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at ng Kabanata ng 유산은 모른 척, 이혼에 왜 눈물?: Kabanata 31 - Kabanata 40

100 Kabanata

제31화

이런 질문은 쓸데없는 질문이었다. 하지만 문강찬이 함부로 추측했다가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건 원치 않았다.“윈드 블룸 대표야.”‘윈드 블룸?’문강찬도 그 이름을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이 만난 이유에 대해 어렴풋이 짐작 가는 바가 있었다.진윤슬도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말했다.“방 대표님이 나한테 스카우트 제안을 했어. 회사에 가봤는데 규모는 크지 않지만 실력은 있더라고. 그래서 그 회사로 가겠다고 했어.”조금 전까지 부드러웠던 문강찬의 표정이 점점 차가워졌다.“난 반대야.”진윤슬은 잠시 멍해졌다. 애초부터 문강찬의 동의를 구할 생각이 없었다. 지금 말하는 것도 그의 의견을 묻는 것이 아니라 그냥 알려주는 것뿐이었다.“강찬 씨, 내 자리를 세린이한테 줬잖아. 나도 먹고살아야지.”문강찬이 입술을 적시고 싸늘한 기운을 뿜었다.“너 정도는 내가 먹여 살릴 수 있어.”‘남의 회사에 가서 일하는 재벌 사모님이 어디 있어?’진윤슬은 차갑고 덤덤한 눈빛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문강찬은 그녀 같은 사람을 열 명도 먹여 살릴 수 있겠지만 그게 무슨 소용인가?그들 사이의 감정은 이미 오래전에 닳아 없어졌는데.만약 어느 날 문강찬이 갑자기 마음을 바꿔 이혼하겠다고 한다면 그녀는 혼자 살아남아야 한다.남자를 믿느니 스스로를 믿는 게 나았다.문강찬은 손가락으로 무릎을 두드리다가 멈칫했다.“다시 회사에 출근해도 돼.”진윤슬은 가볍게 웃으면서 문강찬을 진지하게 돌아봤다.“그럼 세린이는?”“부본부장 자리를 너한테 줄게.”문강찬이 무심하게 말했다. 그는 그녀에게 부본부장 자리를 주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했다.“연구 개발은 세린이한테 맡기고 넌 회사 나가고 싶을 때 나가. 나가기 싫으면 집에서 쉬고.”진윤슬은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왔다. 문강찬은 그녀가 향수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시간을 때우려고 회사에 나가고 싶어 한다고 생각했다.“이미 방유권 씨랑 얘기 다 끝났어.”그녀는 문강찬의 제안을 거절했다. 진세린에게 고개를 숙이고 싶지 않았다.“방유권 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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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화

진윤슬은 도우미를 불러 짐을 옮기게 했다.도우미가 문 앞에 도착하자마자 문강찬이 고함을 지르며 쫓아냈다.“나가!”깜짝 놀란 도우미가 진윤슬의 눈치를 살피자 진윤슬이 차분하게 말했다.“먼저 나가 있어요.”문강찬이 그녀 때문에 화난 것이라 다른 사람에게 불똥이 튀게 해서는 안 되었다.그들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허심탄회하게 대화할 시간이 필요했다.“강찬 씨, 지금 우리한텐 진정할 시간이 필요해.”진윤슬이 침착하게 말했다.잠시 떨어져 있으면 이 관계를 다시 돌아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문강찬의 눈빛이 어두워졌다.“이 집에서 나가고 싶은 거야? 아니면 방유권을 만나러 가고 싶은 거야?”진윤슬은 시선을 늘어뜨리고 박스 안에 담긴 책들을 내려다보았다.한 권 한 권 그녀가 꼼꼼히 읽었던 책들이었는데 책을 통해 풍부한 지식을 얻었다. 향수에 대한 애정을 도저히 포기할 수 없었다.“둘 다.”진윤슬이 솔직하게 대답했다.마음이 맞는 사람을 만났고 새로운 일자리도 구했으며 문강찬에게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도 생겼다.이 세 가지는 서로 충돌하지 않았다.문강찬의 두 눈이 약간 붉어졌다.진윤슬이 퇴원한 후 두 사람은 나름 즐겁게 지냈고 문강찬은 거의 매일 제시간에 집에 들어와 그녀와 함께 저녁 식사를 했다.물론 깊은 밤에는 부부만의 달콤한 교류도 있었다.그녀는 협조하고 맞춰줬고 심지어 적극적이기까지 했다. 하여 문강찬은 이미 화해했다고 생각했다.문강찬의 다정했던 표정이 확 어두워지더니 냉랭하게 말했다.“예전에 회사 다닐 때 비밀 유지 계약서에 사인한 거 안 잊었지? 계약서에 퇴사 후 3년 동안은 같은 일을 할 수 없다고 적혀있어.”진윤슬은 순간 멍해졌다.“지금 그걸로 날 협박하는 거야?”어쩜 이렇게 뻔뻔스러운 사람이 다 있을까?문강찬이 말했다.“난 단지 사실을 알려줬을 뿐이야. 괜히 다른 회사랑 계약했다가 책임을 물을 수도 있으니까.”더는 아무 말도 하기 싫었던 진윤슬은 박스를 닫고 문강찬을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그대로 나가버렸다.문강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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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화

캐서린은 국제적으로도 명성이 자자한 조향사라 그녀가 보내온 향수라면 절대 평범한 물건이 아닐 것이다.사람들은 진세린을 부러워하고 칭찬하는 눈빛으로 쳐다봤다.캐서린의 제자인 것만으로도 진세린이 조향에 뛰어난 재능이 있다는 걸 증명하기에 충분했다.진세린이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공손하게 말했다.“이건 스승님의 최신 작품인데 한번 감상해주세요.”구경하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숨을 죽이고 기대 가득한 눈빛으로 향수를 쳐다보았다. 캐서린의 신제품을 맡을 수 있다는 건 엄청난 영광이었다.방환기가 고개를 끄덕였다.“열어봐요.”진세린은 직접 유리함을 열고 조심스럽게 향수를 꺼내 뚜껑을 열었다.상쾌한 향기가 서서히 공기 중에 퍼져 나갔고 마치 사치스럽고 화려한 궁전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이건 농축된 향수라 향이 좀 더 진합니다.”진세린은 설명을 마친 후 다시 뚜껑을 닫고 제자리에 놓았다. 그러고는 방환기의 평가를 기대하며 물었다.“어르신, 어떻습니까?”방환기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나쁘지 않네요.”진세린이 기뻐하며 말하려던 그때 방환기의 시선은 이미 진윤슬에게로 향했다.“윤슬 씨 몸에서 나는 이 향, 모란향 같은데 맞나요?”진윤슬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모란향입니다.”평소 향수를 잘 쓰지 않지만 오늘처럼 특별한 자리에는 사용하는 편이었다.모란은 예로부터 고풍스러움과 우아함의 상징이었고 향 또한 진하고 향기로웠다.캐서린의 향수와 비교하면 진윤슬의 몸에서 나는 향이 더욱 품위가 있었다.“정말 훌륭하네요. 괜찮다면 나한테 한 병 선물해줄 수 있을까요?”방환기가 직접 달라고 하자 진윤슬이 감격에 겨운 목소리로 말했다.“어르신께서 마음에 드신다면 최대한 빨리 보내드리겠습니다.”“이쪽으로 와서 앉아요.”방환기의 말에 진윤슬은 옆에 있는 휴식 공간으로 걸어갔다.짧은 몇 마디였지만 사람들은 방환기가 진윤슬을 아주 눈여겨보고 있고 반대로 캐서린의 제자인 진세린에게는 별로 관심이 없다는 걸 눈치챘다.캐서린의 향수에 대해서는 나쁘지 않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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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화

문강찬이 그들에게 다가갔다.오늘 밤 진윤슬은 기분이 매우 좋았다.조향에 대한 지식을 체계적으로 배우지 못했다고 해서 스스로를 깎아내린 적은 없지만 업계 선배로부터 인정과 칭찬을 받는 건 또 다른 긍정과 인정이었다.문산 그룹에 있는 3년 동안 진윤슬은 문강찬에게 그 어떤 폐도 끼치고 싶지 않아 늘 조용히 지냈고 업계 활동에 거의 참석하지 않았다.이제 와서 보니 정말 큰 손해였다. 다행히 그래도 아직 늦지 않았다.“어르신께서 오늘 기분이 좋아 보이시네.”문강찬은 태연하게 자리에 앉으며 팔꿈치로 진윤슬의 팔꿈치를 건드렸다. 사이가 매우 좋은 부부처럼.진윤슬은 무표정한 얼굴로 팔꿈치를 약간 뒤로 뺐다.줄곧 조용히 앉아 있던 방유권이 문강찬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문 대표님, 진 본부장님은 어쩌고 여기로 오셨어요?”문강찬은 평소에도 사람들 앞에서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편이었다. 지금 이 자리에 방환기도 있어 더욱 드러내선 안 되었다.그는 팔을 소파 뒤에 걸치면서 진윤슬을 품에 안고 있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윤슬이는 내 와이프인데 당연히 와이프 옆에 있어야죠.”진윤슬은 품위 있는 미소를 지었다.방환기의 시선이 옆에 있는 방유권에게 향했다가 다시 웃으면서 맞은편에 앉은 부부를 쳐다봤다.“문 대표와 진윤슬 씨 사이가 참 좋아 보이네요. 부럽습니다.”반평생 넘게 살아왔기에 진윤슬에 대한 문강찬의 감정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다른 사람에게는 없는 특별한 감정이었다.문강찬의 얼굴에 진심 어린 미소가 번졌다.진윤슬은 화제를 돌려 방환기와 향수에 관한 얘기를 나눴고 방유권도 가끔 거들면서 즐겁게 대화를 나눴다.문강찬은 이 분야에 대해 잘 알지 못했지만 전혀 어색해하지 않았다. 손가락으로 진윤슬의 긴 머리카락을 꼬며 유유자적한 태도를 유지했다.얼마 후 점점 더 흥미를 느낀 방환기는 진윤슬에게 그의 소장품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진윤슬은 흔쾌히 승낙했다.그 자리에 문강찬과 방유권만 덩그러니 남게 되었다. 방유권이 먼저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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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화

방유권은 돌아서서 다른 손님들과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문강찬은 어두운 얼굴로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었는데 두 눈에 먹구름이 드리워져 있었다.멀지 않은 곳에 서 있던 진세린의 얼굴이 창백해졌다.‘방유권이 어르신의 손자였어? 언니는 언제 저런 인맥을 알게 된 거지? 어쩐지 문산 그룹을 나갈 때 아무렇지 않더라니.’오늘 전까지 진세린은 진윤슬을 안중에도 둔 적이 없었다. 아무리 그녀와 같은 피를 나눈 자매라고 해도 시골에서 자랐기에 환경이 가져오는 차이를 바꿀 수 없기 때문이었다.하지만 오늘 시골에서 자란 언니는 자신의 또 다른 면모를 보여주며 진세린에게 뼈아픈 일격을 가했다.진세린이 천천히 다가가 다정하게 말했다.“오빠, 무슨 일 있어?”그제야 정신을 차린 문강찬은 손목시계를 확인한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기사한테 너 데려다주라고 할게.”방환기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진윤슬이라 진세린이 이곳에 있을 이유가 더는 없었다.진세린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대문 밖으로 나왔을 때 그들은 진윤슬과 방유권의 모습을 봤다.방유권이 무슨 말을 했는지 진윤슬이 고개를 숙여 웃고 있었는데 그녀의 눈썹과 눈꼬리에 여자의 부드러움이 가득했다.진윤슬을 데려다주려는 듯 방유권이 차 문을 열었다.“저기 언니...”진세린이 나지막하게 말하던 그때 문강찬은 이미 성큼성큼 걸어가 진윤슬의 손목을 잡아당기고는 차가운 눈빛으로 방유권을 쏘아봤다.“방유권 씨한테 폐를 끼쳐선 안 되죠.”그러자 방유권이 다정한 눈빛으로 진윤슬을 쳐다봤다.“윤슬 씨는 어떻게 하고 싶어요?”그는 진윤슬의 뜻을 존중했다.진윤슬은 방유권과 문강찬이 싸우는 걸 보고 싶지 않았다.“강찬 씨랑 같은 방향이라서요.”운전기사가 차를 가져오자 진윤슬은 먼저 조수석에 탔고 뒷좌석을 문강찬과 진세린에게 양보했다.문강찬은 어두운 눈빛으로 기사에게 먼저 진세린을 데려다주라고 했고 진윤슬은 방유권과 작별 인사를 했다.그렇게 차가 훌쩍 떠나갔고 방유권은 몹시 실망한 표정으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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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화

“할머니.”진윤슬이 박순옥의 품에 안겨 애교를 부리자 박순옥은 손녀의 등을 토닥이며 다정하게 웃었다.“오늘은 어쩐 일로 할미 보러 다 왔을까?”사실 속으로는 진윤슬이 자주 오길 바랐지만 또 편애가 심한 아들과 며느리를 생각하면 오지 않기를 바랐다. 올 때마다 손녀가 힘들어하니까.진윤슬은 지나가는 길에 들렀다고 거짓말했다.박순옥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진윤슬이 부축하려 했다.“내가 부축해드릴게.”문강찬이 먼저 할머니를 부축했다.진윤슬은 입술을 굳게 다물고 할머니의 다른 쪽을 부축했다.좌우를 번갈아 보던 박순옥이 진심으로 기뻐하면서 말했다.“둘 다 나이가 적지 않은데 어서 증손주를 안겨줘야지 않겠어?”그녀는 아이가 있어야 비로소 완전한 가정을 이루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문강찬이 웃으면서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할머니. 노력하겠습니다.”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진윤슬을 쳐다보았다. 그런데 진윤슬의 얼굴이 창백하기 그지없었다.문강찬의 시선을 느낀 그녀는 고개를 숙여 피했다. 뇌리에 검사 결과서와 김해인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그녀는 평생 자신의 아이를 가질 수 없었다.마음속의 슬픔이 온몸에 퍼져 나가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지만 할머니 앞이라 억지로 참았다.할머니가 방으로 돌아간 후 진성국은 도우미를 보내 문강찬을 불렀다.문강찬이 나가고 진윤슬은 할머니와 함께 얘기를 나눴다. 할머니의 잠잘 시간이 되자 눈에 띄게 기운이 없어 보였다.그녀는 인내심 있게 박순옥이 잠자리에 드는 걸 돕다가 잠든 걸 확인하고 나서야 조심스럽게 방을 나섰다.밖에 서 있던 진세린이 그녀를 보자마자 낮은 목소리로 불렀다.“언니.”진윤슬의 부드러웠던 표정이 순식간에 싸늘해지더니 덤덤하게 진세린을 쳐다봤다.진세린은 분홍색 롱 드레스를 입고 하얀 손가락을 꼼지락거리고 있었는데 할 얘기는 있지만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는 듯한 모습이었다.외도 사건 이후 그들이 단둘이 마주한 건 처음이었다.인사를 나눌 생각이 없었던 진윤슬은 진세린을 그냥 지나쳐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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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화

“이제 만족해? 그럼 이만 가도 될까?”진윤슬이 팔짱을 끼고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진세린은 훌쩍이면서 다시 진윤슬을 잡으려 했다.“언니, 미안해.”진윤슬은 싫은 티를 팍팍 내며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정말 미안하다면 나한테서 멀리 떨어져.”그러고는 휙 가버렸다. 이곳에 있어봤자 진세린이 계속 사람 말귀를 못 알아듣고 울기만 할 게 뻔했다.아니, 진세린은 못 알아듣는 것이 아니라 선택적으로 무시했다. 항상 자기중심적인 사람이었으니까.진씨 가문에서 그녀를 응석받이로 키운 탓에 항상 모든 사람이 그녀를 중심으로 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진윤슬은 그러지 않았다. 어릴 적부터 부모의 사랑, 자매의 사랑을 누려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진윤슬은 거실로 가서 진성국과 즐겁게 얘기를 나누고 있는 문강찬을 보며 덤덤하게 물었다.“이만 가면 안 될까?”그러자 진성국이 눈살을 찌푸리며 진윤슬이 눈치가 없다고 생각했다.‘내가 지금 강찬이랑 얘기하는 게 안 보여?’주아란은 그의 눈치를 살피고는 즉시 말했다.“주방에 야식을 준비하라고 일러뒀어. 먹고 가.”진윤슬의 시선은 문강찬에게만 향해 있었다. 문강찬은 이미 자리에서 일어났다.“아버님, 다음에 또 얘기해요.”진성국은 그에게는 그러자고 웃으면서 얘기했지만 진윤슬을 쳐다보는 눈빛은 너무나 날카로웠다.진윤슬이 몸을 돌려 나가려던 그때 누군가 그녀의 어깨를 세게 밀쳤다.예상치 못한 상황에 뒤로 넘어지려는데 힘 있는 팔 한 쌍이 뒤에서 그녀의 허리를 감싸더니 다시 어깨를 잡고 품으로 끌어안았다.“태호야, 뭐 하는 거야?’주아란이 꾸짖긴 했지만 위압감이라곤 전혀 없었다.진태호가 씩씩거리면서 진윤슬에게 삿대질하며 욕했다.“돌아오기 싫으면 오지 마. 이 집에 널 반기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까.”진윤슬이 다시 똑바로 섰다. 진태호의 뒤에 있는 진세린을 보자마자 진태호가 또 진세린을 위해 나섰다는 걸 알아챘다.진세린이 눈물만 보이면 진태호는 간이고 쓸개고 다 빼줄 수 있었다.안 그래도 진성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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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화

주아란이 소스라치게 놀랐다. 문강찬은 문씨 가문의 후계자였다. 아무리 사위라고 해도 함부로 손을 댈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강찬아, 왜 대신 맞고 그래?”진윤슬이 멍한 표정으로 문강찬을 올려다보았다. 문강찬이 그녀를 위해 대신 맞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게다가 소리를 들어 보면 진성국이 꽤 힘을 줘서 때린 것 같았다.그녀의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입술이 파르르 떨리고 목이 메어 제대로 된 말 한마디 하지 못했다.그제야 정신을 차린 진성국은 서둘러 기사에게 문강찬을 병원에 데려다주라고 지시했다.문강찬은 약간 어지러워 몸 절반을 진윤슬에게 기댔다.병원에 도착하자마자 문강찬은 검사를 받으러 갔다.초점 잃은 눈으로 검사실의 불빛을 쳐다보던 진윤슬은 마음이 복잡하기만 했다.‘강찬 씨는 그때 분명히 세린이를 걱정하고 있었어. 그럼 내가 맞으면 고소해해야 하는 거 아니야? 왜 끼어들어서 대신 맞아?’“진윤슬.”진성국이 드물게 다정한 목소리로 딸의 이름을 불렀다.“너한테 할 얘기 있어.”그를 쳐다보는 진윤슬의 눈빛이 얼음장처럼 차가웠다.진성국은 그녀의 이런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며 불쾌함을 억지로 참았다.“강찬이는 널 지키려다가 나한테 맞은 거야. 문씨 가문 사람들이 물어보면 어떻게 대답해야 하는지 알지?”문강찬이 귀한 몸이라 평소 찰과상만 살짝 입어도 꼬치꼬치 캐묻는데 이번에 뒤통수를 같은 중요한 곳을 다쳤으니 문씨 가문에서 얼마나 따져 물을지 안 봐도 뻔했다.그리고 진성국의 뜻은 분명했다. 진윤슬에게 책임을 떠넘기려는 것이었다.진윤슬은 등골이 오싹해졌다.“지금 저더러 제가 때린 거라고 문씨 가문 사람들한테 거짓말하라는 거예요?”진성국이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강찬이나 널 지키려다가 저렇게 됐잖아.”그녀는 마음이 차갑게 식어버렸다. 이 세상에 이런 아버지가 어디 있단 말인가? 분명 자기가 잘못해놓고 딸에게 책임을 지라고 하다니.그가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고 편애해서 이런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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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화

진성국이 먼저 나서서 대답했다.“다 윤슬이 잘못입니다. 강찬이한테 손을 댄 바람에 강찬이가 다친 거예요.”사무실 안에 순간 정적이 감돌았다.최민경이 의아한 표정으로 의사를 돌아보았다.“강찬이가 혼자 넘어진 거라고 하지 않았어요?”의사는 너무나 억울했다.“대표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셨어요.”최민경이 진윤슬을 싸늘하게 쳐다보았다.“너 강찬이한테 손을 댔어?”진윤슬은 목이 턱 막혀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문강찬은 의사에게 스스로 넘어진 거라고 했으나 책임을 회피하려던 진성국 때문에 거짓말이 들통나버린 것이었다.“말해.”최민경이 언성을 높이며 매섭게 다그치자 진성국이 느긋하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사돈어른...”그녀의 눈빛이 싸늘하기 그지없었다.“진씨 가문에서 딸 교육을 참 잘 시켰네. 내 아들을 잘 돌봐주지는 못할망정 감히 손찌검을 해?”목적을 달성한 진성국은 입을 꾹 다물었다.“다 나가요.”최민경이 의사와 진성국을 밖으로 내쫓았다.그녀는 화려한 옷차림을 한 채 소파에 앉아 진윤슬을 훑어보면서 경멸 섞인 표정으로 말했다.“진윤슬, 그때 강찬이가 너랑 결혼하겠다고 했을 때부터 난 반대했어. 집안도 변변찮고 배운 것도 없는 주제에 강찬이랑 3년 살았다고 네가 뭐 대단한 사람이라도 된 줄 알아? 감히 강찬이한테 손을 대? 간덩이가 부었구나, 아주. 그리고 네 동생 말이야. 그때 파혼하고 도망갔으면서 왜 이제 와서 뻔뻔하게 강찬이를 찾는 건데? 두 자매가 남자 하나를 두고 뭐 하는 짓이야? 우리 문씨 가문에서는 이런 천박한 짓은 못 봐줘. 역시 교양이 없는 것들하고는 상종을 못 하겠다니까.”최민경이 그녀의 체면 따위 안중에도 없이 마구 깎아내려도 진윤슬은 반박조차 할 수 없었다. 그저 주먹을 꽉 쥔 채 가만히 듣기만 할 뿐이었다.그러다 문강찬이 나타나고 나서야 최민경은 겨우 입을 다물었다. 문강찬이 진윤슬에게 손짓했다.“이리 와.”진윤슬이 고개를 숙이고 다가가자 문강찬은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최민경에게 무뚝뚝하게 말했다.“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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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화

저녁 10시, 진세린이 문강찬을 보러 왔다.두 사람의 애틋한 사랑 얘기를 듣고 싶지 않았던 진윤슬은 핑계를 대고 병실을 나왔다.“언니는 여전히 날 싫어하는구나.”진세린은 늘 그렇듯 풀이 죽은 목소리로 말했다.오늘따라 감정 기복이 심했다. 진세린은 이젠 진윤슬에게 더는 평정심을 유지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걔 성격이 원래 그래.”문강찬이 무덤덤하게 말했지만 진세린은 예전과 뭔가 달라졌다는 걸 바로 눈치챘다.예전에는 진윤슬이 괜한 억지를 부린다면서 짜증을 냈었다. 그런데 지금은 애정이 조금 담긴 듯한 말투였다.“언니가 방환기 어르신의 눈에 든 건 축하해줘야 마땅한 일이라는 거 알아. 그런데 마음이 울적하더라고. 그냥 방유권 씨랑 어떤 관계냐고 물었을 뿐인데 내 눈물이 역겹다고 했어.”진세린은 울먹이면서 억울함과 서운함을 토로했다.문강찬이 미간을 찌푸렸다. 진윤슬이라면 충분히 그런 말을 할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그러다가 태호 오빠가 보게 됐어. 오빠도 알다시피 태호 오빠가 날 엄청 예뻐하잖아. 내가 해명하기도 전에 바로 언니를 찾으러 뛰쳐나갔어. 그 바람에 오빠도 다친 거고.”문강찬은 여린 성격의 진세린에게는 모질게 대할 수 없었다.“난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미간을 문지르던 그는 뭔가 생각났는지 진세린에게 물었다.“너희 아빠는 예전부터 윤슬이를 싫어했어?”뺨을 여간 세게 때리려 한 게 아니었다.정말로 진윤슬이 맞았더라면 얼굴이 퉁퉁 부었을 것이다.그는 안도감과 함께 마음 한구석이 아려왔다. 그때 그녀를 지켜준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진세린은 문강찬의 속마음을 알 수 없어 잠시 머뭇거리다가 다정하게 말했다.“싫어하는 건 아니야. 그냥 언니가 자신이 시골에서 자랐다는 것 때문에 앙금이 있어. 우리가 언니한테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하거든.”문강찬은 더는 묻지 않고 업무에 관한 얘기를 꺼냈다.아래층.진윤슬은 핑계를 대고 병원을 나왔지만 갈 곳이 없어 주변을 서성거렸다.거의 30분 동안 주변을 걷던 그때 방유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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