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배 속에 있는 아이는 상왕의 핏줄입니다. 언니께서는 응당 잘 살펴보셔야지요. 혹여 무슨 탈이 있는데도 일부러 말하지 않아 세자의 목숨에 해라도 미친다면 그 책임을 언니가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봉한설이 더는 참지 못하고 튀어나왔다.“아직 정식으로 혼인도 안 했으면서 배에 야생종 하나 품고 있는 게 뭐가 그리 자랑입니까? 상왕의 아이라고요? 우리는 단 한 번도 인정한 적 없습니다! 무슨 일이 생긴다 해도 그건 전부 당신이 자초한 거지, 우리 왕비 마마와는 눈곱만큼도 상관없어요!”유가영의 얼굴이 굳어지더니 눈빛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어디서 굴러온 버릇없는 계집종이 감히 나에게 손가락질을 하는 것이냐? 언니, 이게 당신이 하인을 가르치는 방식입니까?”서인경은 담담하게 일어나 약상자를 봉한설에게 건넸다.“유가영 아가씨, 언니니 동생이니 하는 말은 삼켜 두세요. 제 어머니께서는 저 하나만 낳으셨습니다. 그러니 저에겐 여동생이 없지요. 그리고 제 곁의 사람은 제가 다스립니다. 유가영 아가씨께서 나설 일은 아닙니다.”유가영은 빈정만 상한 채, 얼굴빛이 음울해졌다.“당신이 인정하든 말든, 이 아이는 상왕의 아이예요. 지금은 황후 마마의 전각에 머물며 안태하고 있을 뿐이지 머지않아 당신이 직접 대문을 열고 저를 맞이하게 될 날이 올 겁니다.”연기준이 무사히 돌아올 수 있을지는 그녀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황제가 뒤에 있으니 앞으로 그녀는 꽃길만 걸을 것이다.서인경은 그녀와 시선을 마주했다. 그 확신에 찬 눈빛 속에서 두려움이나 동요의 흔적을 찾고자 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모든 것을 쥔 듯한 노골적인 득의뿐이었다.그 순간, 서인경은 확신했다. 자신의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황제는 이미 움직였을 가능성이 컸다.서인경은 심장 깊은 곳에서 일렁이는 떨림을 눌러 담고 황후를 향해 몸을 낮췄다.“황후 마마, 신첩은 아직 다른 전각의 마마들의 맥을 보아야 하니 이만 물러가겠습니다.”황후는 손을 가볍게 내저었다.“수고가 많다, 상왕비. 안상재과 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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