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후, 어서 말해 보거라. 일은 어떻게 되었느냐?”황후는 황제가 꽉 붙잡고 있는 자신의 손목에 시선을 잠시 두었다가 표정을 거두고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신첩이 이미 가영을 제 침전으로 들였습니다. 신첩의 거처와는 담 하나를 사이에 둔 곳이니 폐하께서 다녀가신다 해도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할 것입니다.”황제의 얼굴에는 기쁨이 숨김없이 떠올랐다.“황후, 이번 일은 참으로 잘 처리하였다. 과인의 뜻에 꼭 맞는구나. 오늘로 우리 황아를 대황자부로 돌려보내겠다.”황후가 그토록 기다려 온 순간이었다. 오늘에서야 마침내 아들이 무사히 감옥을 나오는 것을 보게 되었지만 그녀의 마음에는 조금의 기쁨도 차오르지 않았다.눈앞의 사내는 천자이자 그녀의 남편이었다. 그녀는 이 세월 동안 자신의 남편이 궁 안으로 점점 더 많은 여인을 데려오는 모습을 고스란히 지켜보았다. 그녀는 지금 남편의 여인들을 돌보아야 했고 또 그 여인들이 낳은 아이들까지 살펴야 했다.그녀는 질투해서도, 분노해서도, 단 한 올의 불만조차도 드러내서는 안 되었다. 그녀는 진국의 황후였고 모두가 그녀에게 단정함과 관용, 황후다운 품격을 요구했으니까.그런데 이제는 남편의 총애를 숨기는 일마저 자신의 손으로 도와야 했다. 그 여인을, 하필이면 자신의 침전 바로 옆에 감춰 두면서까지 말이다. 이렇게 해야만 아들의 목숨에 남은 단 한 가닥의 희망을 붙잡을 수 있었으니까.다시 생각해 보면, 이 황후라는 자리는 참으로 비틀린 것이었다.그러나 외가인 하 씨 가문이 다시 일어서고 아들이 대통을 잇게 하기 위해서라면 그녀는 스스로에게 되뇌었다. 반드시 참아야 한다고.궁 안에서 벌어진 일은 곧바로 상왕부로 전해졌다. 연풍이 보고를 마치자 서인경은 생각에 잠겨 있다가 바깥에서 성급히 들이닥치는 발소리를 들었다.문을 박차고 들어온 이는 맹은영이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분을 참지 못한 기색이 역력했다.“도대체 무슨 꼴입니까! 배 속에 든 게 사람인지 귀신인지도 모를 판에 황후께서 먼저 나서서 알랑대며 사람을 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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