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at ng Kabanata ng 유산은 모른 척, 이혼에 왜 눈물?: Kabanata 91 - Kabanata 100

100 Kabanata

제91화

“너...”박순옥은 가슴을 움켜쥐며 말을 잇지 못했고 안색이 핏기없이 창백해졌다.깜짝 놀란 진윤슬은 온몸을 떨면서 급히 의사를 불렀다.의사가 응급처치를 하는 동안 진윤슬은 줄곧 옆에 서 있었다. 할머니의 얼굴색이 순식간에 백지장처럼 하얘지는 걸 지켜봤다.왠지 더 이상 깨어나지 못할 것 같았다.소리 없는 상처와 함께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다행히 의사가 제때 응급조치를 취한 덕에 할머니의 상태가 다시 안정되었다.의사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환자분 연세가 많으셔서 충격을 받으시면 안 됩니다.”조금 전 그들이 싸운 소리가 복도 전체에 다 들릴 정도였다. 환자는 조금도 배려하지 않았던 것이었다.“할머니를 복도 맨 끝 병실로 옮기세요.”한 남자의 무덤덤한 목소리가 들려오더니 문강찬이 들어왔다. 진윤슬의 붉은 눈시울을 본 순간 안타까워 미간을 찌푸렸다.문강찬은 진성국 부부를 완전히 무시한 채 진윤슬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다정하게 말했다.“복도 맨 끝 병실이 더 조용해. 그 병실이면 할머니도 편히 쉬실 수 있을 거야.”진윤슬은 그 병실을 알고 있었다. 총 두 개뿐이었는데 문중엽 같은 문씨 가문의 중요한 사람만이 사용할 자격이 있는 병실이었다. 심지어 문강찬의 부모도 자격이 없었다.그런 병실에 박순옥을 모시겠다는 건 할머니에 대한 존중의 표시였다.여기저기 상처투성이인 진윤슬의 마음에 따뜻한 기운이 스며들었다. 진윤슬이 쉰 목소리로 감사를 표했다.진성국 부부를 어찌해야 할지 정말 답이 없었다.싸우자니 할머니가 자극받을까 봐 걱정되었고 가만히 있자니 그들이 더욱 기승을 부리며 그녀와 할머니를 괴롭힐 게 뻔했다.문강찬의 배려는 가뭄의 단비와 같았고 진윤슬은 속으로 많이 고마워했다.의사는 서둘러 박순옥의 병실을 옮기도록 지시했다.이 모든 걸 지켜보던 진성국은 속으로 의아해했다.‘두 사람 이혼한 거 아니었어? 왜 윤슬이한테 더 잘해주는 것 같지?’전에 진윤슬을 쌀쌀맞게 대했던 게 조금 후회되었다.문강찬이 아직 진윤슬에게 마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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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화

진윤슬은 수건을 가져와 박순옥의 손과 얼굴을 닦아주었다.할머니의 얼굴 주름이 더욱 깊어진 걸 보고는 닦다가 결국 눈물을 뚝뚝 흘렸다.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났을 때 할머니는 예순도 되지 않았다. 진성국 부부는 장례를 치르고 아들을 데려갔지만 노모에게 그들의 딸을 앞으로 어떻게 할지는 한마디도 묻지 않았다.쉰이 넘은 과부가 몇 살밖에 안 된 여자애를 키운다는 건 쉽지 않았다. 돈이 부족한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순탄치 않은 나날을 보냈다. 더군다나 이때 집안을 책임져야 하는 아들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밤중에 깡패들이 문을 두드리고 도둑이 들고...진윤슬은 심지어 인신매매범에게 납치당할 뻔하기도 했다.성격이 온순했던 할머니가 몽둥이를 들고 인신매매범과 격렬하게 싸워서야 겨우 손녀를 되찾았다.진성국에게 전화하면 늘 비서가 받았고 진성국이 바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예전에 진윤슬은 이해하지 못했다. 사람이 얼마나 바쁘면 노모와 딸도 챙길 수 없는 것일까?나중에서야 깨달았다. 그건 바쁜 것이 아니라 아예 챙길 생각이 없었다는 것을.그들은 돈이 모든 것을 대신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할머니, 죄송해요.”진윤슬이 할머니의 손을 잡고 울먹였다.자식들의 효도를 받으며 호강해야 할 나이에 그녀 때문에 고생만 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문강찬이 들어왔을 때 진윤슬은 그곳에 앉아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결혼 생활 3년 동안 진윤슬은 거의 울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몇 달 동안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다.참다못해 진윤슬에게 다가가 어깨를 잡고 뒤에서 끌어안으며 다정하게 위로를 건넸다.“의사가 할머니께서 푹 쉬시면 괜찮아진다고 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진윤슬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고 문강찬의 품에서 벗어나려 발버둥 치지 않았다.지금 이 순간 그녀는 그에게 약간의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다.“뭐 좀 먹으러 갈래?”문강찬이 나지막이 달랬다.진윤슬은 지금 할머니 옆에만 있고 싶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여기 간병인이 있잖아.”문강찬이 진윤슬을 강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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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화

진윤슬은 입술을 깨물면서 솟구치는 서러움을 억누르고는 할머니의 품에 안겨 엉엉 울었다.문밖에서 지켜보던 문강찬은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하지만 방해하지 않고 조용히 그 자리를 떠났다.출입 통제 장치를 열고 복도로 나가자마자 진세린이 다가왔다.“오빠.”진세린이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무슨 일 있어?”문강찬이 덤덤하게 물었다.진세린은 출입 통제 장치를 힐끗 보고는 박순옥의 안부를 물었다. 그녀도 할머니를 보고 싶은데 들어갈 수 없다면서 속상해했다.진윤슬에게는 출입 권한이 있지만 그녀에게는 없다는 게 불공평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문강찬은 출입 권한을 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진세린은 더 묻기 어려워 진태호의 얘기를 꺼냈다.“오빠, 전에 우리더러 할머니를 모셔오라고 했잖아. 이제 어떻게 해야 해?”그녀는 문강찬에게 방법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멀지 않은 곳, 진윤슬은 끓어오르는 감정을 억누르려고 주먹을 꽉 쥐었다.할머니의 식단에 어떤 것을 주의해야 하는지 의사에게 물어보려고 나왔는데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말았다.‘할머니를 다람시로 모셔오자고 한 게 강찬 씨였어?’그동안 그에게 고마워하고 할머니의 병실을 옮겨준 것에 감사했던 자신이 참 어리석었다.진윤슬은 눈가의 눈물을 닦고 병실로 돌아갔다. 더는 그에게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그 시각 병실 밖, 문강찬이 의아한 듯 미간을 찌푸렸다.“내가 언제 할머니를 모셔오라고 했어?”진세린이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오빠가 우리한테 대단한 사람을 찾으라고 했잖아...”문강찬은 그제야 기억이 나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이건 완전히 오해였다.“진태호한테 능력 있는 변호사를 찾아주라고 한 거였지, 할머니를 모셔오라고 한 게 아니었어.”“그런 거였구나.”진세린은 그대로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엉망진창이 된 기분에 문강찬은 관자놀이를 주물렀다.바로 그때 복도에서 여러 사람의 발소리가 들려왔는데 문중엽이 온 것이었다.문강찬은 문중엽을 신경 쓰느라 진세린의 말에 대꾸할 새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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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화

문중엽은 그제야 흡족해했다.“네가 아는 사람이야. 성동민의 여동생 성예빈, 알지?”성동민은 진세린이 예전에 좋아했던 남자이자 한때 문강찬의 절친이었다.후에 진세린은 성동민 때문에 문강찬과 파혼하고 함께 외국으로 떠났다. 그 일로 문강찬과 성동민의 관계도 최악으로 치달았다.이제 성동민이 다람시로 돌아온다고 한다.“동민이랑 같이 자랐으니까 여동생도 본 적이 있을 거야. 얼굴이 예쁘고 능력도 있고 무엇보다 걔가 널 계속 좋아했대.”문중엽은 성예빈을 매우 마음에 들어 했다.집안이면 집안, 능력이면 능력, 아주 완벽한 손주 며느릿감이었다....진세린과 성동민은 한때 연인 사이였다. 비록 헤어졌지만 성예빈과의 관계가 나쁘지 않았다.귀국 후에도 두 사람은 자주 연락했다.병원에서 나온 후 진세린은 성예빈의 전화를 받았다. 다람시로 돌아왔다는 소식에 두 사람은 약속을 잡았다.“강찬 오빠랑 선을 본다고?”깜짝 놀란 진세린이 술잔을 꽉 쥐었다.성예빈은 얼굴이 예뻤는데 특히 눈이 유난히 요염했다. 문강찬을 오랫동안 좋아했지만 해외에서 몇 년을 보낸 탓에 내일 만남에 다소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게다가 문강찬이 좋아하는 사람이 진세린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세린아, 혹시 화난 건 아니지?”성예빈이 물었다.진세린은 성예빈이 문강찬과 선을 보기 위해 귀국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녀의 얼굴에 기쁨에 찬 미소가 떠올랐다.“당연히 아니지. 강찬 오빠가 좋은 사람을 만나길 내가 얼마나 바랐는데. 두 사람 정말 잘 어울려. 그런데...”그녀가 말을 하다 멈추자 성예빈이 서둘러 물었다.“그런데 뭐?”진세린이 한숨을 내쉬었다.“내가 예전에 잘못한 일이 하나 있어.”그녀는 문강찬과 진윤슬의 결혼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우리 언니는 시골에서 자라서 세상 물정을 잘 모르고 질투심도 강해. 나랑 강찬 오빠의 옛날 일 때문에 계속 나한테 불만을 품었고 오빠를 전혀 존중하지 않아. 두 사람 지금 이혼 숙려 기간인데 나중에 언니가 이혼하지 않겠다고 할까 봐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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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화

“쟤가 계속 강찬 오빠를 좋아했거든. 이번에 귀국한 것도 강찬 오빠랑 선보려고 귀국했대. 집안 형편도 비슷해서 양쪽 집안이 다 만족스러워한다고 들었어.”진세린은 진윤슬이 속상해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그런데 진윤슬의 표정은 전혀 흔들림이 없었고 너무나 평온했다.진세린이 실망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집안도 빵빵해서 정말 잘 어울려.”진윤슬은 진세린의 속셈을 훤히 꿰뚫어 보고 있었다. 그녀는 그저 가소롭기만 했다. 진태호 핑계를 대고 있지만 속으로는 여전히 시시콜콜한 연애 감정이나 따지고 있었다.“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진윤슬이 코웃음을 치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문강찬과 성예빈은 자리에 앉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진윤슬을 발견했다.문강찬의 안색이 살짝 변하더니 바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진윤슬.”진윤슬은 차가운 태도로 고개를 돌렸다.“나한테 볼일 있어?”문강찬은 그녀의 손목을 잡고 옆으로 잡아당겼다.성예빈이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품위를 유지하며 물었다.“오빠, 이분은 누구셔?”문강찬이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내 와이프.”네 글자에 그의 태도가 분명하게 드러났다.성예빈의 얼굴에 나타났던 미소가 옅어졌다. 문강찬과 아내 사이가 좋지 않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문강찬이 자기 마음을 깨달았을 줄은 몰랐다.“진윤슬 씨, 반가워요.”그녀가 먼저 인사를 건넸다.진윤슬은 그들 사이에 끼고 싶지 않아 힘껏 손을 빼내며 예의 바르게 웃었다.“이혼 숙려 기간이니 신경 쓰지 마세요, 성예빈 씨. 그럼 계속 얘기 나누세요.”그녀는 발걸음을 재촉해 자리를 떠났다.문강찬이 그녀를 뒤쫓아 나왔다.“윤슬아, 내 말 좀 들어봐.”그는 문 앞에서 진윤슬의 손목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할아버지께서 마련한 자리라 어쩔 수 없이 나온 거야. 난 저 여자한테 아무 감정 없어.”진윤슬은 이런 변명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어쨌거나 곧 이혼 도장을 찍을 사이니까.두 사람은 이제 아무 관계도 아니기에 문강찬이 누구와 선을 보든 아무렇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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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화

병원으로 돌아가는 길, 문강찬이 무슨 말을 해도 진윤슬은 입을 굳게 다물었다.문강찬은 미간을 주물렀다. 맞선 얘기는 더 이상 꺼내지 않고 유명한 한의사를 모셔 와 박순옥의 맥을 짚게 하겠다고 했다.“여현식 한의사 선생님을 모셔왔어. 할머니 몸을 잘 보살펴주실 거야.”진윤슬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할머니라는 걸 알기에 이번에 특히 신경을 썼다. 하지만 진윤슬은 고마워하지 않았다.고개를 들어 문강찬을 보면서 코웃음을 쳤다.할머니가 창백한 얼굴로 누워 있는 모습만 생각하면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문강찬에게 왜 시원하게 이 결혼에 마침표를 찍지 못하고 그녀와 그녀 주변 사람들을 자꾸만 괴롭히는지 따져 묻고 싶었다.하지만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고 이젠 아무 의미도 없었다.진윤슬이 나지막하게 말했다.“성예빈 씨가 강찬 씨랑 정말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성예빈은 집안이 훌륭하고 품위도 있었다. 문씨 가문 사모님에게 어울리는 배경과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두 사람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함께 걸어가는 모습은 정말 선남선녀가 따로 없었다.만약 그들이 순조롭게 이혼한다면 성예빈이 미래의 안주인이 될 것이다.“축하해.”진윤슬이 진심으로 말했다.문강찬의 마음속에서 들끓던 감정이 식어버렸다. 칠흑 같은 눈동자로 진윤슬의 수수하고 깨끗한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우리가 아직 완전히 이혼한 것도 아닌데 벌써 날 다른 여자한테 떠넘기려고 안달이 난 거야?”차가운 목소리에 옅은 분노가 섞여 있었다.문강찬은 이미 그의 진심을 그녀에게 보여줬지만 그녀는 헌신짝처럼 버렸다.두 사람의 거리가 가까워지자 그들의 숨결이 억지로 뒤섞였다.진윤슬의 맑은 눈은 차분하기만 했다.“우린 이제 이혼 도장만 찍으면 돼.”진윤슬이 덤덤하게 말했다. 문강찬만 원한다면 이혼은 아주 순조로울 것이다.“난 그 여자를 좋아하지 않아.”문강찬이 가슴속의 분노를 한숨으로 토해내더니 아내를 힘껏 끌어안고 고개를 숙여 입술에 입을 맞췄다.“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너야.”어두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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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화

모든 일에 용서가 따르는 건 아니다.문강찬이 입을 꾹 다물었다.그때 그녀가 억지를 부린다고 생각한 탓에 평생 후회할 일을 만들었다....진윤슬은 성예빈이 찾아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성예빈이 카네이션 꽃다발을 들고 와 침대 옆에 내려놓으며 말했다.“할머니, 인사드리러 왔습니다.”박순옥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진윤슬을 쳐다보았다.“이분은?”진윤슬의 안색이 굳어지더니 성예빈을 내보내려 했다.“성예빈 씨, 여긴 예빈 씨를 반기는 사람이 없어요.”진윤슬은 이미 그녀에게서 수상한 기운을 감지했다.성예빈은 나가지 않고 가방에서 수표를 꺼냈다. 상냥한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말속에는 협박이 섞여 있었다.“이 수표는 나의 작은 성의입니다.”진윤슬은 수표를 싸늘하게 내려다보았다. 성예빈이 벌써 돈으로 그녀를 쫓아내려 할 줄은 몰랐다.그녀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성예빈은 미소를 지으며 수표를 옆 테이블에 올려놓았다.“윤슬 씨가 조향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어요. 캐서린 마스터한테서 배울 수 있도록 추천해줄 수 있는데 어때요?”조건을 더하면 진윤슬의 마음이 무조건 움직일 거라고 생각했다. 성예빈이 박순옥을 보며 말했다.“그리고 태호 오빠 일 말이에요. 할머니, 태호 오빠는 할머니 손자잖아요. 윤슬 씨한테 너무 심하게 하진 말라고 하세요.”“성예빈 씨.”진윤슬은 쉴 새 없이 재잘거리는 성예빈의 말을 가로챘다.“이만 나가세요.”성예빈은 어깨를 으쓱하고는 병실을 나섰다. 복도에 서서 오만한 태도를 보이며 말했다.“태호 오빠는 윤슬 씨 오빠인데 신고하면 어떡해요?”지시하는 듯한 말투는 듣는 이의 불쾌감을 자아냈다.“다른 사람은 생각 안 해도 할머니 생각은 해야죠. 할머니 연세도 많으신데 이젠 자식들 곁에서 노년을 누리면서 사셔야 하지 않겠어요?”그녀의 말에 노골적인 협박이 담겨 있었다.진윤슬은 그녀에 대한 혐오감이 마구 밀려왔다.“예빈 씨, 시간만 되면 바로 이혼 도장을 찍으러 갈 테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예빈 씨랑 강찬 씨의 결혼에 방해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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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화

성예빈의 말은 마침 문강찬의 마지노선을 건드렸다.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성예빈의 창백한 얼굴을 쳐다보았다.“지금 나한테 이래라저래라하는 거야?”성예빈이 억울해하며 이를 악물었다.“진윤슬 씨, 여기 CCTV 있어요. 어디서 헛소리예요?”문강찬이 확인만 하면 그녀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는 게 밝혀질 것이다.진윤슬은 고개를 들어 문강찬을 쳐다봤고 목소리는 평소처럼 담담했다.“예빈 씨를 믿어, 아니면 날 믿어?”“당연히 너지.”문강찬이 망설임 없이 대답하자 성예빈이 당황해했다. 자신이 진윤슬보다 못할 줄은 몰랐다.“윤슬 씨가 거짓말했어.”진윤슬은 그녀를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그래요. 거짓말했어요. 그래서 어쩔 건데요?”그녀가 당당하게 인정하자 오히려 성예빈이 흠칫 놀라 할 말을 잃었다.진윤슬은 문강찬의 손을 뿌리치고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사실 문강찬의 앞에서 그런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성예빈이 그녀의 아이가 복이 없다고 말한 순간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성예빈은 문강찬에게로 다가가 눈시울이 붉어진 채로 말했다.“오빠, 정말로 저 여자가 거짓말했어.”“내 아이가 복이 없다고 한 것도 거짓말이야?”문강찬의 준수한 얼굴에 서늘한 그림자가 드리웠다.“그건...”“성예빈, 내 와이프는 오직 진윤슬뿐이야. 넌 윤슬이의 출신과 내 아이를 모욕했어. 네 아버지한테 직접 찾아가서 대체 딸 교육을 어떻게 했는지 물어볼까?”문강찬은 몸을 돌려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성예빈이 그의 뒷모습을 향해 소리쳤다.“난 오빠 때문에 돌아온 거란 말이야.”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문이 닫히는 소리뿐이었다.성예빈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를 만나려고 일부러 돌아왔건만 그의 마음에는 오직 이혼한 전처뿐이었다.병실 안.문강찬이 데려온 한의사 여현식이 박순옥의 맥을 짚고 있었다. 진윤슬은 곁에 조용히 서서 숨을 죽인 채 결과를 기다렸다.박순옥은 덤덤하기만 했다. 생로병사는 이미 받아들인 지 오래였다. 그녀가 유일하게 마음을 놓지 못하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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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화

“아이를 낳기 어렵다고 했지, 불가능하다고는 하지 않았어.”진윤슬이 입술을 깨물었다. 김해인도 비슷한 말을 했었다. 몸을 잘 요양하면 엄마가 될 기회가 있을 거라고.하지만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저 위로의 말일 뿐이라는 걸.흠칫 놀란 문강찬이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이분 명의셔. 다시 한번 진찰받아봐.”진윤슬은 흰 수염이 덥수룩한 한의사를 보면서 순순히 자리에 앉았다.마음 깊은 곳에서 사실 그녀도 아이를 간절히 원했다. 양의가 안 된다고 해서 한의도 안 될 거란 법은 없었다.이번 진맥은 유난히 길었다.진윤슬은 처음에는 설렘과 기대에 차 있었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절망으로 가라앉았다. 저도 모르게 얼굴이 창백해졌다.‘역시 안 되는구나.’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진윤슬은 이젠 완전히 포기했다.문강찬도 초조하긴 마찬가지였지만 애써 태연한 척하며 물었다.“아저씨, 어때요?”여현식은 한참 동안 생각한 후에야 입을 열었다.“일시적으로 한기가 막혔을 뿐이야. 약 몇 첩 먹으면 뚫릴 거야.”진윤슬이 주먹을 꽉 쥐고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정말입니까?”‘정말로 희망이 있는 거야? 나 다시 엄마가 될 수 있어?’문강찬의 눈에도 눈물이 어렸다. 그는 아내의 어깨를 힘껏 끌어안았다.“윤슬아, 정말이야.”진윤슬은 손으로 입을 막고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문강찬은 그녀를 꽉 끌어안았고 뜨거운 감정이 가슴을 채웠다.그들은 다시 아이를 가질 수 있게 되었고 진윤슬의 마음을 돌릴 기회가 생겼다.처방전을 써준 후 여현식은 문중엽을 진찰하러 갔다.문강찬은 따라가지 않고 직접 약을 지으러 갔다.병실로 돌아온 진윤슬은 여현식이 했던 말을 할머니에게 일일이 전했다.박순옥이 눈물을 글썽거리며 손녀의 손을 꼭 잡았다.너무 다행이었다. 만약 진윤슬이 엄마가 된다면 이젠 눈을 감아도 여한이 없을 것 같았다.진윤슬은 여전히 불안했다.“약을 먹어도 안 되면 어쩌죠?”또다시 실망할까 봐 두려웠다.“난 그 선생님을 믿어.”박순옥이 확신에 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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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화

문강찬은 출장 중에도 진윤슬에게 전화를 걸어 약을 꼭 제때 챙겨 먹으라고 당부했다.진윤슬은 아랫배를 쓰다듬었다. 그녀 역시 아이를 간절히 원했기에 약을 거르지 않을 것이다.기분이 한결 좋아졌고 문강찬의 당부도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알았어.”한 가족이 되는 장면을 상상하던 문강찬은 갑자기 가슴이 따뜻해졌다.“윤슬아, 나 곧 돌아갈 테니까 기다려.”당장이라도 그녀를 품에 안고 따스하게 보듬고 싶었지만 이번 프로젝트가 너무 중요해서 자리를 비울 수 없었다.진윤슬은 휴대폰을 쥔 채 잠시 멍하니 있었다. 문강찬에 대한 감정이 한층 더 복잡해졌다.그의 변화가 느껴졌고 과거의 상처를 보듬으려 애쓰고 있다는 것도 알았다. 하지만 이미 입힌 상처는 쏟아진 물과 같았다.문강찬을 다시 믿을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다. 게다가 진세린이라는 죽마고우도 여전히 걸림돌이었다.진세린 생각에 진태호도 함께 떠올랐다.이미 변호사를 통해 진태호를 고소했고 곧 재판이 시작될 것이다. 이제 그녀와 진씨 가문의 관계는 완전히 끝장나는 길로 접어들었다.진윤슬은 고개를 돌려 잠든 할머니를 보았다.할머니가 그녀에게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신경 쓰지 말라고 거듭 말했지만 진윤슬은 알고 있었다. 할머니의 마음이 얼마나 아픈지.하룻밤이 지났다.도우미가 약을 가져왔고 박순옥의 몫도 있었다.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 보며 환하게 웃었다. 서로의 평온한 눈빛을 바라보니 마음도 편안해졌다.약을 먹고 진윤슬이 잔을 씻던 그때 병실 문이 갑자기 벌컥 열렸다.진성국이 몇몇 사람들을 데리고 쳐들어왔다.진윤슬의 얼굴이 순식간에 확 굳어졌다.“여긴 어떻게 들어왔어요?”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진성국이 데려온 사람들이 그녀의 어깨를 붙잡더니 침대 옆으로 끌고 갔다.화가 난 박순옥이 이불을 치며 소리쳤다.“진성국, 지금 뭐 하는 거야?”진성국은 잠시 망설였지만 진태호를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았다.“어머니, 저도 이러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제게 아들이라곤 태호 하나뿐이에요. 제발 윤슬이를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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