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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1화

Author: 코코넛 서고
예정연은 어려서부터 애지중지 사랑만 받고 자라 이런 모욕을 받아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야랑국에서는 수많은 미혼 남자들은 그녀를 흠모하여 무릎을 꿇고 청혼했었다.

그녀는 먼 길을 달려 진국까지 왔는데 이 상왕부에서 이렇게 연거푸 모욕을 당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연기준의 냉담함과 서인경의 몰지각함이 그녀를 극도로 분노하게 만들었다.

“말을 그렇게 추하게 하지 마세요. 도대체 누가 유혹했단 말입니까? 왕야께서 극진히 맞아들였는지 아닌지는 누구도 모를 일이지요. 문 닫아놓고 일어난 일은 왕야와 저만 압니다. 오늘 저는 왕야에게 답을 받으러 왔습니다. 왕야께서는 진국의 폐하께 조만간 청을 올려 이번 야랑국 행에서 저를 상왕부의 새 안주인으로 맞이하겠다고 하셨습니다. 당신 같은 퇴물 상왕비는 서둘러 짐이나 싸고 자리를 비우세요.”

문밖 구경꾼들이 술렁이며 정말 상왕부 안주인이 바뀌는 장면을 보는 듯했다.

이런 말을 서인경은 믿지 않았다.

아니, 설령 연기준이 그런 말을 했다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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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간을 거슬러   제1165화

    서인경은 생각을 이어갈수록 자신의 추측이 맞아떨어진다는 확신이 점점 강해졌다.“연강호는 나타난 이후로 단 한 번도 진짜 얼굴을 드러낸 적이 없어요. 처음에는 몸이 변이 돼서 햇빛을 견디지 못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온몸을 감싸고 다니는 거라고 생각했죠.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이유도 맞을 수 있지만… 혹시 또 다른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요? 얼굴 자체도 변해버렸을 가능성 말이에요.”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닌 존재. 그렇다면 얼굴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목울대도 없고 수염도 없다면 남자이면서 여자 같은 얼굴일까.서인경은 문득 아쉬움을 느꼈다.“그때 만수림에서 너무 빨리 도망쳐서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했어요. 만약 검은 옷을 벗었을 때 평범한 사람과 다를 게 없다면 우리가 알아보지 못할 수도 있겠죠.”연기준이 말했다.“황실 제사를 지낼 때, 연 씨 황실 역대 선조들의 초상을 본 적이 있다. 그 안에 연강호도 있었다. 한 번 더 본다면 알아볼 수 있어.”서인경의 추측은 다소 기이하고 자유로웠지만 연기준은 오히려 충분히 그럴듯하다고 느꼈다.“세상이 그런 괴물을 군주로 받아들이진 않을 거다. 네 말이 사실이라면 연강호에게는 반드시 자신을 대신해 나설 사람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은 혈연으로 이어진 자일 가능성이 크지.”혈연으로 이어진 사람이라면… 서왕비?서인경은 곧장 고개를 저었다.“그럴 리 없어요. 서왕비는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그분은 이미 당신과 제 신분이 평범하지 않다는 것도, 일불락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도 눈치챘을 거예요. 헌데 그 사실을 누구에게도 말한 적 없어요. 만약 다른 마음이 있었다면 당신이 황위를 차지했을 때 그걸 폭로하는 편이 훨씬 더 큰 타격이었을 거예요. 그때는 진국에 주인이 없었고 서왕이 황위에 오를 명분도 충분했을 테니까요. 저는… 서왕비가 연강호와 손을 잡을 이유를 도저히 떠올릴 수 없어요.”서왕비는 덕망이 높고 온화한 얼굴을 가진 사람이었다.그녀 같은 부인이 있었기에 서왕은 예전에 군권을 내려

  • 시간을 거슬러   제1164화

    맹국공과 수도에 있는 맹 가의 두 공자 역시 자신들의 보배 같은 딸을 해친 자를 결코 가만두지 않을 터였다.게다가 제씨 가문 또한 맹은영이라는 조카딸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아끼듯 키워온 집안이었다. 그녀에게는 든든한 버팀목이나 다름없었다.진방옥이 그 마음을 얻고자 한다면 피를 좀 보지 않고서는 어려울 것이다.연기준은 맹경운이 맹은영의 회임 사실을 알았던 날의 반응을 떠올리며 덧붙였다.“맹경운은 그 자리에서 진방옥을 거의 베어버릴 뻔했지.”그 장면을 떠올린 서인경은 속으로 진방옥을 위해 식은땀을 흘렸다.“진방옥… 잘 버텨야 할 텐데요. 만약 맹은영이 정말 억지로 당한 거였다면 산 위에서 그렇게까지 진방옥을 걱정하지 않았을 거예요. 그리고 저는 진방옥을 믿어요. 그런 짓을 할 사람은 아니니까.”그녀의 조금도 흔들림 없는 믿음에 연기준의 눈이 가늘게 좁아졌다.“악명 높은 자를 그렇게까지 믿을 수 있다고?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었길래 그렇게까지 감싸는 거지?”서인경은 그의 표정이 심상치 않음을 알아차리고 재빨리 말을 바꿨다.“그 사람을 믿는 건… 당신의 어릴 적 친구였기 때문이에요. 사람은 끼리끼리 모인다고 하잖아요. 당신이 이렇게 올곧은 사람인데 그도 크게 다르진 않겠죠. 그렇죠?”‘올곧은 사람’. 연기준은 그 말 한마디에 완전히 풀려버렸다.느슨해진 눈매를 보며 서인경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역시, 눈치 빠른 게 살길이었다.속 좁은 남자는 건드리기 참 어려운 존재였다.진방옥과 맹은영이 걱정되긴 했지만 이미 두 사람은 수도로 돌아간 뒤였다. 지금의 그녀로서는 손을 쓸 방법이 없었다. 다만 진방옥이 사위로서의 진심을 제대로 보여주기를 바랄 뿐이었다.부디 그 좋은 여자를 헛되이 하지 않기를.두 사람은 침상에 나란히 누운 채, 앞으로의 일을 다시 상의했다.요동의 일은 일단락되었다. 나라와 나라 사이의 큰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다.그러나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납치된 아이들이었다.그리

  • 시간을 거슬러   제1163화

    특히 서인경은 연달아 두 번이나 푹 잠을 자고 나니 기운이 넘쳐났다. 마치 그동안 쌓인 피로가 단숨에 사라진 느낌이었다.그녀가 바깥 상황을 묻자 연기준은 하나하나 차근차근 설명해 주었다.“금수 대장공주는 돌아가 봐야 조정에서 좋은 꼴을 못 본다는 걸 알고 아예 숨어버렸다. 평이가 소식을 전해왔는데 금수 대장공주가 또래의 여인 하나와 함께 노무림으로 들어가는 걸 봤다고 하더군.”노무림.진국과 요동 국경에서 동쪽으로 팔십 리 떨어진 깊은 산중의 울창한 숲이었다.지금 평이는 그곳에 잠복해 서인경이 합류하기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었다.그러나 서인경의 다음 계획은 납치된 아이들을 구출하는 것이었다.“또래의 여인이라면… 야랑국 덕비인가요?”연기준이 고개를 끄덕였다.“평이가 초상을 그려 보내왔는데 내가 보기엔 맞는 것 같다.”서인경은 예상 밖이라 느끼면서도 어딘가 납득이 가는 일이기도 했다.“금수 대장공주는 아마 오래전부터 덕비와 손을 잡고 있었겠네요.”금수 대장공주. 진짜로 태어나길 황족으로 태어난 사람이었으면서 그 좋은 패를 스스로 망쳐버린 셈이었다.연기준의 입을 통해, 서인경은 바깥에서 벌어진 모든 상황을 전해 들었다.맹경운이 대군을 이끌고 요동의 도성을 점령했고 요동 황제로 하여금 지난 십오 년의 음모를 인정하게 만들었다. 동욱촌 학살 역시, 요동 측이 주도한 것임을 자백했다고 한다.목적은 단 하나, 진국이 도의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서게 만들어 스스로 영토를 내놓고 배상하게 만들기 위함이었다.다만 요동 황제는 이 모든 죄를 전부 금수 대장공주에게 떠넘겼다. 이제 세상 사람들은 모두 알게 되었다. 요동으로 시집간 지 오래인 금수 대장공주가 여전히 마음속으로는 진국의 황위를 탐하고 있었다는 것을.요동 황제의 묵인 아래, 요동 백성들 또한 하나같이 그들의 황후를 비난했다.황후가 제 자리를 지키지 못했기 때문에 진국군이 도성까지 밀고 들어오게 되었다는 것이었다.정작 요동이 오늘날까지 유지될 수 있었던 공이 모두 금수 대장공주에게 있었다는

  • 시간을 거슬러   제1162화

    “촌장 할아버지, 과부가 뭐예요?”“촌장 할아버지, 우리 어머니가 그러는데, 그걸 바람났다고 한대요.”“촌장 할아버지, 누님은 왜 형님을 따라간 겁니까? 형님이 너무 잘생겨서 그런 겁니까?”꼬막이가 질문을 던질 때마다, 촌장은 곧장 돌아서서 싱글벙글 웃으며 대답해 주었다.대답을 들은 꼬막이는 더욱 신이 나서 끼어들었고 이야기가 오가며 식당 안은 점점 떠들썩해졌다.결국 이 자리에서 가장 말을 많이 하는 건, 촌장과 꼬막이였다.그러다 연기준이 젓가락을 내려놓고 꼬막이의 그릇에 아직 절반이나 남은 밥을 보더니 얼굴을 굳혔다.“밥을 먹으면서도 입이 그렇게 안 다물어지느냐?”촌장은 그 기색을 눈치채자마자 몸을 홱 돌려 자기 앞에 남아 있던 반 그릇의 밥을 황급히 입에 밀어 넣었다.‘큰일 났다, 말이 너무 많았군.’딱, 수업 시간에 딴짓하다가 선생님한테 들킨 학생 같았다.촌장이 연기준을 두려워하긴 했지만 다음에도 또 그럴 생각이었다.그저 식사 분위기가 너무 답답해서 꼬막이라도 좀 즐겁게 해주고 싶었을 뿐이었다.덕분에 꼬막이는 잔뜩 들은 이야기로 기분이 한껏 들떠 있었다. 남은 반 그릇의 밥도 금세 싹 비워버렸다.식사가 끝나자 연기준은 음식이 담긴 그릇을 들고 방으로 올라갔다.그 손에는 약탕 한 그릇도 함께 들려 있었다.서인경은 깊이 잠든 상태는 아니었기에 기척을 느끼고 곧 눈을 떴다.“넌 며칠이나 아무것도 못 먹었다. 우선 조금이라도 먹어두거라.”서인경은 침상에 몸을 일으켜 앉았지만 아직 정신이 또렷하지는 않았다.그러나 배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났고 연기준의 말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고 있었다.그녀는 그릇을 들고 죽을 떠먹으면서 슬쩍 연기준의 얼굴을 흘겨보았다.“그 부생… 꽤 매력적으로 생겼던데요.”연기준이 의미심장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그 여자가 어떤 맛인지는 모르겠지만 네가 어떤 맛인지는 알지.”갑작스러운 농담에 서인경은 마시던 죽을 거의 뿜을 뻔했다.“적당히 좀 해요!”연기준은 그녀의 두 볼이 저녁노을처럼 붉어진

  • 시간을 거슬러   제1161화

    부생은 이곳에 남기로 한 이상, 쉽게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그녀는 손을 뻗어 꼬막이를 안아 들려 했다.그러나 그 동작은 어딘가 부자연스러웠다. 훈련된 듯 지나치게 의도적이었다.그녀는 손이 나가기 전, 몸이 먼저 나갔다.“대황자 전하, 소녀가 함께 놀아드리는 건 어떠신지요? 폐하께서는 더 중요한 일을 하셔야 하시니까요.”하지만 그녀는 손을 뻗기도 전에 몸이 먼저 앞으로 쏠렸다. 연기준이 꼬막이를 끌어안고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연기준뿐만이 아니었다. 꼬막이 또한 분명히 뒤로 물러서는 기색을 보였다.부생은 허공만 움켜쥔 채,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얼굴에는 어색한 기색이 역력했다.연기준은 냉담한 눈으로 그녀를 내려다봤다.“지금 내게 가장 중요한 일은 부인과 아들을 곁에 두는 것이다. 쓸데없는 신경 쓰지 말거라.”그 말을 남기고 그는 몸을 돌려 식당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이층 난간 위.본래 내려가 꼬막이를 보려 했던 서인경은 마침 그 장면을 모두 목격했다.그녀는 가볍게 눈썹을 치켜올리며 흥미롭다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썩은 인연이란, 참 어디에나 붙어 다니는 법이네. 외모는 제법 사람을 홀릴 만한데 머리는 단은설보다 더 안 돌아가는군.”가볍게 웃음을 흘렸지만 그녀는 내려가지 않았다.방금 연기준의 반응을 그녀는 분명히 보았다.나쁘지 않았다. 부군이라면 마땅히 그래야 했다.다만 저런 골칫거리가 하나 섞여 있는 건 아무래도 거슬리는 일이었다.충분히 쉬고 나면 그 골칫거리는 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연강호 쪽도 아마 이미 기다리다 못해 조급해졌을 테니까.서인경은 연기준의 품에 안겨 얌전히 있는 꼬막이를 보고는 안심한 채 다시 잠을 보충하러 돌아갔다.*식당.이미 음식은 모두 차려져 있었다.며칠 동안의 식사는 모두 촌장 부부가 직접 준비했고 불은 촌장의 아들이 맡아 지폈다.음식이 모두 놓이자 사람들은 하나둘 자리에 앉았다. 봉한설과 연기준, 그리고 꼬막이는 가운데 식탁에 자리했다.부생, 호청, 연풍은 왼쪽 식탁에 앉았고

  • 시간을 거슬러   제1160화

    “가르칠 맛이 나는군.”연기준의 시선이 그녀의 붉게 물든 입술 위에 머물렀다. 그 눈빛은 깊고도 짙게 가라앉아 있었다.서인경이 물러설 틈도 없이, 그는 손에 들고 있던 하얀 수건을 던져버리고 몸을 뒤집어 다시 그녀를 눌러 담았다.이번에는 해가 완전히 저물 때까지 이어졌다.둥근 달이 창가로 떠올라 방 안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품에 안겨 곤히 잠든 서인경을 바라보던 연기준은 몸을 숙여 그녀의 이마에 조용히 입을 맞췄다. 그리고 이내 이불을 젖히고 일어나 옷을 갖춰 입은 뒤 방을 나섰다.밖은 2층짜리 객잔이었다.지금 이 객잔 안팎은 모두 연기준의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그가 아래층으로 내려오자 아래에서 꼬막이를 둘러싸고 있던 사람들이 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꼬막이는 드디어 아버지가 내려온 것을 보자 짧은 다리를 바쁘게 놀리며 그 앞으로 달려갔다.“아버지! 사람들이 아버지랑 어머니가 동생을 낳고 있다고 했어요. 동생은요? 얼른 보여주세요!”반짝이는 눈동자에는 온통 기대가 가득했다.그 한마디에 뒤에 서 있던 사람들은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감히 연기준과 눈을 마주칠 수 없었다.연기준의 시선이 무심하게 그들을 훑었다.“그 말은, 누가 한 것이냐.”꼬막이는 천진하게 뒤를 가리켰다.“다들 그렇게 말했어요.”순간 사람들의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그렇게 대놓고 저희들을 팔아버리시면 어떡하라는 겁니까!연기준은 더 말하지 않고 꼬막이를 번쩍 들어 올렸다.“동생은 없다. 네 어머니는 몸이 좋지 않아서 쉬고 계시니 위에 올라가서 방해하면 안 된다.”동생이 없다니!꼬막이는 금세 풀이 죽어 입을 삐죽 내밀었다.“그럼 왜 아무도 저랑 안 놀아주는 겁니까...”연기준은 속으로 생각했다.네 어머니랑 노는 게 훨씬 낫지.대답이 없자, 꼬막이는 몸을 비틀며 내려가 서인경을 찾으려 했다.하지만 곧 연기준에게 단단히 붙들려 꼼짝도 할 수 없게 되었다.“밥 먹을 시간이다. 저녁상 올리게 하거라.”“이미 준비됐습니다! 곧 내오겠습니다.”대답한 사람은

  • 시간을 거슬러   제708화

    맹국공은 맹은영의 애교에 결국 마음이 흔들렸다.사람을 보내 황제에게 청했으니 태황태후도 그쯤이면 서인경을 풀어 줄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그는 알지 못했다. 황제는 이미 온몸이 다른데 사로잡혀 궁 밖의 일 따위는 까맣게 잊어버렸다는 사실을.태황태후의 침전. 공기마저 얼어붙은 듯, 팽팽한 기운이 감돌았다.그때, 한 유모가 숨을 헐떡이며 안으로 뛰어 들어와 태황태후의 귓가에 바짝 대고 무언가를 속삭였다. 그러자 태후의 안색이 굳어지더니 꺼칠한 눈빛은 날카롭게 서인경을 향했다.“상왕비, 수완이 참 좋구나!”서인경은 평이가 일을

  • 시간을 거슬러   제718화

    단은설은 말을 끝내자마자 당연한 듯 주좌에 몸을 기댔다.“들거라! 안으로 들어가 상왕비를 모셔 나오거라. 여긴 후궁이다. 그녀가 제멋대로 날뛰는 곳이 아니란 말이다. 그리고 폐하께도 즉시 전하거라. 열여덟 째 공주께서 방금 승하하셨다고.”명령과 동시에 한 무리의 태감들이 침전으로 걸음을 옮겼고 또 다른 태감은 바깥으로 뛰쳐나가 황제에게 보고하려 했다.“멈춰라!”신비의 목소리가 칼날처럼 울렸다.“열여덟 째 공주는 아직 멀쩡하다! 누가 감히 허튼소리를 하는 것이냐? 본궁이 그 자리에서 목을 베겠다!”그 말에, 침전 앞을 지키

  • 시간을 거슬러   제752화

    앞서 서인경이 태황태후의 부름을 받아 입궁했고 문책을 당하는 데다 어림군까지 동원되었다는 소문이 이미 퍼져 있었다. 그래서 그녀에게 아첨해야 할지 말지 망설이던 이들 역시 이제야 서왕부의 태도를 분명히 읽어냈다. 그들은 일제히 웃는 얼굴로서인경을 맞이했다.서왕비가 중히 여기는 인물이라면 어느 편에 서야 할지는 명백했다. 설령 태황태후의 심기를 거슬러 화를 입게 되더라도 앞에 서서 막아 줄 이는 서왕비였다.서인경이 이런 미묘한 움직임을 모를 리 없었으나 그녀는 그저 미소만 띠운 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이 방에 모여 앉은

  • 시간을 거슬러   제731화

    서인경은 연기준의 인품을 믿지 못해서 이러는 것은 아니었다. 그의 명성과 지위를 생각해 보았을 때 그가 정말로 다른 여인을 원했다면 진작에 후원은 처첩으로 가득 찼을 것이다. 그러니 굳이 수도를 떠나 몰래 누군가를 만날 이유는 없었다. 더구나 태황태후 역시 그에게 첩을 들이기 위해 굳이 자신을 찾을 리도 없었을 것이다. 다만 이렇게 늘 경계와 계산으로 가득 찬 삶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서인경은 그 끝을 가늠하기 힘들었다.21세기에서 온 그녀는 스스로의 삶을 온전히 누리며 살아온 여자였다. 돈도 있었고 외모도 출중했으며 남편과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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