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Chapter 61 - Chapter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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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화

소예지는 순간 머릿속이 새하얘졌다.“네, 선생님. 바로 갈게요!”그녀는 거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한 뒤 손에 들고 있던 질문지를 강준석에게 쥐여주며 다급히 말했다.“선배, 하슬이한테 무슨 일이 생겨서 나 지금 바로 학교로 가야 해. 미안하지만 인터뷰는 선배한테 부탁할게!”강준석은 놀라긴 했지만 그녀의 마음을 이해했다.“그래, 얼른 가봐. 이쪽은 내가 맡을게.”소예지는 가방을 움켜쥐고 실험실에서 뛰어 나갔다.그때 마침 인터뷰 보조 스태프가 다가와서 말했다.“앞으로 3분 남았고요... 어, 그 여자분 어디 가셨어요? 화장실 가셨나요?”“사정이 생겨서 먼저 갔어요.”강준석이 대답했다.“아니, 이럴 수가... 저희 카메라가 두 사람에 맞춰 세팅돼 있어서 꼭 두 분이 같이 출연하셔야 하거든요.”스태프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서렸다.그 광경을 본 이서연이 눈치를 보더니 옆에 있던 안채린을 밀며 말했다.“선배, 그러면 채린이가 대신 나가는 거 어때요? 어차피 같은 실험실 식구잖아요!”스태프도 안채린의 외모와 분위기를 보자 곧장 맞장구쳤다.“같은 실험실 분이면 충분히 가능하죠!”안채린은 당황한 듯 얼굴이 붉어졌다. 겉으로는 자신이 소예지의 자리를 뺏는 건 아닌지 하는 체했지만 속으론 강준석과 함께 방송에 나간다는 사실에 설렘이 일었다.강준석은 더 생각하지 않고 아까 소예지가 갖고 있던 질문지를 안채린에게 건넸다.“그럼 채린이 네가 들어가 줘.”“정말이야, 선배? 괜찮겠어?”안채린은 긴장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당연하지. 일단 질문들을 먼저 익히고 답은 미리 머릿속으로 정리해.”안채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종이를 받았다.“응, 열심히 할게. 선배랑 호흡도 잘 맞출게!”그녀는 이서연에게 고맙다는 눈빛을 보냈고 이서연은 엄지손가락을 올리며 힘내라는 제스처를 했다.요즘 이서연은 안채린에게 붙을 기회만 노리고 있었다. 왜냐하면 고이한이 장차 안채린의 예비 형부가 될 테니까 말이다. 실험실에서 가장 든든한 백을 둔 안채린에게 잘 보이는 건 생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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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화

고하슬은 눈물을 뚝뚝 떨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운동장 쪽에서 다가오는 큼직한 실루엣이 보였고 고하슬의 눈가가 다시 붉어졌다.“아빠...”고이한은 급히 몸을 낮춰 고하슬의 어깨를 감싸안으며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살펴봤다.“하슬아, 다친 데는 없니?”“네... 안 다쳤어요.”고하슬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울먹였다.고이한은 고하슬의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괜찮아, 아빠가 왔으니 무서워하지 마.”잠시 후, 교장 선생님과 담임 최이수가 다가와 일단 상황 조정을 위해 교내 상담실로 자리를 옮기자고 안내했고 이안도 윤하준 품에 안긴 채 같이 들어갔다. 윤하준은 아이를 안은 채 영어로 부드럽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옆에 서 있던 세 명의 선생님들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눈치만 보고 있었다. 이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들은 대부분 ‘금수저’ 집안의 자녀들이었고 어느 하나 만만한 집안이 없었다.곧이어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자 교장이 다급하게 뛰어 들어왔는데 얼굴에 진땀이 흐를 정도로 긴장한 모습이었다. 그녀는 고이한과 윤하준을 번갈아 보면서 연신 고개를 숙였다.“정말 죄송합니다. 학교에서 이런 일이 생겨선 안 됐는데 저희가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탓입니다. 반드시 원만하게 해결되도록 하겠습니다.”이어서 학교 측은 사건 당시의 CCTV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 속에서 이안과 고하슬은 복도에서 인형놀이를 하고 있었고 그때 뚱뚱한 남자아이가 불쑥 다가오더니 무례하게 이안의 인형을 확 낚아챘다.이안이 다시 달라고 했지만 그 아이는 인형을 높이 치켜들며 놀리기만 했고 그 순간 고하슬이 뛰쳐나와 인형을 다시 빼앗으려 들었다.남자아이가 인형을 놓지 않아 곧 둘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고 그렇게 몇 초간 잡아당기다 균형이 무너져 고하슬이 인형을 놓치는 바람에 남자아이는 뒤로 넘어져 뒤통수를 바닥에 세게 부딪혔다.그 영상을 보고 윤하준은 얼굴이 굳어졌다. 자신의 조카가 학교에서 이런 식으로 괴롭힘을 당해왔다니, 생각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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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화

옆에 있던 교장과 선생님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휴, 다행이다. 그나마 아버지는 상황 파악이 되는 사람이네.’그런데 남편에게 한 소리 들은 유시원의 엄마는 여전히 눈치를 못 챘는지 투덜대다가 고이한과 윤하준의 분위기를 다시금 인식하곤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죄송합니다.”하지만 고이한의 표정은 전혀 풀릴 기미가 없었고 그는 싸늘한 기운을 뿜어내며 차갑게 한마디 했다.“얼마면 되겠습니까?”그 말에 유시원의 아빠는 식은땀을 흘리며 두 손을 내저었다.“아, 아닙니다! 제 아내가 경솔하게 말실수를 했습니다! 감히 고 대표님께 보상을 요구하다니요! 저희가 백번 잘못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조만간 꼭 직접 찾아뵙고 사죄드리겠습니다.”고이한은 냉정한 눈빛을 거두지 않은 채 덤덤하게 말했다.“어쨌든 아이가 다쳤으니 당분간 집에서 쉬는 게 좋겠습니다.”그 말에 남자는 재빨리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그 말을 들은 교장은 마음속으로 한숨을 쉬었다.‘이건 우리 유치원에서 내보내라는 말이네.’그제야 유시원의 아빠는 아내와 아들을 돌아보며 씹어 먹을 듯이 윽박질렀다.“둘 다 지금 당장 집으로 꺼져! 사람 망신도 정도껏 시켜야지!”그때 윤하준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잠깐만요.”“아, 윤 대표님! 혹시 아직 하실 말씀이 있나요?”남자는 다시 환한 웃음으로 급히 돌아섰다.“그쪽 아들 보고 우리 조카한테 정식으로 사과하게 하세요.”“아... 네! 당연히 그래야죠!”그는 직접 아들을 붙잡고 이안이 앞으로 끌고 가더니 단호하게 말했다.“어서 이 친구한테 사과해!”평소에 집에서는 제멋대로였던 유시원도 아빠의 서슬 퍼런 눈빛에 잔뜩 움츠러들었다.“미, 미안해...”하지만 이안은 고개를 홱 돌리고는 삐진 얼굴로 코웃음을 쳤다.“그리고 이 친구한테도 사과해야지!”유시원의 아빠는 다시 아이를 끌어다 고하슬 쪽으로 밀었다.“미안해.”뚱뚱한 아이는 입을 비죽거리며 똑같은 말만 반복했다.상담실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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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화

소예지는 자기가 떠난 뒤 인터뷰 자리에 안채린이 대신 나섰다는 걸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녀는 아이들과 마당에서 공놀이하기 전에 그 인터뷰 영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히 챙겨봤다.잠시 후 그들은 이안과 함께 저녁을 먹었고 여덟 시 반쯤 윤하준이 와서 아이를 데려갔다. 윤하준은 선물을 들고 왔고 두 아이는 선물을 하나씩 들고 기분 좋게 헤어졌다.그리고 소예지는 고하슬을 목욕시킨 후 침대에 눕혀 동화책을 읽어줬고 열 시도 되기 전에 둘 다 곯아떨어졌다. 몸도 마음도 지쳐서 눈을 감는 순간 깊은 잠이 쏟아졌다....한편 병원에서 심유빈이 안채린에게 전화를 걸었다.“채린아, 인터뷰 봤어. 그 특효약이 너희 실험실 작품이었구나? 대단하더라.”전화기 너머 안채린은 차분하게 대답했다.“난 딱히 뭘 한 게 없고 다 강 박사님 덕이야.”심유빈은 잽싸게 화제를 돌렸다.“아, 나 그 얘기 하려고 전화한 거야. 강 박사님 사람 진짜 괜찮더라. 너 기회 잘 잡아.”“응, 좋은 분이신 건 맞아.”안채린도 강준석에 대한 호감을 숨기지 않았다.심유빈은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고 그녀는 소예지와 강준석이 지난번에 외국에서 꽤 오래 대화를 나누며 잘 통했던 걸 기억하고 있었다.“여자가 마음먹고 들이대면 남자는 금방 넘어가는 거 알지? 넌 조건도 좋고 얼굴도 예쁘잖아. 네가 좀만 밀어붙이면 충분히 가능성 있어.”그녀는 속으론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이렇게 괜찮은 남자가 나중에 소예지한테 넘어가게 두느니 차라리 내 동생한테 안겨주는 게 낫지.’“아, 그런데 고이한 씨가 아직 이혼 안 했다고 들었어. 괜히 급하게 나서다가 실수하지 마. 우리 집 체면 구기지 말라고.”“걱정하지 마. 나 그런 실수 안 해.”심유빈은 여유 있게 웃었다.통화를 마친 심유빈은 바로 고이한에게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고이한이 전화를 받자 그녀는 부드럽게 말했다.“오빠, 요 며칠 엄청 바빴지? 푹 쉬어.”“고마워.”“내 걱정은 하지 말고. 나 이제 많이 괜찮아졌어.”“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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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화

“내 생각엔 학력 때문인 거 같아. 대학도 못 졸업한 사람이 특효약을 개발했다고 하면 누가 믿겠어? 그 뉴스를 봤다가 사람들이 약을 먹지 않으려고 할걸?”“맞아. 그런 면에선 안채린 씨가 우리 실험실의 대표로 나서는 게 훨씬 낫지.”두 여자는 그렇게 수군거리며 화장실을 나갔다.소예지는 한참 뒤에 나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실험실이 있는 층으로 올라갔다. 그녀는 방금 들은 말을 신경 쓰지 않으려고 애썼지만 아무렇지 않다고 하기엔 속이 좀 쓰렸다.복도 모퉁이를 돌자마자 이서연이 안채린과 팔짱을 낀 채 반대편에서 걸어오는 게 보였다. 안채린의 눈길이 순간 소예지를 스쳤고 소예지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예지야.”이서연이 웃으며 먼저 인사를 건넸고 소예지는 그냥 지나치려 했지만 바로 그때 안채린이 돌아서서 그녀를 불러 세웠다.“예지야, 잠깐만. 어젯밤 인터뷰 말이야, 내가 일부러 너 대신 나가려던 건 아니었어. 너한테 이건 꼭 말하고 싶었어.”그러자 소예지도 뒤돌아서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안채린은 그 침묵이 괜히 자신을 탓하는 것처럼 느껴져 마음이 불편했다.“있잖아... 어제 인터뷰는 원래 두 명이 나가는 거였는데 예지 네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내가 나간 거야.”이서연이 얼른 옆에서 덧붙였다.“맞아. 그러니까 괜히 오해하지 마.”“오해 안 했어.”소예지는 담담하게 대답했다.하지만 안채린의 표정은 점점 굳어졌다.“너 말로는 괜찮다고 하지만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잖아.”“에이, 채린아. 예지가 그런 사람 같아 보여?”이서연이 중재하듯 말했지만 소예지는 더 이상 대답하지 않고 미소를 지으며 자리를 떴다.하지만 그 미소에 안채린은 왠지 그녀가 자신을 비웃는 것 같아 기분이 더 상했다.“뭐가 그렇게 잘났다고 저래. 그냥 운 좋은 거지.”안채린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그래도 채린이 너 어제 진짜 화면 잘 받았어. 다들 그러던데, 네가 완전 연예인 같았다고? 게다가 준석 선배랑 같이 있으니까 진짜 잘 어울리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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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화

“고 대표님, 저한테 볼일 있으세요?”강준석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네, 강 박사님. 여쭤보고 싶은 게 있어서요.”고이한이 정중하게 말을 꺼냈고 강준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 식사도 막 끝난 참이었다.“제 사무실로 가시죠. 거기서 얘기 나누는 게 좋겠네요.”한편 멀지 않은 곳에서 이서연과 안채린도 고이한을 발견했고 이서연은 숨을 들이키며 감탄했다.“와... 네 언니 진짜 복도 많다. 고 대표님은 진짜 인간이 아니야. 저 비율, 얼굴, 분위기까지, 저런 사람은 몇십 년에 한 번 나타날까 말까 하잖아.”하지만 안채린의 눈은 고이한이 아닌 강준석에게로 향했다. 고이한이 아무리 잘생기고 대단해도 가까이 가기엔 벽이 느껴지는 사람이었고 그에 비해 강준석은 햇살처럼 따뜻한 사람이었다.“두 사람 다 진짜 레전드급이긴 해.”이서연이 웃으며 말했다.강준석의 사무실에서.고이한이 차분하게 설명을 마치자 강준석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이 병에 걸린 분은 혹시 고 대표님의 친척이신가요?”“친구입니다.”고이한이 짧게 대답했다.“현재로선 완전한 치료법은 없지만 주기적으로 건강한 조혈모세포를 이식하면 일상생활에 지장 없이 살아갈 수는 있습니다.”“고맙습니다. 가능한 한 빨리 치료법을 찾을 수 있도록 실험실 측에서도 연구에 착수해 주셨으면 합니다.”고이한의 말투는 단호하면서도 예의 발랐다.강준석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바로 별도로 팀을 꾸려 연구에 들어가겠습니다.”“고맙습니다. 저는 이 연구에 추가로 10조 원을 투자하겠습니다. 앞으로 진행될 모든 개발 비용도 제가 책임지겠습니다.”강준석은 놀란 눈빛으로 잠시 고이한을 바라보다가 미소를 지었다.“감사합니다. 저희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분도 하루빨리 회복하시길 바랍니다.”두 사람은 짧게 악수를 나누고 헤어졌다.고이한은 곧장 엘리베이터 쪽으로 향했고 단정하고 날렵한 모습의 그는 사람들 사이에서 단연 눈에 띄었다.한편 소예지는 여전히 실험실 안에서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고 그때 무균복을 입은 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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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화

진가영이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넌 알아?”“제가 모를 리가 없죠!”고수경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이름이 안채린이라는 의학 전문가더라고요?”소예지는 그 말을 듣고 놀라서 고개를 들었고 고수경은 눈을 살짝 찡그리며 비밀스러운 톤으로 말을 이었다.“엄마, 안채린이 누군지 한 번 맞춰봐요.”진가영이 웃으며 말했다.“내가 그걸 어떻게 맞춰. 빨리 말해 봐.”고수경은 뿌듯하다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안채린이 누구냐면요, 유빈 언니의 이복동생이래요. 젊고 잘나가는 천재 의학 전문가예요.”소예지의 눈에 또 한 번 놀라움이 스쳤다.‘안채린이 심유빈 씨의 이복동생이라고?’진가영도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정말이야? 자매가 둘 다 그렇게 대단하다고?”고이한은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었지만 그의 얼굴에 옅은 미소가 띠었다.“이번에 나온 특효약이 세계 최초로 개발된 거라잖아요. 진짜 대박이죠. 그 실험실도 사실 오빠가 투자했어요.”고수경이 자랑스럽게 말했다.그러자 진가영은 아들에게 흐뭇하다는 눈빛을 보내고는 곧 조용히 앉아 있는 소예지를 힐끗 바라보면서 실망스러운 기색을 띠었다.‘세상에 잘난 여자들이 이렇게나 많은데, 우리 아들은 왜 하필 아무런 배경도 능력도 없는 여자랑 결혼한 걸까. 이한이가 다시 결혼한다면 내가 소예지 같은 평범한 여자는 절대 며느리로 들이지 않을 텐데.’“예지야, 요즘엔 뭐 하고 지내니?”이때 최현숙이 따뜻하게 말을 건넸다.“요즘 저 의대에서 공부하고 있어요.”소예지가 공손하게 대답했다.그 말을 들은 고수경이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네? 아직도 학교 다니는 중이에요?”“네, 일단 졸업은 해야 할 것 같아서요.”소예지는 차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졸업하면 스물여덟쯤 되겠네요? 그런데 그런 어정쩡한 의학 지식 갖고 나중에 뭐 하려고요? 제가 방금 말한 안채린이란 분은 스물다섯 살에 벌써 특효약을 개발했더라고요.”그 말을 듣고 소예지는 가볍게 웃었다.“그래요? 그 약이 진짜 안채린이 개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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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화

소예지는 잔을 들어 위스키를 한 모금 마셨다.두 사람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술잔을 기울였다.“솔직히 말이야, 그날 호텔에서 고이한의 실물을 처음 봤을 때 너무 놀랐어. 내가 지금까지 별별 남자를 다 봤지만 고이한은 단연 최고였어.”박시온은 그렇게 말한 뒤 피식 웃으며 덧붙였다.“하지만 문제는 그 자식이 진짜 쓰레기라는 거지.”소예지는 그런 말에 웃지도 못하고 다른 생각에 잠겨 있었다.고이한이 줄곧 부부관계에 집착하던 이유는 아마 심유빈의 몸 상태 때문이었을 것이다. 심유빈은 건강이 좋지 않았고 그런 심유빈과는 관계를 맺을 수 없었을 테니까.고이한이 직접 실험실에 투자하고 독립 연구까지 밀어붙인 것도 결국 온 힘을 다해 심유빈을 살리려는 것이다.그때 소예지의 휴대폰이 진동했고 화면을 보니 강준석이 메시지를 보냈다. 그가 첨부한 파일에 심유빈이 병원에서 줄기세포를 투입받은 의료 기록이 담겨 있었다.[내가 좀 알아봤는데 며칠 전에 심유빈 씨가 병원에서 줄기세포 배양 치료를 받았더라고. 고 대표님이 살리려는 사람이 그 여자 맞는 거 같아.]소예지는 잔을 들어 술을 한 모금 마시고 간단히 답장을 보냈다.[알겠어. 알려줘서 고마워.]이튿날 이른 아침, 소예지는 잠결에 전화를 받았고 휴대폰 화면에 ‘강준석’이라는 이름이 떠 있었다.“여보세요?”그녀는 아직 목소리가 잠겨 있었다.“내가 너 자는 걸 깨웠나 보네? 미안해. 오늘 마을 쪽 현장 답사 가려고 하는데, 같이 갈래?”강준석의 말에 소예지는 바로 정신이 들었다.“좋아. 같이 가.”그녀는 침대에서 일어나며 대답했다.“그럼 내가 데리러 갈게.”소예지는 현재 위치를 강준석에게 공유한 뒤 방을 나섰고 박시온은 막 배달로 아침을 받아놓은 참이었다.둘은 함께 앉아 아침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다.“장남 저수지 쪽 매곡마을에서 이상한 병이 돌고 있다고?”박시온이 놀라며 물었다.“응. 아직은 규모가 작지만 우리 추정으론 수질이나 수산물에 문제가 있는 거 같아.”소예지가 말했다.“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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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화

고수경은 휴대폰을 들고 심유빈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유빈 언니, 이따 저녁 자리에 언니도 와!][무슨 자리인데?][그냥 우리 오빠랑 친구들이랑 밥 먹기로 했어. 하준 오빠도 온대.][소예지 씨도 가?][새언니가 있으면 언니가 못 가? 왜 언니가 새언니의 눈치를 봐?]고수경은 눈을 가늘게 뜨며 메시지를 보냈다. 그녀는 오늘 심유빈과 놀고 싶었다.[상황 봐서 갈게.][난 언니가 왔으면 좋겠어. 꼭 와.]고수경은 메시지를 보내고도 마음이 영 개운치 않았다.‘소예지 저 여자는 같이 안 갔으면 좋겠네, 진심으로.’...도심 한복판, 한 고급 중식당의 프라이빗 룸.고이한 일행은 먼저 도착해 자리에 앉았고 잠시 후 윤하준이 이안을 데리고 들어왔다.몇 분 뒤엔 하종호까지 등장했고 소예지는 그들끼리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는 걸 듣고 생각했다.‘오늘은 이 멤버로 식사하나 보네.’이안과 고하슬은 옆쪽에 나란히 앉아 각자 가져온 장난감을 꺼내 신나게 놀고 있었고 소예지는 아이들 옆에 앉아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고수경은 눈치 빠르게 이안의 옆자리를 차지했고 윤하준 옆에 슬쩍 붙어 앉았다.음식 주문을 마치고 남자 셋은 시사 뉴스며 경제 이슈를 이야기하다가 결국 소예지가 만든 특효약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이한아, 이번엔 진짜 제대로 한 건 했더라. 네가 투자하자마자 실험실에서 특효약이 나왔으니, 이번 분기 회사 주가도 장난 아닐 텐데?”하종호가 부러움 섞인 말투로 말했다.그러자 고이한은 담담하게 대답했다.“뭐, 나쁘진 않지.”그때 고수경이 재빠르게 끼어들었다.“그런데 그 특효약을 만든 사람이 유빈 언니의 동생이더라고!”“와, 진짜 대단하네.”하종호가 감탄하며 말했고 곧바로 화제를 돌렸다.“수경아, 너 지난번에 갔던 스키장 어땠어? 나 다음 주에 친구들이랑 갈까 고민 중인데.”그 말에 고수경은 눈을 반짝였다. 그녀는 스키 얘기라면 자신이 있었고 게다가 윤하준이 듣고 있으니 자랑할 기회였다.셋이서 이런저런 얘기로 한창 분위기가 무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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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화

소예지는 고수경이 자신에게 화제를 돌리자 고개를 들고 담담하게 말했다.“들어봤어요.”“그럼 새언니 진짜 열심히 배워야겠네요.”고수경은 입꼬리를 올리며 의기양양하게 말했다.“크흠!”이때 윤하준이 목을 가다듬었고 고이한이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말했다.“수경아, 얼른 밥이나 먹자.”고수경은 볼을 살짝 부풀리더니 입을 다물었다.“예지 씨, 의대 다시 다닌다면서요? 잘됐네요. 요즘 의료계도 인재가 많이 부족하잖아요.”심유빈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참, 예전에 해외에서 예지 씨랑 통화했던 강준석 박사님도 같은 의대 연구소 소속이라더라고요?”그녀는 겉보기엔 순수하고 선한 웃음을 지었지만 소예지는 알 수 있었다. 심유빈은 분명히 일부러 고이한 앞에서 강준석 얘기를 꺼낸 거였다.“학교에서 몇 번 마주쳤어요.”소예지는 담담하게 대답했다.“강준석 박사님이요? 안채린 씨랑 같이 인터뷰했던 그 남자죠?”고수경도 기억해 냈는지 눈을 반짝였다.그 인터뷰는 꽤 화제가 됐고 강준석은 외모도 능력도 완벽 그 자체였다.“응, 맞아. 그분이야.”심유빈이 고개를 끄덕였다.고수경은 곁눈질로 소예지를 힐끔 보았다.‘저 여자가 의대에 들어가자마자 그렇게 잘생긴 남자랑 친해졌다 이거지? 설마 바람피우는 거 아니야?’그런데 이때 하종호가 타이밍 좋게 다시 고이한 쪽으로 화제를 틀었다. 둘은 자연스럽게 업무 이야기로 넘어갔고 윤하준은 틈틈이 이안이 잘 먹고 있는지 살폈다.윤하준의 시선이 가끔 이쪽으로 올 때마다 고수경의 볼이 살짝 붉어졌고 왠지 그가 자신을 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괜히 심장이 더 두근거렸다.“제가 요즘 잠이 잘 안 오더라고요. 종호 씨, 저 술 한 잔만 따라주실래요?”심유빈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요.”하종호는 바로 위스키를 따라줬고 심유빈이 잔을 들고 막 마시려던 찰나 고이한이 긴 팔을 뻗어 그 잔을 낚아채며 단호하게 말했다.“마시지 마.”심유빈은 잔을 빼앗기고는 속상한 듯한 표정으로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눈빛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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