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오수진은 혹시라도 윤하준이 자신에게 소예지의 실험 데이터를 빼내달라고 부탁하는 건 아닐까 걱정했었다.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되었다.그가 진심으로 궁금해한 건 그런 것이 아니었다.“소예지 씨, 오늘 퇴근은 했대요?”“요즘 밥은 잘 챙겨 먹고 있나요?”그제야 오수진은 조심스럽게 눈치를 챘다.‘아... 소예지 씨를 챙기고 싶어서 그러는 거였구나.’소예지가 잠시 휴게실로 나왔을 때, 테이블 위엔 고급 호텔 도시락이 정갈하게 놓여 있었다.비 오는 날씨 속에서, 윤하준이 이걸 손수 들고 왔다고 생각하니 미안함과 고마움이 한꺼번에 밀려왔다.“따뜻할 때 드세요. 배고프면 위장도 상해요. 전 잠깐 전화 좀 하고 올게요.”그는 조용히 말한 뒤, 방해가 되지 않게 조심스레 자리를 비켜주었다.그런 배려는 말보다 더 깊이 마음에 스며들었고 음식 냄새가 퍼지자, 비로소 그녀는 자신이 얼마나 허기졌는지 깨달았다.그리고 그 모습을 누군가가 우연히 찍어 단체 채팅방에 올렸다.그 사진을 본 안채린은 속이 뒤틀렸다.‘왜 소예지 주변엔 늘 저렇게 괜찮은 남자들이 끊이질 않지?’강준석, 윤하준, 그리고 지난 연말 행사장에서 봤던 군인 집안 2세까지 셋 모두 사회적 위치도 외모도 능력도 빠질 데 없는 남자들이었다.안채린은 그 장면이 담긴 사진을 조용히 심유빈에게 전송했다.[윤 대표님, 설마 진짜 소예지한테 마음 있는 거야?]잠시 후, 심유빈은 그 사진을 또 한 사람에게 전송했다.[수경아, 너 빨리 안 돌아오면, 윤하준 씨 진짜 소예지한테 뺏기겠다?]고수경은 지난번 해고 이후, 고이한의 권유로 잠시 마음을 추스를 겸 여행을 떠나 있었다.하지만 사진을 보는 순간, 깊은 곳에 꼭꼭 눌러 두었던 감정이 꿈틀거리며 다시 살아났다.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윤하준에 대한 마음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고 원할수록 더 멀어지는 사랑은 그녀를 점점 더 무너지게 만들 뿐이었다.[이제 귀국하는 길이야. 유빈 언니, 조만간 만나서 얘기해.]심유빈은 그 답장을 확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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