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하린은 한 번 아이를 잃은 적이 있다.지금 배 속의 아이 역시 쉽게 찾아온 생명은 아니었다.포기하기는 너무 어렵고, 낳자니 마음속의 매듭이 풀리지 않았다.마음은 복잡했고 머릿속은 엉망이었다.‘그래. 일단은 한 걸음씩 가 보자.’성하린이 자신을 겨우 달래고 나서 보니, 임청아가 눈이 심하게 충혈된 채 침대 옆에 앉아 멍하니 있었다.“청아야, 내가 많이 놀라게 했어?”성하린은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다독였다.임청아는 정신을 차리며,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말했다.“하린아, 너 꼭 잘 지내야 해.”그녀는 마음속의 괴로움을 억누르고 있었다.‘하린이는 이미 그런 큰일을 겪었잖아.’성하린은 자기 일로 청아를 더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아 웃으며 말했다.“나 괜찮아.”임청아는 유독 성하린에게 의지하며 그녀가 쉬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차마 떠나지 못하고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우리 처음 만났을 때 기억나?”“그럼, 당연히 기억하지.”3년 전, 성하린이 진윤슬의 신분으로 다람시에 왔을 때 진씨 가문의 사람들은 그녀에게 그다지 친절하지 않았다.진성국 부부는 그녀가 시골 출신이라며 버릇없다고 싫어했고, 진태호는 늘 진세린과만 함께 다니며 그녀를 의도적으로 무시했다.그 시절, 그녀의 마음속에는 분노가 가득한 채 윤슬이를 위해 억울해했다.그날도 진성국 부부는 진세린을 위해 그녀를 꾸짖었고, 화가 난 성하린은 집을 나왔다.밖에는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그녀는 넋이 나간 채 차도로 걸어 나가는 한 여자를 보았다.그녀가 붙잡아 끌어낸 사람이 바로 임청아였다.“내가 널 집에 데려가서 물어봐도 넌 아무 말도 안 했어. 그땐 정말 경찰 부를까 고민했잖아.”성하린은 말하며 마음이 따뜻해졌다.그때는 몰랐다. 서로 곁을 이렇게 3년이나 지켜주게 될 줄은.임청아는 그 기억을 떠올리자 마음이 더 시렸다.그녀는 성하린의 손을 꼭 잡고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숨을 깊게 들이마신 뒤 말했다.“나 돈 좀 모았어. 고향으로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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