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종업원한테 말해서 따로 룸 잡아 줄게. 뭐라도 좀 먹고 가.”고이한이 담담히 말했다.“아니야, 난...”“너 저혈당 잘 오잖아. 하루 세 끼를 꼭 잘 챙겨야 해.”고이한은 바로 근처에 있는 식당 종업원에게 고개를 끄덕였다.“이분을 룸으로 모시고 가서 식사를 준비해 주세요. 계산은 제 명의로 해 주시고요.”“네, 고 대표님.”열정적인 종업원은 심유빈을 다른 쪽으로 안내했다.소예지는 다시 고씨 가문이 있는 룸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고수경은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못한 채 아예 그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곧이어 고이한도 들어왔다. 테이블에 이미 다양한 요리가 차려져 있었고 최현숙은 고이한을 보며 말했다.“이한아, 예지한테 국 좀 떠줘. 먼저 먹게.”고이한이 막 손을 뻗으려는 순간, 소예지가 자리에서 일어섰다.“할머니, 제가 할게요.”“너는 하슬이를 돌보느라 바쁘잖니. 이한이가 해줘야지.”최현숙이 그렇게 말했지만 소예지는 고이한이 도와주는 게 싫은 듯 직접 국을 떠서 고하슬에게 먹였다.“자, 이제 먹자. 오늘은 새 메뉴들로 준비했으니까 맛 좀 보자고.”이때 진가영이 분위기를 살렸다.사실 고수경은 심유빈을 데리고 와서 소예지를 곤란하게 만들 생각이었지만 오빠 고이한에게 제지당하자 속이 쓰렸다. 그녀는 앞으로 소예지에게 절대 웃는 얼굴을 보일 일은 없었다. 소예지가 특효약 문제로 자기를 망신 준 걸 절대 잊지 못하니까.식사가 끝나고 가족 모두 식당 앞으로 나왔다. 고이한은 고하슬을 안고 있었고 소예지는 최현숙 곁을 지켰다.그때 고수경이 무심코 소예지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다. 소예지의 머리를 묶고 있던 연한 하늘색의 가죽 끈을 보고 고수경은 발걸음을 내디디더니 불쑥 손을 뻗어 그 끈을 확 빼앗았다.“어?”소예지의 포니테일이 풀리며 긴 머리가 어깨 뒤로 흘러내렸다. 그녀는 놀라서 고개를 돌렸다.고수경은 그 끈을 움켜쥐고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이내 얼굴이 굳어졌다.“수경아, 너 지금 뭐 하는 거야!”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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