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예지는 순간 머릿속이 새하얘졌다.“네, 선생님. 바로 갈게요!”그녀는 거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한 뒤 손에 들고 있던 질문지를 강준석에게 쥐여주며 다급히 말했다.“선배, 하슬이한테 무슨 일이 생겨서 나 지금 바로 학교로 가야 해. 미안하지만 인터뷰는 선배한테 부탁할게!”강준석은 놀라긴 했지만 그녀의 마음을 이해했다.“그래, 얼른 가봐. 이쪽은 내가 맡을게.”소예지는 가방을 움켜쥐고 실험실에서 뛰어 나갔다.그때 마침 인터뷰 보조 스태프가 다가와서 말했다.“앞으로 3분 남았고요... 어, 그 여자분 어디 가셨어요? 화장실 가셨나요?”“사정이 생겨서 먼저 갔어요.”강준석이 대답했다.“아니, 이럴 수가... 저희 카메라가 두 사람에 맞춰 세팅돼 있어서 꼭 두 분이 같이 출연하셔야 하거든요.”스태프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서렸다.그 광경을 본 이서연이 눈치를 보더니 옆에 있던 안채린을 밀며 말했다.“선배, 그러면 채린이가 대신 나가는 거 어때요? 어차피 같은 실험실 식구잖아요!”스태프도 안채린의 외모와 분위기를 보자 곧장 맞장구쳤다.“같은 실험실 분이면 충분히 가능하죠!”안채린은 당황한 듯 얼굴이 붉어졌다. 겉으로는 자신이 소예지의 자리를 뺏는 건 아닌지 하는 체했지만 속으론 강준석과 함께 방송에 나간다는 사실에 설렘이 일었다.강준석은 더 생각하지 않고 아까 소예지가 갖고 있던 질문지를 안채린에게 건넸다.“그럼 채린이 네가 들어가 줘.”“정말이야, 선배? 괜찮겠어?”안채린은 긴장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당연하지. 일단 질문들을 먼저 익히고 답은 미리 머릿속으로 정리해.”안채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종이를 받았다.“응, 열심히 할게. 선배랑 호흡도 잘 맞출게!”그녀는 이서연에게 고맙다는 눈빛을 보냈고 이서연은 엄지손가락을 올리며 힘내라는 제스처를 했다.요즘 이서연은 안채린에게 붙을 기회만 노리고 있었다. 왜냐하면 고이한이 장차 안채린의 예비 형부가 될 테니까 말이다. 실험실에서 가장 든든한 백을 둔 안채린에게 잘 보이는 건 생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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