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예지는 물컵을 힐끔 보기만 했을 뿐, 딱히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시간은 어느새 밤 아홉 시 반을 넘기고 있었고 그녀는 무엇보다 딸아이를 재우는 것이 우선이었다.그때였다. 침대에 얌전히 누워 있던 고하슬이 벌떡 일어나 방문을 열고 나가더니 이내 고이한의 손을 꼭 붙잡고 방 안으로 들어왔다.“아빠, 나 오늘 엄마랑 아빠랑 같이 잘래요!”그 말에 소예지의 온몸이 순간 굳어졌다. 긴장이 스며드는 걸 느끼며 그녀가 무언가 말하려던 찰나, 고이한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침대 반대편에 조용히 누워 딸아이를 품에 안았다.잠시 후, 고하슬이 엄마 쪽으로 손을 뻗었다.“엄마, 손 줘요!”마지못해 소예지는 손을 내밀었고 고하슬은 엄마의 손을 아빠의 손 위에 포개 얹었다.“우리 셋이, 영원히 이렇게 같이 잘 수 있으면 좋겠다.”해맑게 웃는 얼굴로 두 사람의 손을 꼭 잡은 채, 고하슬은 방긋 웃으며 엄마의 뺨에 얼굴을 비비기 시작했다.시간이 조금 흐르고 소예지가 조심스럽게 손을 빼려 하자 고이한의 크고 단단한 손이 그녀의 손을 더욱 세게 움켜쥐었다. 그 힘이 너무 강해 도무지 빠져나올 수 없었다.‘이 남자 또 왜 이래?’소예지는 속으로 이를 갈았지만,딸아이 앞이라 쉽게 감정을 드러낼 수 없어 꾹 참고 있었다.그러던 중, 고하슬이 무언가 중요한 걸 떠올린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엄마, 요즘 아빠한테 뽀뽀 안 해줬잖아요!”예전엔 엄마가 먼저 아빠 품으로 파고들어 자신을 밀어내곤 했는데 요즘은 엄마도 아빠에게 다가가지 않고 아빠 역시 엄마를 안아주지 않는다는 걸 아이는 이미 눈치채고 있었던 것이다.소예지는 그 말을 들은 순간, 못 들은 척 몸을 살짝 뒤척이며 잠든 척했다.“엄마, 벌써 잠든 거예요?”고하슬이 그녀의 품으로 파고들며 속삭이듯 묻자 소예지는 그 틈을 타 손을 쏙 빼냈다.“응...”꿈결인 듯 중얼거리며 대답하자 고하슬은 재빨리 돌아서 아빠에게 말했다.“아빠, 엄마한테 뽀뽀해 줘요!”고이한은 웃으며 딸아이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그녀의 이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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