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예지는 이미 그가 쉽게 이혼에 응하지 않을 거란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도 되어 있었다.“그럼 법정에서 보는 수밖에.”그 한마디를 남기고 자리를 뜨려 하자, 고이한이 따라 일어났다. 그는 단숨에 걸음을 옮겨 소예지의 손목을 붙잡았고 그의 목소리에는 진심 어린 간절함이 묻어 있었다.“이혼만 하지 않는다면 당신이 원하는 건 뭐든 다 들어줄게.”소예지는 그의 손을 냉정하게 뿌리치고 한 발짝 물러섰다. “아니, 이 이혼 반드시 해야겠어.”고이한은 낮게 한숨을 내쉬며 그녀를 바라봤다.“조금만 더 시간을 줘.”그 말과 함께 그는 차 키를 집어 들고 급히 집을 나섰다.소예지의 눈살이 저도 모르게 찌푸려졌다.“또 무슨 꿍꿍인 거지? 이혼을 질질 끌겠다는 건가?”잠시 후, 소예지도 집을 나섰다. 그녀가 도착한 곳은 오래된 주택이 밀집한 동네였다. 이 집은 부모님이 남겨주신 유산이었다.외벽은 바람과 비에 닳아 제법 낡았지만 정기적으로 사람을 불러 관리했기에 집 내부는 깔끔하게 유지되고 있었다.대문을 열고 들어선 그녀는 조용히 거실 조명을 켰다.따뜻한 불빛 아래, 이곳이 앞으로 자신과 딸이 살아갈 새 보금자리가 되리라는 걸 실감했다.그녀는 곧바로 심주원에게 연락했고 그는 고이한의 태도를 분석하더니, 차분히 조언을 건넸다.“조금만 더 기다려봐요. 고이한 씨가 먼저 자산 정리를 끝내야 이혼 조건도 구체적으로 협의할 수 있어요.”그리고 며칠 뒤, 목요일 오후.소예지는 정해진 시간에 맞춰 딸을 데리러 시댁으로 향했다. 도착하자, 거실 한편에는 큼직한 여행용 트렁크 세 개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진가영은 이미 출국 준비를 모두 마친 상태였다.“하슬아, 이제 엄마랑 같이 집에 가야지. 나중에 할머니가 금방 돌아와서 같이 놀아줄게.”진가영은 손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고 이내 그녀의 눈가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고하슬도 할머니를 꼭 껴안으며 애틋하게 말했다.“할머니, 꼭 빨리 돌아오셔야 해요.”“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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