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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3화

Penulis: 코코넛 서고
이것은 연극도 아니고 모의 훈련도 아니었다.

실로 칼과 창이 부딪히는 진짜 전장, 피 흘림과 죽음이 함께하는 땅이었다.

서인경은 알았다. 지금은 결코 자신이 앞에 나서서 존재감을 드러낼 때가 아니라는 것을. 행군 도중, 그녀는 연기준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왕야… 가는 길에 혹여 제가 잘못한 것이 있으면 꼭 일러주셔야 합니다. 전장에 이르면 서가군은 왕야께 맡겨 지휘하게 하겠습니다.”

장졸들의 목숨을 걸고 장난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연기준은 곁눈질로 그녀를 가볍게 훑어보며 담담히 입술을 열었다.

“내가 보기엔 네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이 잘못되었다.”

서인경은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제가 어디서 틀렸다는 것입니까?”

연기준은 태연히 대꾸했다.

“너를 위해 마차를 준비했거늘 어째서 타지 않는 것이냐?”

서인경도 마차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이 군의 주력 장수인데 여인네처럼 마차에 틀어박혀 간다면 대장부의 기개를 잃은 꼴이 되어 장졸들이 가벼이 여길 것이 뻔했다. 전장에 들어서도 그렇게 움츠러들 수는 없었다.

그녀는 기억했다. 예전에 조부와 부친을 뵈었을 때 언제나 장엄한 풍모로 대열 맨 앞에서 말을 타던 모습을. 그것이야말로 장졸들의 사기를 북돋우는 위풍당당한 자태였다.

서인경은 눈길을 곧게 전방에 고정한 채 단호히 말했다.

“저는 군의 주력 장수입니다. 어찌 고개를 움츠린 거북이처럼 있을 수 있겠습니까?”

연기준은 코웃음을 흘리며 비웃음 섞인 소리를 냈다.

그러자 서인경은 홱 고개를 돌려 그를 노려보았다.

“그건 무슨 뜻입니까?”

뒤따르던 봉한설이 재빠르게 말을 보탰다.

“왕야의 말씀은 그토록 아름다운 거북은 본 적이 없다는 뜻이지요.”

서인경은 그제야 마음이 풀려 분노 대신 미소를 지어 보였다.

봉한설의 종군 문제에 관해 서인경은 본래 그녀를 경성에 남겨 두고 싶어 했다. 그 편이 훨씬 안전했으니.

그러나 무슨 수를 썼는지, 그녀는 연기준을 설득해 그의 입을 통해 허락을 얻어냈다.

결국 서인경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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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간을 거슬러   제730화

    소위 말하는 내연녀라는 표현 역시 서인경이 처음 가르쳐 준 말이었다. 맹은영은 이제 그 말을 제법 입에 붙여 쓰고 있었다.서인경은 난처한 듯 그녀를 흘끗 보았다.“사내가 정말로 바람을 피우고 싶어 한다면 그 상대가 누군지는 그들에게 중요하지 않네. 그러니 내연녀를 찢어 봐야 소용없지. 후환을 완전히 끊고 싶다면 먼저 사내부터 찢어야지 않겠는가? 이 방법, 그대도 잘 배워 두시게.”“쯧.”맹은영은 못마땅하다는 듯 혀를 찼다.“제가 그런 걸 왜 배웁니까? 저는 평생 시집도 안 갈 건데요.”그제야 서인경은 맹은영이 한때 대황자부에 시집가지 않기 위해 스스로 궁사점을 없애고 평생 혼인하지 않겠다고 맹세했던 사실을 떠올렸다. 물론 그때는 궁지에서 나온 임기응변이었지만 정말로 마음을 나눌 사람을 만난다면 서인경은 그녀가 행복해지길 바랐다.다만 맹은영이 정말로 개의치 않는 것인지, 아니면 어떻게 해도 소용없다는 걸 알아서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과거를 꺼내는 그녀의 말투는 지나치게 가벼웠다.“궁사점도 없으니 어느 사내도 저를 원하지 않겠지요. 한데 저도 맹국공 집안 권세나 노리는 속물 남자들은 질색입니다. 외삼촌께서 그러시더라고요. 저 혼자 잘 살라고 큰돈을 남겨 두셨답니다. 조카들 역시 장차 제가 늙으면 자기가 모시겠다고 서로 나서고 있고요. 나중에 나이가 들면 폐하나 황후께서도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실 테니 그땐 제가 뭘 하든 간섭할 사람도 없습니다. 돈이 있으니 영앤핸썸인 사내들이야 마음껏 즐기면 그만이지 않겠습니까?”영앤핸썸이라는 표현 역시 서인경이 알려 준 말이었다. 21세기 출신인 서인경도 맹은영의 이 같은 발상을 진심으로 존경했다. 담력도 있고 계산도 빠른, 그야말로 본받을 만한 인물이었다.더 말할 것도 없이 곁에 있던 연풍과 평이, 봉한설은 그저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중 서인경과 봉한설은 질투 섞인 부러움이었고 연풍과 평이는 말 그대로 충격이었다.“그, 그런 삶도 가능한 겁니까?”“맹 아가씨는 정말로 세상 이치를 벗어나 계십니다.”

  • 시간을 거슬러   제729화

    그 유모는 태황태후가 직접 붙여 보낸 인물로 유가영을 돕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감시하기 위해 파견된 사람이었다. 이전에도 그녀는 자주 연도현에게 들여보내질 여자들을 감시하러 보내졌었다. 도중에 겁을 먹고 물러서려는 이들을 다루는 일쯤은 이미 손바닥 보듯 익숙했다.“태황태후께서 뒤에 계시는데 아가씨께서는 무엇을 그리 걱정하십니까? 정말 이대로 돌아가실 셈이신가요? 상왕을 잡지 못한다면 유 가는 태황태후께 아무 쓸모 없는 집안이 됩니다. 유 아가씨께서는 잘 생각해 보십시오. 유 상서께서 아가씨에게 과연 얼마나 더 인내심을 가질 것 같습니까? 듣자 하니 유 상서께서는 이미 화류병(花柳病: 성병)에 걸린 승상의 아들을 사위로 삼아 적출인 큰아들에게 앞길을 열어 주려 한다고 하더군요. 잘 생각하셔야 합니다. 병든 남자에게 시집가 후반생의 행복을 통째로 망칠 것인지, 아니면 이곳에 남아 상왕비의 자리를 위해 한 번 크게 걸어볼 것인지.”선택지의 격차가 클수록 그 유혹은 더 치명적이었다. 유가영은 돌아가 맞닥뜨릴 자신의 운명을 떠올리자 온몸이 저절로 떨려왔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유모 말씀을 따르겠습니다. 저는 남겠습니다. 상왕비의 자리를 위해, 한 번 끝까지 가 보겠습니다.”유모는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여 당부했다.“반드시 성공할 겁니다. 그때가 되면 이 자리가 누구 덕분인지 잊지 마세요. 태황태후께서 아가씨를 이 자리에 올려놓으신 겁니다. 베갯머리에서 불어넣을 말이 무엇인지는 아가씨께서도 잘 아실 거라 믿습니다.”유가영은 즉시 충성을 표했다.“염려 마세요, 유모. 태황태후의 은혜는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앞으로는 모두 태황태후의 뜻을 따르겠습니다.”어둠 속에 숨어 있던 무현은 입에 나뭇가지를 물고 소리 없이 비웃음을 흘렸다. 사람들이 자리를 떠난 뒤에야 그는 엉덩이를 툭툭 털고 일어나 연기준에게 보고하러 향했다.사신 길에 오른 도중, 연기준이 침상에 기어오른 여인을 거의 죽일 뻔했다는 일은 순식간에 퍼져 나갔다. 중요한 소식은 늘 더디게

  • 시간을 거슬러   제72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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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간을 거슬러   제727화

    “그렇다면 상왕의 일은 어떻게 할 셈이냐? 너는 분명 나에게 약속했다. 가영이를 상왕부에 들이겠다고. 나는 더 이상 서인경이 저렇게 기고만장하게 구는 꼴은 참을 수가 없구나!”황제는 난처한 듯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황조모, 아홉 째 아우의 성품을 누구보다 잘 아시지 않습니까? 이 일은 서두를 수 없습니다. 가영은 이미 사신단에 끼워 보내지 않았습니까? 아홉 째 아우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지는 전적으로 그 아이에게 달린 문제입니다. 부부 사이의 일은 결국 아우가 원해야 가능한 법이지요.”태황태후가 가장 답답해하면서도 어쩔 수 없다고 느끼는 지점이 바로 그것이었다. 기어이 연기준이 경성을 떠나게 만들었건만 정작 서인경을 어찌할 방법은 여전히 없었던 것이다.연기준은 은밀히 맹국공부와 서왕부를 움직여 서인경의 든든한 후견으로 세워 두었다. 그가 그녀에게 마음을 둘수록 태황태후의 살기는 오히려 더 짙어졌다. 심혈을 기울여 길러낸 상왕이 서 씨 집안 여인 하나에 휘둘리게 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상왕부에서 이 소식을 들은 서인경은 한동안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앉아 있었다.반면, 곁에 있던 맹은영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정말 잘 됐습니다! 궁에 황귀비가 하나 더 생겼으니 단은설이 이제 함부로 설치지 못하겠지요.”하지만 서인경은 조금도 웃지 못했다. 그녀는 짐작하고 있었다. 신비가 이 자리에 오르기까지 분명 마음을 거스르는 선택을 했을 거라는걸.욕심 없던 사람이 갑자기 다투기 시작했다는 건 대개 더는 물러설 곳이 없다는 뜻이었다.소설 속에서는 온순한 인물이 흑화 했다며 통쾌하게 소비되겠지만 정작 그 자리에 선 사람이 얼마나 많은 것을 삼켜야 했는지는 묻지 않는다.날이 완전히 어두워지기 전, 연기준은 사신단을 따라잡았다.그날 하루 마차 안의 사람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밤이 내려앉고, 마차가 역참 뒤뜰로 들어섰을 때 연기준과 체격이 흡사한 한 사내가 내리더니 곧장 암위들의 무리 속으로 섞여들었다.그 시각, 연기준은 막 역참의 방

  • 시간을 거슬러   제726화

    단은설은 분이 폭발해 침궁의 물건을 죄다 집어던졌다. 갓 떠온 따끈한 피 한 그릇이 그 자리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는데 그 존재가 오히려 그녀를 비웃는 것 같았다.그 시각, 황후는 자신의 침전에서 태연히 향로에 향가루를 한 줌 더 올리고 있었다. 후궁의 일이란 어느 것 하나 그녀의 눈을 피할 수 없었다.“저 황귀비, 어리석기 짝이 없군. 자업자득이지, 뭐.”곁에서 서 있던 유모도 맞장구쳤다.“마마께서는 분별이 밝으십니다. 후궁이라는 곳에 영원한 총애가 어디 있겠습니까? 이때 아픈 척 몸을 사리시는 게 가장 현명합니다.”황후는 향로 뚜껑을 덮고 유모의 부축을 받으며 침상에 몸을 기댔다.“내가 병든 체하는 건 모두 황자 때문이다. 폐하께서는 아직도 아이를 풀어주지 않는다 했지? 이번 일은 정말로 역린을 건드린 모양이야. 괜히 나서서 계속 구명해 봐야 괘씸죄만 쌓일 뿐이지. 차라리 폐하 앞에서 잠시 사라지는 편이 낫다. 곧 후궁이 황귀비 때문에 사달이 나기 시작하면 폐하께서도 다시 나를 찾을 테니까.”유모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마마께서는 어찌 그리 현명하신지요.”그러나 황후는 그 말에 그다지 기뻐하지 않았다. 침상에 기대어 눈을 감자 속에서 피로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대황자가 갇힌 이후로 그녀는 늘 기운이 모자랐다. 아침에 머리를 빗다가 하얀 새치 몇 올을 발견했을 때 폐하가 더 이상 이곳을 찾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문득 알 것 같기도 했다.그녀는 후궁에서 평생을 조심하며 살았다. 하 씨의 영화를 위해, 폐하의 총애를 위해, 그리고 아들의 태자 자리를 위해 힘껏 버티고 견디며 싸웠다. 하지만 끝에 다다르니 손에서 빠져나가는 것만 늘어나는 듯했다.비록 지쳐도 포기할 권리는 그녀에게 없었다. 황가란 원래 그런 곳이니까. 총애를 잃는 순간, 곧 제물로 전락한다.황후는 다시금 눈을 뜨고 곧추앉았다.“내일부터 가이를 들여 병시중을 들게 하거라. 단여월은 궁에 들어온 지 꽤 됐건만 배에 아무런 기척도 없지 않으냐? 급할 때 보탬이 되기는커녕 사고만

  • 시간을 거슬러   제725화

    신비는 아이의 머리를 가만히 쓸어올리며 흐뭇하게 미소 지었다.“네 어머니께서 너를 참 잘 가르치셨구나.”신비가 떠나자, 열다섯 째 황자는 곧장 열일곱 째 황자와 열여덟 째 공주를 자신의 침전으로 데려갔다.“신비 마마께서 돌아오실 때까지 우리 셋은 한데 모여 있는 거야.”열일곱 째 황자는 이미 철이 들어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열여덟 째 공주는 두 오라버니와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신이 났는지 환하게 웃어 보였다. 아이 셋이서 한데 모여 놀고 있을 때, 문득 익숙한 그림자가 조용히 들어섰다. 유모는 문턱을 넘자마자 열다섯 째 황자를 찾듯 눈을 고정시켰다. 그 시선을 감지한 듯, 열다섯 째 황자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한 번 스쳤을 뿐인 얼굴인데도 어딘가 아련하게 익숙했다.유모는 너무 오래 주인에게 시선을 고정한 탓에 늙은 유모에게 바로 꾸지람을 들었다.“아랫사람이 주인을 똑바로 보는 건 무례다!”꾸중을 들은 유모는 서둘러 고개를 숙이고 허둥지둥 부엌 쪽으로 몸을 피했다.사라지는 뒷모습을 바라보던 열다섯 째 황자의 마음은 묘하게 흔들렸다.“저 사람은 누구냐?”궁녀가 그의 시선을 따라가며 부드럽게 설명했다.“신비 마마께서 특별히 데려온 분입니다. 세 분의 수라를 맡는 사람이지요. 황자께서는 그녀를 운 유모라고 부르시면 됩니다.”“운… 유모?”열다섯 째 황자는 모퉁이 너머로 사라진 그림자를 한참이나 바라보며 속삭였다.어서재.그날 밤, 황제는 단은설의 패를 들고 있었다. 그때, 경사방(敬事房: 궁중에서 황제의 후궁과 궁녀의 관리, 일상적인 부부생활 관련 업무를 전담한 환관 조직의 핵심 부서) 태감이 물러나기도 전에 또 다른 태감이 급히 들어와 알렸다.“신비 마마께서 뵙기를 청합니다.”황제의 놀라움은 낮에 서재에서 연기준을 보았을 때만큼이나 컸다.“들게 하거라.”황제가 막 상소문을 내려놓았을 때, 눈부신 여인이 고개를 숙인 채 문으로 들어섰다. 찬란한 비단 옷이 몸 선을 따라 흘렀고 두 아이를 낳은 몸이라곤 전혀 믿기지 않을 만큼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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