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유산은 모른 척, 이혼에 왜 눈물?: Chapter 101 - Chapter 110

173 Chapters

제101화

박순옥은 얼굴이 잿빛이 되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어디로 데려가려는 거야?”“태호가 감옥에 있는 동안 그 애도 계속 갇혀 있을 거예요.”“네가 감히.”“제가 못 할 게 뭐가 있겠어요?”진성국은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태호는 제 유일한 아들인데 감옥에 보내려 하고 있잖아요!”그의 분노는 오랫동안 억눌려 있었다.그는 왜 어머니가 진윤슬만 편애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예전에는 문강찬을 남편으로 두고 있었기에 그녀가 어느 정도 가치가 있었지만, 이제 문강찬이 그녀와 이혼하고 성씨 가문과 정략결혼을 하려 하니, 그녀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었다.아무런 가치도 없는 딸 하나 때문에 아들을 망치려 하다니, 진성국이 미치지 않고서야 그런 짓을 하겠는가 말이다.“너...”박순옥은 가슴을 감싸고 몸을 휘청거렸다.진윤슬은 심장이 칼에 찔린 듯 아파하며 쉰 목소리로 소리쳤다.“할머니.”“진성국 씨.”그녀는 이를 악물고 그의 이름을 불렀다.“할머니를 죽이려고 작정했어요?”“할머니를 죽이려는 건 너 같은 재앙 덩어리야.”진성국이 목청껏 소리쳤다.“그건 내가 할 질문이야. 넌 할머니가 화병으로 돌아가시는 걸 보고만 있을 셈이야?”쿵.박순옥이 바닥에 쓰러졌다.“할머니, 안 돼요.”진윤슬이 비명을 질렀다.지금까지의 모든 고집이 이 순간 허물어졌다.“소송 취하할게요. 의사 좀 불러주세요.”그녀는 울부짖으며 굴복했다.진성국은 길게 한숨을 내쉬며 경호원들에게 진윤슬을 놓아주라고 손짓했다.진윤슬은 황급히 달려가서 떨리는 손으로 할머니의 여윈 몸을 안아 올렸다.“할머니. 저 놀라게 하지 말아요. 의사 부르라니까요!”다행히 진성국이 어머니가 죽는 것을 보고만 있을 정도로 악독하지는 않았다.그는 벨을 눌러 의사를 불렀다.진윤슬은 의사의 권고로 밖으로 나갔다.문 앞에 서서 반쯤 열린 병실 문틈으로 안을 멍하니 바라보는 그녀는 얼굴이 눈물로 범벅이 되었다.‘할머니, 꼭 괜찮아지셔야 해요.’진성국은 혐오스럽다는 듯 말했다.“네가 일찍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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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화

문중엽은 표정 변화 없이 말했다.“참 소란스럽군.”진윤슬은 그를 방해했다고 생각하고 황급히 사과했다.그녀는 문중엽이 자신에게 다람시에서 3년 동안 떠나 있으라고 했던 말을 기억하고 입을 열었다.“이혼 신고를 마치면 바로 떠날게요.”하지만 문중엽은 고개를 저으며 차갑게 질책했다.“윤슬아, 네가 제대로 하지 못했어.”진윤슬은 침묵했다.그녀는 어르신의 뜻을 알고 있었다.“이건 너에게 내리는 벌이다.”문중엽은 침대 위에 누워있는 사람을 힐끗 보았다.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죽음을 앞둔 것이 분명했다.진윤슬의 혼란스러웠던 머리가 순간 맑아졌다.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뜨며 그제야 모든 것을 깨달았다.“할아버지였어요?”출입 금지 조치가 있었는데도 진성국이 사람들을 데리고 들어올 수 있었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왜요?”그녀는 한 걸음 물러서 침대 가장자리에 기댄 채 본능적으로 할머니를 보호했다.문중엽의 나이든 얼굴에는 위엄과 경멸이 서려 있었다.“이게 바로 말을 듣지 않는 대가다.”그는 그녀에게 다람시를 떠나 3년 동안 돌아오지 말라고 했었다.그런데 그녀는 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문강찬과 더 빈번하게 연락을 주고받았다.문강찬은 심지어 그녀 때문에 성씨 가문의 딸을 거절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진윤슬은 해명하려 했다.“이혼 신고를 마치면 떠날 거예요.”그녀의 목소리에는 분노가 가득했다.“저에게 불만 있으시면 저에게만 벌주세요. 어떻게 그런 짓을 하실 수 있어요?”할머니와 비슷한 나이의 어르신이지만 문중엽은 소름 끼치도록 냉혈 했다.문중엽의 표정이 차가워졌다.“이혼 숙려기가 끝나면 강찬이 이혼 신고할 거로 생각했어?”진윤슬은 말문이 막혔다.문강찬의 행동들은 그가 이 혼인을 되돌리고 싶어 한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었다.그는 이혼 신고를 하지 않을 것이다.문중엽은 위협적인 말을 남기고 떠나려 했다.“윤슬아.”침대 위에서 할머니가 나지막하게 불렀다.진윤슬은 눈물로 범벅된 채 기쁜 마음으로 몸을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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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화

그녀는 타협했다.진태호는 자신과 닮은 구석이 있는 쌍둥이 여동생을 보며 악의적인 표정을 지었다.“진윤슬, 그것만으로 부족해. 너 때문에 내가 경찰서에 며칠이나 갇혀 있었는데 이걸 어떻게 갚을 거야?”마음속에 분노와 원한을 품고 있었던 그가 바로 눈앞에 있는 진윤슬을 그냥 놔둘 리 없었다.박순옥은 이미 침대에서 내려왔다.그녀는 원래 다리가 불편했는데 며칠 동안 연이어 자극을 받아 서 있는 것조차 매우 힘들었다.하지만 그녀는 겨우 몸을 가누고 서서 손녀를 뒤로 보호하며 말했다.“태호야, 네가 먼저 윤슬이를 괴롭혔어.”진태호는 자신의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진윤슬, 무릎 꿇고 나한테 사과해. 사과하면 네가 할머니랑 함께 집에 가도록 아빠한테 말해줄게.”그는 경찰서에 있는 매일, 나오면 어떻게 진윤슬에게 사과를 받아낼지 생각했다.다만 무릎 꿇는 것만으로 그녀에게는 이미 너무 관대한 처사라는 생각이 들었다.진성국은 눈살을 찌푸렸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박순옥은 아들에게 실망했고, 손자에게 더 실망했다.그녀는 진윤슬의 손을 꽉 잡으며 손녀를 지지했다.“나와 윤슬이는 팔리읍으로 돌아갈 거야.”진성국이 차갑게 말했다.“어머니, 시골로 돌아갈 생각은 접어요. 시골집은 제가 꼭 팔 거예요.”집을 팔아야만 어머니가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항상 집을 팔 생각만 하는 진성국에 박순옥은 크게 분노했다.그 집은 진씨 가문의 뿌리였고 많은 추억이 남아 있었다.“내가 말했잖아. 집은 팔지 말라고. 그건 내 물건이야. 네가 마음대로 할 수 없어.”박순옥은 가슴이 다시 답답해져 숨을 몰아쉬었다.“그럼 무릎 꿇고 사과해!”진태호가 소리쳤다.원래는 꽤 훤했던 얼굴이 순간 일그러졌다.진윤슬을 노려보는 그는 지금 사나운 짐승 같았다.“진윤슬, 무릎 꿇고 사과하면 아빠한테 말해서 집을 남겨두도록 해줄게.”진윤슬은 이를 악물었다.그녀는 설령 자신이 무릎을 꿇더라도 진태호가 진성국에게 집을 남겨두라고 설득할 리 없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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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화

쾅!진윤슬의 무릎이 바닥에 닿기 직전, 병실 문이 벌컥 열리더니 문강찬과 문중엽이 동시에 병실 입구에 나타났다.문 쪽을 바라보던 진윤슬은 눈이 시큰거렸다.그녀는 입술을 깨물다가 낮은 소리로 불렀다.“강찬 씨.”문강찬은 서리가 내린 듯 차가운 얼굴로 걸어 들어와 한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잡아 자신에게 끌어당겼다.“무서워하지 마. 내가 있잖아.”그는 온몸에 분노를 가득 담고 있었는데 진성국과 진태호를 갈기갈기 찢어 개먹이로 던져주고 싶을 정도였다.진윤슬은 마음을 다잡고는 문강찬을 살짝 밀어내고 할머니를 부축하러 갔다.문강찬의 도움으로 침대 곁에 앉은 박순옥은 가슴을 감싸 쥐고 간신히 숨을 몰아쉬었다.그녀는 눈앞이 캄캄했지만 손녀를 보호하기 위해 이를 악물고 버텼다.진성국은 몰래 문중엽의 표정을 살폈다.하지만 문중엽은 아무런 표정 변화가 없어 그 누구도 속마음을 읽을 수 없었다.그는 분위기를 파악하려 애쓰며 입을 열었다.“강찬아, 우리가 할머니와 윤슬이를 집으로 데려갈 거야.”이때의 그는 유난히 공손했다.문강찬은 허리를 곧게 펴고 한껏 어두워진 눈빛으로 진태호를 바라보았다.“태호야, 네가 정말로 많이 성장했구나.”자신이 보물처럼 아끼는 사람이 그들에게 이토록 심하게 짓밟히다니.진태호는 얼굴이 창백해졌다.진성국은 헛기침을 하며 얼버무리려 했다.“그냥 형제끼리 장난치는 거야.”문강찬은 그를 무시하고 매우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네가 무릎 꿇는 걸 좋아하는 것 같은데 네가 먼저 할머니께 무릎 꿇어.”진태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그는 문강찬과 사이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자신에게 먼저 무릎을 꿇으라고 한단 말인가.할머니와 진윤슬은 한 편이니 할머니께 무릎 꿇는 것은 진윤슬에게 굴복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그는 내키지 않았다.진윤슬은 눈가가 빨갛게 부어올랐다.할머니의 손은 너무 차가웠고 안색도 잿빛이었다.그녀는 쉰 목소리로 말했다.“의사 불러.”문강찬은 상황을 깨닫고 벨을 눌러 의사를 불렀다.의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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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화

문강찬은 가볍게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고 몸을 곧게 세웠다.순간, 눈빛의 안타까움은 차가운 기세로 바뀌었다.“그렇게 정하죠.”“기자 회견을 열어 공개적으로 사과한 뒤 유학을 하도록 해.”진태호는 당황했다.“강찬아, 너 나를 내쫓으려고 일부러 유학 보내는 거야?”게다가 기자 회견을 열어 공개적으로 사과하라니.그것은 자신의 얼굴을 땅에 대고 문지르는 것과 같았다.문강찬은 차갑게 말했다.“감옥에 가고 싶어?”진태호는 할 말을 잃었다.그 사건으로 문산 그룹 역시 큰 손해를 입었기에 정말로 책임을 추궁한다면 진태호는 최소 몇 년은 옥에 있어야 했다.지금 유학을 보내는 것은 이미 엄청난 관용을 베푼 것이었다.진성국은 마음이 다급해져서 문중엽을 보며 그에게 중재를 부탁하려 했다.문중엽은 여전히 침묵한 채 도와주려는 의사가 없어 보였다.진성국은 이를 악물고 박순옥에게 애원했다. “어머니, 제가 앞으로 태호를 잘 단속할게요. 윤슬이 억울한 일을 당했으니 어떤 보상을 원하든 다 해줄게요.”이때가 되어서야 그는 비로소 고개를 숙였지만 유감스럽게도 너무 늦었다.박순옥은 이미 그를 신뢰하지 않았다.“네가 제대로 관리했더라면 아들이 이렇게 자랐겠어? 여동생에게 무릎 꿇으라고 큰소리치다니. 걔가 뭔데.”그녀는 말을 할수록 더 화가 났고 더는 그들을 보고 싶지 않았다.진태호는 몹시 화가 났지만 문강찬이 여기 있기에 다른 말은 감히 하지 못하고 이를 악물고 돌아섰다가 문을 박차고 뛰쳐나갔다.그는 세린을 찾아가 도움을 청해야겠다고 생각했다.세린이라면 문강찬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지도 몰랐다.진성국은 황급히 뒤따라갔다.문중엽은 기침을 하며 무언가 말하려는 듯했지만 진윤슬이 먼저 표정 없이 말했다.“두 분 다 나가주세요. 할머니께서 좀 쉬어야 해요.”문중엽은 박순옥의 하얗게 질린 얼굴을 보더니 코를 만지작거리며 한동안 할 말을 찾지 못했다.결국 그들은 떠날 수밖에 없었다.병실 안이 다시 조용해지자 문강찬이 나지막이 말했다.“윤슬아, 너는 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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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화

“내가 한심하다고?”문강찬은 뼈마디가 뚜렷한 손으로 그녀의 턱을 움켜쥐고 차갑게 웃었다.그녀의 경멸 섞인 욕설은 마치 날카로운 칼날처럼 문강찬의 심장 가장 깊은 곳을 긁었다.진윤슬은 옅게 웃으며 지극히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강찬 씨가 한심한 건 강찬 씨 자신이 제일 잘 알겠죠.”문강찬은 분노가 극에 달해 사나운 기운을 뿜어냈다.진윤슬은 그가 다음 순간 자신의 뺨이라도 때릴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네가 이렇게 내 진심을 짓밟는구나... 그래, 나 한심해.”그는 손을 뿌리치고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진윤슬은 분노에 찬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그녀는 이마를 벽에 대고 울음을 참아보려 했다.문강찬이 돌아와 그녀를 곤경에서 구해줬고, 진태호 편을 들지 않은 것에서 그의 진심을 느꼈다.그녀의 마음이 흔들리고 있었다.하지만 문중엽이 진성국을 보내 연이어 자신들을 괴롭히고 할머니를 화병으로 죽일 뻔한 일을 생각하자 그녀는 냉정함을 유지하기 어려웠다.문중엽의 경고는 한 번만이 아닐 것이다.그리고 또다시 이런 일이 생기면 그녀는 감당할 수 없을지도 몰랐다.문강찬과 할머니 중 그녀는 할머니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그렇게 하자. 이렇게 끝내자. 처음부터 대등하지 않았던 이 결혼을 끝내 버리자...’문강찬은 얼굴이 굳은 채 엘리베이터 입구로 걸어갔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손에 고용인이 방금 가져다준 약을 든 오창윤이 걸어 나왔다.“문 대표님.”문강찬은 눈빛이 어두워진 채 그 약을 뚫어지라 바라보았다.머릿속에는 진윤슬이 거만하게 비웃으며 그에게 한심하다고 욕하던 모습이 떠올랐다.그는 자조적으로 헛웃음을 지었다.자신의 보상과 노력이 그녀의 눈에는 그저 한심하다는 한 마디로 치부되는 것이었다.“약 전부 가져다주고 알아서 달이라고 해.”그는 차갑게 명령했다오창윤은 순간 문 대표님이 또 사모님과 다퉜음을 알아차렸다.“네, 대표님.”그는 약을 병실로 가져갔다가 그곳에서 눈이 붉게 부은 채 의자에 멍하니 앉아있는 사모님을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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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화

“오빠는 걱정하지 마. 내일 당장 언니에게 찾아가서 진실을 말할 거야. 언니가 나를 감옥에 보내든 어떻게 처벌하든 다 받아들일게. 내가 받아야 할 벌이니까. 그때 기자 회견에서도 모든 것을 해명하고 오빠의 누명을 벗겨줄게. 오빠 잘못 없어. 오빠는 단지 나를 너무 사랑했을 뿐이야. 난 이미 오빠를 곤란하게 했으니 오빠가 대신 고생하게 할 수는 없어.”진태호의 가슴 가득했던 분노는 그녀의 눈물에 녹아 사라졌다.그는 여동생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울지 마. 몇 년 동안 해외에 나가 있는 것뿐이야. 경험이라 생각하자.”그가 오빠이니 당연히 더 많이 책임져야 했다.진세린은 울음소리가 조금 잦아들더니 촉촉한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싫어. 오빠, 오빠는 가면 안 돼. 내가 가야지.”진태호의 마음은 눈물에 녹아버린 채 그 역시 눈가가 붉어져서 말했다.“다 오빠가 쓸모없어서 그래. 너를 지켜주지 못하고 네가 언니에게 계속 당하게 했어.걱정하지 마. 오빠가 돌아오면 꼭 그년을 내쫓을게.”진세린은 크게 감동하여 진태호의 품에 안겼다.“오빠...”일주일이 지났다.박순옥은 자주 혼수상태에 빠졌고 한약도 다 먹었다.의사는 할머니가 연세도 있고 연이어 자극을 받았기에 한약으로 천천히 기력을 회복하는 것이 좋다고 완곡하게 조언했다.진윤슬은 오창윤에게 여현식의 주소를 받아 그를 찾아가 보기로 했다.오후 네 시, 그녀는 여현식의 집에 도착했다.여현식은 유명한 명의였기에 그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았다.하지만 정력이 한정되어 있어 매일 병원에서 반나절만 진료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사람을 만나지 않았다.진윤슬은 집사가 막고 있어서 들어갈 수 없었다.예약 없이는 불가능했기에 진윤슬은 어쩔 수 없이 내일 다시 병원에 가보기로 하며 돌아가려 했다.“진윤슬.”조금 놀란 듯한 목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문강찬이 보였다.성예빈이 그의 팔짱을 끼고 있었다.문강찬은 표정 없이 시선을 진윤슬에게서 미끄러지듯 지나치며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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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화

진윤슬은 문 앞에서 오래 서 있었다.휴대폰 화면에는 문강찬의 번호가 떠 있었다.그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자 그녀는 어쩔 수 없이 한숨을 내쉬며 씁쓸하게 웃었다.그에게 도움을 청할 일이 생길 줄 알았다면 그때 그렇게 말을 심하게 하지는 말았을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다.하늘에서 천둥이 치기 시작하더니 곧 비가 내릴 것 같았다.진윤슬은 결국 떠나기로 했다.돌아서는 순간 아는 사람을 만났다.“방유권 씨, 오랜만이네요.”그녀가 인사를 건넸다.방유권은 손에 상자를 들고 있었는데 그녀를 보고 놀라더니 이내 눈살을 찌푸렸다.“진윤슬 씨...”며칠 못 봤는데 그녀는 몰라보게 수척해졌고 눈에는 생기마저 사라졌다.그는 염려스럽게 물었다.“몸이 안 좋아요?”진윤슬이 할머니의 약을 지으러 왔다고 말하자 방유권은 망설임 없이 그녀를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진윤슬은 마음속으로 따뜻함을 느꼈다.“고마워요.”문강찬과 한창 대화 중이던 여현식은 진윤슬과 방유권이 함께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그는 시선만 살짝 내리깔았을 뿐 감정을 읽을 수 없었다.진윤슬은 찾아온 목적을 설명했다.여현식이 자리에서 일어나 박순옥의 상황을 묻더니 다시 처방전을 새로 써주었다.한참이 지나자 약을 지어 진윤슬에게 건네주며 할머니를 잘 보살피라고 당부했다.진윤슬은 안도했다.혹시 여현식이 자신을 무시할까 봐 걱정했는데 의외로 매우 인자했다. 진윤슬은 약을 챙겨 방에서 나오며 처음부터 끝까지 문강찬을 한 번도 쳐다보지 않았다.그녀를 문 앞까지 바래다주던 방유권은 점점 어두워지는 하늘을 보며 그녀를 집까지 데려다주려 했다.약을 받은 진윤슬은 기분이 훨씬 나아지며 미소가 밝아졌다.“괜찮아요. 택시 타면 금방 가요.”방유권은 잠시 침묵하더니 이혼 서류에 관해 물었다.진윤슬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이번에는 꼭 받을 수 있을 거예요.”그녀는 문강찬에게 그런 말까지 했으니 자존심이 상한 문강현이 이번에는 기꺼이 이혼해 줄 것으로 생각했다.2층, 문강찬은 창문 앞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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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화

주아란은 이 일에 대해 계속 앙심을 품고 있었다.그녀는 생활비를 대주었으니 딸을 내버려 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진윤슬은 고개를 저었다.그녀는 주아란과 말이 통하지 않을 것 같았고 더는 말하고 싶지도 않아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주아란은 화가 나서 멍해 있다가 진윤슬의 불효에 분노가 폭발했다.그 늙은이 때문에 비를 맞으면서까지 약을 구하러 다니면서 친엄마에게는 좋은 얼굴 한 번 보여주는 것조차 아까워한다고 생각했다.순간 악의가 마음속에서 솟아오른 그녀는 차갑게 한 마디 뱉었다.“차 세워.”차는 길가에 멈춰 섰다.비는 점점 거세져 차창을 내리치며 쏟아졌다.“내려.”주아란은 표정 없이 그녀를 내쫓았다.진윤슬은 잠시 침묵하더니 차 문을 열고 내렸다.하지만 다음 순간, 주아린은 그녀가 품에 안고 있던 약 봉투를 낚아챘다.진윤슬은 등 뒤에서 밀려오는 강한 힘에 그만 빗속에 쓰러졌다.주아란은 발 하나를 이미 차 밖에 내디딘 딸을 밀쳐내고는 손을 들어 약 봉투를 밖으로 던져버렸다.약이 종이봉투에서 굴러 나와 사방에 흩어지며 순식간에 빗물에 흠뻑 젖었다.그것은 할머니의 약이었다.진윤슬은 거의 기어가듯이 달려가 약 봉투를 다시 주워 담았다.비가 너무 세차게 내려 약 봉투는 전부 젖어버렸다.그녀는 젖은 약 봉투를 안고 빗속에 서 있었다.빗물이 눈을 적셔 시야가 흐릿해진 가운데 주아란의 차가운 눈빛이 보였다.무척이나 혐오하는 눈빛이었다.“약 먹지 말고 빨리 죽어 환생하는 게 낫겠어.”주아란은 사납게 저주하며 차 창문을 닫았다.차가 떠나갔지만 진윤슬은 너무 화가 나서 온몸을 떨었다.주아란이 그녀가 차에서 내리는 틈을 타 뒤에서 밀치고 심지어 할머니 약까지 던져버릴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폭우가 쏟아지며 하늘과 땅을 회색으로 덮었다.진윤슬의 몸은 순식간에 흠뻑 젖었다.다행히 저 앞에 작은 가게가 보였다.그녀는 급하게 달려가다가 발밑에 무엇인가를 밟고 바닥에 그만 넘어졌다.팔에 격렬한 통증이 느껴졌다.그녀는 이미 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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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화

진윤슬은 움직이지 않고 차창에 기대 눈을 감은 채 병원에 일찍 도착하기만을 바랐다.문강찬은 그녀의 팔을 잡아 강제로 안았다.얇은 여름옷을 사이 두고 진윤슬은 곧 문강찬의 몸에서 뜨거운 체온을 느꼈다.그의 셔츠 한 부분이 젖어 있었다.성예빈을 떠올린 진윤슬은 마음속에 화가 치밀어 올라 그의 어깨를 쳤다.“놔요.”다음 순간, 그녀는 완전히 얼어붙더니 창백한 뺨에 부끄러움과 짜증이 섞인 홍조가 떠올랐다.그는 한동안 금욕적인 생활을 해왔다.품에 안긴 여자는 온몸이 흠뻑 젖었는데 옷이 몸에 달라붙어 흰색 속옷이 은근히 드러나 고개를 숙이면 몸매가 선명하게 보였다.비록 초라했지만 여성적인 매력이 돋보였다.그는 손을 뻗어 스위치를 눌렀다.칸막이가 올라가는 동시에 그는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진윤슬은 몸부림치며 듣기 싫은 말을 내뱉었다.“강찬 씨, 우리 이미 이혼했어. 아직 이혼 숙려 기간이라고. 딱 사흘 남았어.”“내가 말했잖아. 하루가 남았어도 문씨 가문 사모님이라고.”하루가 남았더라도 그녀는 그의 아내였다.진윤슬의 몸이 가늘게 떨렸다.그녀는 손톱으로 그의 팔을 꼬집으며 입술을 깨물어 수치스러운 소리를 내지 않으려 했다.운전기사는 차를 해오름 마당에 멈추고 얼굴이 붉어진 채 빠르게 떠났다.진윤슬은 옷매무새가 엉망이었다.문강찬은 가정부에게 담요를 가져오라고 명령하고는 그녀를 안아 차에서 내렸다.담요가 미끄러져 자신의 초라한 모습을 들킬까 두려웠던 진윤슬은 감히 몸부림치지 못했다.안방으로 들어가자 지금까지 참아왔던 남자는 마침내 자신의 야성을 터뜨렸다.그는 마음이 조급했고 행동이 거칠었다.곧 바닥에는 옷가지들이 뒤엉켰다.진윤슬의 눈가는 심하게 붉어졌고 저항하면서도 참을 수 없는 신음을 흘렸다.“우리 이러면 안 돼요.”‘분명 그렇게 잔인한 말을 했는데 어째서 지금 다시 얽매이게 된 걸까. 이건 옳지 않아.’하지만 반항할 힘이 없었던 그녀는 결국 센 폭풍우 속에서 가냘픈 팔로 그를 꼭 껴안을 수밖에 없었다.한참이 지나자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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