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대표님, 사모님은 이미 제 연구팀에 합류했습니다. 그러니 서예지 씨도 알 권리가 있습니다.”강준석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흔들림이 없었고 그러자 고이한의 발걸음이 멈추며 눈매가 한층 매서워졌다.“강 박사님, 제가 10조를 투자한 건 사적인 인연으로 하찮은 사람들을 실험실에 들이려는 게 아닙니다.”“사모님은 결코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대표님, 제 말을 조금만 들어주신다면...”“하...”고이한의 입꼬리가 비웃듯 휘어졌다.“강 박사님이 저보다 제 아내를 더 잘 안다는 건가요?”“대표님이 조금만 시간을 내서 직접 살펴보신다면 분명히 생각이 달라질 겁니다.”“내 아내를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는 강 박사님이 가르칠 필요 없어요. 분명히 말하는데... 소예지는 이번 연구 프로젝트에서 배제하세요.”고이한의 말은 냉철했고 강준석은 짧게 숨을 고르며 대답했다.“그건 제 권한 밖입니다. 이 연구는 이 박사님이 직접 소예지 씨를 초대한 겁니다.”그 말에 고이한의 시선이 가늘게 좁혀졌다. 고이한은 잘 알고 있었다. 장인어른인 소영욱은 이성열 박사와 오랜 벗이었고 소예지가 합류할 수 있었던 것도 아마 그 인연 덕분일 터였다.“대표님, 사모님은 아주 뛰어난 재능을 가진 분입니다. 연구에...”“강 박사님, 연구에만 집중하시오. 남의 아내에게 과도하게 신경 쓰다간 박사님의 명성에 금이 갈 수도 있어요.”차갑게 경고를 남긴 고이한은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회의실 안, 소예지는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다가 겨우 숨을 고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조금 전 고이한의 태도는 소예지에게 분명히 알려주고 있었다. 아무리 부부라 해도 더 이상 어떤 감정적 기대도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문을 나서자 김경환이 다가왔다.“사모님, 회의 끝날 때까지 기다리시겠습니까?”“아니에요. 그럴 필요 없어요.”소예지는 가볍게 대꾸하고는 곧장 엘리베이터로 향했다.‘이렇게 자존심을 버리고 붙잡을 바에는 차라리 실험실에서 다른 기증자를 찾는 게 낫지. 그게 훨씬 설득력이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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