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조그만 몸으로 까치발을 들어 커튼을 건네주는 모습을 바라보는 순간, 소예지의 가슴 한편이 문득 뻐근해졌다.“엄마, 나 잘했죠?”고하슬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환하게 웃으며 물었다.“응, 정말 예쁘네.”소예지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지만 돌아서는 순간 참아왔던 눈물이 터지고 말았다.“앞으로는 나도 엄마 도와줄 거예요. 나는 엄마의 귀여운 꼬마 도우미니까!”아이의 말에 소예지는 입술을 꼭 다문 채, 쏟아지는 눈물을 손으로 막으며 거실로 몸을 돌렸다.끊어진 실처럼 주르륵 흘러내리는 눈물은 멈추지 않았고 울음이 새어 나오지 않게 입을 꼭 틀어막아야 했다.예전엔 아이가 빨리 철들기를 바랐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너무 이른 나이에 철든 척하며 어른처럼 굴고 있는 모습을 보니 오히려 마음이 미어지고 미안했다.감정을 겨우 추스른 뒤 다시 거실로 돌아왔을 때, 고하슬은 과자를 먹으며 애니메이션에 푹 빠져 있었다.그 천진한 모습에 소예지는 다시 한번, ‘행복'이라는 감정을 느꼈다.그리고 마침내, 섣달그믐날이 찾아왔다.하루 종일 그녀의 휴대폰에는 많은 이들의 안부 인사가 도착했다.임현욱, 강준석 그리고 윤하준까지 모두가 짧지만 따뜻한 새해 인사를 전해왔고 오늘은 소예지한테 누구보다도 딸과 함께할 시간이 중요하다는 걸 그들 모두가 알고 있었기에 불필요한 말은 없었다.소예지는 딸에게 예쁜 한복을 입혀주고 자신도 은은하게 화장을 했다.고하슬은 거울 앞에서 빙글빙글 돌며 신이 난 표정으로 물었다.“엄마, 나 예뻐요?”“응, 세상에서 우리 하슬이가 제일 예쁘지.”소예지는 무릎을 꿇고 앉아 딸아이 머리에 달린 족두리를 정성스럽게 매만졌다.그때, 휴대폰이 진동했다.보낸 사람은 고이한이었다.[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어.]밖엔 가늘게 비가 내리고 있었다.소예지가 우산을 펴고 딸아이의 작은 손을 꼭 잡은 채 현관을 나섰을 때, 고이한은 이미 우산을 들고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차 문을 먼저 열어 고하슬을 태운 뒤, 소예지가 우산을 접으려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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