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e Kapitel von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Kapitel 581 – Kapitel 590

962 Kapitel

제581화

안영수는 그제야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역시 내 딸이야.” 저녁이 되자 식탁 위에는 푸짐한 음식이 차려졌고 온 가족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웃으며 식사하고 있을 때, 심유빈의 휴대전화가 울렸다.그녀는 화면을 확인하곤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아빠, 전화 좀 받고 올게요.”안영수는 기대에 찬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속으로 생각했다.‘설마 그 사윗감한테서 온 전화인가?’심유빈은 마당으로 나가 전화를 받았다. 발신자는 다름 아닌 하종호였다.“여보세요, 하종호 씨? 무슨 일 있어요?”“방금 들은 얘긴데요. 고 대표가 고신 제약 IPO를 미루기로 했답니다.”다이아몬드 반지를 이리저리 살피던 심유빈의 손끝이 순간 멈췄다.“정말이에요? 왜...”“고 대표 말로는 일부 데이터에 대해 재감사가 필요하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상장 일정이 아마 2년 정도 미뤄질 수도 있대요.”하종호의 목소리에는 당황스러움이 살짝 묻어 있었다. 며칠 전,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심유빈과 나눈 적이 있었기에 그녀가 관심을 가졌던 터라 단순히 참고삼아 알려주려 전화를 걸어온 것이었다.“알려줘서 고마워요.”심유빈은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시내에 새로 생긴 레스토랑 있는데 유빈 씨가 좋아할 스타일이에요. 시간 괜찮을 때 같이 가죠.”“좋아요. 나중에 꼭 같이 가요. 오늘은 가족이랑 밥 먹기로 해서 먼저 끊을게요.”“네. 얼른 가서 밥 먹어요.”전화를 끊은 심유빈은 거실로 돌아왔고 곧바로 방금 들은 소식을 아버지에게 전했다.“뭐라고?”안영수의 얼굴에 걸려 있던 웃음이 순식간에 굳었다.“누가 그런 말을 해?”“하종호 씨요. 정보는 꽤 확실해 보여요.”안영수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갑자기 왜 상장을 미루는 거야? 난 벌써 5% 지분 확보할 준비 다 끝냈는데... 하아.”그는 답답한 듯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며 얼굴을 찌푸렸다.투자금도 모두 마련해 둔 상태였다. 그런데 고이한이 이런 시점에 상장을 미룬다니 이해할 수가 없었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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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2화

“네, 알겠어요.”소예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교수님도 몸 좀 챙기세요. 무리하지 마시고요.”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여전히 과학 연구에 매진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그녀의 가슴 한편에는 저절로 깊은 존경심이 일었다.편정우는 그녀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연구하는 사람은 너무 많은 걸 고민하지 마. 넌 신약 테스트 마무리나 잘해놔.”소예지는 미소 띤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요즘의 그녀는 활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예민했고 고이한의 존재는 그림자처럼 그녀의 뒤를 따라다니며 마음을 짓눌렀다.그날 저녁, 소예지는 딸아이를 데리고 근처 광장으로 나갔다.작은 아이가 폴짝폴짝 뛰며 환하게 웃는 모습을 바라보는 순간 지금까지 그녀가 쏟아온 노력과 버텨낸 시간들, 그 모든 게 결국 이 아이를 위한 것이었음을 다시금 깨달았다.그리고 그것이야말로 그녀가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이유였다.그때, 가방 안에서 은은한 진동과 함께 불빛이 깜빡였다.소예지는 손을 뻗어 휴대폰을 꺼내 메시지를 확인했다. 발신자는 임성국의 개인 번호였다.[현욱이는 무사해요. 대신 안부를 전해달라고 해서요.]짧은 문장을 한참 바라보던 그녀는 조용히 숨을 내쉬었고 이내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그가 무사하다는 것 그 사실 하나면 충분했다.주말이 지나고 소예지는 다시 실험실로 복귀해 회의 참석을 위해 연구동으로 향했다.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그녀의 시야에 들어온 건 박스를 안고 있는 안채린과 이야기 중이던 서지나였다.서지나는 아쉬운 눈빛으로 말했다.“채린 선배, 이제 막 복귀했는데 또 MD로 가는 거예요? 너무 아쉬워요.”안채린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소예지를 발견하고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어쩔 수 없지. MD에서 새 프로젝트 한다고 날 다시 부르더라. 시간 되면 또 보자.”“혹시 MD에서 새로 시작하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프로젝트 말하는 거예요? 와... 채린 선배, 정말 대단해요!”사실 안채린이 MD의 핵심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건 전혀 놀랄 일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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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3화

소예지가 편정우 연구실에 들어갔다는 소식은 조용히 퍼져나갔고 어느 순간부터 실험실 안에서는 더 이상 숨길 필요조차 없는 사실이 되어버렸다.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있을 때면 그녀는 무심히 흘러나오는 자신의 이야기를 자주 듣게 되었다. 다 들으라는 듯 대놓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고 수군거리며 떠보듯 흘리는 목소리도 있었다.“소예지, 진짜 이해 안 돼. 고 대표가 그렇게 아끼고 밀어주는데 왜 굳이 그만둔 거야?”“그러니까. 그 자리에 계속 있었으면 뇌-컴퓨터 프로젝트도 안채린이 아니라 소예지가 들어갔겠지. 게다가 고 대표 자본력은 말할 것도 없잖아. 편 교수님 연구실보다는 훨씬 낫지 않겠어?”이런 수군거림에 대해 소예지는 어떤 해명도 하지 않았다.오직 이서연만이 조심스럽게 이유를 물은 적이 있었고 그때 소예지가 내놓은 대답은 아주 간단했다.“새로운 환경에서 시작하고 싶어.”그로부터 일주일 후, 편정우가 경주에서 돌아왔다.오랜만에 본 그의 얼굴은 평소처럼 차분했지만 그 안에는 어딘가 모르게 담담한 만족감이 엿보였다. 그는 이미 윤하준과의 실험실 임대 계약을 모두 마무리한 상태였고 이제 연구실 정비만 끝나면 본격적인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 있었다.소예지는 편정우와 저녁을 함께하며 향후 연구 일정과 실험실 운영 전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식사가 끝나자, 편정우는 그녀를 창가로 불렀다. 창문은 모두 가려져 있었고 방 안에는 조용하지만 묘하게 긴장된 공기가 흐르고 있었다.“예지야.”그의 표정이 한층 더 무거워졌다.“이번에 경주에 다녀오면서 오랜 친구들을 몇 명 만났는데... 중요한 이야기를 나눴어.”소예지가 말없이 그의 얼굴을 바라보자 편정우는 문득 떠올린 듯 묻듯이 말을 이었다.“‘트로이 목마’ 이야기 알고 있나?”그 말에 소예지의 눈빛이 미묘하게 흔들렸다.눈앞의 노인이 무엇을 말하려는지 짐작은 갔지만 쉽게 이해되지는 않았다. 그리고 이내 그는 조심스럽게 본심을 꺼냈다.“너랑 상의하고 싶은 일이 있다. 혹시... 의과대학 실험실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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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4화

그의 회사가 다루는 과학기술과 의약 사업은 단순한 이윤 추구가 아니었다. 모든 것은 국가가 그려온 거대한 청사진 위에서 유기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소예지는 아픈 관자놀이를 조용히 눌렀다가 이내 천천히 고개를 들어 흐릿한 하늘을 바라보았다. 결국 그녀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의 감정 하나쯤은 이 거대한 흐름 앞에서 조용히 접어두는 편이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그날, 소예지는 양정화에게 전화를 걸었다.편정우의 귀국 목적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자 양정화는 곧바로 상황을 이해했고 오히려 소예지가 계속 실험실에 남기로 한 결정을 전적으로 지지해 주었다.“소예지, 아주 잘한 선택이야. 네 아버지가 살아 계셨더라도 분명 같은 결정을 내렸을 거야.”양정화의 말은 짧았지만 단단했고 묘하게 마음을 울리는 힘이 있었다.그날 밤, 시계가 밤 열한 시를 가리킬 즈음, 소예지는 막 잠자리에 들려던 참이었다. 그때 휴대폰 화면 위로 문자 알림이 떠올랐다.[내일 10시, 공항에서 봐. 같이 경주에 회의하러 가야 해.]고이한이 보낸 메시지를 바라보던 소예지는 몇 초간 반응하지 못했다. 아직 답장을 보내기도 전에 곧이어 두 번째 메시지가 도착했다.[군부와의 회의야. 늦지 마.]그제야 소예지는 조용히 숨을 고르며 짧게 답장을 보냈다.[알았어.]잠시 후, 또 한 번 메시지 알림음이 울렸다. 이번에는 구온이었다.[연락받으셨죠? 내일 뵙겠습니다.]그 메시지를 확인하고서야 소예지는 고이한이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라는 걸 확신했다. 정말로 경주에서 중요한 회의가 열릴 모양이었다.이튿날 아침 일곱 시.소예지는 서둘러 일어나 짐을 챙겼고 옷장 문 여는 소리에 고하슬이 눈을 비비며 자리에서 일어났다.“엄마, 어디 가요?”소예지는 아이 곁으로 다가가 볼을 살며시 쓰다듬었다.“엄마 오늘 경주에 회의하러 가야 해. 조금 있으면 할머니가 너 데리러 오실 거야. 할머니 집에서 이틀만 지내도 괜찮지?”고하슬은 꾸벅 고개를 끄덕이며 씩씩하게 대답했다.“네! 괜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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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5화

회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군부 대표인 구온이 서서히 발언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발표는 전반적으로 차분하고 체계적으로 진행되었고 마침내 그가 뇌-컴퓨터 인터페이스와 관련된 초기 상황을 언급하기 시작하자 소예지는 조용히 숨을 고른 뒤 집중해 귀를 기울였다.그러던 중, 회의장 정면에 앉아 있던 전재욱이 온화한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소예지 박사. 조사에 따르면 D국 유학 시절, 이 분야 연구에 직접 참여한 이력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맞습니까?”소예지는 마음을 가다듬고 천천히 숨을 들이쉰 뒤, 차분하게 대답했다.“네, 맞습니다. 당시 저는 D국에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관련 초기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한 경험이 있습니다.”그녀의 목소리는 일정했고 안정적이었다. 단 한 단어도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는 태도였다.“당시 연구는 주로 의료 재활 분야에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하반신 마비 환자가 뇌파를 통해 외골격 장치를 제어하도록 하거나, 혼수상태 환자의 뇌파 회복을 촉진하는 응용 기술이었죠. 다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저는 2년 전 그 실험실을 떠나게 되었습니다.”그러자 구온이 다시 질문을 던졌다.“그렇다면 그 핵심 이론 구조에 대해서도 아직 숙지하고 계십니까?”소예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망설임 없이 답했다.“비록 실험실을 떠나긴 했지만 이론적 기반 연구는 이후에도 개인적으로 계속 이어왔습니다.”전재욱은 그녀를 바라보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눈빛에는 분명한 신뢰와 인정이 담겨 있었다.“소예지 박사, 지금 이 분야는 국가적으로도 돌파가 절실한 상황입니다. 당신처럼 진지하게 연구에 임하는 과학자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무엇보다도... 당신의 솔직함이 매우 중요하지요.”그때까지 말을 아끼고 있던 고이한이 낮고 침착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전 대장님, 고신 그룹은 이미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프로젝트에 대한 자체 연구 개발에 착수한 상태입니다. 그리고 이번 프로젝트의 수석 연구원으로 소예지 박사를 임명할 계획입니다.”전재욱은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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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6화

그때, 회의장을 빠져나가던 소예지의 곁으로 구온이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그는 줄곧 소예지와 따로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엿보고 있던 참이었다. 마침 그녀가 고이한의 옆에 서 있는 모습을 본 구온은 예의를 갖춰 먼저 말을 건넸다.“고 대표님, 잠깐... 소 박사님을 잠시 모셔가도 괜찮을까요?”그 말에 소예지는 놀란 듯 고개를 돌렸고 고이한은 가볍게 웃으며 응했다.“물론이죠.”말투는 부드러웠지만 그의 눈빛은 순간 미묘하게 일렁였다.소예지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 뒤, 구온과 함께 통유리 창이 있는 창가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주변을 한 번 훑어본 구온은 목소리를 낮췄지만 어딘가 들뜬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 말을 꺼냈다.“소예지 씨, 사실 2년 전에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프로젝트가 막 시작됐다는 소문을 들었을 때부터 누가 그 연구의 초기 멤버였는지 계속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설마 그게 소예지 씨일 줄은 정말 몰랐어요.”소예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그땐 아직 이론 기초 단계였지만 저는 그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었습니다.”구온은 더 놀란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정말 대단합니다. 들은 얘기로는 당시 실험에서 마비된 원숭이를 다시 일어서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하던데요. 설마 그게...”그러나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소예지는 눈썹을 찌푸리며 단호하게 말을 끊었다.“그 얘긴 누가 해줬죠?”갑작스러운 질문에 구온은 잠시 멈칫하다가 조심스럽게 답했다.“고 대표님께서요.”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소예지는 숨이 턱 막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하지만 곧, 머릿속에서 모든 퍼즐이 맞춰졌다.그가 편정우를 먼저 찾아간 이유, MD 프로젝트를 군부와 공동으로 진행하면서도 핵심 이익을 포기하고 민간 수익만을 보유하겠다고 밝힌 이유, 그 모든 선택의 의도가 오늘 이 자리에서야 비로소 선명해졌다.고이한은 이미 오래전부터 그녀가 참여했던 과거의 실험 성과를 파악하고 있었고, 그 잠재력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에 편정우의 실험실을 설득하고 그녀를 반드시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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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7화

‘딱 한 수’였을 뿐인데 그 한 수가 편정우의 고이한에 대한 인상을 완전히 바꿔놓았다.“교수님, 그 사람을 너무 높이 평가하신 거 아닐까요.”그 사실이 못마땅했던 소예지가 무심하게 한마디를 흘렸다.전화기 너머에서 편정우가 헛웃음을 터뜨렸고 몇 마디를 더 주고받은 뒤 통화는 그렇게 끝이 났다.돌아오는 길, 비행 내내 주현우는 그녀 곁에서 세심하게 신경을 써 주었다.A시에 도착해 공항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심각한 정체에 걸렸고 결국 집에 도착한 건 밤 열 시쯤이었다.이 시간에 딸을 데리러 가는 건 괜히 민폐가 될 것 같아 소예지는 고하슬을 그대로 고씨 가문 저택에 머물게 했다. 설마 하루 만에 출장을 마치고 돌아오게 될 줄은 그녀 역시 예상하지 못했던 터였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 MD에서 중요한 조간 회의가 예정되어 있었기에 소예지는 서둘러 몸을 추스르고 준비에 들어가야 했다.한편, 이 시점에서 그녀가 다시 실험실로 복귀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단 한 명, 양정화뿐이었다.다음 날 아침.예정보다 늦게 출발한 것도 아니었는데 길을 잘못 들어선 것이 화근이 됐다. 그 결과 소예지는 결국 ‘지각’이라는 오점을 안고 회의장에 도착하고 말았다. 회의는 이미 시작된 듯했지만 정작 회의실 안은 이상하리만치 조용했다.같은 시각.주현우는 회의를 시작하지 않은 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눈치였다. 안채린은 회의실 안을 둘러보다가 모여 있는 사람들이 모두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프로젝트와 관련된 엔지니어들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옆자리에 앉은 강준석에게 몸을 기울이며 속삭였다.“강 선배, 부대표님은 대체 누구를 기다리는 거야?”강준석은 고개를 저었다.“나도 잘 모르겠어.”문 앞에 서 있던 주현우는 손목시계를 몇 번이고 확인했지만 표정에는 짜증이라고는 조금도 없었다.‘이렇게까지 기다리는 사람이라면 아마 새로 초빙한 엔지니어가 분명해.’안채린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원래 주현우는 업무에 있어 굉장히 엄격한 사람이었으니까.하지만 그 의문은 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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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8화

회의가 끝난 뒤, 강준석이 먼저 다가왔다.“사실 나는 예전부터 네가 남아줬으면 했어. 그런데 이렇게 진짜로 남아줘서... 정말 놀랍고 또 기뻐.”소예지 역시 강준석과 계속 함께 일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반가웠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담담하게 답했다.“앞으로 함께 잘해봐.”사무실로 돌아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벌컥 열리며 노크도 없이 안채린이 들이닥친 것이다.“소예지, 너 도대체 무슨 꿍꿍이야?”안채린은 비웃듯 말을 던졌다.“처음엔 그럴싸하게 사직하겠다고 굴더니 이제 와서 뻔뻔하게 돌아와 강 선배 프로젝트를 가로채? MD가 네 집 안방인 줄 알아?”소예지는 고개를 들고 냉소적인 웃음을 지으며 차분히 받아쳤다.“불만 있으면 고이한한테 가서 따지지, 나한테 그러지 말고.”안채린은 마치 우스운 소리를 들었다는 듯 웃어버렸다. 소예지의 말은 마치 고이한이 그녀를 붙잡으려 애쓴 것처럼 들렸기 때문이다.“정말이지 뻔뻔함도 극에 달했네.”그러고는 한층 더 날 선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고 대표 얘기 그만 꺼내. 누가 보면 네가 특별해서 붙잡힌 줄 알겠다. 실은 네가 못 떠나서 발버둥 친 거잖아. 너무 자만하지 마.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너도 이제 막 시작한 거잖아? 아직 감도 못 잡았을 텐데?”안채린은 비웃듯 말을 뱉었다. 그녀는 이미 이 분야에 대해 조사해 둔 상태였고 전 세계적으로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낸 연구소가 없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모두가 여전히 탐색 단계에 머물러 있을 뿐이었다.다만 D국의 한 연구소가 2년 전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는 점은 눈에 띄었다. 게다가 주현우에게 들은 바로는 고이한이 그 연구소와 접촉한 적도 있다고 했다. 그곳의 연구원을 MD로 영입할 가능성 역시 충분했다.그렇게 된다면 소예지 같은 사람은 그저 문밖을 기웃거리는 아마추어에 불과할 터였다.바로 그때, 소예지의 사무실 문밖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소 박사님 사무실은 바로 여기입니다.”이어서 문이 열리며, 종이 박스를 안고 있는 이서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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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9화

고이한이 소예지의 옆자리에 앉은 행동은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그저 별것 아닌 평범한 장면처럼 보였다. 어차피 규모가 큰 회사였고 대표쯤 되는 인물이 어디에 앉든 그것은 전적으로 그의 자유였기 때문이다.하지만 그 평범한 장면조차 안채린의 눈에는 전혀 다르게 비쳤다.고이한 역시 남자였고 남자에게는 본능적인 정복욕이 있다. 비록 사랑이 식어 이혼까지 한 전처일지라도 그녀 앞에서 다시 한번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싶은 욕구만큼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 법이다. 아무리 능력 있는 고이한이라 해도 그런 ‘남자의 본성’까지 바꿀 수는 없을 거라고 안채린은 생각했다.안채린은 마음 깊숙이 차오른 불쾌감을 애써 눌러 담은 채, 겉으로는 회의에 집중하는 듯 태연한 얼굴을 유지하고 있었다.회의 자료를 미처 챙겨오지 않았는지 고이한은 자연스럽게 소예지 앞에 놓여 있던 예비 문서를 집어 들었다. 아무렇지 않은 듯 그것을 넘겨보며 내용을 훑기 시작했고 소예지는 그런 그의 존재를 전혀 의식하지 않는 사람처럼 차분하고 냉담한 표정으로 주현우의 보고를 조용히 듣고 있을 뿐이었다.그러나 그 모습을 바라보는 안채린의 시선은 날카로웠다.고이한은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었지만 그의 사소한 움직임 하나하나에는 미묘한 탐색과 시험의 기운이 숨어 있었고 시선에는 분명 어떤 의도를 품은 흔적이 담겨 있었다.‘설마 고 대표가 아직 소예지를 완전히 잊지 못한 건가?’그 생각이 스치는 순간, 안채린의 가슴이 갑자기 답답해졌다. 고이한은 미련이나 후회를 남기는 사람이 아니라고 믿어왔다. 한 번 돌아선 길은 절대 다시 돌아보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하지만 지금 그녀 앞에 놓인 현실은 분명했다.소예지는 분명 실험실을 떠나려 했고 모두가 그렇게 알고 있었다. 그런데 고이한은 그런 그녀를 다시 불러들였고 그것도 핵심 프로젝트팀에 수석 연구원이라는 자리에 앉혔다.안채린은 고이한을 올려다보며 조용히 이를 악물었다.‘이 남자, 생각보다 별거 아니네.’그렇게 생각하자 그동안 심유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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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0화

“이유는 말하기 곤란해요. 하지만 윤하준 씨가 생각하는 그런 이유는 절대 아니에요.”소예지의 목소리는 흔들림 없이 단호했고, 동시에 차분했다.“그럼... 고이한이랑은 아무 관계 없는 거, 맞죠?”윤하준은 돌직구처럼 물어왔다.“나와 그는 이미 오래전에 끝난 사이예요.”소예지는 아주 또렷하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잠시 흐른 정적 끝에 윤하준은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래요. 어딜 가든, 뭘 하든 나는 예지 씨를 응원해요.”“이번에 실험실을 편 교수님께 내어준 것, 정말 감사드려요.”소예지는 진심을 담아 고마움을 전했다.“실험실은 연구하라고 있는 거죠. 놀리면 그냥 먼지만 쌓이는 창고일 뿐이에요.”윤하준은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다음에 시간 되면 밥 한번 먹어요.”“네. 그러죠.”소예지는 전화를 끊은 뒤, 책상 위에 쌓인 서류를 차분히 정리했다.점심시간이 되자 소예지는 이서연과 함께 사내 식당으로 향했다.MD의 식당은 업계에서도 최고 수준으로 유명했고 이서연은 신선한 연어회를 집어 입에 넣으며 투덜거렸다.“이러다 또 살찌겠네...”소예지는 웃으며 말했다.“여기 일도 만만치 않게 빡세. 각오 단단히 해야 할걸.”“응. 나 꼭 열심히 할 거야.”이서연은 눈을 반짝이며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오후가 되자 소예지는 편정우에게서 연락을 받았다. 그는 소개해 주고 싶은 사람이 있다며 그녀를 불렀고 소예지는 곧바로 호텔의 스위트룸으로 향했다.그곳 소파에는 낯선 중년 부부가 나란히 앉아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오십 대 초반쯤 되어 보였고 단정하면서도 기품 있는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소 박사, 이쪽은 염지아 박사님, 그리고 정준호 박사님입니다. 부부이시고 M국 연구소 소속이에요.”편정우의 소개에 두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건넸다.“소 박사님, 최근 1년간 발표하신 논문들을 정말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봤어요.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염지아는 단정하게 자른 단발머리에 지적인 인상을 주는 안경을 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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