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유산은 모른 척, 이혼에 왜 눈물?: Chapter 201 - Chapter 210

388 Chapters

제201화

잠시 후, 통화하는 목소리가 멀어지더니 그 뒤로는 방으로 돌아오지 않았다.성하린은 다시 곧 잠들었다.얼마나 지났을까, 노크 소리에 잠에서 깼다.“들어오세요.”그녀가 몸을 일으키자 문 앞에 서 있던 가정부가 다급하게 말했다.“사모님, 대표님이 사고가 났어요.”급한 나머지 예전 호칭이 튀어나왔다.성하린이 미간을 찌푸리자 가정부가 덧붙였다.“오 비서님이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어요.”‘비서님까지 왔다고?’성하린의 마음이 가라앉았다.시계를 보니 겨우 아침 7시였다.“내려갈게요.”옷을 갈아입고 아래로 내려갔다.거실에 앉아 있던 오창윤은 몹시 초조해 보였다.그는 성하린을 보자마자 벌떡 일어났다.“사모님, 대표님께 사고가 났어요. 한 번 가 주셔야겠어요.”성하린은 말없이 차가운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그는 얼른 말을 고쳤다.“성하린 씨, 번거로우시겠지만 같이 가 주세요.”“무슨 일이죠?”오창윤은 잠시 망설이다가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고, 최민경과 관련된 일이며 지금 그쪽으로 가야 한다고만 했다.성하린은 가고 싶지 않았다.최민경은 아들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아끼는 사람인데 무슨 큰일이 있겠는가 싶었다.하지만 지금 그녀는 문강찬에게 부탁할 일이 있는 처지였으니 가지 않을 수 없었다.“가요.”차 안에서 오창윤은 백미러로 성하린을 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대표님의 마음은 한 번도 변한적 없어요. 하지만 대표님에게도 어쩔 수 없는 사정이 많아요.”그는 문강찬의 곁을 오래 지켜온 사람이었다.성하린은 창밖을 바라봤다.아침 공기에는 벌써 가을 기운이 서려 있었다.오창윤의 말이 이어졌다.“성하린 씨, 대표님을 조금만 더 이해해 주셨으면 해요. 대표님이 진세린 씨를 여동생으로 인정한 건, 두 집안의 혼사를 성사시키기 위해서였지 보호하려던 게 아니에요. 그리고 예전에 성하린 씨의 일이 터졌을 때도 대표님은 모든 일을 정리한 뒤에 모셔 나오려고 했어요.”“향수 이름을 진세린 씨 이름으로 붙인 것도 진씨 가문과 합의를 해서 신분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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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2화

얇고 야한 슬립 차림을 한 성예빈은 안에는 거의 아무것도 입지 않은 듯, 몸매가 고스란히 드러난 채 소파 위에 힘없이 엎드려 있었다.최민경의 말을 들으며 수치심을 참고 일어나 소파를 짚고 선 남자에게 다가갔다.붉은 입술을 깨물던 그녀는 얼굴은 달아오른 채, 물이 뚝뚝 떨어질 듯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오빠 아이 좋아하잖아. 내가 낳을게. 정말이야.”그녀는 두 눈에 사랑이 가득한 채 문강찬의 손을 잡으려 했다.붉어진 얼굴에 눈물이 맺혀 묘하게 유혹적으로 보였다.“우리 아이는 분명 예쁘고 똑똑할 거야. 오빠, 내 소원 좀 들어주면 안 돼? 난 그냥 우리 아이 하나만 있으면 돼.”애원에 가까운 목소리였다.하지만 그녀의 손이 닿으려는 순간, 문강찬은 짜증스럽게 쳐냈다.그는 소파 가죽이 찢어질 듯 손에 힘을 주고 있었다.몸이 달아오르며 원초적인 욕망이 핏속에서 끓어올랐다.하지만 그는 타협하고 싶지 않았다.그의 몸은 아무 여자에게나 허락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성예빈은 또 거절당하자 이를 악물고 홧김에 그에게 몸을 던졌다.그녀는 떨리는 몸으로 그의 탄탄한 몸을 끌어안았다.어느새 수치심은 사라지고 억누를 수 없는 흥분만 남아 있었다.이 정도로 매달리는데도 참을 수 있을까 싶었지만 문강찬은 또다시 밀쳐냈다.분노가 실린 힘에 그녀는 바닥으로 세게 넘어졌다.그 모습을 보던 최민경은 버럭 화를 냈다.“강찬아, 뭘 그렇게 버텨? 여기 예빈밖에 없어. 널 도와줄 사람은 얘뿐이야!”문강찬은 충혈된 눈으로 어머니를 노려봤다.피는 끓고 있었지만 마음은 얼음장 같았다.어머니는 아프다는 핑계로 그를 불러내 약을 먹이고 성예빈과 관계를 맺게 하려 했다.참으로 악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여기서 죽어도 저 여자 손가락 하나 안 건드려요.”성예빈은 그 매정한 말을 듣고 휘청였다.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약까지 먹은 남자가 자신을 거부했다는 건 그녀에게 엄청난 모욕이었다.자존심 강한 성예빈에게는 치명적인 타격이었다.최민경은 아들과 성예빈이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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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3화

“여보...”그는 그녀의 머리카락에 얼굴을 묻고 비볐다.목소리는 쉰 데다 어딘가 억울한 느낌까지 묻어 있었다.“저 여자 나 안 건드렸어.”뜨거운 숨이 그녀의 머리칼과 얼굴에 쏟아졌다.온몸이 들끓고 있었다.성하린은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려 피하려 했지만 끝내 벗어날 수 없었다.소파 뒤에 웅크리고 서 있던 성예빈은 그 광경을 전부 지켜보며 자기가 성하린보다 뭐가 부족한지 이해할 수 없었다.문강찬은 자신의 앞에서는 끝까지 참고 버티면서도, 성하린이 오자마자 먼저 달라붙었다.최민경은 표정이 잔뜩 굳어 있었다.성하린의 등장은 그녀의 계획을 완전히 망쳐 놓았다.‘정말 요망한 것. 훔치고 빼앗는 데는 도가 텄다니까.’성하린은 그런 증오와 멸시의 시선을 무시한 채, 문강찬의 품에서 빠져나오려 애썼다.그의 숨결은 뜨겁게 달아올라, 몸에 닿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릴 것 같았다.그녀는 옆에서 멍하니 구경만 하고 꼼짝도 안 하는 오창윤을 노려봤다.“아직도 안 오고 뭐 해요? 대표님 병원에 안 모시고 가요? 무슨 일 나면 책임질 수 있어요?”오창윤은 민망하게 고개를 숙였다.대표님이 저렇게 찰싹 붙어 있는데 방해하는 건 눈치 없어 보일까 싶었다.하지만 사모님은 임신 중이고, 대표님은 해결을 못 하고 있으니 이 또한 고역이긴 했다.“대표님, 병원으로 가시죠.”문강찬은 품 안의 사람을 조금 놓으며 한결 정상적인 목소리로 말했다.“주치의를 불러.”성하린에게 이 난장판을 떠맡기고 싶지 않았던 그는 엄청난 의지력으로 버티고 있었다.하지만 곧 의지력 따위는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는 웃음거리일 뿐이라는 걸 깨달았다.속에서 들끓던 열기가 더 거세지며 땀이 이마를 타고 흘렀다.그는 성하린의 손을 꽉 잡았다.손바닥이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미간을 점점 더 깊이 찌푸리던 그는 갑자기 벌떡 일어섰다.성하린은 그 동작에 앞으로 휘청거렸다.그리고 그 순간 문강찬이 그녀를 번쩍 안아 들었다.“문강찬, 내려놔.”성하린이 낮게 외쳤다.그녀는 그의 의지력이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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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4화

그때, 문밖에서 오창윤의 목소리가 들렸다.“대표님, 의사 선생님 오셨습니다.”문이 열리고 성하린이 먼저 나왔다.얼굴은 붉게 달아올라 있었고 눈에는 물기가 어려 있었다.입술은 부어 있었고, 손가락은 주먹을 꽉 쥔 채였으며 긴 머리카락이 조금 흐트러져 있었다.오창윤은 얼른 고개를 숙이고 감히 쳐다볼 엄두도 내지 못했다.뒤이어 나온 문강찬은 한결 가라앉은 얼굴이었다.그는 앞에 선 여자를 붙잡아 반쯤 억지로 소파 쪽으로 데려갔다.최민경과 성예빈의 눈에서는 불꽃이 튈 듯했다.방 안에서 큰 소리가 나진 않았지만 무슨 일이 있었을지는 충분히 짐작 가능했다.그리고 성하린의 모습이 그 추측을 확인해 주고 있었다.성예빈은 이를 갈았다.‘성하린은 임신까지 해 놓고도 문강찬을 유혹하다니, 어쩜 저렇게 뻔뻔할 수 있을까.’의사는 문강찬에게 주사를 놓고 약을 남긴 뒤 물건을 챙겨 서둘러 떠났다.성하린이 일어나려 하자 문강찬이 다시 그녀를 끌어당겼다.성예빈의 눈에서 진짜 불이 날 것 같았다.그때 오창윤이 낮게 말했다.“성 대표님이랑 회장님 오셨습니다.”키 크고 잘생긴 남자와 지팡이를 짚은 노인이 들어왔다.두 사람은 무표정한 채 동시에 주변을 둘러봤다.성예빈은 바로 울음을 터뜨렸다.“오빠...”오늘 정말 체면을 다 구겼다.성동민은 미간을 찌푸리며 양복 재킷을 벗어 그녀의 어깨에 걸쳐 주며 드러난 몸을 가려 주었다.그제야 성예빈은 소파 뒤에서 나와 성하린을 가리키며 고자질했다.“오빠, 쟤가 나 괴롭혔어.”“그만해.”성동민이 엄하게 동생을 노려봤다.“아직도 철 안 들었어?”여기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미 알고 있는 그는 머리가 지끈거렸다.성예빈은 수치와 억울함이 쌓인 상태였다.오빠가 와서 편을 들어주길 바랐는데 되레 혼이 나자 그만 폭발해 버렸다.“오빠, 나한테 화내는 거야?”성동민은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일단 나랑 가자.”문강찬은 서늘한 눈빛으로 성예빈을 노려봤다.“성동민 얼굴 봐서 이번은 넘어갈 거야. 다음엔 누구 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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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5화

“난...”“성예빈.”성동민이 경고하듯 노려보자 성예빈은 분을 삭이지 못한 채 입을 다물었다.성동민은 성하린에게 고개를 숙였다.“성하린 씨, 예빈이 대신 사과드려요. 이번에 말 함부로 한 점, 부디 용서해 주세요.”성하린은 손가락이 떨리며 말이 나오지 않았다.그동안 진윤슬의 선택이 자발적이었다 해도 그녀는 늘 죄책감을 안고 살아왔다.악몽에서 깨는 날도 많았다.문강찬이 차갑게 식은 그녀의 손을 꽉 잡으며 음산하게 웃었다.“사과 한마디로 끝날 일이야?”성동민은 잠시 침묵하다 말했다.“사업상 성씨 가문이 2% 양보할게.”동생의 막말 값이었다.문강찬은 담담하게 말했다.“10년, 매년 프로젝트 수익의 2%를 성하린에게 줘.”보상이 있어야 사과라는 말이었다.“왜?”성예빈이 발끈했다.“좋아.”성동민은 그 제안을 받아들이고 성예빈을 끌고 나갔다.문밖으로 나가자마자 성예빈은 손을 뿌리쳤다.“오빠, 왜 제멋대로 약속해? 성하린이 뭔데 2%를 그냥 가져가!”성동민은 결국 폭발했다.“문강찬은 널 안 좋아해. 그만 매달려. 내일 나랑 같이 돌아가.”성예빈은 눈에 눈물이 고인 채 휴대폰을 꺼냈다.“아빠한테 말할 거야. 오빠가 남 편 들어서 나 괴롭힌다고.”성동민은 완전히 지친 얼굴로 차 문을 열고 올라탔다.“마음대로 해.”별장 안, 최민경은 마음이 몹시 불안했다.성예빈과 문강찬은 같은 또래라 문강찬이 직접 처리할 수 있었지만, 최민경은 웃어른이라 결국 어르신이 나설 수밖에 없었다.문중엽은 최민경의 체면을 전혀 봐주지 않았다.“제정신이야? 어떻게 친아들한테 약을 먹일 생각을 해?”그는 호되게 꾸짖었다.최민경은 억울하다는 듯 맞섰다.“다 애를 위해서 그런 거예요. 아니, 그 애가 왜 하필 그런 여자를 좋아해요?”끝까지 성하린의 이름조차 부르지 않았다.그만큼 싫다는 뜻이었다.예전에 진윤슬은 그래도 참을 만했다.싫긴 했어도 최소한 신원은 깨끗했으니 말이다.하지만 성하린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보육원 출신 고아에, 부모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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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6화

차에 올라타자 문강찬은 피곤한 듯 미간을 주물렀다.성하린은 옆에 조용히 앉아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그건 모두 문씨 집안의 일이니 그녀와는 상관없었다.“윤슬아... 윤슬아...”문강찬이 갑자기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목소리에는 어딘가 애틋하고 부드러운 기색이 섞여 있었다. “할머니가 늘 널 윤슬이라고 부르셨잖아. 사실을 알고 일부러 그랬던 거야?”그는 지난 일을 들먹이며 두 사람 사이의 거리를 좁히려 했다.성하린은 그저 담담하게 그렇다고 한마디 했을 뿐, 그와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문강찬은 갑자기 손을 뻗어 그녀를 끌어안았다. 그러고는 팔에 힘을 주어 그녀를 자신의 가슴에 꽉 끌어당겼다.탄탄한 가슴에서 뜨거운 체온이 전해졌다.“하린아.”그의 목소리에는 피곤함이 느껴졌다. 그는 고개를 숙여 성하린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성하린은 냉기가 가득한 눈빛으로 차 천장을 바라보며 그의 팔을 떼어내려 애썼다.어느 순간, 몸이 문득 굳었다.따뜻한 액체가 목 위로 떨어졌다.‘문강찬의... 눈물인가? 강찬 씨가 울고 있나? 최민경과 틀어져서?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일까?’성하린은 눈을 감았다가 결국 몸부림을 멈추고 그냥 그가 안고 있게 내버려 두었다.얼마나 지났을까... 따뜻한 입술이 그녀의 볼 위로 떨어졌다.성하린이 비꼬듯 말했다.“재미있어?”키스가 멈췄다.하지만 문강찬은 여전히 그녀를 놓지 않은 채,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하린아, 우리 재결합하자. 응?”성하린은 그의 가슴옷자락을 움켜쥔 채 담담하게 말했다.“싫어.”겨우 이혼했는데 다시 돌아갈 리 없었다.망설임 없는 대답에 문강찬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지만 여전히 달래듯 말했다.“내가 사람 시켜서 성대한 결혼식을...”“강찬 씨.”성하린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을 끊었다.“우리가 이혼한 게 결혼식이 없어서였어?”아니었다.결혼식 따위와는 상관없었다.그들이 이혼한 이유는 진세린 때문이었지만 그는 영원히 모르는 척했다.문강찬은 그녀의 긴 머리를 쓰다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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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7화

그는 그 일들을 성하린에게 말해주며, 자신과 진세린은 정말 가능성이 없다는 걸 이해시키려 했다.게다가 정략결혼도 그의 제안이었다.정말 좋아했다면 어떻게 그렇게 보내줄 수 있었겠는가.성하린은 눈을 감은 채 더 말하려 하지 않았다.‘결혼하면 뭐 해? 진세린이 원하는 걸 이루었고, 강찬 씨는 소꿉친구의 행복을 위해 물러났을 뿐인데.’“강찬 씨, 세린이가 결혼하면 선 그을 거야?”성하린이 마지막으로 물었지만 문강찬은 또다시 침묵했다.성하린은 눈을 감고, 더는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차는 해오름에 도착했다.성하린은 문강찬에게 안긴 채 안으로 들어갔다. 그의 동작은 누가 봐도 그가 진심으로 성하린을 아낀다고 감탄할 만큼 다정했다.하지만 성하린은 그런 그가 그저 위선자처럼 보였다.그녀는 차라리 자는 척했다.이후 성하린은 마음을 비운 채 먹고 자는 일상만 유지했다.유일하게 하는 일이라면 병원에 가서 온건우를 보는 것뿐이었다.온건우는 한동안 항암 치료를 받아 상태가 좋지 않았는데, 사람 자체가 늘 축 처져 있었다.성하린은 자주 병원에서 하루를 보냈다.다행히 문강찬은 이미 조혈모세포 채집을 시작한 상태였다.그룹 일에 쉴 틈 없이 매달리면서 온건우를 위해 조혈모세포 채집까지 하다 보니, 그의 정신 상태 역시 좋지 않았고, 얼굴도 점점 창백해졌다.결국 회의 도중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 갔다.오창윤에게서 연락을 받은 성하린이 병원으로 급히 달려왔을 때, 문강찬은 이미 병실에 입원한 뒤였다.병실 문 앞에서 똑같이 허둥지둥 달려온 오창윤을 만났다.오창윤은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대표님이 저를 다른 일로 내보내셔서 저도 돌아오는 길에야 소식 들었어요. 사모님... 아니, 성하린 씨,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의사한테 물어봤는데 큰 문제는 아니래요.”성하린은 조금 안심했다.“알았어요.”그녀는 말하며 병실 문을 열었다.순간 문고리를 잡은 손을 꽉 조였다.병실 안에서는 진세린이 문강찬에게 물을 먹여주고 있었다.그녀는 몸을 숙이고, 문강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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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8화

최근 성하린이 문강찬에게 신경 쓰지 않은 건 사실이었다.그가 돌아올 때면 그녀는 이미 자고 있었고, 그가 나갈 때면 그녀는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두 사람은 거의 얼굴을 마주칠 일도 없었다.하지만 상관없었다.원래 그들의 관계는 거래였을 뿐이니 말이다.“세린아, 그만해.”문강찬의 목소리가 다시 낮아졌다.진세린은 흐느끼며 말했다.“오빠가 숨기는 건 이해해. 그래도 옆에 돌봐줄 사람은 있어야 하잖아. 난 그냥 물컵 하나 건네준 것뿐인데 저렇게 화부터 내. 저 여자는 오빠한테 잘해줄 자격도 없어.”“진세린.”문강찬의 어조가 엄해졌다.“나가.”진세린은 억울한 듯 발을 구르더니 뛰쳐나갔다.오창윤도 따라 나가며 문을 닫았다.성하린은 잠시 생각하다가 병상 앞으로 걸어갔다.“어디 더 불편한 데 있어?”문강찬의 온화하던 표정이 점점 가라앉으며 빛과 그림자가 엇갈렸다.“난 괜찮아.”그는 차분하게 설명했다.“세린이는 내가 걱정돼서 병원까지 따라온 거야. 말이 좀 거칠었지? 마음에 담아두지 마.”성하린은 눈을 내리깔았다.“설명 안 해도 돼. 별일 없으면 난 먼저 갈게.”그녀는 돌아섰다.“성하린.”가슴이 먹먹해진 문강찬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그렇게 급하게 달려온 게 날 걱정해서야? 아니면 온건우의 치료에 지장 생길까 봐서야?”성하린은 자신도 그에 대한 얼마나 걱정이 되는지 분간할 수 없었다.그녀는 조용히 그를 바라봤다.창백한 그의 얼굴에는 분명 피로가 가득했다.“무슨 차이가 있어?”문강찬은 큰 타격을 받은 사람처럼 눈빛이 어두워졌다.성하린은 우스운 듯 말했다.“강찬 씨는 무슨 일이든 다 나한테 숨긴 후 나중에 내가 걱정할까 봐 그랬다고 하잖아. 그러면서 또 내가 강찬 씨를 걱정해 주길 바라는 거야?”그녀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비꼬듯 덧붙였다.“심지어 진세린은 내가 강찬 씨를 충분히 신경 안 쓴다고 나를 탓하고 있어. 강찬 씨가 그렇게 만들었으면서 스스로가 너무 이중적이라는 생각 안 들어?”문강찬은 순간 아무 말도 하지 못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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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9화

최민경 역시 문중엽에게 끌려간 후 본가에 머물고 있어, 문강찬이 쓰러졌다는 전화를 해도 나오지 못했다.진세린은 그제야 자신이 성하린을 얕봤다는 걸 알았다.아니, 문강찬에게 미치는 성하린의 영향력을 얕본 거였다.“성하린, 너무 좋아하지 마. 지금 오빠가 널 좋아한다고 해도, 문씨 가문의 안주인 자리는 네 것이 아니야.”성하린의 살짝 올라간 입꼬리에는 경멸이 어렸다.“내가 버리려는 자리일 뿐이야.”말을 마친 그녀는 곧장 떠나갔다.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진세린은 눈빛이 어두워졌다.성하린이 해오름으로 돌아오자 가정부가 캐리어 하나를 끌고 왔다.곧이어 오창윤과 기사가 마당 안으로 들어왔다.오창윤은 기사에게 캐리어를 차에 실으라 지시한 뒤 성하린에게 말했다.“대표님께서 병원에서 간호하시길 원하십니다.”성하린은 거절했다.“저 임산부예요. 쉬어야 해요.”게다가 진세린이 곁에 있는데 굳이 자신을 불러 괴롭힐 이유가 있을까 싶었다.오창윤은 공손하게 말했다.“병원 쪽은 다 준비해 두었어요. 힘들지 않을 거예요.”이번엔 피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는 성하린은 화를 머금은 채 차에 올랐다.그러면서 속으로 저 인간은 늘 자신을 들볶는다며 욕했다.병실에서 나간 지 한 시간 뒤, 그녀는 다시 문강찬의 앞에 섰다.문강찬은 여전히 침대 머리에 기대앉아 있었고, 옆에는 처리된 서류 더미가 쌓여 있었다.그는 조금 차가운 눈빛으로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봤다.캐리어를 한쪽에 놓은 오창윤은 황급히 밖으로 나갔다.성하린은 못마땅했다.“간병인을 불러줄게.”그는 그저 기운이 좀 없을 뿐, 큰 병도 아니었다.적어도 간병이 필요할 정도는 아니었다.“나 팔다리 멀쩡해. 필요 없어.”“그럼 나를 왜 오라고 했어?”성하린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마스코트로.”문강찬은 담담하게 말하며 턱짓으로 캐리어를 가리켰다.“가정부 시켜 챙기게 했어. 뭐 빠진 거 있으면 말해. 보내라고 할게.”성하린은 팔짱을 낀 채 차갑게 물었다.“여기서 얼마나 지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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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0화

진성국은 인맥 관리에만 능했고 사업 수완은 부족했다.진태호는 어릴 때부터 귀하게 자라 그보다 낫긴 했지만, 큰 풍파를 겪어본 적이 없어 버티지 못했다.성하린과 진윤슬 일로 파문이 커지며 부정 여론이 회사를 휘감아 숨도 못 쉬는 상황이었다.진태호는 어쩔 수 없이 문강찬에게 도움을 청하러 온 것이었다.문강찬은 수척해진 진태호를 깊게 바라봤다.“처음 돌아올 때 이럴 수도 있다는 걸 생각했어야지.”진태호가 이를 악물었다.“아버지는 지금 제정신이 아니야. 내가 안 하면 누가 해.”문강찬은 한마디만 했다.“결단을 못 하면 반드시 화를 입어.”도와주지 않겠다는 뜻이었다.두 사람 사이 정이 변한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단호한 거절을 직접 들으니 진태호는 마음이 쓰렸다.그는 병실 안을 힐끗 봤다.“쟤 때문이야?”“아니.”“난 아직도 이해가 안 돼. 성하린 같은 배경을 네가 왜 좋아하는 거야?”문씨 가문은 명문가였다.성하린의 신분이 드러난 뒤, 문씨 가문 안주인 자리를 노리는 사람이 얼마나 많았는지 모른다.하지만 문강찬의 마음은 오로지 성하린에게 가 있었다.문강찬은 눈을 가늘게 떴다.‘왜 좋아하냐고?’그도 몰랐다.어쩌면 처음부터 끝까지 한 사람을 지키고 싶었던 건지도 모른다.그는 대답하지 않았다.문강찬이 병실로 돌아왔을 때, 성하린은 이미 씻고 나와 있었다.그녀는 진태호가 왔던 걸 알고 있었다.“도와달라고 했어?”문강찬이 다가와 몸을 숙여 키스했다.“응. 거절했어.”그는 말하고 나서 그녀의 눈을 빤히 바라보며 그녀가 기뻐해 주기를 기대했다.하지만 성하린은 별다른 감정이 없었다.그녀는 세수를 마치고 아침을 먹은 뒤, 온건우를 보러 갔다.병실 밖 복도에서 진성국을 마주쳤다.그는 허리가 굽고 많이 늙어 보였다.관자놀이엔 흰머리도 섞여 있었다.“윤슬아...”그가 힘없이 불렀다.눈에는 예전의 증오가 전혀 없었다.성하린은 제자리에 서서 차갑게 그를 봤다.“그렇게 부르지 말아요. 역겨워요.”‘윤슬’은 할머니의 추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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