 놓은 덫에 걸려든 적이 있었지. 아주 맷집이 좋은 아이라, 끌고 가기 쉽지 않았다. 녀석에게 끌려 진흙탕에 빠지기도 했지만, 난 끝까지 놓지 않았고, 녀석을 포획하는데 성공했어. 내게 이혼을 말하기 전에 내가 어떤 사람인지부터 알고 오지 그랬느냐. 나와의 혼인을 원했던 건 너다. 내가 널 풀어주지 않는 한, 네 스스로 내 왕부를 떠날 수는 없단 말이다.”서인경은 머리가 어지러워 한참이 지난 후에야 그 말속에 숨은 뜻을 알아챘다.그녀는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물었다.“그러니까, 그 멧돼지가 바로 저라는 말씀이십니까?”“그건 다음 질문이 되겠군. 내 차례다. 정인이 생겼느냐?”서인경은 단번에 고개를 저었다.“그냥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정말 괜찮은 처자였는데 왕야와 혼인하고 나서 모두가 혐오하는 광년이 되었지요. 참으로 어리석지 않습니까. 앞으로는 저와 제 가족을 위해 살고 싶습니다.”연기준은 알 수 없는 눈빛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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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연붕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소인이 알아봤는데 최상급 연지였습니다. 이런 걸 사서 쓸 능력이 있는 자는 황궁에 계신 분들을 제외하고는 고위 관료의 여식들이나 가능하겠지요. 왕비마마도 거기에 포함입니다.”연기준은 왜 그 향이 이리도 익숙하게 느껴졌는지 기억해내고 인상을 찌푸렸다.얼마전까지 서인경이 그의 앞에서 알랑거릴 때 자주 사용하던 연지였다.“그럼, 그 사람이 자신이 죄를 저질러 놓고 자작극을 했다는 얘기냐?”연붕은 곧바로 고개를 숙였다.“소인이 어찌 함부로 그런 불경한 추측을 하겠습니까. 이 연지를 샀던 사람들 중에 왕비마마와 사이가 안 좋은 규수들이 몇 있긴 했었지만, 맹국공가와 서왕부와는 사이가 좋은 사람들입니다. 굳이 오늘 같은 자리에서 일을 벌일 이유가 없지요.”서인경에게 보복한다고 일을 꾸미기에는 맹국공가문과 서왕부 모두 만만찮은 상대였다.연기준은 가볍게 책상을 두드리며 담담히 말했다.“놈들의 계획이 성공했다면 맹은영은 서왕부에서 죽고 상왕비는 살인죄를 뒤집어쓰겠지. 그러면 누구에게 가장 유리할 것 같으냐?”그 말을 들은 연풍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왕비께선 처형을 피해가더라도 정비의 자리에서 내려와야 했을 겁니다. 그럼, 상대의 목적은 상왕비의 자리라는 말씀이십니까?”연기준은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듣기로는 최근 대황자께서 단씨 가문과 자주 접촉하고 있다는데?”“예. 황후께서는 단효산의 둘째딸인 단여월을 대황자의 측비로 추천했다고 들었습니다.”순간 연풍의 안색이 급변했다.“왕야… 그럼, 설마… 단씨 가문에서…!”상왕비인 서인경과 대황자비로 내정된 맹은영.하필 단씨 가문의 두 딸이 노리고 있는 위치였다.연기준은 말없이 면사포를 연풍에게 도로 던져주었다.“계속 주시하고 있거라.”“예.”그날 밤, 서인경은 단잠을 잤다.눈을 뜨고 탕약을 마시고 나니 몸상태가 비로소 회복된 것 같았다.그녀는 평이와 함께 갈아 만든 배즙을 마시며 정원에서 햇빛을 받았다. “단씨 가문 쪽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어?”평이는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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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다과회 장소는 황후궁에서 이루어졌다.서인경은 어화원(御花園: 황제의 정원)을 지나다가 멀리서 자색 망초를 걸친 여인과 마주쳤다. 그녀는 그곳에서 오랜 시간 기다리고 있은 것으로 보였다.“인경아….”부름을 들은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원주인의 그리운 기억이 생생하게 느껴졌다.숙귀비는 할아버지인 서 노장군의 딸이자, 서인경에게는 가장 가까운 가족이었다.전생에는 원주인 때문에 황제의 눈 밖에 나서 부귀영화를 채 누리지도 못하고 비참하게 생을 마감했다.“고모님, 어찌 여기 서 계십니까? 얼마나 추운데요!”숙귀비가 얼굴을 가리고 있던 면사포를 걷어내니 초췌한 얼굴이 그대로 드러났다.“어쩌다 겨우 한번 궁에 오니, 얼굴 한번 보려고 기다렸다.”서인경은 솟구치는 눈물을 억눌러 삼켰다.“안색이 안 좋으십니다. 무슨 일 있으셨습니까?”숙귀비는 한숨을 내쉬며 답했다.“황자가 엊그제 풍한에 걸려 돌보다 보니 잠을 설쳐서 그런다.”곁에 있던 궁녀가 한마디 거들었다.“귀비마마께서는 십오황자를 돌보시느라 이틀 밤낮을 뜬눈으로 보내셨습니다. 상왕비마마, 어서 저희 마마를 조금만 쉬시라고 설득하여 주십시오.”서인경은 숙귀비의 차가워진 손을 꽉 잡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고모께서 건강하셔야 십오황자를 잘 돌보실 수 있습니다. 황자께서 앓고 계신데 고모님마저 쓰러지면 어찌하시려고요?”그 말에 숙귀비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한숨을 쉬었다.“다른 이에게 맡기기엔 마음이 놓이지 않아. 다행히 열은 내렸고 태의도 며칠만 쉬면 회복된다 하더구나. 난 너무 걱정 말거라. 상왕이 네게 금족령을 내렸다 하던데, 너는 괜찮은 게냐?”원주인은 늘 이렇게 가족들에게 걱정만 끼치는 존재였다.서인경은 애써 활짝 웃으며 답했다.“금족령이 아니라, 사실은 제가 단가의 외아들을 좀 때렸는데 그쪽의 보복을 걱정하셔서 그렇게 말한 것뿐입니다. 사실은 잘 먹고 잘 잤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그게 참말이냐?”숙귀비는 여전히 의심스러운 눈치였다.“아버지도 경성에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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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그런데 걸음을 떼자마자 발이 미끄러지며 그대로 호수로 빠져버릴 뻔했다.“악!”단은설은 겁에 질린 비명을 지르며 호숫가에 있는 나무를 붙잡았다.발밑에는 디딜 곳이 없었지만, 험한 일 한번 해본 적 없는 부잣집 아씨가 얼마나 버틸지는 예측할 수 없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단은설은 점점 손에 힘이 빠지는 것을 느꼈다.서인경은 겁에 질린 그 모습을 바라보며 당시 맹은영이 얼마나 절망적이었을지 생각했다.“사… 살려줘….”서인경은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내가 그렇게 인심 좋은 사람으로 보이니?”“사… 살려줘….”서인경은 가져온 간식을 꺼내 입에 베어물며 말했다.“근처에 사람이 없으니 목이 터져라 소리쳐도 아무도 널 구해주지 않을 거야.”단은설은 욕설을 퍼붓고 싶은 충동을 꾹 참으며 간절히 애원했다.“인경아, 맹은영은 내가 민 게 아니야. 네가 오해한 거야. 제발 나 좀 잡아줘.”서인경은 간식을 입안에 넣으며 시큰둥하게 대꾸했다.“내가 맹 소저의 복수를 대신해준다고 말한 적은 없는데? 난 그저 여기서 부군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라니까?”단은설은 점점 손가락에 힘이 풀리자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인경아, 살려… 살려줘….”“언니!”그들을 뒤따라온 단여월이 달려와서 단은설의 손목을 잡았다.“언니, 조금만 버티세요. 곧 사람이 올 거… 악!”첨벙.서인경은 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발을 들어 둘을 그대로 호수에 빠뜨려 버렸다.얇은 얼음층은 두 사람의 중량을 감당하지 못하고 그대로 부서졌다.눈이 내린 다음날이었기에 서왕부의 호숫물과는 비교도 안 되는 온도였다.궁인들이 소리를 듣고 달려와서 그들을 건져올렸을 때, 서인경은 이미 유유히 자리를 뜬 후였다.황후궁은 재빨리 태의를 불러왔다.분위기가 어수선해지자 사람들도 꽃구경을 멈추고 내전으로 몰려들었다.그 중, 성급히 탕약을 들고 들어서던 궁녀가 누군가의 어깨와 부딪치며 몸이 앞으로 기울었다.탕약이 쏟아지려는 순간, 서인경은 재빨리 그것을 잡고 한손으로는 궁녀를 잡아주었다.“조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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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서인경이 담담한 어투로 되물었다.“그 사고가 소저들과 관련이 있다는 말인가?”“이닙니다. 당연히 아니지요.”서인경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그거 보게. 소저들과 관련이 없는데 내가 왜 굳이 소저들에게 보복을 해야 하지?”단여월은 화가 침일어 견딜 수 없었다.단은설은 안심하라는 듯이 그녀의 팔목을 잡고는 눈물을 쥐여짜며 입을 열었다.“황후마마, 저희가 부주의로 물에 빠진 것인데 여월이가 상왕비를 오해한 듯합니다. 송구하옵니다, 마마.”‘역시 불여시야. 굽힐 때를 알아.’단은설은 증거가 없다는 것을 알기에 더 고집을 피우다가는 오히려 의심을 살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러나 서인경 입장에서는 참으로 까다로운 상대였다.‘원주인은 전생에 저런 인간에게 당했으니, 너무 멍청했다고 볼 수는 없겠네.’결국 그렇게 꽃구경은 하지도 못하고 끝나게 되었다.양쪽 모두 문제삼는 것을 원하지 않으니 황후도 딱히 추궁할 생각이 없었다.“폐하께선 언제쯤 오실 거라 하셨느냐?”“방금 서재를 나서셨다고 하니, 곧 도착하실 겁니다.”황후가 단씨 자매를 보며 말했다.“어서 가서 옷을 갈아입지 않고 뭣들 하느냐?”이번 일정은 황후가 특별히 두 자매를 위해 준비한 것이었다. 이런 장소에서 재능을 선보일 기회는 많지 않기에, 단여월도 더 이상 따지지 않고 다급히 내전으로 향했다.이때, 대전 밖에서 전갈이 들려왔다.“황제폐하 납시오! 상왕 전하 납시오! 대황자 전하 납시오!”서인경은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세 사람이 함께 대전으로 들어오고 있었다.사람들은 분분히 자리에서 일어나 황후와 함께 예를 올렸다.“폐하께 문안드립니다!”황제는 사람들에게 일어나라 명한 뒤, 황후와 함께 상석에 앉았다.서인경은 공손한 자세로 다가가서 연기준의 옆에 자리했다.다른 사람들도 각자 자리를 찾아 앉았다.궁인들이 수라상을 올리기 시작하자 황제가 입을 열었다.“황후, 짐이 오기 전에 무슨 얘기를 하고 있었지? 오늘 다과회 겸, 꽃구경을 한다 들었는데 뭐 재미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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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폐하, 신첩은 안시도 부군의 곁을 떠나고 싶지 않사옵니다. 그러니 신첩도 부군과 동행하게 해주시옵소서.”술잔을 들고 있던 연기준의 눈빛이 파르르 떨렸다.그는 담담한 표정으로 서인경에게 눈길을 돌렸다.황제가 난감한 듯, 그에게 의중을 물었다.“상왕, 네 의견은 어떠냐?”연기준은 천천히 잔을 내려놓고는 말했다.“안사람이 고생이 두렵지 않다면야, 허락해 주십시오.”그 말에 황제가 호쾌한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역시 외부의 소문은 믿을 것이 못 돼. 상왕도 보니까 왕비와 멀리 떨어져 있기 싫은 모양이더구나.”두 사람은 아무도 그 말에 대해 해명하지 않았다.황제가 반대의사를 보이지 않으니 서인경은 일이 성사된 거로 간주하고 일어나서 자리로 갔다.누군가의 따가운 시선이 느껴져서 고개를 들어 보니 그녀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대황자와 눈이 마주쳤다.시선을 들킨 대황자는 자연스럽게 술잔을 들며 입을 열었다.“이주의 백성을 위해 고생하실 숙부님과 숙모님을 생각하니 감개가 무량합니다. 두 분의 일정이 순조롭기를 기대하겠습니다.”연기준도 잔을 들었다.“감흡할 따름입니다, 대황자.”서인경도 따라서 잔을 들었다.모든 게 이상하리만치 순조로웠다.그녀는 어쩐지 대황자의 시선이 마음에 걸렸다.술잔이 적당히 오갈 무렵, 연회가 시작되었다.단가의 자매들은 처음 입궁하는 거라 만반의 준비를 하고 온 모양이었다.황후는 그들이 황제 앞에서 좋은 인상을 남기게 하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고, 그렇게 두 자매 중 한 사람은 거문고를 연주하고 한 사람은 춤을 선보일 수 있게 되었다.경성 제일재녀라는 칭호를 갖고 있는 단여월은 자신만만한 얼굴로 대전 중앙에 자리했다.낙수 사고로 인해 안색이 약간 창백한 것 말고는 흠잡을 데 없는 미모였다.서인경은 속으로 시간을 헤아리며 묘한 웃음을 지었다.유유하게 거문고를 연주하던 단은설의 안색이 갑자기 하얗게 질리며 연주가 중단되었다.곧이어 조용해진 대전에 고약한 냄새가 진동하기 시작했다.사람들은 분분히 코를 틀어막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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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넌 내 사람이다. 내가 내 사람 하나 지키지 못할 것처럼 보이냐?”“그럼 왕야께만 기대란 말씀이십니까?”서인경은 가소롭다는 듯이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그럼 왕야께서는 제 할아버지와 고모, 십오황자, 그리고 서씨 가문의 수십 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다 지켜주실 수 있으십니까? 언젠가 대황자께서 즉위하고 황권을 강화하기 위하여 저희 가문을 제거하려고 하면, 그때도 지금처럼 자신 있게 지켜준다 말할 수 있으십니까?”입은 웃고 있었지만 연기준은 티 없이 맑은 그 눈에서 비통함을 보았다.순간 가슴이 뭔가에 찔린 듯 아파왔다.그가 잠시 넋이 나간 사이, 서인경은 시선을 돌려버렸다.그러고는 가림막을 열고 마부에게 말했다.“저기 앞에서 차 좀 세우거라.”연기준은 인상을 쓰며 그녀에게 물었다.“어딜 가려는 게냐?”예전의 그녀라면 어딜 가든지 조심스레 그에게 허락을 구하러 다녔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지금의 서인경의 생각을 읽을 수 없었다.뭔가가 통제를 잃어가는 기분은 별로 좋지 않았다.서인경이 말했다.“맹국공부로 갑니다. 오늘 연회에도 안 나와서 몸상태가 어떤지 한번 보고 오려고요.”연기준이 반대의 말이 없자, 마차는 재빨리 길목에서 차를 세웠다.가림막을 열고 마차에서 내리려던 서인경은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그에게 말했다.“그동안 왕야께서 할아버지를 도와 서가군을 안정시키신 걸 알고 있습니다. 왕야께서는 할 만큼 하셨어요. 제 부모님의 은혜는 이미 다 갚으셨다고 봅니다. 만약 이번에 무사히 이주에서 돌아온다면 이혼을 허락해 주십시오. 왕야께서는 더 이상 서씨 가문의 미래까지 어깨에 짊어지실 필요는 없습니다.”말을 마친 그녀는 재빨리 마차에서 내렸다.연기준은 뒤도 안 돌아보고 떠나는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표정이 음침하게 굳었다.맹국공부.맹은영은 난로 옆에 앉더니 귤 한 알을 서인경에게 건넸다.“남방에서 흑마로 운송해왔습니다. 경성 시중에는 팔지도 않는 귀한 것이니 어서 드셔보세요.”서인경은 껍질을 발라 한쪽을 입에 넣어보고는 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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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왕부로 돌아온 서인경은 저녁을 대충 때우고, 혈흡충의 치료법과 예방법을 연구하는 일에 매진했다.그녀가 기억하는 21세기의 세상에서는 이런 재난을 경험한 적이 없었지만 역사책에서는 이 질병에 대해 읽은 적 있었다.‘미리 대비해야 해.’그녀가 기억을 더듬어 처방전을 연구해내기까지 무려 3일이 걸렸다.오늘은 출발하는 날이었다. 서인경은 출발 시간에 맞춰 왕부의 대문을 나섰다.그러던 그녀는 대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두 명의 호위와 말 세 필을 보고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수백 인이 함께 떠난다고 하지 않았느냐?”호위 중 한 명이 공손하게 답했다.“어젯밤에 이주 현지 관료들이 백성들에 대한 안치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폭동이 일어났다는 전갈을 받았습니다. 왕야께선 날이 밝을 때까지 기다릴 시간이 없다고 판단하시어 먼저 출발하시면서 저희 두 명에게 왕비마마의 호송을 명하셨습니다.”서인경은 두말없이 말에 올라탔다.“가자.”평소에 까탈스럽기로 소문난 상왕비에게 한소리 들을 각오를 했던 호위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로를 번갈아보았다.서인경은 넋을 놓고 있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물었다.“더 고할 게 남았느냐?”“아… 아닙니다! 그럼 바로 출발하겠습니다!”평이는 잔뜩 울상을 지으며 보따리를 서인경에게 건넸다.“마마, 꼭 안전에 주의하시고 하루빨리 돌아오십시오. 소인은 그 동안 간식들을 잘 연구해서 돌아오시면 꼭 드실 수 있게 하겠습니다.”서인경은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네가 이렇게 말하니까 갑자기 안 가고 싶어지는구나…”그 말을 들은 평이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마마….”“어허!”서인경은 다급히 그녀의 말을 끊고 한참을 위로해 준 뒤에야 평이를 안으로 돌려보낼 수 있었다.비록 원주인은 성격이 포악하긴 했지만 꽤 건강한 몸을 가지고 있었다.할아버지와 부모님 모두 전장을 누비던 장군들이니 그들의 딸인 그녀도 말 타는 재주만큼은 뛰어났다.세 사람은 밤낮을 달려 드디어 다음 날 점심에 연기준의 대오를 따라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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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밤중이 되어 거처로 돌아온 연기준은 등불 아래에 펼쳐진 이주 지도를 보고 잠시 발걸음을 멈추었다.위에는 성 안의 배수로의 방향과 우물의 위치가 표기되어 있었다.거기에 괴상한 글씨체로 온갖 낙서를 그려놓았는데 그 옆에도 비슷한 글씨체로 쓰인 낙서가 여러 장이나 있었다.그런데 골조 하나가 빠진 것 같은 글씨체가 뜻을 이해하는 데는 딱히 문제가 없다는 점이 더 이상했다.연기준은 대략적으로 쓰여진 내용을 파악할 수 있었기에, 묘한 눈빛으로 침상에서 잠든 그녀의 얼굴을 빤히 응시했다.다음 날, 연기준은 이곳에 와서 오랜만에 단잠을 자고 있는데 날이 밝기도 전에 문밖에서 연풍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왕야, 큰일났습니다. 아침에 주민 여러 명이 고열과 설사에 배가 점점 부풀어 오르는 증세를 호소하였습니다. 일반적인 풍한은 아닌 듯 보입니다.”연기준은 번쩍 눈을 뜨고 침상을 내려갔다.그러자 서인경도 벌떡 일어나 옷을 갈아입으며 창밖에 대고 말했다.“증세를 들어보니 혈흡충 역병인 것 같구나. 전염이 될 수 있으니 증세를 보이는 백성들을 성동에 있는 사찰로 데려가고 사람을 시켜 성 안 곳곳에 쑥과 웅황(雄黃: 고대에 염증 치료에 많이 사용된 약재)을 태워 소독을 진행해야 한다. 내가 곧 갈 터이니 장졸들에게도 대비하라고 전하거라.”마치 미리 준비라도 한 듯이 침착하고 조리 분명한 말투였다.연기준은 어제 저녁에 봤던 지도를 떠올리고 그녀의 팔목을 붙잡았다.“너는 역병이 발생할 것을 미리 알았던 것이냐?”서인경은 당당하게 미리 준비해둔 대사를 읊었다.“큰 자연재해가 일어난 후에는 역병이 따릅니다. 선조들께서 전해주신 소중한 경험인데 미리 예상한 것이 그리 이상한 일입니까?”연기준은 당연히 그녀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았다.서인경은 문을 나서기 전, 탁자 위에 놓인 것을 가리키며 말했다.“이건 제가 쓴 역병 퇴치 방법입니다. 이번 한 번만 저를 믿어주십시오.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겠다고 약조하겠습니다.”연기준은 진작에 그 내용에 대해서 알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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