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예지와 이서연이 화장실을 나선 뒤, 남겨진 안채린은 세면대에 등을 기댄 채 입술을 세게 깨물고 있었다. 그러다 피식, 비웃듯 자조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하... 박사라고? 걔가 진짜 박사라니...”곁에 서 있던 서지나가 조심스럽게 위로했다.“선배, 너무 신경 쓰지 마요. 선배도 분명 곧 더 잘나가실 거예요.”하지만 안채린의 마음 깊숙한 곳에 도사린 질투와 부러움은 말로 다 달랠 수 있는 감정이 아니었다. 소예지가 받은 그 영예는 그녀가 밤잠을 설쳐 가며 그토록 갈망해 왔던 자리였다.그런데 이제 소예지는 그 모든 것을 그것도 학교의 파격적인 결정이라는 방식으로 손에 넣었고 그 사실은 안채린을 위로하기는커녕 오히려 더없이 초라하게 만들 뿐이었다.소예지가 자리로 돌아오자마자, 양정화가 잔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자, 한 번 더. 소예지를 위해 축배를 듭시다.”“건배!”사람들은 일제히 잔을 들어 올리며 환하게 웃었고 축하의 분위기는 다시 한번 무르익었다. 안채린 역시 조용히 자리로 돌아와 앉았지만 얼굴에 드리운 미묘한 표정까지 감출 수는 없었다.양정화가 있는 자리에서 감정대로 행동할 수는 없었기에 그녀는 그저 말없이 숟가락을 들었을 뿐, 그 이상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다.식사가 끝난 뒤, 소예지는 꽃다발을 안은 채 사무실로 돌아왔다. 강준석과 인사를 나누며 작별을 고하던 순간, 그녀는 고개를 숙여 꽃을 바라보다가 다시 그를 올려다봤다.“이 꽃... 혹시 강 선배가 보낸 거예요?”강준석은 잠시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다가, 이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오늘은 급하게 오느라 꽃까지 챙길 여유는 없었어. 아마 양 교수님이 미리 준비하신 게 아닐까?”소예지는 눈을 한 번 깜빡이며 고개를 갸웃했다. 현장에 함께 있었음에도 양정화가 꽃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게 자꾸만 마음에 걸렸다.“강 선배, 운전 조심해서 가세요.”그녀는 미소로 인사를 건넸고, 강준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를 떠났다.그 뒤, 함께 실험실로 돌아오던 이서연이 조심스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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