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예지는 잠시 멈칫했지만 강준석의 명예를 해칠 수는 없었다. 굳이 변명할 필요는 없었으나 괜한 오해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우리는 일 때문에 온 거야.”소예지는 담담하게 답했을 뿐, 시상식 이야기는 꺼내지도 않았다. 굳이 고이한에게 설명할 이유는 없었다.“넌 애 엄마잖아. 제발 네 신분을 좀 지켜. 아이한테 나쁜 본보기를 보이지 마.”고이한의 무심한 말투가 차갑게 울렸다.소예지는 당장 되묻고 싶었다.‘그럼 아버지인 넌 제대로 된 본보기를 보였다고 생각해?’하지만 소예지는 그럴 가치도 없다고 느꼈고 더는 말 섞는 것조차 입만 아까웠다.“하슬아, 이제 내려가자. 너무 늦었어.”“네. 엄마.”고하슬은 새 장난감을 꼭 안은 채 다가왔다.“아빠, 잘 자요.”소예지는 작은 손을 흔드는 고하슬을 데리고 방을 나섰다.그 순간, 엘리베이터 앞에서 마주친 건 욕조에서 막 나온 듯한 심유빈이었다. 몸에 착 붙는 V넥 드레스를 걸친 채, 요염한 미소를 입가에 띠고 있었다.“소예지 씨, 벌써 돌아가시나 봐요?”소예지는 대꾸하지 않았고 대신 고하슬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아줌마, 이렇게 늦은 시간에 아빠한테 무슨 일이에요?”“아줌마는 잠깐 아빠랑 얘기만 하고 갈 거야.”심유빈은 상냥하게 웃었지만 그 말은 소예지의 귀에는 뻔뻔하고 독살스럽게 들렸다. 소예지는 심유빈이 아이 앞에서는 친근한 척하고 뒤로는 뻔히 남의 남편을 유혹하는 행태가 혐오스러울 뿐이었다.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려는 순간, 복도 너머에서 초인종 소리가 울려 퍼졌다.다음 날 아침.소예지는 고하슬에게 예쁜 원피스를 입히고 자신도 은은한 화장을 마쳤다. 오늘은 드디어 시상식이 열리는 날이었다.“엄마, 진짜 예쁘네요! 연예인보다 더 예뻐요.”“고마워. 우리 딸도 정말 예쁘네.”소예지가 고하슬의 머리를 쓰다듬을 때, 휴대폰이 울렸다.[로비에서 기다리고 있어.]강준석이 보낸 문자였다.[곧 내려갈게요.]소예지는 바로 답장을 보내고 시계를 확인했다. 잠깐 아침을 먹고 행사장으로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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