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아름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어릴 때부터 엄마는 늘 오빠만 중요하게 여겼다.그래도 이렇게까지 독한 말을 들은 건 처음이었다.그녀는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안 해요. 전화 안 한다고요.”이미 이혼하기로 마음먹었다.문서현은 당장이라도 딸 뺨을 때리고 싶었다.하지만 문아름은 지금 임신 중이었고, 뱃속 아이는 중요한 카드였다.그녀는 억지로 화를 눌렀다.“아름아.”문서현의 목소리가 조금 누그러졌다.“엄마가 널 미워해서 그런 거 아니야. 네가 안쓰러워서 그러는 거지.”전형적인 당근과 채찍이었다.그녀는 딸 옆으로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문씨 가문 상황은 너도 알잖아. 네 외할아버지가 정신이 나가서 그룹을 외부인한테 넘기려 하고 있어.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우린 아무것도 못 가져.”그리고 결국 본심을 드러냈다.“난 온기찬의 도움이 필요해.”문아름은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도움이 필요하면 좋게 말하면 되잖아요. 왜 그렇게까지 몰아붙인 건데요?”오늘 온씨 가문에서 보인 문서현 태도는 부탁하러 간 사람 같지 않았다.오히려 싸우러 간 사람에 가까웠다.문서현의 표정이 미세하게 굳었다.이 딸은 늘 남 걱정만 했다.“그 사람들 태도 좀 보려고 했던 거야. 널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도 확인하고.”문서현은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내가 강하게 나오고, 넌 애 가진 몸으로 좀 약한 척하면 온기찬이 꼼짝 못 할 줄 알았지.”하지만 예상치도 못하게 문아름이 정말 이혼에 동의해버렸다.문아름은 고개를 숙였다.그 순간 자신이 가장 믿었던 엄마조차 결국은 자신을 이용하려 했다는 걸 깨달았다.성하린 때문이 아니라, 딸을 거래 조건으로 써먹으려 했을 뿐이라는 생각에 참 비참했다.“만약 온기찬이 내 조건을 받아들인다면, 그건 네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야.”문아름은 목이 멘 채 물었다.“거절하면요?”문서현은 차갑게 웃었다.소름 끼칠 정도로 냉정한 얼굴이었다.“그럼 내가 망가뜨리면 되지.”온씨 가문은 정치권 집안이었다.온기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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