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유산은 모른 척, 이혼에 왜 눈물?: Chapter 11 - Chapter 20

100 Chapters

제11화

진윤슬이 옅게 미소를 지었다.“모두 앞날에 꽃길만 가득하길 바랄게요.”“본부장님.”누군가 아쉬워하며 말했다.“정말 가시려고요?”진윤슬이 고개를 끄덕였다.“네.”“그런데 향수 시리즈 아직 완성하지 못했잖아요.”훌륭한 시리즈인데 사람이 바뀌어서 계속 진행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였다.진윤슬은 짐을 다 정리하고는 고개를 들어 맞은편을 쳐다보았다.시선이 닿은 곳에 진세린과 문강찬이 나란히 서 있었는데 한 명은 흰 드레스를, 다른 한 명은 정장을 입고 있어 제법 안구 정화가 되었다.하지만 진윤슬은 감상할 마음이 없었다.짐 정리를 마치고 박스를 닫았다.“언니.”진세린이 그렁그렁한 두 눈으로 다가왔다.“언니 자리를 빼앗으려 한 게 아니야.”진윤슬이 박스를 안고 덤덤하게 말했다.“빼앗았든 빼앗지 않았든 이젠 네 거야.”마치 문강찬처럼 빼앗든 빼앗지 않았든 그의 마음속에는 항상 그녀의 자리가 있었다.“오빠, 언니 좀 말려봐.”진세린이 문강찬을 돌아보면서 애원하듯 말했다.“만약 나 때문이라면 난 다른 데서 일해도 돼.”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말을 이었다.“게다가 언니가 나보다 경험이 훨씬 더 많잖아.”문강찬의 표정은 계속 덤덤하기만 했다. 진윤슬의 고집을 꺾으려고 이렇게까지 했는데 남겨둘 리가 있겠는가?“세린이 너 캐서린 마스터한테서 조향을 3년 배웠잖아. 연구 개발 본부장 자리에 앉을 자격이 충분히 있어.”그의 시선이 진윤슬에게로 향했다.“그리고 윤슬이는 체계적으로 조향을 배운 적도 없는데 어떻게 이 자리의 책임을 감당할 수 있겠어.”문강찬은 많은 사람 앞에서 진윤슬의 체면을 짓밟았다.진윤슬의 얼굴이 창백해졌고 심장을 칼로 도려낸 것처럼 아팠다.문강찬의 마음속에서 그녀가 진세린보다 못한 존재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녀의 능력까지 이렇게 낮게 평가할 줄은 몰랐다. 그것도 사람들 앞에서 짓밟을 만큼.“오빠, 그런 소리 하지 마. 언니가 얼마나 훌륭한 사람인데.”진세린이 화가 난 듯 예쁜 눈썹을 찌푸리자 문강찬이 피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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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진윤슬이 몸을 일으켜 나가려 하자 문강찬이 일어나지 못하게 눌러버렸다.“문강찬 씨.”진윤슬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낮에 얼굴을 붉혔는데 어찌 이런 스킨십을 할 수 있단 말인가?다시 몸을 일으켰으나 또다시 문강찬에게 붙잡혔다.이번에 문강찬이 힘을 준 바람에 그의 품에 안겨버리고 말았는데 자세가 친밀하고 야릇했다.문강찬은 넓은 손바닥으로 그녀의 허리를 눌러 일어설 수 없게 했다.순간 짜증이 밀려온 진윤슬은 고개를 들고 싸늘한 눈빛으로 남편을 쳐다보았다.“재밌어?”문강찬은 고개를 숙여 그녀에게 키스했다. 감미롭고 애틋하게.그런데 진윤슬이 거부하지도 호응하지도 않자 흥미를 잃어버린 문강찬은 바로 입술을 뗐다.그러고는 진윤슬의 긴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어둡고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윤슬아, 사모님 소리 들으며 사는 게 싫어?”문강찬은 그녀에게 고귀한 신분과 막대한 부를 줄 수 있었다. 진윤슬이 말만 잘 듣는다면.진윤슬이 고개를 숙였다. 들고 있던 책이 덮여 있었는데 표지에 적힌 조향이라는 두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순종적인 부잣집 사모님이 되려 했다면 2년 전 문강찬이 그 많은 가족들과 사생아들 사이에서 후계자 자리를 차지했을 때 이미 물러났을 것이다.3년이나 함께 살았지만 문강찬은 그녀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어쩌면 처음부터 이해하려 하지도 않았을지 모른다.진윤슬이 얼마나 조향을 좋아하는지, 서로 다른 향기가 섞여 또 다른 향기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얼마나 그녀를 매료시키는지 알지 못했다.그녀는 그의 품에서 천천히 일어나 하얀 손가락으로 검은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며 가지런히 정리했다.“강찬 씨, 세린이를 밀어주고 싶다면 그렇게 해.”진윤슬이 차분한 표정으로 덤덤하게 말했다.3년 전 그들이 금방 결혼했을 때 서로 낯설었지만 갑자기 법적으로 이 세상에서 가장 친밀한 관계가 되었다. 그때도 그녀는 이런 모습이었다.부드럽게 말하고 상냥하게 웃었지만 항상 거리를 뒀다.문강찬도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주황색 빛이 사라지면서 따뜻함도 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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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강찬 씨, 제발 아기를 살려줘. 내 아기...”고통과 절망이 뒤섞인 흐느낌이 귓가를 맴돌았다....“진윤슬, 정신 차려. 너 악몽 꿨어.”다급한 목소리가 천둥소리를 뚫고 들려왔다.진윤슬이 눈을 떠보니 익숙하고 잘생긴 얼굴이 눈앞에 있었다.문강찬은 그녀를 품에 안고 초조한 기색으로 이름을 불렀다.“진윤슬.”진윤슬은 아직 정신이 몽롱했다. 몸에 아직 악몽 속 고통이 남아있는 듯 하얀 손가락으로 문강찬의 옷을 움켜쥐었다. 그러고는 혼란스럽고 괴로운 목소리로 그에게 애원했다.“강찬 씨, 배가 너무 아파. 제발 우리 아기 좀 살려줘.”문강찬의 얼굴에 안타까움이 스쳐 지나갔다. 아내가 아직 악몽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는 걸 알고 더욱 힘껏 끌어안으며 달랬다.“나 여기 있어, 윤슬아. 나 옆에 있어.”또다시 천둥소리가 울려 퍼졌다.진윤슬이 화들짝 놀라더니 그제야 악몽에서 겨우 빠져나왔다. 볼에 아직 눈물 자국이 남아있는 채로 이불을 끌어안고 돌아누웠다.문강찬이 뒤에서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자. 내가 옆에 있어 줄게.”진윤슬은 그와 이렇게 가까이하고 싶지 않아 몸을 움직여 옆으로 피했다. 그런데 문강찬이 다시 그녀를 잡아당겼다.그녀의 손목을 꽉 붙잡고 놓아주지 않으면서 몸을 숙여 입을 맞췄다. 부드럽고 조심스러운 키스에 그녀를 위로하려는 마음이 가득 담겨 있었다.하지만 진윤슬은 완강히 거부했다. 힘껏 밀어냈고 눈가에도 눈물이 맺혔다.그녀의 눈물이 입술에 닿은 순간 문강찬은 가슴이 저렸다. 결국 키스도 여기서 멈췄다.그는 손으로 그녀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애절한 목소리로 물었다.“널 납치했던 사람들 내가 다 잡았어. 보러 갈래?”그들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면 진윤슬도 마음이 조금 편해질 거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진윤슬이 등을 돌리고 차갑게 거절했다.“아니.”문강찬은 그녀의 어깨를 잡고 다시 돌려 두 눈을 마주했다.“허 비서가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더라고. 그래서 네가 납치당한 걸 몰랐어. 벌로 허 비서 6개월 치 보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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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진윤슬은 옅은 미소를 지으면서 하얀 숟가락으로 갈색 탕약을 휘저었다.도우미는 그녀의 기분이 별로인 걸 알아차리고는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자리를 떴다.아침 식사를 마친 뒤 진윤슬은 옷을 갈아입고 임청아를 찾아갔다.임청아의 작업실은 땅값이 비싸기로 유명한 시내 중심가에 있었다. 뛰어난 디자인 실력과 트렌드에 대한 남다른 감각 덕분에 그녀의 옷은 큰 인기를 얻었고 예약 주문은 이미 6개월 뒤까지 밀려 있었다.시간을 내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진윤슬은 치수를 잰 후 임청아를 도와 옷을 찾으러 온 손님들의 옷을 포장해주었다.일이 끝나고 두 사람은 함께 식사했다. 레스토랑에서 나왔을 때 시간은 이미 저녁 7시를 가리키고 있었다.검은색 세단이 주차장에서 나와 문 앞에 멈췄다. 유리창이 내려가자 문강찬의 약간 지쳐 보이는 잘생긴 얼굴이 드러났다.진윤슬이 화들짝 놀랐다.‘이 사람이 왜 여기에 있지? 날 데리러 왔나?’그녀는 속으로 추측하며 그에게 물었다.“밥 먹으러 왔어?”사실 진윤슬에게 연락이 닿지 않아서 온 것이었다...전화해도 받지 않고 문자를 보내도 답장이 없어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겼을까 봐 사람을 시켜 그녀의 행방을 알아본 후 직접 찾아왔다.하지만 이런 사실을 진윤슬에게 말하고 싶지 않았다. 요즘 그녀의 성격이 많이 예민해졌기 때문이었다.만약 일부러 데리러 온 걸 알면 더욱 심하게 짜증을 낼지도 모른다.문강찬이 차가운 표정을 지은 채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지나가던 길이었어.”‘역시나...’진윤슬은 김칫국부터 마신 자신을 비웃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임청아와 인사한 후 차에 올라탔다.차가 얼마 정도 달렸을 무렵 문강찬이 먼저 입을 열었다.“왜 전화 안 받았어?”진윤슬은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내 전원 버튼을 누르고는 켜지는 화면을 내려다보았다.“청아를 좀 도와주느라 언제 꺼졌는지도 몰랐어. 배터리가 다 나갔나 봐.”문강찬이 시선을 살짝 늘어뜨렸다. 창밖의 불빛 덕분에 그녀의 휴대폰 배터리 잔량이 선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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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문강찬은 관계를 가진 후에도 항상 신경을 썼다.이혼하면 이렇게까지 꼼꼼하게 챙겨주는 남자는 다시 만나기 어려울 것 같았다.한창 생각에 잠긴 그때 문강찬이 몸을 숙여 진윤슬을 안아 올리더니 침대에 눕혔다.“수고했어. 얼른 자.”문강찬은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 품에 안았다. 진윤슬은 몹시 피곤했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진윤슬이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최대한 빨리 이사 나갈게.”이미 부동산을 통해 집을 알아보고 있었다.이혼하기로 한 이상 더는 질척거릴 필요가 없었다. 오늘 밤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선 안 되었다.문강찬은 실눈을 뜨고 진윤슬의 무표정한 얼굴을 쳐다봤다. 조금 전 두 사람은 가장 은밀한 행위를 나누었다.진윤슬은 처음에는 싫어하더니 반강제적으로 몰아붙이는 문강찬을 어찌할 수 없어 결국 함께 즐겼다.심지어 문강찬의 몸에 아직도 여운이 조금 남아있는 듯했다.그런데 그때 진윤슬이 차갑게 한마디 했다. 즐거웠던 따스함이 순식간에 사라졌다.“내가 말했었지? 계약이 하루가 남았다고 해도 넌 여전히 내 와이프라고. 이혼할지 말지는 내가 결정해.”문강찬이 이불을 걷어차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의 낮고 거친 목소리에 냉기가 서려 있었다.“먼저 자. 난 서재 가서 잘게.”곧이어 문이 열렸다가 닫히는 소리가 들려왔다.안방이 다시 적막에 잠겼고 진윤슬은 눈을 감았다. 눈가에서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세린이가 귀국해서 다시 시작할 수 있을 텐데 왜 이혼하지 않는 거야? 게다가 잠자리까지 하고... 대체 왜?’이런 생활은 그녀를 더욱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그렇게 밤늦도록 눈물을 베개 삼다가 겨우 잠들었다.다음 날 아침 진윤슬이 깨어났을 때 문강찬은 이미 출장을 떠나고 없었다.휴대폰에 그가 남긴 문자가 있었는데 밥을 꼬박꼬박 챙겨 먹고 한약도 잊지 말고 먹으라는 당부였다.사소한 것 하나하나까지 매우 꼼꼼하게 챙겼다. 전날 밤에 화가 나서 서재에서 잔 일이 없었던 것처럼.휴대폰을 내려놓은 진윤슬은 마음이 답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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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진윤슬이 놀란 얼굴로 입술을 깨물었다. 잠깐이나마 서로 사랑했던 그때로 돌아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갑자기 코끝이 찡해져 휴대폰을 옆으로 치웠다. 속상해하는 모습을 문강찬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윤슬아.”진윤슬이 보이지 않자 문강찬의 목소리가 조금 높아졌다.정신을 차린 진윤슬은 휴대폰을 보지 않고 차분한 말투로 말했다.“강찬 씨, 집에 오면 나랑 얘기 좀 해.”이런 속임수로 부부의 깊은 정을 연기하는 대신 솔직하게 얘기를 나누는 시간이 필요했다.그는 분명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데.문강찬이 잠깐 침묵하다가 대답했다.“그럼 모레 마중 나와. 그때 얘기해.”그러고는 영상 통화를 끊어버렸다.진윤슬은 이마를 문지르며 한숨을 내쉬었다. 마중 나가기 싫었지만 그래도 나가기로 했다. 그러면 최소한 대화할 기회라도 생길 테니 말이다.그날 밤 진윤슬은 간만에 푹 잤다.다음 날 그녀는 임청아의 작업실에서 시간을 보냈다.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임청아는 절친이 풀이 죽은 채로 있는 모습을 지켜볼 수가 없었다.“지난번에 여기서 어떤 사람이 너한테 명함을 주면서 자기 회사에 오라고 하지 않았어? 한번 고려해보는 게 어때?”진윤슬은 그제야 생각이 났다.전에 작업실에서 임청아를 도와 일할 때 옷을 찾으러 온 한 손님이 그녀가 문산 그룹의 연구 개발 본부장인 걸 알아봤다. 진윤슬이 퇴사한 걸 알고는 매우 열정적으로 명함을 건네면서 자기 회사로 오라고 했다. 하지만 그때 그녀는 거절 의사를 밝혔다.“그 회사 이름이 뭐였더라?”“윈드 블룸.”임청아가 옆에서 귀띔했다.“올해 상반기에 출시한 향수가 아주 히트를 쳤어.”24절기 향수 시리즈가 출시된 이후 지난 2년간 문산 그룹이 향수 업계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윈드 블룸이라는 돌풍 같은 신생 회사가 나타났다.윈드 블룸에서 출시한 향수 중 하나가 판매량 3위 안에 들었는데 진윤슬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어차피 퇴사했잖아. 한번 가서 해보는 것도 좋지. 집에서 쓸데없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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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문강찬 대표님이 사모님의 여동생과 외도한 게 사실입니까?”“사모님, 답변해주세요!”귓가가 윙윙거리는 소리로 가득 찼다. 한꺼번에 많은 질문이 쏟아져 너무나 시끄러워 머리가 다 지끈거렸고 말이 나오지 않았다.진윤슬은 나무 조각상처럼 꿈쩍도 하지 않고 서 있었다.그녀가 말을 하지 않자 기자들은 더욱 거세게 몰아붙였다. 그녀의 입에서 뭔가라도 알아내기 전까지는 물러설 생각이 없어 보였다.임청아가 막으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결국 진윤슬은 사람들에게 밀려 바닥에 넘어지고 말았다.발목에서 극심한 통증이 느껴져 일어설 수조차 없었지만 기자들은 멈추지 않았다.그때 분노에 휩싸인 임청아가 맨 앞에 있던 카메라를 빼앗아 바닥에 내던졌고 진윤슬을 끌어당기려던 기자에게 발길질했다.“지금 뭐 하는 짓들이야?”임청아는 진윤슬을 감싸주면서 사람들에게 소리쳤다.“궁금한 게 있으면 문강찬한테 가서 물어볼 것이지, 왜 애를 못살게 굴어? 기레기 같은 것들.”카메라가 부서진 기자는 분을 참지 못하고 보상을 요구했다.현장이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다람 공항.VIP 출구에서 나온 문강찬은 마중 나와야 할 사람이 보이지 않자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안색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옆에 있던 진세린이 의아해하며 물었다.“왜 그래?”비서 허종훈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사모님께서 마중 나오시기로 하셨는데 안 오셨습니다.”순간 멈칫한 진세린은 이상한 감정이 밀려왔다.‘언니가 마중 나오지 않아서 화난 거야?회사로 돌아가는 길에 문강찬은 결국 참지 못하고 진윤슬에게 문자를 보냈다.[얘기하자면서 왜 마중 안 나왔어?]진윤슬에게서 곧바로 답장이 왔다.[지금 경찰서야.]문강찬의 얼굴이 일그러지더니 운전기사에게 말했다.“경찰서로 가.”...경찰서.진윤슬이 소파에 앉아 있었다. 발목이 심하게 부어올라 있었고 헝클어진 긴 머리카락이 어깨에 흩어져 무척이나 초라해 보였다.임청아는 경찰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CCTV 증거도 있었고 진윤슬을 밀었던 사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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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조금 전까지 기세등등하던 기자는 겁에 질려 찍소리도 하지 못했다.여자 앞에서나 큰소리를 쳤지, 정작 당사자가 나타나자 잔뜩 웅크린 채 감히 묻지도 못했다.문강찬은 진윤슬에게 다가가면서 기자를 싸늘하게 째려보았다.“우린 그 어떤 조정도 받아들이지 않고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겁니다.”오는 길에 문강찬은 이미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 알았다. 그의 아내를 다치게 한다면 그 누구든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기자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런데 뭔가 생각났는지 다시 자리에 앉더니 표정이 조금 전보다 한결 편안해졌고 더는 자신을 변호하지도 않았다.문강찬은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기라도 하듯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내가 합의하지 않는 한 아무도 그쪽을 빼내 주지 못할 겁니다.”기자는 마음대로 하라는 표정을 지었다.사실 그는 누군가의 지시를 받았다. 하여 조금 전에 진윤슬의 앞에서 그렇게 당당했던 것이었다. 뒤를 봐주는 사람이 있다는 생각을 하니 문강찬이 협박해도 전혀 겁먹지 않았다.문강찬은 쭈그리고 앉아 진윤슬의 발목 상태를 확인한 후 그녀를 안아 올려 밖으로 나갔다.진윤슬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밖으로 나와 차 쪽으로 가는데 진세린이 보였다.“언니.”진세린이 달려오며 말했다.“괜찮아?”그녀의 표정에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했다.“언니한테 일이 생겼다는 소리를 듣자마자 오빠가 바로 달려왔어.”그러자 진윤슬이 차분하게 비꼬았다.“고마워서 눈물이 다 날 지경이네. 그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내서 내 걱정까지 하고.”진세린은 당황한 나머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병원에 가자.”문강찬이 무덤덤하게 말했다.병원에서 검사를 마친 진윤슬이 한쪽 발을 내딛으려는데 문강찬이 들어와 그녀를 안아 올렸다.두 사람이 문 앞에 다다랐을 때 진세린이 입술을 깨물고 다가오더니 문강찬과 진윤슬을 번갈아 보았다.“언니, 발은 좀 어때?”진윤슬은 진세린을 조용히 쳐다보기만 할 뿐 말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그러자 진세린이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언니,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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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애써 평정심을 유지하던 진윤슬은 하마터면 무너질 뻔했다.“그땐 경찰서에 있었잖아.”사실 알고 있었다.문강찬이 꼿꼿한 자세로 서서 천천히 말했다.“그래서?”‘그래서라니?’진윤슬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를 빤히 쳐다봤다.“그래서 갈 수 없었다고.”“네가 먼저 약속을 어겼잖아. 그럼 나도 약속을 지킬 필요가 없지.”문강찬이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난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회사에 가봐야 하니까 넌 집에서 쉬어.”“거기 서.”진윤슬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쫓아가고 싶었지만 발목 통증이 심해 쫓아갈 수 없었다. 그녀는 눈물을 글썽거리면서 그의 뒷모습을 보며 소리쳤다.“대체 어떻게 해야 이혼해줄 건데?”문강찬은 뒤돌아보지 않고 무심하게 대답했다.“내 기분 봐서.”그러고는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문강찬!”진윤슬은 애절하게 부르며 따라가다가 발목 통증 때문에 문 앞에서 넘어지고 말았다.“사모님.”도우미가 놀란 얼굴로 소리쳤다.문강찬은 흠칫했지만 결국 뒤돌아보지 않고 차를 몰고 별장을 떠났다.바닥에 주저앉은 진윤슬은 더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통곡했다.그녀는 그저 대답을 듣고 싶었을 뿐인데 왜 이토록 잔인하게 대답해주지 않는 걸까?“사모님.”도우미가 조심스럽게 진윤슬을 부축해 일으켰다.‘대표님이 사모님을 그렇게 사랑하시는데 사모님은 왜 이혼하려 하시는 거지? 어쩐지 사모님이 요즘 기분이 별로 좋지 않으신 것 같더라니...’문강찬은 밤새도록 들어오지 않았고 진윤슬은 밤새도록 잠을 이루지 못했다.베개가 젖었다가 마르기를 반복했고 진윤슬도 자신이 눈물이 이렇게 많은지 처음 알았다.다음 날 아침, 눈이 뜨기 힘들 정도로 퉁퉁 부었다. 진윤슬이 달걀로 눈을 마사지하던 그때 임청아에게서 전화가 왔다.“큰일 났어.”임청아의 목소리가 아주 심각했다.“문강찬의 외도 사실이 실검에 올랐어.”들고 있던 달걀이 소파에 툭 떨어졌다. 진윤슬이 쉰 목소리로 말했다.“뭐?”“자세한 건 전화로 설명하기 힘드니까 인터넷으로 확인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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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어쩌다가 이렇게 됐지? 난 정말 아무것도 안 했는데.”진세린은 억울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네티즌들은 영상 댓글뿐만 아니라 DM으로도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험한 말을 쏟아냈다.문강찬이 차분하고 다정한 목소리로 그녀를 달랬다.“내가 알아서 할게.”“언니는 그때...”진세린이 말을 하다 말고 머뭇거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언니를 원망하진 않아.”“그래.”문강찬이 짧게 대답했다.“인터넷에 떠도는 헛소리는 신경 쓰지 마.”진윤슬은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봤다. 회의하러 간 줄 알았던 그가 사실은 계속 진세린을 위로하고 있었고 비서실 직원은 그녀가 방해할까 봐 거짓말했던 것이었다.화를 내야 마땅한 상황이었지만 웬일인지 이번에는 차분하기만 했다.그녀는 말없이 돌아섰다. 발목이 아파 절뚝거린 바람에 보는 이마저 안타까울 정도로 처량했다.홍보팀이 발칵 뒤집혔다.사무실에 있던 권아희가 서류 뭉치를 테이블에 쾅 내려놓으며 팔짱을 낀 채 미간을 찌푸렸다.“어쩌다 이렇게 큰일이 터진 거예요?”귀찮다는 뜻이 아니라 진윤슬을 걱정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반응이었다. 그녀와 진윤슬은 꽤 친한 사이였다.진윤슬은 고개를 숙여 테이블 위에 놓인 서류들을 내려다보았다. 서류에 진세린이 귀국한 후 한 달 동안 문강찬과 진세린이 함께 만난 사진들이 담겨 있었다.사진 속 두 사람의 모습은 참으로 다정해 보였다.진윤슬이 조심스럽게 한 발로 움직이며 소파에 앉는 걸 본 권아희가 안경을 고쳐 쓰며 물었다.“발은 또 왜 그래요?”“삐었어요.”진윤슬이 권아희에게 물었다.“기자 회견은 어디서 해요?”권아희가 서류를 건넸다.“20층 대회의실이에요. 기자들이 질문할 만한 내용들을 정리했는데 한번 봐봐요. 아무튼 뭐라 질문하든 대표님이랑 연구 개발 본부장은 순수한 가족 관계이고 두 자매 사이도 매우 좋다고 말해야 해요.”진윤슬이 고개를 끄덕이자 권아희가 잠시 머뭇거리다 물었다.“질투 안 나요?”이런 일이 터지면 사실이든 아니든 여자라면 당연히 화를 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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