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꼬막이 이야기가 나오자 늙은 부관은 곧바로 기운을 차렸다. 그는 서인경의 손을 붙잡고 반드시 몸을 잘 추슬러 훗날 세자를 쫓아다닐 수 있을 만큼은 건강해지겠다고 굳게 약속했다.모든 사람을 다독인 뒤에야 서인경은 별채를 떠났다. 그 무렵에는 이미 밤이 내려앉아 있었다.평소보다 훨씬 신중하게 마차를 몰던 안포의 마음 한편에는 후회가 남아 있었다.“왕비 마마, 소인이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오후에 마마를 외출하게 해서는 안 됐습니다.”서인경은 발을 들어 올려 점점 희미해지는 시야 너머로 겹겹이 포개진 산의 윤곽을 바라보았다.“괜찮다. 오늘 그들을 보지 않았다면 아마 내일부터는 궁 안에 묶여 나가고 싶어도 나갈 수 없었을 것이다. 복이면 피할 이유가 없고 화라면 피해도 소용없지. 길만 조심히 가면 된다.”“예.”안포는 짧게 대답하고 온 정신을 주변의 기척에 집중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마차가 덜컹거리며 나아가는 소리 사이로 급하게 달려오는 말발굽 소리가 섞여 들렸다. 안포의 눈빛이 날카로워지며 즉시 고삐를 잡아챘다.“왕비 마마, 조심하십시오.”서인경이 차렴을 걷어 들고 앞을 보니 한 기병이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었다.안포는 곧장 칼을 뽑았다.“잠깐. 적인지 아군인지부터 확인하거라.”안포는 칼을 거두지 않은 채, 그 인영이 마차 앞에 멈출 때까지 지켜보았다.검은 옷을 입은 사내가 말에서 몸을 던지듯 내려와 그대로 땅에 무릎을 꿇었다. 정확히는 내려왔다기보다 떨어졌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맞았다. 다리가 성하지 않은 듯, 착지하는 순간 제대로 버티지 못했다.“왕비 마마, 어서 몸을 피하십시오. 대황자께서 보낸 추격자들이 곧 도착합니다.”말이 끝나기도 전에, 공기 속에서 불안한 바람 소리와 풀숲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기척을 들어보니 하나둘이 아닌 것 같았다.서인경은 고개를 숙여 땅에 엎드린 사내를 살폈다. 달빛에 비친 얼굴이 어렴풋이 눈에 들어왔다.몇 달 전, 막북에서 돌아온 직후 맹은영을 도와 축국 대회에서 맞붙었던 상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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