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at ng Kabanata ng 유산은 모른 척, 이혼에 왜 눈물?: Kabanata 21 - Kabanata 30

100 Kabanata

제21화

진윤슬과 진세린 모두 진태호의 여동생이었지만 무슨 일만 터지면 진태호는 무조건 진윤슬의 잘못이라고 단정 지었다.이번 일에서 그녀도 피해자인데 말이다.진태호는 그녀의 말을 들으려고도 하지 않았다.“진윤슬, 세린이랑 강찬이는 어릴 적부터 함께 자라서 사이가 돈독해. 너 따위가 함부로 수작 부린다고 해서 깨질 관계가 아니라고. 그러니까 더럽고 추잡한 속셈은 집어치워. 그리고 이번 일로 세린이를 다치게 했다간 나랑 강찬이 절대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그는 문강찬을 대신해 진윤슬에게 죄를 선고했다.순간 진윤슬은 변호하고 싶은 의욕마저 사라졌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쌍둥이 오빠를 싸늘하게 쳐다봤다.“늘 궁금했었는데 세린이만 네 동생이고 난 아니야?”그러자 진태호가 대놓고 비웃었다.“너 같은 동생이 있다는 게 나한테는 수치야.”‘수치?’“마침 잘됐네. 나도 너 같은 오빠가 있을 바엔 없는 게 낫다고 생각해.”진윤슬은 주먹을 꽉 쥐고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너... 정말 말이 안 통하는 애구나.”진태호가 더욱 화를 냈다.그는 단지 여동생이 가족에게 좀 더 관대해지기를 바랐을 뿐이었다. 잘못을 뉘우치지는 못할망정 오빠로 인정하지 않겠다니.진윤슬이 가려는데 진태호가 막아섰다.“거기 서.”진윤슬은 그의 손을 뿌리치고 그대로 가버렸다.“진윤슬.”진태호는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다시 그녀를 잡아끌며 명령했다.“이따가 기자 회견 할 때 네가 사진을 합성해서 세린이를 함정에 빠뜨린 거라고 하고 세린이한테 사과해.”진윤슬은 딱 세 글자만 내뱉었다.“미쳤어?”미쳐도 아주 단단히 미쳤다.진태호가 싸늘한 눈빛으로 진윤슬을 쏘아봤다.“내 말이 틀렸어? 강찬이의 관심을 끌려고 세린이가 돌아온 후부터 틈만 나면 문제를 일으켰잖아. 수단도 아주 더럽고. 지금은 그냥 사실을 밝히라는 것뿐이야.”발목 통증이 점점 심해지는 걸 보면 아무래도 더 부은 것 같았다. 더는 그와 이곳에서 실랑이를 벌이고 싶지 않았다.“정말 내가 그랬다고 생각하면 경찰에 신고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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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주아란은 막내딸을 위해 기꺼이 낮은 자세를 취했다. 그 모습에 진윤슬은 가슴이 칼로 도려내듯 아팠다.그녀는 처량한 표정을 지은 채 천천히 손을 빼냈다. 마음이 차갑게 식어버렸고 남은 가족의 정도 완전히 사라졌다.그들은 계산도 빨랐다. 분명 진세린이 일으킨 문제인데 진윤슬을 희생시켜 해결하려 했다.진세린이 마음을 진정하고 말했다.“그러면 언니한테 너무 폐를 끼치는 게 아닐까요?”“네 언니인데 당연히 해야지.”진태호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러자 진세린이 바로 다가와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언니, 도와줘서 고마워...”“난 도와주겠다고 한 적 없어.”진윤슬이 싸늘하게 말했다.진세린이 하던 말을 멈추더니 다시 울먹이면서 주아란의 품에 안겼다.“이 일은 처음부터 내 잘못이었어요. 감당도 언니가 아니라 내가 해야죠.”주아란이 안쓰러워하며 그녀의 등을 토닥였고 진태호도 인내심 있게 위로를 건넸다.세 사람이 어찌나 애틋한지 진윤슬만 남처럼 보였다.하지만 상관없었다. 가족에 대한 그녀의 감정은 이미 죽어버린 지 오래였으니까.진윤슬은 차갑게 쳐다보다가 발목의 통증을 참으며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다.결국 기자 회견은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될 대로 되라지, 뭐.”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권아희가 다가왔다.진윤슬은 자신을 비웃으면서 회의실에 있는 사람들을 차가운 눈빛으로 훑어보고는 마지막으로 권아희에게 말했다.“나 생각 바꿨어요. 기자 회견 참석하지 않을 거예요.”권아희가 넋을 놓은 사이 진윤슬은 휙 가버렸다.그녀가 숨을 깊게 들이쉬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자 진태호가 억울하다는 듯 툴툴거렸다.“기자 회견 할 때 윤슬이가 일부러 허위 사실을 꾸며내서 세린이를 함정에 빠뜨린 거라고 말하라고 했더니 저렇게 화를 내지, 뭐예요?”권아희는 멍청이를 쳐다보듯 진태호를 봤다.‘이건 어디서 굴러온 놈이야?’참다못한 권아희가 말했다.“사모님은 이미 기자 회견에서 여러분이 서로 아끼고 사이좋은 가족이라고 해명하기로 했어요. 그러면 대표님과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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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진윤슬이 차갑게 쏘아붙였다.“강찬 씨랑 세린이가 벌인 그 더러운 짓들을 왜 내가 해결해야 하는데?”분명히 이 일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그녀인데 말이다.“윤슬아, 억지도 정도껏 부려야지.”문강찬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가라앉았다.회의를 마치자마자 기자회견장으로 달려갔는데 진윤슬이 왔다가 그냥 갔다는 사실을 전해 듣게 되었다.기자 회견이 열리기 전에 문산 그룹에서는 진윤슬이 참석할 거라는 소식을 전했다. 만약 진윤슬이 없는데도 기자 회견을 강행한다면 오히려 정반대의 효과가 나타날 수 있었다.하여 결국 기자 회견을 취소했다. 이는 문산 그룹에 무척이나 불리한 일이었다.문강찬이 덤덤하게 말했다.“나랑 세린이 사이는 항상 깨끗했어.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추잡하지 않아.”진윤슬은 겉으로는 가만히 듣고 있었지만 사실 무릎 위의 주먹을 몰래 움켜쥐었다.“그래? 그럼 바깥에서 떠도는 유언비어들을 왜 신경 쓰는 건데? 계속 깨끗하게 지내면 되잖아.”문강찬이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이젠 정말로 화가 났다.분명히 기자 회견에 참석하기로 약속해놓고 중요한 순간에 갑자기 마음을 바꿨다는 건 그를 일부러 조롱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병실 안에 무거운 침묵이 감돌았다.문강찬이 몸을 숙였다. 차가운 기운을 내뿜고 있었는데 두 눈에도 서릿발이 맺혀 있었다.“진윤슬, 꼭 이렇게까지 해야겠어?”진윤슬이 주먹을 꽉 쥐었다.“지난번에도 말했잖아. 세린이를 지켜주고 싶다면 우리 이혼하자고.”이혼하면 그가 진세린과 무엇을 하든 한마디도 하지 않을 것이다.문강찬이 싸늘하게 웃었다. 잘생기고 귀한 얼굴에 냉랭함과 무심함이 가득했는데 흥분한 나머지 이성을 잃고 말았다.“문씨 가문 사모님으로 살고 싶지 않다면서 왜 여기에 누워있어? 이 층이 우리 가족들 전용인 거 몰라?”자신을 문씨 가문 사모님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이곳에 머물 자격도 없었다.진윤슬은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문강찬을 쳐다봤고 창백해진 입술이 가볍게 떨렸다.“그래서 날 내쫓겠다는 거야?”문강찬은 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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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2차 손상이요? 어쩌다가 그렇게 됐는데요?”문강찬이 다급하게 묻자 간호사가 서둘러 대답했다.“누가 사모님을 밀었다고 하셨어요.”간호사는 진윤슬이 금방 왔을 때의 모습이 떠올라 한마디 덧붙였다.“사모님 몸에 멍 자국도 여러 군데 있었어요.”‘멍?’문강찬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대표님, 사모님이 어디 계신지 아시면 가능한 한 빨리 돌아오시라고 말씀해주세요. 2차 치료를 해야 하는데 늦어지면 안 돼요.”간호사가 치료 카트를 밀고 나갔다.문강찬은 복도에 서서 주변을 둘러봤다. 발을 심하게 다쳐 얼마 못 갔을 줄 알았는데 복도가 텅 비어 있었고 진윤슬의 모습이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문강찬은 CCTV를 확인하라고 지시했다. 그런데 마침 이 건물의 CCTV가 업그레이드 중이라 오늘 하루 종일 가동되지 않았다.병원에도 없었고 집에도 없었다.문강찬의 안색이 점점 어두워지더니 저도 모르게 며칠 전 진윤슬이 납치당했던 일이 떠올랐다. 갑자기 심장이 터져 나올 것처럼 쿵쾅거렸다.“사람 더 불러서 계속 찾아.”그가 쉰 목소리로 지시를 내렸다.휴대폰으로 계속 진윤슬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들려오는 건 전화기가 꺼져 있다는 딱딱한 기계음이었다.문강찬이 핏발이 선 두 눈으로 소파에 앉았다. 휴대폰에 CCTV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는데 조금 전 권아희가 보내준 것이었다.권아희가 문자도 한 통 보냈다.[사모님이 왜 마음을 바꾸고 나가셨는지 대표님께서 아셔야 할 것 같아서요.]영상 속에서 진태호가 진윤슬을 거칠게 잡아끌고 있었는데 딱 봐도 엄청 세게 잡아당긴 것 같았다.심지어 진윤슬을 벽에 밀쳤을 때 어찌나 세게 밀쳤는지 둔탁한 소리가 영상에 담길 정도였다.그리고 진태호가 했던 말들은 날카로운 칼처럼 문강찬의 심장을 쿡쿡 찔렀다.조금 전 진윤슬을 병원에서 매정하게 내쫓은 것만 생각하면 너무도 후회되었다. 아무것도 몰랐으면서 진윤슬이 또 일부러 아픈 척한다고 의심했다.휴대폰을 덮고 피곤한 듯 눈썹을 매만졌다.‘윤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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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문강찬이 미간을 점점 더 찌푸리면서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살살 좀 해요.”간호사는 조금 억울한 기분이 들었다. 이미 최대한 조심하고 있는데.그러자 진윤슬이 오히려 간호사를 안심시키면서 웃어 보였다.“괜찮아요. 참을 수 있어요. 어차피 전보다 아프지 않는데요, 뭐.”문강찬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후회가 자꾸만 밀려왔다.치료가 끝난 후 진윤슬은 침대에 기대앉아 문강찬을 조용히 쳐다봤다. 문강찬은 물수건으로 그녀의 얼굴에 맺힌 땀방울을 말없이 닦아줬다.“기자 회견은 내가 널 오해했어.”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가슴 속에 안타까움과 후회가 가득했다.진윤슬은 그제야 그가 왜 마음을 바꾸고 계속 여기에 있어도 된다고 했는지 알았다. 하지만 뒤늦은 사과는 그가 준 상처를 메울 수 없었다. 게다가 한두 번도 아니었다.“그럼 이혼해줄 수 있어?”진윤슬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그녀가 바라는 건 오직 이 관계를 끝내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문강찬이 이유 없이 거절하는 바람에 이 고통스러운 관계를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지난번엔 문강찬 때문에 납치를 당해 아이를 잃었고 이번에도 그 때문에 넘어져 발목을 삐끗해 꼼짝도 못 하게 됐다.다음엔 또 어떤 고통이 기다릴까...이런저런 생각에 마음속의 상처와 억울함이 겹겹이 쌓여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살짝만 건드려도 눈물이 뚝 떨어질 것 같았다.“강찬 씨, 지난 3년 동안 난 문씨 가문 사모님이라는 자리에서 호화로운 생활만 누린 게 아니야.”진윤슬이 슬픈 목소리로 천천히 말했다.24절기 향수 시리즈가 문산 그룹의 향수 사업 전체를 살려냈고 상당한 매출을 올렸다. 이건 그녀의 공이지, 문강찬의 말 한마디로 지워버릴 수 있는 게 아니었다.문강찬은 침을 꿀꺽 삼키고 몸을 숙여 그녀의 볼에 붙은 머리카락을 떼어냈다.“내가 잘못했어. 아무리 화났어도 그런 말을 해서는 안 됐었는데.”그의 다정한 손길이 싫었던 진윤슬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돌렸다.다정함 뒤에는 항상 의심과 상처가 뒤따랐다.“강찬 씨, 24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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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주아란이 진태호와 진세린을 데리고 왔을 때 진윤슬은 막 3차 치료를 끝낸 참이었다.발목 부위의 통증은 많이 가라앉았지만 여전히 심하게 부어 있었다.주아란이 진심인지 가식인지 모를 걱정을 담아 물었다.“윤슬아, 많이 아파?”“아픈지 안 아픈지 꼭 물어봐야 알아요?”진윤슬이 쌀쌀맞게 대답했다.주아란의 얼굴이 굳어지더니 억지 미소를 쥐어짰다.“엄마는 네가 억울하다는 걸 알아.”진윤슬이 코웃음을 쳤다. 그들이 무슨 목적으로 왔는지 알고 있었기에 이런 뻔한 인사는 더욱 가식적으로 느껴졌다.“태호가 너한테 사과하겠대.”주아란이 옆에 서 있는 아들을 툭 밀었다.“집에서 잘못했다고 했잖아. 빨리 윤슬이한테 사과해.”진태호가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미안.”그 영상을 본 진태호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화가 났지만 화를 내봤자 소용이 없었다. 지금으로선 진윤슬에게 사과하는 게 최선이었다.진세린은 가냘픈 모습으로 옆에 서서 중재자 역할을 했다.“언니, 오빠도 이미 잘못을 뉘우치고 있어. 그러니까 용서해줘, 응?”진세린이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사실 모두 그녀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지만 진태호의 잘못인 것처럼 말하고 있었다.문제는 진태호도 기꺼이 호구가 되려 했다.주아란이 옆에서 거들었다.“그래. 내가 이미 혼냈어. 윤슬아, 이번 한 번만 봐줘.”“용서 못 해요.”진윤슬은 단호하고 냉정하게 자신의 태도를 밝혔다.“윤슬아, 태호는 네 오빠야.”주아란이 혈연을 강조하자 진윤슬이 덤덤하게 말했다.“진태호는 세린이의 오빠지, 내 오빠가 아니에요.”진세린이 눈물을 글썽거리더니 입술을 깨물며 억울함을 드러냈다.“언니, 나 때문에 오빠랑 싸우지 마.”진태호는 그런 진세린을 안쓰럽게 쳐다봤다. 진세린을 위해서라면 진윤슬 앞에서도 기꺼이 고개를 숙일 수 있었다.“그땐 나도 순간적으로 욱해서 그랬어. 일부러 그런 게 아니야. 너랑 세린이는 다 내 여동생이야.”진윤슬이 문을 가리켰다.“이만 나가세요.”더는 그들을 보고 싶지 않았다.결국 참다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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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진태호가 분을 참지 못하고 주아란에게 짜증을 내며 말했다.“진작에 말했잖아요. 우리가 빌기를 바라서 저러는 거라고요.”“윤슬아.”주아란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진윤슬을 보면서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결국 진윤슬은 간호사를 불러 그들을 내쫓았다.성큼성큼 걸어 나가는 진태호와 달리 진세린은 발을 질질 끌며 눈물을 뚝뚝 흘렸다.진윤슬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진세린의 명예를 지키려고 그녀를 희생하려 했던 건 그들이었다.지금은 그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갚아주는 것뿐이었다.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사이 진태호가 이를 갈며 말했다.“애초에 쟤를 데려오지 말았어야 했어요.”주아란은 초췌한 얼굴로 아들을 걱정스럽게 봤다가 또 딸의 볼을 쓰다듬었다.“윤슬이가 한이 많아서 그래.”진윤슬이 시골에서 자랐다는 사실에 대해 깊은 앙금을 품고 있다고 생각했다.“한이 많다고 해서 저렇게 제멋대로 굴어도 되는 거예요?”진태호가 혐오감을 드러냈다.“걔가 돌아온 후에 우리도 잘해줬잖아요.”진세린은 계속 훌쩍거렸고 예쁜 얼굴이 눈물로 얼룩져 있었다.인터넷 댓글은 정말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였다. 그녀가 형부에게 꼬리를 쳤다면서 여우라고 욕했다.‘나랑 강찬 오빠야말로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란 죽마고우인데.’...저녁에 문강찬이 왔다. 진윤슬은 그가 따져 물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뜻밖에도 인터넷에 떠도는 일에 대해선 입도 뻥긋하지 않았다.그가 묻지 않으니 진윤슬도 먼저 꺼낼 이유가 없었다.그러다 갑자기 이불이 걷히더니 문강찬이 그녀를 일으키며 짧게 말했다.“씻자.”안 그래도 발목 통증 때문에 땀을 많이 흘려 끈적거리고 불쾌했다. 하여 문강찬이 안고 욕실로 데려가는 대로 내버려 뒀다.“나가 있어. 혼자 씻을게.”진윤슬이 몸을 일으켜 벽에 기대섰다.문강찬은 물 온도가 적당한 걸 확인한 다음 욕조에 물을 채웠다. 그러고는 돌아서서 진윤슬을 부축한 채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문강찬 씨.”진윤슬의 예쁜 두 눈에 수줍음이 가득했다.그들은 3년 동안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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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박순옥이 보겠다고 고집을 부리자 진윤슬은 하는 수 없이 바짓단을 걷어 올렸다.그녀는 걱정 가득한 얼굴로 조심스럽게 발목을 만졌다.“어쩌다 이렇게 됐어?”진윤슬이 할머니의 손을 가볍게 잡았다.“의사 선생님이 약 발라줘서 많이 나아졌어요.”진성국이 문강찬을 힐끗 보았다.“강찬아, 우리 나가서 얘기 좀 하자.”문강찬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와 함께 나갔다.박순옥은 그들이 모두 나가고 나서야 진태호가 집에서 화를 심하게 낸 바람에 진성국네 부부가 어쩔 수 없이 그녀를 찾아와 상황을 설명하고 진윤슬을 설득해달라고 부탁했다는 얘기를 꺼냈다.그녀는 화를 내면서 그들 부부의 편애가 심하다고 욕했고 진태호가 오빠 노릇을 제대로 못 한다고 나무랐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진세린이 문강찬과 거리를 두지 않아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했다.하지만 욕은 욕일 뿐 결국 한 가족이었다. 이 상황에서는 가장 사랑하는 손녀를 섭섭하게 할 수밖에 없었다.“윤슬아, 네가 많이 억울하고 속상하다는 거 알아.”박순옥이 속상한 기색을 드러냈다.“그런데 다들 태호를 중시해서 태호 일이 해결되지 않으면 쉽게 물러서지 않을 거야.”진윤슬은 화가 났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들은 그녀가 할머니의 뜻을 거스르지 않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다.어쨌거나 할머니는 연세가 많아 걱정하게 해서는 안 되니까.“알아요, 할머니.”진윤슬은 할머니의 품에 안긴 채 눈물을 글썽거렸고 박순옥은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흐뭇하게 웃었다.“전에는 너랑 강찬이를 걱정했었는데 오늘 사이좋은 모습을 보니까 할미는 너무 기쁘구나.”진윤슬은 당장이라도 눈물이 터져 나올 것 같았다. 사실 그들은 화해한 게 아니었다. 단지 문강찬이 다정한 남편인 척 연기했을 뿐이었다.할머니가 오해했지만 걱정하게 할 수 없어 그냥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병실 밖.진성국이 먼저 입을 열었다.“윤슬이한테 적당히 좀 하라고 해.”진윤슬은 이번 일로 그의 두 자녀 모두를 곤경에 빠뜨렸고 진씨 가문을 웃음거리로 만들었다.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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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박순옥은 화가 난 나머지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할머니.”진윤슬이 박순옥의 손을 꽉 잡으며 급히 말했다.“강찬 씨가 여기 있어서 괜찮아요.”박순옥은 옆에 서 있는 훤칠한 손녀사위를 쳐다보았다. 두 사람의 사이가 좋다는 걸 떠올리고 나서야 천천히 화를 가라앉혔다.어쨌거나 손녀와 손녀사위는 가정을 이루었으니 진씨 저택에 자주 오지 않으면 그만이었다.그 생각에 문강찬도 점점 마음에 드는 것 같았다.“윤슬이 쉬는 데 방해하지 말고 날 집에 데려다줘.”박순옥은 진성국에게 퉁명스럽게 명령했다.진성국은 체면이 깎였지만 어머니의 말을 들어야 했기에 고분고분 부축해 일으켰다.박순옥의 시선이 진윤슬에게 향하자 표정이 다시 부드러워졌다.“몸조리 잘해. 이 할미가 아무도 널 괴롭히지 못하게 막아줄게.”진윤슬은 코끝이 찡해졌다.“고마워요, 할머니.”진성국이 박순옥을 부축하며 병실을 나섰다.문강찬은 몸을 굽혀 베개를 빼서 평평하게 한 후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에 입을 맞췄다.“얼른 자.”그러고는 조용히 병실을 나섰다.진윤슬은 얼굴 절반을 이불 속에 파묻고 몸을 살짝 돌려 누웠다.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는데 모두 그녀의 억울함이자 나약함이었다.진씨 저택으로 돌아가는 차 안, 박순옥이 아들을 째려보며 말했다.“집에 가서 세린이한테 선을 좀 지키라고 해. 시도 때도 없이 무슨 일만 생기면 강찬이를 찾지 말고.”진윤슬과 문강찬의 사이가 좋은 걸 보고 나니 어른으로서 도와주고 싶었다.어머니의 말에 진성국은 진윤슬이 어머니에게 무슨 말을 했을 거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윤슬이 걔 또 어머니 앞에서 헛소리를 지껄였어요?”박순옥이 지팡이로 진성국의 다리를 내리치며 싸늘하게 말했다.“성국아, 그때 세린이가 결혼하지 않겠다고 도망갔을 때 네가 윤슬이한테 대신 시집가라고 했고 윤슬이는 진씨 가문을 위해 흔쾌히 동의했어. 지금 둘이 잘 지내는데 왜 또 세린이를 끼워 넣으려는 건데? 대체 속셈이 뭐야?”진성국이 맞은 곳을 문지르며 말했다.“세린이랑 강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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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화

“윤슬아.”문강찬은 낮고 쉰 목소리로 그녀를 부르고는 그녀의 어깨를 잡고 몸을 돌린 다음 들고 있던 와인잔을 가져왔다.애틋한 입맞춤이 그녀의 입술에 내려앉았고 진윤슬은 거부하지 않았다.이 부부 관계에서 진윤슬은 아내로서의 의무가 있었다. 하지만 단지 의무였고 남자와 여자 사이의 육체적인 결합일 뿐 감정은 존재하지 않았다.방유권이 진윤슬에게 회사에서 만나자고 하자 진윤슬은 흔쾌히 동의했다.머리를 땋아 리본 머리끈으로 묶었고 꽃무늬가 있는 흰 원피스를 입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방유권의 눈빛이 다 반짝였다.방유권은 그녀의 아름다움을 아낌없이 칭찬했다.“진윤슬 씨, 어쩜 이렇게 아름다우세요? 지난번에 봤을 때보다 기분도 훨씬 좋아 보이시네요.”지난번에 만났을 때 진윤슬이 단정하게 차려입긴 해도 미간에 짙은 수심이 드리워져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무척이나 편안해 보였다.그의 칭찬에 진윤슬이 감사 인사를 전했다.방유권은 진윤슬에게 회사를 구경시켜줬고 특히 연구 개발팀을 자세히 보여주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함께 저녁 식사를 했다.진윤슬은 매우 만족스러워했다. 회사가 크진 않았지만 관리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었다. 심지어 그녀가 그토록 찾던 희귀 향료 몇 가지도 있었다.두 사람은 즐겁게 저녁 식사를 했다. 방유권이 생각보다 향수에 대한 지식이 깊었고 특히 오리엔탈 향수에 대한 이해도는 그녀의 예상을 뛰어넘었다.분위기가 아주 화기애애했다.레스토랑 밖, 검은색 차 안.문강찬은 조용히 차 안에 앉아 아내의 얼굴에 떠오른 밝은 미소를 쳐다보았다. 검은 눈동자가 칠흑같이 어두워졌다.지난 석 달 동안 그녀의 이런 미소를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 다른 남자에게 그런 미소를 아낌없이 보여주고 있었다.게다가 오늘 옷차림이 심플했지만 유난히 아름다웠다. 신경 써서 꾸민 게 분명했다.저녁 식사가 거의 끝나갈 무렵 진윤슬은 임청아에게 문자를 보내 방유권이 마음에 든다고 했다.그런데 문자를 보내자마자 누군가 휴대폰을 빼앗아갔다. 눈살을 찌푸린 채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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