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계 유모라는 여인은 태황태후 곁에서 단 한 번도 선한 일을 한 적이 없었다. 태황태후의 손과 발이 되어주었고 어떤 때에는 가장 날카로운 발톱이 되어주기도 했다.예전에 희태비가 막 입궁했을 때 벌을 받은 일도 계 유모가 직접 집행했고 희태비와 열셋 째 왕야가 죽던 날에도 그녀는 적잖이 손을 보탰다. 그 뒤로는 어미 없는 상왕과 열다섯 째 황자를 후궁에서 노골적으로 업신여기기도 했다.같은 하인 신분이면서도 태황태후 곁에 붙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스스로를 남들보다 윗자리에 두었다. 기회만 있으면 남을 짓밟고 올라섰다. 무현의 눈에는 이런 인간은 진작에 죽었어야 마땅했다.계 유모가 처리되고 나자 마당에는 연기준과 유가영만 남았다.그는 그녀를 담담히 한 번 훑어보았다.“목숨을 부지하고 싶다면 스스로 경성으로 돌아가거라. 그렇지 않으면 야랑국에 이르렀을 때 네가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을지는 본왕도 장담하지 못한다.”유가영은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왕야, 신첩에게 살 길을 하나만 열어 주십시오. 이대로 돌아가면 아버지께서는 저를 억지로 승상부의 아들에게 시집보낼 것입니다. 그는 화류병에 걸린 사람입니다. 신첩은 왕야 곁에서 노비가 되든, 말이 되든 가리지 않겠습니다. 그저 목숨만은 살려 주십시오.”연기준의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본왕은 살아 있는 보살이 아니다. 하등 상관없는 사람을 구할 생각이 없다.”그는 그대로 몸을 돌려 방 안으로 들어갔다. 마당에는 유가영 혼자 그대로 무릎을 꿇은 채 남았다.이튿날 새벽, 연기준이 뜰문을 열었을 때, 앞에서 흔들거리며 무릎을 꿇고 있는 그림자를 보았다.무현이 앞으로 나섰다.“어젯밤 내내 이 자리에 꿇고 있었습니다. 돌아가라 말렸으나, 돌아가서 죽을 바엔 차라리 왕야 앞에서 죽겠다고 하더군요.”연기준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 말투 자체가 노골적으로 불쾌했다.“본왕에게 박정하고 무정하다는 죄명을 씌우려는 것이냐? 네가 보기에 본왕이 그런 평판을 신경 쓸 것 같으냐?”유가영은 그제야 멍한 눈으로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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