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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3화

Autor: 코코넛 서고
온조는 허리를 굽혀 예를 갖추고 차분히 대답했다.

“왕야께 아룁니다. 대장로께서 며칠에 한 번씩 노장군의 맥을 짚고 계십니다. 대장로의 말씀에 따르면, 노장군께서는 연세가 있으신 데다 원래도 예전 같지 않은 몸에 섭혼술 이후의 부작용이 후유증으로 남았고 그 뒤 설산에서 오랫동안 얼어붙은 채로 지냈던 탓에 단번에 많이 쇠약해지셨다고 했습니다. 지금으로서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조용히 요양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씀하시더군요. 한데 노장군께서는 편히 쉬지 못하시고 날마다 경성에 있는 분들을 걱정하고 계십니다.”

연기준은 잠시 말이 없었다.

“알겠다. 수고가 많다. 계속 잘 보살펴 드리거라.”

온조는 고개를 끄덕였다.

“왕야 염려 마십시오. 왕비 마마께서 저희 자매에게 베풀어 주신 은혜는 갚을 길이 없습니다. 저희는 온 힘을 다해 노장군을 모실 것입니다.”

연기준은 고개를 끄덕인 뒤, 아무 말 없이 자리를 떠났다.

그가 경성을 떠났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로 막수한은 줄곧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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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간을 거슬러   제935화

    “피로 몇 자 휘갈겨 썼다고 해서 그걸로 내가 희태비를 죽였다고 몰아가느냐? 상왕, 대체 누가 그대를 이렇게까지 어리석게 만들었느냐?”태황태후의 시선이 날카롭게 서인경을 훑었다. 노골적인 의심이었다. 모든 죄를 그녀에게 뒤집어씌우려는 의도였다.서인경의 가슴속에서 탁한 숨이 치밀어 올랐다. 자신에게 덮어씌우는 것이 분해서가 아니었다. 이미 세상을 떠난 희태비가 또 한 번 모욕당하는 것이 참을 수 없어서였다.그녀는 차갑게 웃었다.“태황태후께서는 어찌 그게 아무렇게나 쓴 것이라 단정하십니까?”대전 안이 고요해졌다.“그 상소문에 쓰인 종이는 스무 해 전 변방 남국에서 공물로 들여온 특수 선지입니다. 값도 비싸고 제작 방식도 독특해 진국에는 없지요. 당시 들어온 것은 고작 열 장뿐이었고 여덟 장은 황제께서 사용하셨습니다. 그리고 남은 두 장은 그림을 좋아하시던 희태비 마마께 내려졌어요. 그중 한 장은 선제의 초상을 그리는 데 쓰였고 그 그림은 선제와 함께 묻혔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한 장은 어디에 두었는지 희태비 마마, 본인만이 알고 있어요. 지금 스무 해가 지났고 희태비 마마의 침궁도 이미 불에 타 사라졌습니다. 묻겠습니다. 그렇다면 누가 그 남국 선지를 구해 유서를 위조할 수 있겠습니까?”태황태후의 숨이 거칠어졌다. 서인경이 이십 년 전의 일까지 정확히 기억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태황태후의 가슴이 요동치며 당장이라도 그녀를 죽이고 싶은 충동이 치밀었다.“궤변이다! 상왕부는 이미 불에 타 재가 되었는데 너만 멀쩡히 살아남았다. 이 모든 것이 네 계략이라 의심할 이유는 충분하다. 오늘 상왕을 부추겨 반역을 꾀하려는 것 아니냐! 나는 오래전부터 말했다. 서 씨는 남겨 두어선 안 된다고!”서인경의 입가가 서늘하게 휘어졌다.“말씀을 너무 일찍 하셨네요. 아직 더 큰 이야기가 남아 있거든요.”대신들의 귀가 일제히 곤두섰다. 오늘 대전은 파문이 끊이지 않았다.태황태후의 눈이 번뜩이는 가운데 서인경은 다시 한 번 폭탄을 던졌다.“태황태후께서는 희태비 마마

  • 시간을 거슬러   제934화

    “상왕, 열셋 째 황자 연도현은 인품이 고귀하고 짐을 깊이 닮았으니 능히 대통을 이어받을 것이다. 짐의 뒤를 이어 즉위하여 황제의 자리에 오르게 하라!”대전 안의 공기가 한순간 얼어붙었다. 성조 선제께서 전위한 이는 선제가 아니라 열셋 째 왕야 연도현이었다는 뜻이었다.태황태후는 거의 미친 듯 계단을 뛰어 내려왔다. 몸을 던지듯 유조 위에 엎드려 글자를 가렸다.“가짜다… 전부 가짜다!”그녀가 이토록 이성을 잃은 모습은 누구도 본 적이 없었다.서왕과 맹국공은 눈빛을 주고받았다.두 사람 모두 성조 선제의 필체를 알고 있었다. 눈앞의 글씨는 분명 익숙했다.그러나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 있었다.연도현은 태황태후의 친아들이 아닌가? 유조가 진짜라면 왜 태황태후는 친아들의 즉위를 숨기고 오히려 선제를 황위에 앉혔단 말인가?유모가 허둥지둥 달려와 태황태후를 부축했다.“상왕! 금란전에서 태황태후께 손을 대다니, 반역을 꾀하려는 것입니까!”연기준은 한 치의 물러섬도 없었다.“본왕은 진실을 드러냈을 뿐이다. 무슨 죄가 있단 말이냐?”태황태후는 번개처럼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눈빛에서 더는 예전의 자애로움은 찾아볼 수 없었고 차갑고 음울한 기운만이 서려 있었다.“네 짓이냐? 내가 피땀 흘려 너를 길렀거늘, 은혜는커녕 끝내 나와 맞서려 드느냐! 네게 양심은 없느냐!”연기준의 목소리는 또렷했다.“성조 선제께서는 황위를 열셋 째 황숙께 전하셨습니다. 허나 태황태후께서는 유조를 바꾸어 선제에게 넘겼지요. 다들 알다시피 태황태후 마마의 친자는 선제가 아닌 열셋 째 황숙입니다. 그러니 정과 이치, 어느 쪽으로도 납득할 수 없는 일이지요. 설명을 주시지 않는다면 성조 선제의 유명을 어긴 죄로 황천에 가서 연 씨 황실의 열조열종을 어찌 뵈려 하십니까?”“방자하다!”태황태후의 손이 떨리며 연기준을 가리켰다.“네 어미를 닮아 배은망덕하구나! 허튼소리로 조정을 어지럽히다니!”연기준의 눈빛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제 모후를 입에 올릴 자격은 없습니다.”“어찌 자격

  • 시간을 거슬러   제933화

    대전 안은 숨조차 삼킨 듯 고요했다.누구도 선뜻 입을 열지 못했다.연기준과 서인경이 눈앞에 서 있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 듯했다.서왕은 가슴 깊이 매달려 있던 불안이 마침내 현실이 되었음을 깨달았다. 연기준은 결국 돌아왔다.맹국공은 담담히 수염을 쓸어내렸다. 그는 성조 선제와의 맹세 같은 것은 없었다. 누가 더 능히 진국을 평안하게 이끌 수 있는가. 그가 설 자리는 오직 그 기준뿐이었다.황제는 두 사람을 노려보았다. 분노가 치밀어 오르자 가슴 깊은 곳에서 뜨거운 기운이 치솟아 머리끝까지 번졌다.“가짜다! 진짜 연기준과 서인경은 이미 죽었다! 너희는 사칭이다! 어림군, 저들을 당장 붙잡아라!”“황제!”태황태후의 날카로운 호통이 황제를 멈춰 세웠다.그녀는 아직 이성을 잃지 않았다. 한때 침착하고 변고에도 흔들리지 않던 황제가 어찌 이토록 놀란 짐승처럼 변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요즘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의 음식과 약에 무슨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닌지 반드시 조사해야 했다.그러나 지금은 눈앞의 일이 먼저였다.태황태후는 다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상왕, 상왕비. 황제는 요즘 몸이 좋지 않다. 상왕이 야랑국에서 전사하고 왕부가 참화를 겪은 뒤, 밤낮으로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었거든. 스스로 지키지 못했다 자책하며 잠과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어. 지금 두 사람이 갑자기 나타나니 환영이라 여긴 것이다. 그러니 오해하지 말거라. 살아 돌아온 것을 황제도, 나도 진심으로 기쁘게 여긴다.”한 치의 틈도 없는 말이었다.그러나 서인경은 노골적으로 눈을 굴렸다.태황태후의 가슴이 막힌 듯 답답했으나 겉으로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연기준은 그녀의 말을 반박하지 않았다. 대신 태황태후가 쥔 비단 상자를 응시했다.“방금 들으니 선황께서는 본왕에게 황위를 전한다는 유조를 남겼다 하더군요. 자칫하면 본왕이 이를 꾸민 것으로 오해받을 수 있습니다. 역모의 죄명은 본왕이 감당할 바는 아니지요. 또한 황형께서 본왕을 의심하여 형제의 정이 상하는

  • 시간을 거슬러   제932화

    태황태후의 얼굴이 굳게 굳었다. 그녀의 핏기 어린 손끝이 가늘게 떨렸다.“허튼소리다! 황제와 상왕은 형제간의 정이 깊다. 상왕이 살아 돌아온다면, 황제는 기뻐하면 기뻐했지 어찌 노하겠느냐? 감히 둘 사이를 이간질해 우리 진국의 조정을 어지럽히려 하다니, 그 죄는 마땅히 목을 베어야 한다!”그녀의 시선이 채빈을 향해 번뜩였다.“출처도 모를 물건을 들고 조정에 나타나 민심을 뒤흔들었으니, 그 또한 용서할 수 없다. 사람을 불러라. 당장 끌어내어 참형에 처하라!”채 씨 부자는 벼락을 맞은 듯 얼어붙었다.채빈은 머리가 하얘졌다. 자신이 대체 무엇을 그리 잘못했단 말인가? 그저 유조라 불린 성지를 올렸을 뿐인데, 어찌 죽음에 이른단 말인가?그러나 아버지 채문기는 한눈에 상황을 꿰뚫었다.끝났다. 이제 채씨 가문은 끝났다.이 집안의 배경은 황후와 대황자였다. 요즘 황위의 향방을 두고 소문이 들끓는 시점에 이런 일이 터졌으니, 누군가에게 철저히 이용당한 것이다.상자 안에 든 것은 아마 채빈이 말한 그 내용이 아니었을 터였다. 황제와 태황태후의 역린을 건드리는 무언가였음이 분명했다.채문기는 아들이 끌려 나가려는 순간, 땅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찧었다.둔탁한 소리가 대전에 울렸다.“폐하, 용서하소서! 태황태후 마마, 자비를 베푸소서! 소자의 무지함을 탓하시어 우리 채 가에 대를 잇게 해 주십시오. 돌아가면 엄히 단속하여 다시는 경성에 발붙이지 못하게 하겠습니다!”그의 말은 사실상 채빈의 앞날을 스스로 끊는 것이었다. 그러나 평소 자애롭던 태황태후는 이번만큼은 물러서지 않았다.이런 어리석은 자를 조정에 남겨 둔다면 훗날 또 어떤 자에게 이용될지 모를 일이었다.“끌어내라. 더는 보고 싶지 않다.”어림군이 달려들어 채빈을 붙들고 끌고 나갔다.채문기는 이마에서 피가 흐르도록 절을 올렸으나 끝내 아들이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태황태후는 손에 쥔 비단 상자를 더욱 세게 움켜쥐었다.“이 안에 든 것은 선황의 유조가 아니다. 선황께서 병중에 황

  • 시간을 거슬러   제931화

    귓가에 연기준의 낮은 웃음이 스쳤다.“정말 그렇게 믿는 것이냐?”서인경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요. 그 황위, 지금 폐하보다 못할 게 뭐가 있어요? 어쩌면 훨씬 나을지도 모르죠.”연기준의 웃음이 한층 깊어졌다.“그리도 나를 믿는단 말이지?”“당연하죠. 당신이 황제가 되면 저는 황후잖아요.”그러다 눈을 가늘게 뜨며 덧붙였다.“대신 다른 빈비는 안 돼요. 하나라도 들이면 그때는 두 사람 다 먼저 베어버리고 저는 설산으로 돌아가서 잘생긴 사내 열 명쯤 데리고 놀 거예요.”그 말에 연기준의 웃음이 단숨에 사라졌다.“열 명이나?”그의 눈빛이 서늘해졌다.“본왕 하나로는 모자라다는 뜻이냐?”서인경은 턱을 치켜세웠다.“잘생긴 사람은 많을수록 좋잖아요.”연기준의 얼굴이 완전히 굳어 버렸다. 너무 오래 떨어져 있었던 탓일까? 이 여인이 괜히 엇나간 생각을 품은 듯했다.그는 당장이라도 바깥일을 정리하고 사람 없는 곳으로 데려가 이 여인이 한 사내도 감당 못 한다는 걸 똑똑히 알게 해 주고 싶었다. 다시는 밖의 남자 따위를 입에 올리지 못하도록.편전 안에는 묘한 질투의 기운이 은근히 감돌고 있었다.그 시각, 전각 밖에서는 밀랍으로 단단히 봉해진, 기다란 상자가 황제 앞으로 올려졌다.겉보기엔 제법 그럴싸했다. 심지어 채빈조차 안의 내용을 보지 못한 듯했다. 황제의 얼굴에는 이미 승리를 확신한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봉랍을 뜯게 하니 과연 안에는 황색 비단으로 된 성지가 놓여 있었다.황제가 천천히 펼쳐 읽어 내려갔다.한 줄, 또 한 줄.잠시 후 그의 표정이 굳었다.“어찌 이런…”그의 변화를 본 태황태후가 이상함을 느끼고 급히 다가왔다. 한 번 훑어본 순간, 그녀의 안색도 급격히 변했다. 태황태후는 재빨리 성지를 말아 쥐고 채빈을 노려보았다.“이 물건, 어디서 얻은 것이냐?”채빈은 멍해졌다. 황제와 태황태후는 이미 내용이 가짜라는 걸 알고 있는 것 아니었나?누군가 그에게 말해 주었다. 이 유조를 들고 대전에 들어가면 황제는

  • 시간을 거슬러   제930화

    “신에게 아룁니다.”그 목소리는 전각 밖에서 들려왔다. 대신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리자 한 젊은이가 명황색 긴 함 하나를 두 손으로 받쳐 들고 금란전 안으로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그의 얼굴은 낯설었다.그때 예부상서가 급히 앞으로 나섰다.“채빈, 너는 예부의 보잘것없는 오품 관리일 뿐이다. 감히 금란전에 발을 들일 자격이 없다. 당장 나가라.”채빈은 채 씨 가문의 막내아들이었다. 예전 경성에서는 이름난 한량이었고 단평안과 어울려 다니던 난봉꾼 무리 중 하나였다. 하지만 올해 봄, 과거에 급제해 예부에 들어왔고, 벼슬은 오품에 불과했다. 학문도 실력도 변변치 않은 공자가 관직에 오른 것은 누구나 그의 정승급 아버지와 재력 덕분임을 알고 있었다.채빈의 가장 큰 특징은 생각이 얕고 공을 서두른다는 점이었다. 그런 사람일수록 누군가의 손에 놀아나기 쉽다.서인경은 그를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 젊은이가 지금 이 순간 전각으로 들어온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님을 곧바로 알아차렸다.그녀는 무심코 연기준을 바라보았다. 연기준이 가볍게 눈썹을 들어 올리자 그녀는 속으로 깨달았다.이 또한 그의 수였다.진국에서는 삼품 이상 관리만이 금란전에 들어와 조정 논의에 참여할 수 있는데 느닷없이 채빈이 나타났으니 모두가 놀랄 수밖에. 더구나 그는 하 씨 가문의 문생이었고 채 씨와 하 씨는 혼인으로 얽힌 집안이었다. 그러기에 대황자 쪽 사람이 하나라도 움직이면 열셋 째 황자는 극도로 예민해질 수밖에 없었다.대황자는 곧 야랑국으로 떠나야 했다. 그에게 있어 이 결정은 살아 돌아올 수 없는 길이나 다름없었다. 열셋 째 황자는 이 시점에서 어떤 변수도 원치 않았다.채빈은 앞으로 나와 옷자락을 걷어 올리고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신, 예부 채빈입니다. 금란전에 무단으로 들어온 것은 중대한 사정이 있기 때문입니다. 부디 폐하께서 죄를 물어 주시옵소서.”황제가 흥미를 느낀 듯 물었다.“무슨 일로 이리 소란을 피우느냐?”채빈은 고개를 숙인 채, 두 손으로 조서를 높이 들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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