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윤슬은 입술을 깨물면서 솟구치는 서러움을 억누르고는 할머니의 품에 안겨 엉엉 울었다.문밖에서 지켜보던 문강찬은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하지만 방해하지 않고 조용히 그 자리를 떠났다.출입 통제 장치를 열고 복도로 나가자마자 진세린이 다가왔다.“오빠.”진세린이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무슨 일 있어?”문강찬이 덤덤하게 물었다.진세린은 출입 통제 장치를 힐끗 보고는 박순옥의 안부를 물었다. 그녀도 할머니를 보고 싶은데 들어갈 수 없다면서 속상해했다.진윤슬에게는 출입 권한이 있지만 그녀에게는 없다는 게 불공평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문강찬은 출입 권한을 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진세린은 더 묻기 어려워 진태호의 얘기를 꺼냈다.“오빠, 전에 우리더러 할머니를 모셔오라고 했잖아. 이제 어떻게 해야 해?”그녀는 문강찬에게 방법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멀지 않은 곳, 진윤슬은 끓어오르는 감정을 억누르려고 주먹을 꽉 쥐었다.할머니의 식단에 어떤 것을 주의해야 하는지 의사에게 물어보려고 나왔는데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말았다.‘할머니를 다람시로 모셔오자고 한 게 강찬 씨였어?’그동안 그에게 고마워하고 할머니의 병실을 옮겨준 것에 감사했던 자신이 참 어리석었다.진윤슬은 눈가의 눈물을 닦고 병실로 돌아갔다. 더는 그에게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그 시각 병실 밖, 문강찬이 의아한 듯 미간을 찌푸렸다.“내가 언제 할머니를 모셔오라고 했어?”진세린이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오빠가 우리한테 대단한 사람을 찾으라고 했잖아...”문강찬은 그제야 기억이 나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이건 완전히 오해였다.“진태호한테 능력 있는 변호사를 찾아주라고 한 거였지, 할머니를 모셔오라고 한 게 아니었어.”“그런 거였구나.”진세린은 그대로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엉망진창이 된 기분에 문강찬은 관자놀이를 주물렀다.바로 그때 복도에서 여러 사람의 발소리가 들려왔는데 문중엽이 온 것이었다.문강찬은 문중엽을 신경 쓰느라 진세린의 말에 대꾸할 새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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