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Chapter 561 - Chapter 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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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1화

소예지의 입가에 머물던 웃음이 몇 초간 굳어졌다.“아빠도 분명히 내가 연주하는 걸 보고 싶어 할 거예요! 엄마, 우리 얼른 집에 가서 연습해요!”고하슬은 들뜬 얼굴로 엄마의 손을 꼭 잡고는 차 쪽으로 달려갔다.집에 도착하자마자 고하슬은 손을 씻고 간단히 과일을 먹은 뒤, 망설임 없이 곧장 피아노 앞에 앉았다. 소예지는 그런 딸 곁에 나란히 앉아 함께 연습에 집중했다.이번 무대는 고하슬에게 있어 첫 번째 TV 방송 무대였고 순위와는 상관없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표현한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값진 도전이었다.딸이 진지한 눈빛으로 건반을 누르며 곡을 연주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순간, 소예지의 마음 한구석이 뭉클해졌다.고하슬은 한 곡을 마친 뒤, 기대 가득한 눈빛으로 고개를 들어 소예지를 바라보며 물었다.“엄마, 나 잘했어요?”소예지는 조용히 웃으며 딸의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었다.“아주 잘했어. 우리 더 열심히 연습하자. 그래야 무대에서도 실수 없이 멋지게 해낼 수 있으니까.”“네!”고하슬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건반에 손을 올렸다.그날 이후로 고하슬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연습을 이어갔고 그렇게 대회 날까지 남은 시간은 어느새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다.그 사이 소예지 역시 손 놓고 있지 않았다. 공연에 어울릴 만한 드레스를 고르고 무대 위에서 필요한 것들을 하나하나 빠짐없이 준비해 나갔다.딸과 함께 바쁘게 시간을 보내면서도 그녀의 마음은 여전히 임현욱에게로 향해 있었다. 그가 무사히 돌아오기만을, 오로지 그것만을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랐다.그리고 금요일, 소예지는 양정화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오늘은 고신 그룹에서 중요한 회의가 열리는 날이었고 양정화는 그 자리에서 신약 관련 데이터를 발표할 예정이었다.처음에 소예지는 회의 참석을 피하고 싶다고 했지만 양정화는 꼭 참석해 달라며 그녀에게 진지하게 부탁했다.“오늘은 고신 그룹의 이사회 인사들뿐만 아니라 A시의 주요 병원 관계자들까지 참석하는 중요한 자리야.”결국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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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2화

소예지는 그가 겨우 그 한마디를 하기 위해 자신을 붙잡아 두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아무 말 없이 자료를 정리해 회의실을 나섰다. 등 뒤로 홀로 남겨진 고이한은 잠시 출입문 쪽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곧 무대에 오를 고하슬의 얼굴이 떠오르자 그의 눈빛에 어렴풋한 자부심이 스쳤다. 토요일, 고하슬의 무대가 있는 날이었다.소예지는 방송국 측에서 미리 전달받은 심사 위원 명단을 꼼꼼히 살폈다. 목록을 한 줄 한 줄 확인하던 그녀는 그 안에 ‘심유빈’이라는 이름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나서야 겨우 긴장을 풀 수 있었다.딸이 다시 그 여자와 얽히는 일만은 원치 않았다. 필요하다면 심유빈이 고하슬의 아버지와 어떤 관계였는지 설명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상황이 나아질 리는 없었다.밤이 되자 소예지는 혹시 딸이 긴장하지 않을까 마음을 다독여 주었다. 하지만 고하슬은 기대에 찬 얼굴로 눈을 반짝이며 조금도 떨리는 기색 없이 해맑게 고개를 끄덕였다.토요일 아침.방송국이 위치한 공연장의 백스테이지는 이미 북적이고 있었다. 아이들과 부모들이 하나둘 도착했고 소예지는 양희순과 함께 고하슬을 데리고 백스테이지로 들어섰다.오늘을 위해 준비한 드레스는 소예지가 직접 예약한 맞춤 고급 라인의 의상이었다. 하얀색 퍼프 소매가 풍성한 드레스에 허리까지 내려오는 검고 윤기 나는 긴 머리를 곱게 땋아 리본으로 묶은 고하슬은 마치 동화 속에서 막 튀어나온 작은 공주 같았다.고하슬은 드레스 자락을 살짝 들어 한 바퀴 빙그르르 돌더니 소예지를 올려다보며 물었다.“엄마, 예뻐요?”소예지는 눈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응, 정말 예쁘네. 조금 있다가 무대 올라가면 연습할 때처럼 편하게 치면 돼. 떨지 말고.”고하슬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나 잘할 수 있어요!”그러다 문득 눈을 반짝이며 조심스럽게 덧붙였다.“아빠 오늘 진짜 와요?”소예지는 짧게 숨을 들이켠 뒤,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응, 온다고 했어.”고하슬의 얼굴에 기대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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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3화

반주가 울려 퍼지자, 고하슬의 작고 하얀 손가락이 피아노의 흑백 건반 위를 유려하게 오갔다. 부드럽고 맑은 선율이 연회장 전체에 퍼져 나가며 사람들의 귀를 자연스럽게 사로잡았다.무대 아래에서 소예지는 딸의 연주에 맞춰 조용히 손끝으로 박자를 세며 속으로 리듬을 따라갔다. 오늘 고하슬의 연주는 이전보다 훨씬 안정적이었고 한 음 한 음에 흔들림이 없었다. 정작 소예지 자신은 긴장한 탓에 손바닥에 땀이 맺힐 만큼 마음이 조여 왔지만 고하슬은 조금의 떨림도 없이 연주에만 집중하고 있었다.심사 위원석 쪽에서 심유빈이 고개를 살짝 돌려 고하슬을 바라보았고 대형 스크린에는 그녀가 다정한 눈빛으로 아이를 지켜보는 모습이 그대로 비쳤다.마지막 음까지 흐트러짐 없이 연주를 마치자 연회장 안에는 이내 뜨거운 박수가 터져 나왔다. 아이는 심사 위원석을 향해 예의 바르게 허리를 숙여 인사했고 작고 앙증맞은 얼굴에는 자신감 어린 미소가 환하게 번져 있었다.사회자는 밝은 얼굴로 무대 앞으로 다가와 아이 앞에 쪼그려 앉았다.“고하슬 어린이의 멋진 연주, 정말 감사합니다. 이제 심사 위원님들의 평과 점수를 들어보겠습니다.”심사 위원들은 차례로 높은 점수를 주었고 마침내 심유빈의 차례가 되었다. 그녀는 마이크를 받아 들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고하슬 어린이의 연주는 정말 인상 깊었어요. 감정 표현이 아주 섬세했고 겨우 여섯 살이라는 나이를 생각하면 놀라울 정도의 완성도를 보여줬습니다.”고하슬은 심사 위원석에 앉아 있는 심유빈을 올려다보았다. 아이의 얼굴에는 놀라움과 반가움이 동시에 스쳐 지나갔다.그때 심유빈이 다시 말을 이었다.“오늘 무대 정말 훌륭했어요. 그래서 제 점수는 만점입니다.”순간 장내는 다시 한번 뜨거운 박수로 가득 찼다. 객석에 앉아 있던 고이한 역시 누구보다도 뚜렷하게 딸을 자랑스럽고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만점’이라는 말에 고하슬은 하얀 치아가 훤히 드러날 만큼 환하게 웃었고 방송국 스태프의 손에 이끌려 백스테이지로 향했다. 소예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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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4화

“고마워, 이안아.”고하슬은 기쁜 얼굴로 꽃다발을 받아 들었고 두 아이는 서로를 꼭 안아 주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윤하준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하슬아, 오늘 정말 멋졌어. 삼촌이 너무 자랑스럽다.”“감사해요, 하준 삼촌.”고하슬은 예의 바르게 인사하자 소예지도 고개를 숙여 감사의 뜻을 표했다.“꽃까지 챙겨 주셔서 정말 고마워요.”윤하준은 따뜻한 눈빛으로 소예지를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고맙긴요. 당연한 일이죠.”그러고는 의미심장한 어조로 덧붙였다.“제 눈엔 하슬이랑 이안, 두 아이 다 제 자식처럼 느껴지거든요.”소예지가 미처 대답을 꺼내기도 전에 뒤쪽에서 낮고 묵직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윤 대표, 언제 돌아온 거야?”돌아보니 고이한이 그들 뒤에 서 있었다. 방금 윤하준의 말을 들은 듯 그의 표정은 다소 굳어 있었다. 윤하준은 잠시 당황한 기색을 보이다가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지난주에 돌아왔어.”그때, 또각또각 울리는 하이힐 소리와 함께 하얀 드레스를 입은 심유빈이 다가왔다. 풍성하게 퍼지는 향수 냄새는 그녀가 즐겨 쓰던 브랜드였고 소예지는 과거 고이한의 옷에서 그 향을 맡았던 기억이 문득 떠올랐다.심유빈은 먼저 윤하준을 향해 인사했다.“윤 대표님, 오랜만이에요.”윤하준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고 그녀는 다시 시선을 소예지에게로 옮겼다.“오늘 하슬이 정말 잘했어요. 보고 있는데 제가 다 뿌듯하더라고요.”그 말은 자신이 고하슬의 피아노 입문 선생님이었기에 나온 말이었다. 선생님의 입장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칭찬이었지만 그 한마디는 칼날처럼 소예지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소예지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꽉 움켜쥐었고 하얗게 질린 손등에서 핏기가 빠져나갔다.마지막으로 심유빈은 고이한을 향해 손을 흔들며 말했다.“그럼 전 이만 갈게요. 더 방해하지 않을게요.”그러고는 고하슬과 이안에게도 환하게 손을 흔들었다.“하슬아, 이안아. 안녕!”그녀가 자리를 떠나자 복도는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소예지가 차분한 목소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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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5화

고하슬은 트로피를 옆자리에 내려놓은 채, 어느새 다시 장난감에 몰두해 있었고 그 모습을 백미러로 바라본 소예지는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아이는 본디 이렇게 순수하고 천진한 것이 맞다는 생각과 함께 트로피나 영광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즐길 줄 아는 아이의 마음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자 괜히 가슴 한편이 뭉클해졌다.한편, 고씨 가문 저택에서는 방금 막 생중계로 고하슬의 무대를 지켜본 진가영과 최현숙의 얼굴에서 한동안 웃음이 가시지 않았다. 무대 위에서 침착하게 연주하는 어린 고하슬의 모습에 두 사람 모두 감탄을 금치 못했고 그 자랑스러움은 굳이 말로 표현할 필요도 없을 만큼 컸다.그러나 최현숙의 눈썹이 이내 불쾌하게 찌푸려졌다.“그런데 저 아가씨는 왜 거기 있는 거야? 이한이는 대체 무슨 생각으로 걔를 심사 위원으로 불러들인 거냐고.”진가영 역시 의아한 표정이었다. 딸에게 들은 바로는 심유빈은 지금 D국에 있을 터였는데 설마 아들이 일부러 초청해 고하슬의 무대에 맞춰 돌아오게 한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이 스쳤다.“저도 정확히는 모르겠어요. 다만 오늘 하슬이가 너무 잘했으니까, 나중에라도...”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최현숙이 호통을 쳤다.“하슬이는 분명 큰일을 할 아이야. 예술이고 뭐고 그저 취미로 하게 할 뿐이지, 그걸 밥벌이로 삼게 둘 순 없어.”진가영은 놀란 듯 최현숙을 바라보았지만 그 말에 반박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가장 좋은 건 역시 예지처럼 과학 쪽으로 진로를 잡는 거겠죠. 뛰어난 과학자가 된다면 더할 나위 없고요.”최현숙은 빛나는 눈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기대에 찬 얼굴로 말했다.“그래, 예지처럼만 자라 준다면 얼마나 좋겠니.”그러다 문득 무언가 떠올린 듯 얼굴을 찌푸렸다.“그런데 요즘 이한이는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거야? 며칠도 아니고 몇 주는 본 적도 없는 것 같은데. 설마 그 여자랑 또 어울려 다니는 건 아니겠지?”진가영은 딸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떠올랐다. 고이한은 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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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6화

“할머니, 자꾸 딴소리하시는데요. 어쨌든 재결합은 전 절대 반대예요.”고수경은 손을 번쩍 들며 단호하게 의사를 밝혔다.“네가 동의하든 말든 무슨 상관이니? 그건 너희 오빠랑 소예지 문제지.”“그래서 더 불가능하다는 거예요. 오빠가 어떤 사람인데요. 한 번 결정하면 절대 뒤돌아보지 않잖아요. 소예지한테 마음 없다는 거, 아직도 못 보셨어요?”고수경은 일부러라도 할머니가 현실을 직시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말을 내뱉었다. 그때 진가영이 나섰다.“얘가, 오랜만에 와서 할머니 속 뒤집으려고 왔니? 그만하고 얼른 가서 씻어. 향수 냄새가 너무 진하다.”고수경은 인상을 찌푸리며 혀를 쯧 찼다.“제가 사실을 말한 게 뭐가 잘못이에요? 요즘 오빠랑 유빈 언니, 둘이 외국에서 데이트하는 거 다 아는데요. 그런 상황에서 재결합이라니 말도 안 되죠.”그 말을 듣는 순간, 최현숙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너 오빠랑 그 아가씨가 데이트하는 거 확실해?”“당연하죠. 유빈 언니가 직접 말했는데, 설마 거짓말하겠어요?”고수경은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진가영은 황급히 딸에게 눈짓을 보내며 그만하라는 신호를 보냈고 고수경은 심드렁하게 등을 돌리더니 그대로 2층으로 올라가 버렸다.최현숙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그날 밤.소예지는 딸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며 조용히 하루를 마무리했다. 고하슬이 곤히 잠든 뒤, 그녀는 홀로 베란다에 앉았다. 창밖에는 적막한 거리만이 펼쳐져 있었고 소예지는 무릎을 끌어안은 채 멍하니 어둠을 바라보고 있었다.한참을 그렇게 앉아 있던 중, 휴대폰 화면에 알림 하나가 번쩍이며 떠올랐다. 무심코 스쳐 지나간 이메일 제목이 시야에 들어오자 그녀의 손이 저절로 움직였다.메일함을 열어 가장 위에 있던 메일을 터치한 순간, 발신자 주소를 확인한 소예지는 눈을 살짝 크게 떴다. 급히 메일을 열어 내용을 읽어 내려갔다.[예지야, 잘 지내고 있겠지? 2년 전, 네가 실험실을 떠난 이후로 문득문득 네 생각을 했단다. 그땐 네가 가정을 선택하겠다고 결심했기에 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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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7화

소예지는 충격에 휩싸인 채 두 손으로 입을 가리며 믿을 수 없다는 듯 임명장을 내려다보았다. 손끝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고 눈동자에는 놀람과 감격이 복잡하게 뒤섞여 있었다.A시 의과대학.국내에서도 손꼽히는 최고 명문 의과대학의 박사 임명장이었다. 그 무게는 단순히 한 장의 종이로 가늠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이건... 너무 갑작스러워요.”소예지는 한참을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전혀 그렇지 않아. 오히려 늦은 감이 있지.”양정화는 단호하면서도 부드러운 어조로 말을 이었다.“네가 낸 특허 성과 하나하나가 이미 국제적인 수준을 넘어섰어. 특히 이번 신약 임상의 결과는 학교 측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지. 그래서 이사회에서도 네게 박사 학위를 파격적으로 수여하자는 안건이 만장일치로 통과된 거야.”소예지는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임명장 위에 새겨진 학교 로고를 어루만졌다. 그 순간, 그녀의 뇌리에는 생전 아버지의 모습이 또렷하게 떠올랐다.‘네가 꼭 박사 학위를 따는 걸 보고 싶다.’따뜻하면서도 단단했던 그 목소리가 이토록 늦은 시점에야 비로소 현실이 되어 다가왔다. 감정이 북받쳐 올라 숨을 고르는 것조차 잊은 채, 그녀는 한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오늘은 내가 밥 사기로 했어. 점심에 실험실 팀 전부 불러 놨으니까 가서 일 마무리하고 내려와.”양정화는 소예지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환하게 웃었다. 그 순간, 소예지의 눈가가 붉게 물들더니 이내 감정을 참지 못한 채 그녀를 끌어안았다.“정말... 감사합니다, 교수님.”“고마워할 사람은 나보다도...”양정화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다.“이번 건, 나랑 이 교수님이 공동으로 추천한 거였단다.”소예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눈물을 참고 미소 지었다.“그럼 다음에 이 교수님 뵙게 되면 꼭 감사 인사드릴게요.”“네 성과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어. 이미 다들 인정하고 있어.”양정화는 흐뭇한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네 아버님께서 살아 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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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8화

“오늘 여러분을 모신 이유는 아주 기쁜 소식을 전하기 위해서입니다.”양정화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한층 더 단단하고 또렷했다.“교내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결의한 결과 소예지 씨에게 의학박사 학위를 수여하고 동시에 본교 초빙 교수로 정식 임명하기로 했습니다.”그 말이 끝나는 순간, 식당 안은 짧은 침묵에 잠겼다.그리고 이내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안채린의 표정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얼어붙은 미소 뒤로 쏟아지는 환호와 축하의 소리 속에서 그녀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입술을 달싹이며 낮게 중얼거렸다.“말도 안 돼...”반면, 가장 먼저 소예지를 꼭 끌어안은 사람은 이서연이었다.“소예지, 진짜 대단해! 나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 줄 알았어. 정말로... 넌 해낼 줄 알았어!”뒤이어 동료들이 하나둘 다가와 축하 인사를 건넸고,강준석 역시 말없이 잔을 들어 소예지와 가볍게 부딪쳤다.“정말 축하해, 소예지.”소예지는 환한 미소로 화답했다. 어느새 그녀의 주변은 축하와 환호로 가득 찼고 마치 한 사람만을 위한 작은 축제처럼 그 중심에는 소예지가 서 있었다.그때 식당 입구에서 꽃다발을 든 직원 한 명이 두리번거리며 주위를 살폈다.“실례합니다... 혹시 이 자리에 ‘소 박사님’ 계신가요?”누군가 소예지를 가리켰고 직원은 그를 따라 시선을 옮겼다. 머릿속에 그려 두었던 ‘박사’의 이미지와 달랐던 듯, 젊고 단정한 여성을 마주한 순간 잠시 당황한 기색이 스쳤지만, 곧 밝게 웃으며 다가왔다.“소 박사님, 이 꽃은 어떤 손님께서 주문하신 겁니다. 여기 서명 부탁드립니다.”누가 보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소예지는 조심스럽게 꽃다발을 받아 들며 미소 지었다. 시선은 자연스럽게 양정화와 강준석을 향했고 두 사람 모두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웃고 있었다.‘아마... 두 분 중 한 분이겠지.’그렇게 생각하며 소예지는 마음속에 조용히 감사의 뜻을 담아 꽃다발을 품에 안았다.식사가 한창 무르익을 즈음, 소예지는 잠시 자리를 비워 화장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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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9화

소예지와 이서연이 화장실을 나선 뒤, 남겨진 안채린은 세면대에 등을 기댄 채 입술을 세게 깨물고 있었다. 그러다 피식, 비웃듯 자조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하... 박사라고? 걔가 진짜 박사라니...”곁에 서 있던 서지나가 조심스럽게 위로했다.“선배, 너무 신경 쓰지 마요. 선배도 분명 곧 더 잘나가실 거예요.”하지만 안채린의 마음 깊숙한 곳에 도사린 질투와 부러움은 말로 다 달랠 수 있는 감정이 아니었다. 소예지가 받은 그 영예는 그녀가 밤잠을 설쳐 가며 그토록 갈망해 왔던 자리였다.그런데 이제 소예지는 그 모든 것을 그것도 학교의 파격적인 결정이라는 방식으로 손에 넣었고 그 사실은 안채린을 위로하기는커녕 오히려 더없이 초라하게 만들 뿐이었다.소예지가 자리로 돌아오자마자, 양정화가 잔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자, 한 번 더. 소예지를 위해 축배를 듭시다.”“건배!”사람들은 일제히 잔을 들어 올리며 환하게 웃었고 축하의 분위기는 다시 한번 무르익었다. 안채린 역시 조용히 자리로 돌아와 앉았지만 얼굴에 드리운 미묘한 표정까지 감출 수는 없었다.양정화가 있는 자리에서 감정대로 행동할 수는 없었기에 그녀는 그저 말없이 숟가락을 들었을 뿐, 그 이상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다.식사가 끝난 뒤, 소예지는 꽃다발을 안은 채 사무실로 돌아왔다. 강준석과 인사를 나누며 작별을 고하던 순간, 그녀는 고개를 숙여 꽃을 바라보다가 다시 그를 올려다봤다.“이 꽃... 혹시 강 선배가 보낸 거예요?”강준석은 잠시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다가, 이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오늘은 급하게 오느라 꽃까지 챙길 여유는 없었어. 아마 양 교수님이 미리 준비하신 게 아닐까?”소예지는 눈을 한 번 깜빡이며 고개를 갸웃했다. 현장에 함께 있었음에도 양정화가 꽃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게 자꾸만 마음에 걸렸다.“강 선배, 운전 조심해서 가세요.”그녀는 미소로 인사를 건넸고, 강준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를 떠났다.그 뒤, 함께 실험실로 돌아오던 이서연이 조심스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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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0화

소예지가 사무실로 돌아오자 이서연이 커피 두 잔을 들고 들어왔다.“자, 커피 사러 간 김에 네 것도 하나 챙겨왔어.”“고마워.”소예지는 커피를 받아 들며 미소 지었다.이서연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책상 위에 놓인 꽃다발로 옮겨갔다. 그녀는 눈을 반짝이며 감탄했다.“이 꽃, 꽤 예쁘다.”하지만 소예지에게 그 꽃은 더없이 거슬리는 존재였다. 그녀는 시선을 돌린 채 무심하게 말했다.“너 키울래? 줄게.”“정말?”이서연의 눈빛이 환하게 밝아졌다. 이런 꽃은 관리만 잘하면 열흘도 넘게 싱그럽게 피어 있을 수 있었다.“응. 난 돌볼 시간이 없을 것 같아. 네가 데려가.”소예지는 부드럽게 고개를 끄덕였다.이서연은 기쁜 마음으로 꽃다발을 안고 사무실을 나섰고 소예지는 다시 자리에 앉으려던 순간 휴대폰이 진동하며 메시지 알림이 떴다.화면에는 윤하준에게서 온 축하 메시지가 떠 있었다. 그녀는 뜻밖이라는 듯 잠시 눈을 깜빡였다가 마음이 은근히 따뜻해지는 걸 느꼈다.[고마워요.]소예지는 짧고 정중하게 답장을 보냈다. 곧바로 윤하준의 메시지가 다시 도착했다.[앞으론 ‘소 박사님’이라고 불러야겠는걸요?]그의 가벼운 농담에 소예지는 저절로 미소를 지었다. ‘박사’라는 호칭은 아직 익숙하지 않았지만 그 말 안에 담긴 진심 어린 축하만큼은 분명히 전해졌다.그때 또 하나의 이메일 알림이 떴고 그녀는 곧장 확인했다.발신자는 편정우였다.[나 목요일에 귀국해. 도착하면 연락하자.]소예지는 망설임 없이 휴대폰을 들어 자신의 연락처를 메일로 회신했다.[귀국 환영해요. 공항에 도착하시면 제가 바로 마중 나갈게요.]편정우는 평소에도 메일로만 연락을 주고받는 사람이었다. 오직 연구에만 몰두하는 성격답게 이미 국제 신경의학계의 권위자로 자리 잡은 인물이었다.그는 소예지의 스승이자, 아버지처럼 따랐던 존재였고 소영욱이 세상을 떠난 뒤, 그녀를 묵묵히 돌봐준 유일한 어른이기도 했다.소예지는 대학 2학년 때 자퇴했지만 그의 가르침은 어떤 학위보다 깊고 값졌다. 그녀가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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