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Chapter 111 - Chapter 120

132 Chapters

제111화

공항.소예지는 고하슬의 손을 꼭 잡은 채 강준석과 마주했다. 강준석은 귀여운 고하슬을 보자 금세 호감을 느꼈고 고하슬 역시 마음을 열었다.‘역시 애들은 외모에 약하네.’비행기에 오르기 전, 강준석이 작은 장난감을 하나 사 주자 고하슬은 더 없이 기뻐했다. 소예지는 두 사람의 자연스러운 어울림에 긴장이 조금 풀렸다. 비행기 안에서도 고하슬을 돌봐 줄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두 시간 뒤, 비행기는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했다.공항을 나서자 강준석이 택시를 불렀고 세 사람은 과학기술원 근처의 한 특급 호텔로 곧장 향해 체크인을 마쳤다.시상식 이틀 전, 소예지는 고하슬과 함께 경주의 오랜 역사를 간직한 명소를 구경하기로 했다. 강준석은 자연스럽게 육아 담당자가 되어 두 모녀와 함께 다녔다. 세 사람이 길을 걷는 모습은 누가 보아도 화목한 한 가족 같았다.고성의 성벽 위를 걷던 중이었다.소예지가 앞에서 고하슬의 손을 잡고 걸었고 강준석은 배낭을 메고 뒤따랐다. 그때 어디선가 낯선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저기요. 따님 물건이 떨어졌어요.”고개를 돌린 강준석은 고하슬의 가방에 달린 작은 인형이 바닥에 굴러 있는 것을 발견했고 황급히 주우며 고맙다고 말했다.“정말 감사합니다.”“따님이 참 예쁘네요.”여인이 감탄하듯 덧붙였다.강준석은 잠시 놀란 듯하다가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고맙습니다.”그다음 날 저녁, 소예지는 예상치 못한 전화를 받았다.고이한이었다.고이한 역시 경주에 와 있었고 고하슬을 보고 싶다고 했다.소예지는 얼굴이 굳었다.‘날 미행한 건가?’하지만 만나지 않을 수도 없었다. 괜히 피했다가는 고이한이 또 무리수를 두며 고하슬을 빼앗으려 들지도 몰랐다. 무엇보다 소예지는 내일 시상식에 고하슬이 함께 있어 주기를 바랐다.그날 밤, 소예지는 약속 장소를 정했다.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 고이한은 한 치의 어김도 없이 나타났다.“아빠!”고하슬은 환하게 웃으며 고이한의 품에 뛰어들었다.고이한은 고하슬을 힘껏 안아 올
Read more

제112화

소예지는 잠시 멈칫했지만 강준석의 명예를 해칠 수는 없었다. 굳이 변명할 필요는 없었으나 괜한 오해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우리는 일 때문에 온 거야.”소예지는 담담하게 답했을 뿐, 시상식 이야기는 꺼내지도 않았다. 굳이 고이한에게 설명할 이유는 없었다.“넌 애 엄마잖아. 제발 네 신분을 좀 지켜. 아이한테 나쁜 본보기를 보이지 마.”고이한의 무심한 말투가 차갑게 울렸다.소예지는 당장 되묻고 싶었다.‘그럼 아버지인 넌 제대로 된 본보기를 보였다고 생각해?’하지만 소예지는 그럴 가치도 없다고 느꼈고 더는 말 섞는 것조차 입만 아까웠다.“하슬아, 이제 내려가자. 너무 늦었어.”“네. 엄마.”고하슬은 새 장난감을 꼭 안은 채 다가왔다.“아빠, 잘 자요.”소예지는 작은 손을 흔드는 고하슬을 데리고 방을 나섰다.그 순간, 엘리베이터 앞에서 마주친 건 욕조에서 막 나온 듯한 심유빈이었다. 몸에 착 붙는 V넥 드레스를 걸친 채, 요염한 미소를 입가에 띠고 있었다.“소예지 씨, 벌써 돌아가시나 봐요?”소예지는 대꾸하지 않았고 대신 고하슬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아줌마, 이렇게 늦은 시간에 아빠한테 무슨 일이에요?”“아줌마는 잠깐 아빠랑 얘기만 하고 갈 거야.”심유빈은 상냥하게 웃었지만 그 말은 소예지의 귀에는 뻔뻔하고 독살스럽게 들렸다. 소예지는 심유빈이 아이 앞에서는 친근한 척하고 뒤로는 뻔히 남의 남편을 유혹하는 행태가 혐오스러울 뿐이었다.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려는 순간, 복도 너머에서 초인종 소리가 울려 퍼졌다.다음 날 아침.소예지는 고하슬에게 예쁜 원피스를 입히고 자신도 은은한 화장을 마쳤다. 오늘은 드디어 시상식이 열리는 날이었다.“엄마, 진짜 예쁘네요! 연예인보다 더 예뻐요.”“고마워. 우리 딸도 정말 예쁘네.”소예지가 고하슬의 머리를 쓰다듬을 때, 휴대폰이 울렸다.[로비에서 기다리고 있어.]강준석이 보낸 문자였다.[곧 내려갈게요.]소예지는 바로 답장을 보내고 시계를 확인했다. 잠깐 아침을 먹고 행사장으로 가
Read more

제113화

그때 한 명의 주요 인사가 고이한에게 다가와 악수를 청하며 말을 건넸다.“고 대표님, 이번에 후원해 주신 상금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우리 단체를 대표해서 인사드립니다.”“별말씀을요.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습니다.”“특히 구형 바이러스 연구자에게 60억이나 되는 개인 포상금을 지원해 주신 일은 정말 의미 있는 결정이었습니다. 개인의 업적을 이렇게 치하해 주신 점을 정말 높이 평가합니다.”옆에 있던 심유빈은 눈을 크게 떴다.‘뭐라고? 이한 오빠가 채린에게 60억이나 포상금을 준다고?’상상조차 못 한 일이었다.행사가 끝나고 인사가 물러나자 심유빈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오빠, 정말 60억의 포상금을 주려는 거야?”고이한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담담히 말했다.“우리 회사 투자 연구실 소속이니 당연히 표시해야지.”심유빈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그렇군. 역시 오빠는 세심하시네.”금액이 많다 할 수는 없어도 가족을 챙기는 고이한의 마음씨가 흐뭇했다.한편, 소예지는 고하슬의 긴장을 덜어주기 위해 바로 객석으로 돌아가지 않고 잠시 정원에서 시간을 보냈다. 아이가 지나치게 긴장하지 않도록 회의가 시작된 뒤에 들어갈 생각이었다.고하슬은 잔디밭 위를 신나게 뛰어다녔다. 십여 분쯤 놀던 고하슬을 품에 안은 소예지는 회의장 안에서 축사 소리가 울려 퍼지는 걸 듣고는 아이에게 속삭였다.“하슬아, 이제 들어가자. 약속했지? 얌전히 앉아 있으면 엄마가 큰 상을 안고 돌아올게.”“네!”고하슬은 해맑게 고개를 끄덕였다.소예지가 아이를 안고 회의장으로 다시 들어서자 주변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놀란 눈길을 보냈다. 어린아이를 데리고 시상식에 참석하다니 의외인 듯했지만 누구 하나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진 않았다.무대 위에서 주최 측 인사의 축사가 이어졌고 두 명의 대표가 차례로 단상에 올라 인사를 전한 뒤, 드디어 시상식 순서가 다가왔다.“이제 개인 연구 업적상을 시상하겠습니다.”사회자의 목소리가 힘차게 울려 퍼졌다.먼저 호명된 연구자들이 무대에 올라 상
Read more

제114화

“아빠, 우리 아빠예요!”고하슬이 깜짝 놀란 듯 작은 목소리로 외쳤다. 그러자 강준석이 손가락을 입술에 가져가며 조용히 시켰다.“쉿, 하슬아, 우선 아빠가 엄마한테 상부터 주게 두자. 알았지?”고하슬은 고개를 끄덕이며 순순히 대답했고 두 눈을 반짝이며 무대 위에 선 고이한과 서예지를 번갈아 바라보고 있었다.소예지는 속에 이는 수많은 감정을 단숨에 눌러 담았고 고이한 역시 얼굴에 어떤 기색도 드러내지 않았고 미소를 머금은 채 손을 내밀었다.“축하합니다.”소예지는 담담히 웃으며 손을 내밀었고 고이한의 넓은 손이 잠시 그녀의 손을 감싸 쥐었다가 이내 놓였다. 이어 안내원이 트레이에 올린 황금빛 트로피를 건네자 고이한은 직접 그것을 들어 소예지에게 내밀었다. 소예지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었다.잠시 후, 두 사람은 나란히 서서 카메라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플래시가 터지며 이 장면을 놓치지 않고 기록했다.“고신 그룹의 고 대표님께서 상을 수여해 주셨습니다. 이제 소예지 연구원의 수상 소감을 들어보겠습니다.”사회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고이한은 우아하게 무대 아래로 내려갔고 뒤이어 단상 위에는 소예지의 맑은 목소리가 퍼져 나갔다.자리에 앉은 고이한은 생수를 열어 한 모금 마시며 날카로운 눈길을 무대 위로 보냈다. 놀람과 의문이 섞인 시선이 소예지를 향했다.그 옆에 앉아 있던 심유빈은 얼굴빛이 굳어 있었고 심지어 예쁜 얼굴이 찡그러질 만큼 충격이 큰 듯했다.‘말도 안 돼. 특효약의 연구자가 소예지였다고? 대학도 제대로 마치지 못하고 여섯 해 동안 평범한 주부로 살던 여자가 어떻게 전 세계를 뒤흔든 신약을 개발할 수 있단 말이야?’심유빈은 옆자리의 고이한을 힐끗 보았다. 그는 깊은 눈빛으로 무대 위 소예지를 바라보고 있었고 그런 시선은 심유빈의 가슴에 위기감을 불러일으켰다.“이한 오빠, 나 잠깐 나갔다가 올게.”심유빈은 낮게 속삭였고 고이한은 짧게 웃으며 대꾸했다.“그래.”소예지가 차분한 수상 소감을 마친 뒤 자리에 돌아오자 고이한의 시선은 자연
Read more

제115화

“언니, 고 대표님 앞에서 나 얘기 좀 해 줄 수 없어?”안채린의 간절한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흘러나왔고 심유빈은 잠시 생각하다가 부드럽게 대답했다.“걱정하지 마. 난 네가 얼마나 뛰어난지 알아. 소예지한테 절대 뒤지지 않을 거야.”전화를 끊고 난 뒤, 심유빈은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 소예지의 아버지는 세상을 떠난 지 이미 오래였다.‘설령 연구 자료를 조금 남겼다 한들 앞으로 얼마나 더 내세울 수 있겠어.’심유빈은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채 자리로 돌아왔다. 옆을 바라보니 고이한은 무심한 얼굴로 앉아 있었다. 마치 조금 전 소예지가 무대에 올라 상을 받은 일 따위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한 태도였다.소예지가 어떤 사람인지 고이한이 더 잘 알 터였고 고이한의 눈치라면 금세 알아챘을 것이다. 오늘 소예지의 성과는 분명 그녀 자신의 것이 아니라 빼앗아 온 결과일 것이다.그렇게 생각하니 심유빈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한편, 고하슬은 어머니가 손에 든 반짝이는 트로피에 눈을 반짝였다. 작은 손으로 트로피를 만지작거리며 소예지의 팔에 얼굴을 비비고 속삭였다.“엄마, 정말 대단해요.”순간, 소예지의 가슴이 따뜻해졌다. 고하슬의 눈빛 속에 가득 담긴 존경과 사랑이 그대로 전해져 왔다.한 시간이 지나 시상식이 끝나자 한 여성 직원이 다가와 말했다.“소예지 연구원님, 잠시 후에 방송 인터뷰가 있으니 따라와 주시겠어요?”소예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강준석에게 부탁했다.“선배, 하슬이 좀 봐 줘.”“걱정하지 말고 얼른 다녀와.”강준석은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소예지는 무거운 트로피를 들고 직원의 안내를 따라갔다. 잔디가 깔린 정원에는 오늘 수상한 연구자들이 모여 있었고 소예지가 들어서자 수많은 존경과 부러움이 뒤섞인 시선이 일제히 그녀에게로 쏠렸다. 인류 전체를 구한 업적이니 당연한 일이었다.단체 촬영이 끝나고 개별 인터뷰가 시작되었다.그 시각, 회의장 쪽에서는 고이한이 고하슬을 찾아왔다.“하슬아.”“아빠, 엄마한테 상 준 사람이 아빠였어요?”고하슬
Read more

제116화

“아니, 그럴 필요 없어. 오후에 비행기 티켓 끊어서 하슬이랑 같이 집에 갈 거야.”소예지가 바로 대답했다.“그럼 같이 가자.”고이한이 태연하게 말했다.소예지는 절대 그와 같은 비행기를 타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거절하려는 순간, 고하슬이 그녀의 손을 덥석 잡았다.“엄마, 우리 아빠랑 같이 가요! 네?”고하슬의 눈망울을 보고 마음이 약해진 소예지는 끝내 거절하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그때 마침 강준석이 다가와 말을 건넸다.“예지야, 난 오늘 밤에 친구를 만나기로 했고 내일에 A시로 돌아갈 거야.”굳이 그녀와 고이한을 마주치지 않으려는 배려라는 걸 소예지는 곧장 알아차렸다.“응, 그래.”그녀가 대답했다.점심은 호텔 식당에서 해결했고 고이한은 오후 세 시에 출발하는 비행기 티켓을 구매했다.소예지는 혹여나 심유빈과 마주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이번에 고이한은 그녀와 만나지 않았다. 그 덕에 불필요하게 속 뒤집힐 일은 없었다.두 시간 비행 끝에 A시에 도착하니, 이미 공항 밖에 고이한의 운전기사 김경환이 차를 대기하고 있었다. 노을이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시간, 소예지는 품에 딸을 안은 채 잠든 상태로 집에 도착했다.집 앞에 도착하자 모녀는 함께 눈을 떴다. 고하슬은 정신이 번쩍 든 듯 활기가 넘쳤지만 소예지는 비몽사몽한 상태로 바로 위층 욕실에 올라가 씻으러 들어갔다.그 사이 고하슬은 혼자 놀다가 아빠 고이한에게 다가왔다.“아빠, 저 할머니한테 전화할래요!”고이한은 바로 전화를 걸어 고하슬에게 휴대폰을 건넸다.“할머니, 오늘 꼭 TV 보셔야 해요! 엄마가 오늘 방송에 나와요. 엄청 큰 상을 탔거든요!”수화기 너머의 진가영은 멈칫했다.“네 엄마가 방송에 나온다고?”“네! 꼭 보셔야 해요, 아시겠죠?”고하슬은 신나게 말하곤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고씨 가문 저택.진가영은 손녀 고하슬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하지만 평소 뉴스를 챙겨보는 최현숙은 늘 하던 대로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며 TV를 켰다. 마
Read more

제117화

“네 새언니가 대단한 거 인정하기 그렇게 싫어? 예지가 상까지 받았는데도 너는 끝까지 딴소리하고 그러니.”최현숙은 고개를 홱 돌리고 고수경을 꾸짖었다.고수경은 불쾌한 표정으로 휴대폰을 들었다.“검색해 보면 되죠.”그 말과 함께 그녀는 바로 포털 사이트에 검색어를 입력했다.[특효약 개발자 누구?]가장 위에 떠 있는 답변에 분명히 ‘소예지’라고 적혀 있었고 아래 링크에 소예지가 시상식에서 상을 받는 영상까지 달려 있었다. 클릭해 보니 화면 속에서 그녀의 친오빠 고이한이 직접 트로피를 건네고 있었다. 영상을 끝까지 보고 난 고수경은 마치 가슴 한쪽이 눌린 듯 답답해 숨이 막혔다.휴대폰을 움켜쥔 채 방으로 올라간 그녀는 곧장 심유빈에게 전화를 걸었다.“유빈 언니, 특효약 개발자가 언니 동생이라고 하지 않았어? 그런데 왜 우리 새언니로 나와?”심유빈이 곤란한 듯 설명했다.“원래 그날 인터뷰를 예지 씨가 하기로 했는데 급한 일이 생겨서 자리를 비웠거든. 그래서 내 동생이 대신 인터뷰에 나간 거야. 그러다가 사람들이 착각한 거고... 수경아, 미안해. 너까지 오해하게 해서.”고수경의 얼굴은 금세 어두워졌고 머릿속에 며칠 전 저녁 식사에서 있었던 일이 스쳤다.그녀가 소예지를 비웃고 안채린을 극찬했을 때 소예지가 단 한마디로 맞받았었다.“그래요? 정말 안채린 씨가 그 특효약을 개발했다고 확신해요?”그때 고수경은 코웃음을 치며 대꾸했었다.“그럼 누가 만들었겠어요? 설마 새언니예요?”지금 그 말들이 부메랑처럼 날아와 고수경의 뺨을 후려치는 기분이었다. 수치심과 분노가 한꺼번에 치밀어올라 그녀는 머리가 지끈거렸다.‘뭐야, 일부러 숨기고 있다가 나한테 망신주려고 작정한 거 아니야?’고수경은 특효약 진짜 개발자인 소예지가 가만히 있었던 건 분명히 그녀에게 복수하려는 속셈일 거라고 생각하고 이를 갈았다.“수경아, 네 새언니가 상을 받으니까 너도 기쁘지?”심유빈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이어졌다.“내가 왜 기뻐해야 해? 상금이라도 나눠주면 몰라.”고수경은
Read more

제118화

“앞으로 그런 소리 두 번 다시 하지 마.”하지만 고이한의 말투도 냉정하고 단호했다.고수경은 씩씩거리며 전화를 끊어버렸고 잠시 후 진가영이 다시 전화를 걸어왔다.“여보세요, 엄마.”고이한은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을 나서더니 마당 한쪽으로 걸어가 전화를 받았다.“이한아, 예지가 정말 특효약 개발자 맞니?”진가영은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는 듯 재차 확인했다.“네, 맞아요.”이미 사실을 확인한 고이한은 확실하게 대답했다.“잘됐네. 그럼 내일 집에서 축하 파티를 열자. 가족끼리 모여서 성대하게.”“알겠어요.”한편, 불과 1km 떨어진 윤하준의 저택에서 가정부가 이안을 목욕시키는 동안, 윤하준은 서재에서 화상 회의를 막 끝내고 잠시 숨을 돌리려 했다. 그때 그의 휴대폰이 울렸는데 발신자는 절친 하종호였다.“여보세요?”“하준아, 뉴스 봤냐? 예지 씨가 이번에 나온 특효약의 개발자래! 그것도 이한이가 직접 상을 줬더라니까!”놀라움이 가득한 목소리가 전해졌다.윤하준도 그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진짜? 언제 있었던 일이야?”“오늘 과학기술원에서 시상했어. 저녁 뉴스에 나왔잖아. 이한이 팔자 좋더라, 그렇게 대단한 아내를 두고 감췄으니.”하종호와 잠시 더 이야기를 나눈 후 전화를 끊은 윤하준은 직접 검색창에 ‘소예지’를 입력했다. 최신 업데이트된 기사와 영상들이 쏟아져 나왔고 첫 번째 영상을 눌러 보니 뉴스 화면 속 시상대에 선 소예지가 보였다. 그리고 그 옆에서 직접 상장을 건네는 고이한의 모습까지.기자의 상세한 설명이 이어지고 화면에 인터뷰에 응하는 소예지의 모습이 담겼다. 하얗고 단정한 얼굴에 여유와 자신감이 배어 있었고 그녀의 눈동자에 별빛처럼 반짝이는 광채가 어린 듯했다.“삼촌, 저 빵 먹고 싶어요.”이때 이안의 목소리가 들리자 윤하준은 그제야 정신이 돌아왔고 자신이 한참 동안 소예지의 사진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소예지의 이름은 단 하루 만에 온 나라에 알려졌다.다음 날 아침, 소예지는 딸 고하슬을 학교
Read more

제119화

“서연아, 앞으로는 제멋대로 행동하지 마. 알겠어?”안채린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이서연을 바라봤다. 그날 이서연이 억지로 그녀를 인터뷰에 나가라고 떠민 일을 아직도 원망하는 듯했다.이서연은 말문이 막혀 버벅거렸다.“미안해, 채린아. 나... 나도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어.”“됐어, 나가. 나 지금 일해야 해.”안채린이 냉정하게 말하자 이서연은 속으로 투덜거렸다.‘그날 인터뷰에 나가서 너도 엄청 좋아했잖아? 표정에 다 드러났다고. 왜 이제 와서 내 탓이야...’열 시가 되자 연구실 사람들 모두가 단체 톡으로 회식 초대를 받았다. 윤혁이 연구실의 예산을 써서 소예지의 성과를 축하하기로 한 것이다. 그들은 점심에 의대 건너편 식당에서 회식하기로 했다.열한 시에 윤혁은 소예지의 연구실로 찾아와 좋은 소식을 전했다. 고신 그룹에서 성과금으로 무려 60억 원을 보냈다는 것이다.소예지는 얼떨떨했지만 곧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신약이 고신 그룹에 안겨 준 수익을 생각하면 그 정도는 당연한 보상이었다. 그녀는 이번엔 사양할 생각이 없었다. 받을 건 당당히 받는 게 맞았다.“예지야, 이번 성과는 아마 고 대표님한테도 엄청난 깜짝 선물이 됐을 거야.”윤혁이 웃으며 말했다.“선배, 괜히 소문 돌지 않게 제 신분은 계속 비밀로 해주세요.”윤혁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네가 이번에 워낙 주목을 많이 받았으니까. 사람들이 네가 고신 그룹의 사모님이라는 걸 알면 또 다들 수군거리겠지. 아, 그리고 학교에서도 성과금이 나왔어. 우리가 2억 원 신청했는데 적다고 하지 마.”소예지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감사합니다.”“그럼 점심에 식당에서 보자.”윤혁은 다시 바쁘게 자리를 떠났다.곧 소예지의 휴대폰이 울리자 그녀는 연구실 문을 닫고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시온아.”“우리 과학자님, 축하해! 이제 완전 유명인 다 됐네. 내가 네 친구라는 게 이렇게 자랑스러울 수가 없어.”“나 놀리지 마.”소예지가 웃으며 대답했다.“고 대표가
Read more

제120화

“알겠어.”강준석이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샘플 이야기를 꺼내자 소예지의 표정이 단번에 굳어졌다.“이건 아직 이한 씨한테 말 안 했어. 엄마가 샘플을 기증한 건 어디까지나 의학 발전에 보탬이 되길 바랐던 건데, 그게 결국 심유빈을 살리기 위한 용도로 쓰인다면 난 받아들일 수 없어. 내가 기회를 봐서 직접 이한 씨한테 포기하라고 말할게.”소예지의 태도는 단호했다.하지만 강준석은 며칠 전 고이한의 표정을 떠올렸다. 그가 그렇게 쉽게 포기할 리가 없었다. 소예지 어머니의 샘플 유전자가 심유빈과 일치한다는 건 전 세계를 통틀어도 찾기 어려운 일치율이었다.소예지는 저녁에 고씨 가문과의 식사 약속 때문에 세 시쯤에 실험동에서 나와 집으로 향했고 고이한이 고하슬을 데리러 가기로 해서 혼자 차를 몰고 약속 장소로 향했다.저녁 여섯 시.소예지는 식당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가방을 챙겨 내렸다.‘내일은 이혼 합의서를 작성할 거야.’그녀는 속으로 다짐했다. 물론 이 결정은 딸 고하슬에게 상처일 수 있다. 하지만 그녀는 더는 의미 없는 결혼 생활에 매달려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았다.식당 종업원이 그녀를 고이한이 예약한 룸 앞까지 안내했고 노크하자 문이 열렸다.“손님, 들어가시죠.”소예지가 룸에 들어서자 고하슬이 반가움에 가득 찬 목소리로 외쳤다.“엄마, 왔어요!”소예지는 고하슬을 향해 따스하게 미소를 지으며 최현숙에게도 인사했다.“할머니, 저 왔어요.”그 순간, 진가영은 그녀를 위아래로 훑었다.‘쟤가 특효약을 개발했다고? 믿기 힘든데.’최현숙은 흐뭇한 얼굴로 소예지를 맞았다.“예지야, 정말 대단하다. 이렇게 젊은 나이에 특효약을 개발하다니, 네 아버지를 꼭 닮았구나.”소예지 아버지의 얘기가 나오자 진가영은 표정이 싸늘하게 식으며 눈빛 속에 원망이 스쳤다.그런 기류를 눈치채지 못한 소예지는 웃으며 물었다.“할머니, 무릎은 좀 어떠세요?”“네가 알려준 대로 매일 밤 온찜질하니까 정말 효과가 있더라. 이제 하나도 안 아파.”최현숙이 흡족하게 대답
Read more
PREV
1
...
91011121314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