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예지의 손끝이 휴대폰 화면 위에 머물렀다.하지만 메시지를 보내지 못한 채, 그대로 멈춰 있었고 한참을 고민하던 끝에, 그녀는 천천히 휴대폰을 침대 옆 협탁 위에 내려놓았다.방금 전까지만 해도 피곤함에 눈이 감길 듯했던 머릿속은 이상하리만치 또렷해지고 있었다.문득 떠오른 얼굴들이 있었다.시장 부부, 할머니, 그리고 국방부 장관, 모두가 임현욱을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이들이었고 동시에 그의 미래를 누구보다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들이었다.그들은 늘 소예지에게 따뜻했고 언제나 친절했다.바로 그렇기에 소예지는 더욱 냉정하고 단호해져야만 했다.그녀는 이미 오래전에 다시는 결혼하지 않겠노라 마음먹은 사람이었고 그런 자신의 감정이 임현욱에게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그에게 사랑이라는 이름의 착각도 기대도 남기고 싶지 않았다.연락을 끊고 마주치지 않도록 거리두기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될 테고 각자의 삶으로 조용히 돌아가게 될 것이다.소예지는 돌아누워 딸의 작고 부드러운 몸을 꼭 안았다.아이의 따스한 체온과 향긋한 냄새가 그녀의 가슴을 천천히 채워나갔고 그렇게 소예지는 조용히 잠에 들었다.다음 날 아침.연휴를 마친 소예지와 박시온은 시내로 돌아가기 위해 짐을 정리하고 있었다.박시온이 운전하는 차가 소예지의 집 앞에 도착했을 무렵, 그녀가 갑작스레 말을 뱉었다.“어머, 나 지금 잘못 본 거 아니지? 저 사람... 임 대위 아냐?”소예지의 집 앞엔 검은색 레인지로버가 위풍당당하게 서 있었고 그 옆에 임현욱이 조용히 기대 서 있었다.가슴이 꾹 막히는 느낌에 소예지의 숨이 잠시 멎었다.그가 여길, 직접 찾아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그 순간이었다.맞은편 골목에서 검은색 마이바흐가 조용히 방향을 틀어 다가왔고 그 강렬한 존재감이 시야를 가득 채웠다.박시온이 차량 번호판을 확인하고는 고개를 돌려 소예지를 바라봤다.“너네 전남편도 왔네.”마이바흐는 레인지로버 앞에서 몇 미터 떨어진 곳에 멈춰 섰고 두 대의 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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