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와서 보니 연기준도 꼭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어쩌면 그녀가 한 번만 먼저 다가갔더라면 진작에 상왕비가 되었을지도 몰랐다.서인경은 자신이 짊어진 원한이 이미 대부분 소멸되었다는 걸 아직 알지 못했다.그때, 예정연의 말이 들리자 서인경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예정연이 옷을 벗은 건 알고 있었지만 연기준이 그녀를 속여 옥패를 빼앗은 일은 정말 몰랐다. 그가 말해준 적이 없었으니까.“본왕은 공주에게 손가락 하나 댄 적 없습니다. 당신 야랑국에는 남자가 그리도 없는 것입니까? 공주를 우리 진국까지 보내 없는 사실을 지어내며 유부녀 남편을 뺏으려 들다니요.”연기준은 진심으로 화가 나 있었다. 그리고 틀린 말도 아니었다. 그날 밤 옷을 벗은 것도, 몸을 들이댄 것도 모두 예정연이 먼저였으니까. 그녀는 자신의 몸 안에 희태비의 심장이 있다는 걸 보여주며 연기준의 시선을 끌기 위해 한 짓이었다.예정연의 얼굴은 울분으로 붉게 달아올랐다. 말 한마디조차 제대로 못하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된 꼴이었다. 어찌 되었든 이런 일은 항상 여자가 손해를 보기 마련. 하물며 연기준처럼 딱 잘라 부정하는 남자에게는 더욱 통하지 않는 수법이었다.그녀는 예정훈의 손목을 잡아당겼다.“태자 오라버니, 제가 이런 모욕을 당하고 있지 않습니까? 오라버니께서 저를 위해 나서 주셔야죠!”예정훈은 머리가 쑤셔왔다. 감옥에 있는 그놈은 죽지 않고, 눈앞의 이 아이는 죽이면 안 되고.이번에 진국에 온 건 예정임이라는 화근을 뿌리뽑기 위한 것이었는데 뜻밖에도 골칫덩이 두 개를 더 얻었다.그의 시선이 서인경에게로 향했다. 다른 여자였다면 진작에 진국 황제를 압박해 예정연을 시집보냈을 것이다.하지만 상대가 서인경이기에 그럴 수 없었다.그는 표정을 굳힌 채 예정연을 향해 말했다.“우리 야랑국은 국력도 막강하고 너는 부황께서 가장 아끼는 딸이다. 부황께서는 애초부터 네가 타국에 시집가는 걸 절대 허락하지 않으신다. 그러니 얼른 마음을 접거라.”“그리고 어젯밤 일에 대해서는 상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