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희순이 조용히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사모님, 그래도 대표님은 정말 좋은 아버지세요.”부정할 수 없었다.적어도 딸이 태어난 이후, ‘아버지’로서의 역할만큼은 완벽하게 해낸 사람이었다.“아주머니, 저녁 준비해 주세요.”소예지는 짧게 말한 뒤 조용히 위층으로 올라갔다.요즘 그녀는 마음을 온전히 내려놓고 딸과 함께하는 순간에 집중하고 있었다.엄마의 따스한 사랑이 담긴 하루하루 속에서, 그리고 종종 찾아오는 강준석의 따뜻한 배려 속에서 고하슬은 해맑게 웃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그날 아침 여덟 시, 소예지는 고이한의 별장에 들러 피아노를 가져가기로 했다.딸과 함께 피아노를 연습하려면 집에 피아노가 필요했다.그녀는 먼저 고이한에게 집에 있는지, 피아노를 옮기러 가도 괜찮은지 문자를 보냈고 그의 답장은 짧고 간단했다.[괜찮아.]잠시 후, 이삿짐 기사들과 함께 별장 앞에 도착한 소예지는 마당에 주차된 붉은 페라리를 보곤 미간을 찌푸렸다.분명 심유빈의 차였다.‘아직 이혼 서류도 정리되지 않았는데 벌써 그 여자를 들여 살게 한 거야?’그때, 2층에서 인기척이 들리더니 고이한이 계단을 내려왔다.편한 홈웨어 차림에 눈빛은 여전히 나른했다.소예지는 감정을 억누르며 담담히 말했다.“우린 피아노만 옮기고 바로 나갈 거야.”고이한은 말없이 정수기 쪽으로 걸어가더니 소예지가 늘 사용하던 컵을 꺼내 물을 따라 내밀었다.“물 한 잔 마셔.”“됐어.”바로 그때, 이삿짐 기사 중 한 중년 남성이 갑자기 허리를 움켜쥐며 신음했다.“아이고, 허리야! 천천히 좀 해. 허리가 삐끗했네.”사실 소예지도 처음부터 그가 연세에 비해 무리를 하는 건 아닐지 걱정하고 있었다.그가 괜찮을지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 고이한이 물컵을 내려놓고 성큼성큼 다가갔다.“제가 할게요. 어르신은 쉬세요.”노인은 감격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아이고, 감사합니다. 선생님.”고이한은 다른 직원 둘과 함께 무거운 피아노를 조심스레 나르기 시작했다.그의 뒷모습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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