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만족해? 그럼 이만 가도 될까?”진윤슬이 팔짱을 끼고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진세린은 훌쩍이면서 다시 진윤슬을 잡으려 했다.“언니, 미안해.”진윤슬은 싫은 티를 팍팍 내며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정말 미안하다면 나한테서 멀리 떨어져.”그러고는 휙 가버렸다. 이곳에 있어봤자 진세린이 계속 사람 말귀를 못 알아듣고 울기만 할 게 뻔했다.아니, 진세린은 못 알아듣는 것이 아니라 선택적으로 무시했다. 항상 자기중심적인 사람이었으니까.진씨 가문에서 그녀를 응석받이로 키운 탓에 항상 모든 사람이 그녀를 중심으로 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진윤슬은 그러지 않았다. 어릴 적부터 부모의 사랑, 자매의 사랑을 누려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진윤슬은 거실로 가서 진성국과 즐겁게 얘기를 나누고 있는 문강찬을 보며 덤덤하게 물었다.“이만 가면 안 될까?”그러자 진성국이 눈살을 찌푸리며 진윤슬이 눈치가 없다고 생각했다.‘내가 지금 강찬이랑 얘기하는 게 안 보여?’주아란은 그의 눈치를 살피고는 즉시 말했다.“주방에 야식을 준비하라고 일러뒀어. 먹고 가.”진윤슬의 시선은 문강찬에게만 향해 있었다. 문강찬은 이미 자리에서 일어났다.“아버님, 다음에 또 얘기해요.”진성국은 그에게는 그러자고 웃으면서 얘기했지만 진윤슬을 쳐다보는 눈빛은 너무나 날카로웠다.진윤슬이 몸을 돌려 나가려던 그때 누군가 그녀의 어깨를 세게 밀쳤다.예상치 못한 상황에 뒤로 넘어지려는데 힘 있는 팔 한 쌍이 뒤에서 그녀의 허리를 감싸더니 다시 어깨를 잡고 품으로 끌어안았다.“태호야, 뭐 하는 거야?’주아란이 꾸짖긴 했지만 위압감이라곤 전혀 없었다.진태호가 씩씩거리면서 진윤슬에게 삿대질하며 욕했다.“돌아오기 싫으면 오지 마. 이 집에 널 반기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까.”진윤슬이 다시 똑바로 섰다. 진태호의 뒤에 있는 진세린을 보자마자 진태호가 또 진세린을 위해 나섰다는 걸 알아챘다.진세린이 눈물만 보이면 진태호는 간이고 쓸개고 다 빼줄 수 있었다.안 그래도 진성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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