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다가 이 바닥은 믿음보다 술수가 먼저인 곳이었다.상대가 내미는 호의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였다가는 어느새 발목을 잡히기 십상이었다.“그 안에 어떤 의도도 없어.”고이한은 여전히 평정심을 잃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냥 앞으로 하슬에게 남겨줄 안정적인 미래를 마련해주고 싶을 뿐이야.”하지만 소예지의 눈빛은 싸늘했다.이 남자의 사고방식은 이미 예전부터 똑같았다. 한 번 무너진 신뢰를 되돌리는 데는 수백 배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그는 끝내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다.그 차가운 반응은 고이한의 눈에도 분명하게 들어왔다. 이 정도의 투자 조건이라면 누구라도 혹할 만했지만 소예지의 얼굴에는 어떤 동요도 스치지 않았다.“소예지, 감정은 감정이고 사업은 사업이야.”고이한은 차분히 말을 이었다.“이번 제안은 당신이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일이야. 길어도 석 달 안에 회사는 상장될 거니까.”그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문 쪽으로 걸어갔다.문 앞에서 잠시 멈춰 서서, 덧붙였다.“나랑 직접 얽히기 싫다면 임 이사에게 일임해도 상관없어.”그 순간까지 이를 악문 채 버티고 있던 소예지가 냉랭하게 입을 열었다.“필요 없어.”그녀의 목소리는 단호했다.“당신 같은 사람의 ‘호의’엔 관심 없어.”문손잡이를 잡고 있던 고이한의 손이 미세하게 멈췄다.가슴이 한 번 들썩이는 듯했지만 그는 곧 낮게 대답했다.“좋을 대로 해.”문이 열리고, 그가 나서자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던 임재석이 깜짝 놀라 두 걸음 물러섰다.고이한의 얼굴을 보는 순간, 소예지가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단번에 감이 왔다.“고 대표님, 이번 투자 건은 정말 저희도...”임재석은 다급히 따라붙었지만 고이한은 고개조차 돌리지 않은 채 곧장 자리를 떠났다.그 뒷모습이 복도 끝으로 사라지는 걸 바라보며 임재석은 속으로 절망했다.‘끝났구나. 이 10% 지분은 날아갔네.’잠시 후, 회의실 문이 다시 열렸다.소예지가 걸어 나오자, 임재석의 안색이 급히 변했다.“대표님... 설마, 거절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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