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유산은 모른 척, 이혼에 왜 눈물?: Chapter 71 - Chapter 80

100 Chapters

제71화

진윤슬이 무표정하게 쳐다보자 진세린이 낮게 흐느끼면서 말했다.“언니 항상 나랑 강찬 오빠가 불륜이라고 의심하고 있잖아. 그래서 빨리 결혼하려고 맞선을 봤던 거야. 그래야 언니랑 강찬 오빠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 수 있으니까.”‘이게 대체 무슨...’진윤슬은 충격을 받았고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두 사람 사이의 문제는 문강찬과 진세린이 선을 지키지 않아서 생긴 것이지, 진세린이 결혼하느냐 마느냐와는 상관이 없었다. 그런데 진세린은 자신을 희생하는 척했다.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문강찬의 안색이 이미 변했고 목소리에 분노가 가득했다.“세린아, 누가 너한테 함부로 맞선을 보라고 했어?”진세린이 입술을 깨물더니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떨구면서 무척이나 속상해했다.“난 그냥 언니랑 오빠가 잘 지내길 바라서...”“내 일인데 왜 신경 쓰고 그래?”한 사람은 연약한 모습을 보였고 한 사람은 화를 내고 있었다. 싸우면서도 애정 표현을 하는 것 같았다.진윤슬은 팔짱을 끼고 그들을 무표정하게 쳐다봤다.“자리를 비켜줄까?”진세린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눈물을 머금은 채 문강찬을 쳐다봤다. 문강찬이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말했다.“윤슬아, CCTV는 무조건 삭제해야 해.”“오늘 것만 삭제하면 되는데 왜 일주일 치를 다 삭제하는 건데?”진윤슬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진세린이 대체 얼마나 몹쓸 짓을 당했기에 일주일 치 데이터나 삭제해야 하단 말인가?“두 사람이 맞선을 본 지 벌써 보름이나 됐고 그 남자가 세린이를 여러 차례 괴롭혔대.”문강찬이 설명했다. 그는 진윤슬이 여동생의 무력함을 이해해주기를 바랐다.하지만 진윤슬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으로 진세린을 보면서 비꼬았다.“여러 번이나 당했다면서 경찰에 신고하지도 않고 거절도 안 했어? 강찬 씨를 정말 진심으로 사랑하는구나. 그렇게 사랑하면서 그땐 왜 도망쳤어?”‘두 얼굴을 하면서 역겹지도 않나?’“진윤슬, 그만해.”문강찬의 얼굴이 확 굳어졌다. 3년이나 지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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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화

진윤슬은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그냥 모든 걸 내던지고 미쳐 날뛰고 싶었다.증오와 고통이 뒤엉켜 그녀의 모든 감정을 갈기갈기 찢어놓고 있었다.“대체 왜...”그녀는 손가락을 부들부들 떨면서 진세린을 가리키며 문강찬에게 따져 물었다.“왜 매번 세린이 편만 드는 건데?”분명 한 걸음만 더 가면 그녀의 결백을 증명할 수 있었는데 문강찬이 모든 걸 망쳐버렸다.진세린을 위해 또다시 그녀를 포기했다. 눈물이 저도 모르게 앞을 가렸다.“강찬 씨도 알고 있었지? 내가 한 말이 모두 사실이라는 거. 세린이가 경쟁사 임원이랑 이곳에 온 거 진작 알고 있었지?”사설탐정도 찾아낸 사실을 문강찬이 모를 리가 없었다.진세린은 억울한 표정으로 진윤슬에게 다가가 애처로운 눈빛으로 올려다보았다.“그러니까 나랑 그 사람이 우연히 이곳에서 밥을 먹었다는 이유만으로 내가 레시피를 팔아넘겼다고 생각한다는 거야?”그녀는 눈을 깜빡이며 눈물을 뚝뚝 흘렸다.“그건 사실이야. 경쟁사 임원이랑 이곳에서 밥을 먹긴 했어. 그런데 내가 왜 그랬는지 언니는 알고 있지 않아? 언니가 사무실에서 날 따돌리고 직원들한테 날 괴롭히라고 했잖아. 더는 버틸 수 없어서 이직하려고 했던 것뿐이야. 그래서 같이 밥을 먹었던 거고. 그리고 레시피는 언니가 직접 실험실에서 조금씩 조향해낸 거잖아. 난 실험실에 들어간 적도 없어. 그런 레시피가 어떻게 상대방 손에 들어갔는지 언니 정말 몰라?”모함당해서 억울해 미치겠다는 표정이었다.진윤슬은 주먹을 꽉 쥐었다. 레시피가 아주 빈틈이 없이 유출되어 그녀의 결백을 밝힐 어떤 단서도 찾아낼 수 없었다. CCTV를 제외하고는.“사람을 찾아서 CCTV 데이터를 복구할 거야. 그때까지도 떳떳하다면 그땐 기꺼이 죄를 인정할게.”진세린이 울먹였다.“언니는 내가 하마터면 끔찍한 일을 당할 뻔했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날 망가뜨리겠다는 거야?”“그냥 두 사람이 그날 밥을 먹었던 CCTV만 확인하겠다는데 뭘 그렇게 두려워해?”진윤슬은 그녀를 해친 사람이 진세린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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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화

문강찬의 얼굴이 무서울 정도로 어두워졌다.진세린은 안도의 한숨을 쉬더니 입술을 깨물고 문강찬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오빠, 고마워.”그는 또다시 그녀 편에 섰다.“회사로 돌아가자.”문강찬은 덤덤하게 말하면서 룸을 나왔다.“응.”진세린은 낮게 대답하고는 그의 뒤를 따랐다....문강찬이 회사에서 회의를 마치고 나왔을 때 오창윤이 이미 회사로 돌아와 있었다. 그는 서류를 덮으며 짜증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윤슬이 좀 어때?”오창윤이 대답했다.“사모님께서 돌아가는 내내 눈물을 흘리셨어요.”진윤슬은 소리 내 울지 않았고 그저 눈물만 뚝뚝 흘렸다. 그 모습은 보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CCTV는?”문강찬의 질문에 오창윤이 태블릿 PC를 그에게 건넸다. 화면에 이미 복구된 CCTV 영상이 켜져 있는데 진세린과 경쟁사 임원이 함께 식사하는 장면이었다.영상 속에서 진세린은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아 보였고 복지와 대우에 대해 얘기할 뿐 레시피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따라서 레시피 유출은 그녀와 무관했다.그는 진윤슬이 여동생에게 너무 가혹하다고 생각했다.“더 알아낸 건 없어?”그가 계속 묻자 오창윤이 답했다.“진 본부장님과 상대 회사 임원이 한 번 만난 것 외에는 다른 교류가 없었어요. 그리고 그쪽에서 받은 향수 레시피는 사모님께서 마지막으로 조절한 버전으로 확인되었습니다.”다시 말해 유출할 수 있는 사람은 진윤슬뿐이라는 뜻이었다.조용히 모든 얘기를 듣던 진세린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시간이 지나면 오해는 다 풀린다니까.”진세린이 오창윤에게 낮은 목소리로 부탁했다.“그 CCTV 영상 외부에 유출되지 않도록 해주세요.”오창윤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난 이만 실험실로 돌아갈게.”진세린이 발걸음을 옮겼다. 돌아설 때 그녀의 연약한 표정에 약간의 기쁨이 더해졌다. 그건 승리자의 미소였다.그렇다. 전부 그녀가 치밀하게 계획한 것이었다. 진세린이 직접 인정하지 않는 한 진윤슬은 어떤 증거도 찾아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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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화

진윤슬은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고 머릿속이 혼란스럽기 그지없었다.레시피를 그녀가 유출한 게 아닌 건 확실했지만 그녀가 여러 번이나 조절하다가 얻은 마지막 버전이 어떻게 상대의 손에 들어가게 된 건지는 아무리 생각해도 해답을 찾지 못했다.대체 어디서 문제가 생긴 걸까?“윤슬아, 괜찮아. 내가 옆에 있어 줄게.”문강찬이 낮은 목소리로 달랬다.“옷 갈아입어. 본가에 다녀오자.”전에 최민경이 전화 와서 본가로 오라고 했을 때 문강찬은 거절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할아버지가 직접 전화 와서 오라고 했다.진윤슬은 쉰 목소리로 알겠다고 대답한 후 옷을 갈아입으러 위층으로 올라갔다.문강찬은 그녀의 야윈 뒷모습을 복잡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할 얘기가 있는 듯 입을 벌렸지만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문씨 본가.문중엽이 엄숙한 표정으로 소파에 앉아 진윤슬에게 물었다.“해명해.”그가 직접 시골까지 내려가서 진윤슬을 데려왔는데 이런 엄청난 일이 터질 줄은 몰랐다. 문중엽은 여간 화가 난 게 아니었다.진윤슬은 가만히 서 있기만 할 뿐 아무 해명도 하지 못했다.그녀가 입을 꾹 다물고 있자 참다못한 최민경이 삿대질하면서 욕했다.“배은망덕한 년 같으니라고. 우리가 너한테 얼마나 잘해줬는데 감히 레시피를 팔아넘겨? 이러니까 평생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지.”“어머니, 그만하세요.”문강찬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아직 조사 중이에요.”최민경이 발끈하며 소리쳤다.“얘가 그쪽 사람들한테 10억이나 받았다잖아.”문중엽이 못마땅해하며 며느리를 쏘아보았다.“시끄러워.”최민경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고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문중엽은 최민경의 기세에 찬물을 끼얹듯 한마디 던지고는 진윤슬에게 시선을 돌렸다.“말해봐.”진윤슬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고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24절기 향수는 제가 론칭한 브랜드예요. 제가 만든 결과물을 망칠 만큼 어리석지 않아요. 게다가 할아버지께서 제가 24절기 향수를 가져가도 된다고 하셨잖아요. 그런데 제가 굳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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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화

진윤슬은 그의 입 모양을 읽었다...“할머니.”오랫동안 쌓였던 감정이 가슴 깊은 곳에서 터져 나오려 했지만 억지로 삼키는 수밖에 없었다.그녀의 분노는 호수에 던진 돌멩이처럼 잔잔한 물결만 일으켰고 더 이상 파문을 일으킬 용기가 없었다.“임신했다고?”최민경은 진윤슬의 배를 멍하니 쳐다보다가 아쉬워했다. 진윤슬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아이에겐 신경을 썼다.문중엽의 굳은 표정이 누그러지더니 지팡이를 짚고 자리에서 일어났다.“임신했다면 집에 가서 푹 쉬어.”그러고는 위층으로 올라갔다. 그 말은 이 일이 여기까지라는 뜻이었다.최민경이 시어머니의 위엄을 내세웠다.“아이를 가졌으니 이제부터 집에서 태교나 잘해. 또 밖에서 무슨 짓을 했다간 가만두지 않을 거야.”진윤슬은 가슴이 답답해 미칠 것만 같았고 이 상황이 어이가 없었다.문강찬은 가족들 앞에서 그녀가 임신했다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김해인에게서 앞으로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나...”진윤슬이 사실을 털어놓으려고 입을 연 순간 문강찬이 그녀의 손을 꽉 잡았다. 그건 말 없는 경고였다.할머니 생각에 진윤슬은 결국 말을 삼켰다.집으로 돌아오는 길, 둘 사이엔 침묵만 흘렀다.진윤슬은 작은 방으로 들어가 씻은 다음 침대에 누웠다. 그때 방문이 열렸다.문강찬이 열쇠를 테이블에 던지더니 아무 말 없이 그녀를 안아 올렸다. 그러고는 성큼성큼 안방으로 향했다.방금 샤워를 마쳐 그의 몸에서 익숙한 바디워시 향이 났다.순간 진윤슬은 뭔가를 직감하고 격렬히 몸부림쳤다. 그러나 눈 깜짝할 사이에 이불 속에 눌렸다.문강찬은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 목욕 가운을 벗어 던졌다. 단단하고 마른 상체가 드러났다.진윤슬은 숨을 몰아쉬면서 그의 가슴을 손으로 밀어냈다. 반쯤 벌어진 잠옷 사이로 그녀의 하얀 피부가 드러났다.조명 아래 그 피부는 도자기처럼 차갑게 빛났다.문강찬의 두 눈이 차가운 빛에 뜨겁게 타오르더니 아내의 하얀 목덜미를 끌어안고 반강제로 입을 맞췄다.사람을 충분히 홀릴 만한 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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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화

문강찬의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냈다.진윤슬은 눈물을 훔치고 옷매무시를 바로 한 뒤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한쪽 발을 내딛자마자 남편이 팔을 내밀더니 가느다란 허리를 감싸 안으며 그녀를 품 안으로 끌어당겼다.문강찬의 눈빛이 싸늘하게 식었다.“이미 할아버지한테 네가 임신했다고 말했어.”그러니 이 아이는 반드시 가져야만 했다.진윤슬이 차갑게 말했다.“말했잖아. 나 아이를 가질 수 없다고.”낳지 않는 게 아니라 못 낳는 거였다.문강찬은 그녀의 두 손을 뒤로 묶고 바싹 붙어 섰다. 목소리에 차가운 냉기가 서려 있었다.“우리가 안 하면 당연히 아이가 안 생기지.”진윤슬의 마음은 이미 상처투성이가 돼버렸다. 그녀가 무슨 말을 해도 문강찬은 믿지 않았다.“강찬 씨.”그녀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불렀고 붉어진 눈시울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김 닥터가 그랬어...”하지만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문강찬이 진윤슬의 손목을 잡고 강압적으로 입을 맞추면서 듣기 싫은 말들을 모두 막아버린 것이었다.진윤슬은 이를 꽉 악물고 순순히 따르지 않았다.아내의 몸에 대해 훤히 꿰뚫고 있었던 문강찬에게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지금까지는 그저 너무 거칠게 대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었다.한바탕 뜨거웠던 시간이 지나고 진윤슬은 초라한 모습으로 베개에 엎드려 있었다.문강찬은 다시 몸을 숙여 그녀의 귓불을 살짝 깨물면서 품에 꽉 끌어안고는 끊임없이 속삭였다.진윤슬은 몇 번이나 죽을 만큼 괴로웠다.희미하게 새벽빛이 밝아 오자 문강찬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렇게나 옷과 긴 바지를 걸쳐 입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아침 식사를 준비 중이던 도우미가 공손하게 불렀다.“대표님.”문강찬이 지시했다.“이따가 오 비서가 한약을 가져올 거예요. 잘 달여서 사모님이 다 먹을 때까지 옆에서 지켜보도록 해요.”몸에 좋고 임신을 돕는 한약이었는데 오창윤더러 한의사를 찾아 특별히 지어오라고 한 것이었다.그는 아이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눈을 뜬 진윤슬은 온몸이 뻐근해서 견딜 수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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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화

진윤슬 역시 온 변호사가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젠 문강찬도 할머니를 이용해 그녀를 쥐락펴락하려 했다.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 모르겠다. 일단은 상황을 봐가며 대처하는 수밖에.임청아는 진윤슬과 함께 점심을 먹은 다음 떠났고 진윤슬은 다시 방으로 돌아와 반나절을 잤다.집으로 돌아온 문강찬은 진윤슬이 보이지 않자 도우미에게 물었다. 진윤슬이 방에 있다는 걸 듣고는 곧장 방으로 향했다.커튼이 활짝 열려 있었고 창문을 통해 쏟아지는 붉은 석양이 침대 옆에 내려앉아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냈다.문강찬은 아내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그 입맞춤이 점점 진해진 바람에 진윤슬은 숨이 막혀 잠에서 깨어났다.몽롱했던 눈이 이내 맑아졌다.진윤슬은 망설임 없이 그를 밀어냈고 짜증을 내며 미간을 찌푸렸다.하지만 문강찬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옷을 갈아입고 저녁을 먹으라고 했다.“안 먹어.”진윤슬의 쌀쌀맞은 태도에도 문강찬은 느긋하게 옷을 벗으며 말했다.“그래. 먹지 마. 그럼 지금 바로 할까?”미칠 것 같았던 진윤슬은 이불을 걷어차고 벌떡 일어나 원망스러운 눈으로 그를 노려봤다.“내가 아이를 가질 수 없다고 했잖아.”눈시울이 점점 붉어지더니 눈물이 두 볼을 타고 쏟아져 내렸다.“지난번에 폭우를 맞으면서 유산했을 때 몸이 상했어. 못 믿겠으면 김 닥터한테 물어봐.”문강찬은 여전히 믿지 않았다.“몇 달 동안 몸조리했으니 괜찮아졌겠지.”그는 슬슬 짜증이 나는 듯 미간을 주물렀다. 아이를 잃은 죄책감에 그동안 최대한 보상하고 그들의 관계를 회복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녀는 고마워하지 않았다.아이와 진세린은 그녀에게 마음의 응어리가 돼버렸다.달래줄 인내심을 잃은 문강찬은 아예 옷을 벗고 진윤슬을 품에 안았다.이틀 연속 가진 잠자리에 진윤슬은 견디기 힘들어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잠을 잤다.그러다가 갑자기 쏟아진 찬물에 정신을 차렸다.눈을 뜬 순간 최민경의 성난 얼굴이 눈앞에 나타났고 종이 몇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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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화

최민경은 바로 눈치챘다. 문강찬이 진윤슬이 임신하지 않았다는 것만 알 뿐 불임이라는 건 몰랐다는 것을.그녀는 차오르는 기쁨을 억누르고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나도 방금 알았는데 윤슬이 지난번 유산 후에 몸이 상해서 평생 아이를 가질 수 없대.”그러고는 자애로운 어머니인 척하며 문강찬에게 충고했다.“네가 윤슬이를 좋아하는 건 알지만 걔는 우리 문씨 가문의 대를 이어주지 못해. 이혼하고 집안 형편이 비슷한 여자를 찾아. 정말 버릴 수 없다면 차라리 그냥 밖에서 몰래 만나든지.”“그만하세요.”문강찬의 이마에 핏줄이 솟아올랐고 눈빛도 얼음처럼 차가웠다.“윤슬이는 제 아내예요. 밖에서 함부로 굴러다니는 여자가 아니라고요.”최민경은 순간 멍해졌다. 상황이 그녀가 생각했던 것과 달랐다.문강찬은 진윤슬을 당장 만나야겠다는 생각에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 그녀를 안아주고 그의 몹쓸 행동에 대해 사과하고 싶었다.김해인의 사무실.진윤슬은 다시 한번 검사를 받았고 결과는 변함이 없었다. 정말로 더는 아이를 가질 수 없었다.김해인은 상처투성이인 그녀의 얼굴을 보며 미안한 마음에 거듭 사과했다.“전 큰 사모님께서 이 사실을 알고 계신 줄 알았어요.”진윤슬이 고개를 내저었다.“괜찮아요.”어차피 조만간 밝혀질 일이었다. 사실 진윤슬은 오늘 밤에 그 진단서를 꺼낼 생각이었다.김해인이 그녀를 위로하려던 그때 문강찬이 눈앞에 나타났다.“대표님.”진윤슬은 뒤돌아보지 않고 진단서를 접었다.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얇은 종이 한 장이 그녀의 남은 인생에 선고를 내린 거나 마찬가지였다.진단서를 접자마자 문강찬이 확 빼앗아 가더니 꼼꼼히 살펴보고는 다시 접어서 주머니에 넣었다.진윤슬은 무표정한 얼굴로 사무실을 나갔다.“폭우가 내린 그날 때문인가요?”문강찬의 질문에 김해인은 진윤슬을 힐끗 보고는 진윤슬의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다. 그리고 마지막에 완곡하게 말했다.“몸 관리를 잘하면 기회가 없는 것도 아닙니다.”어쨌거나 진윤슬이 선천적인 불임은 아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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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화

“윤슬아.”“내일 아침에 법원 가자.”진윤슬이 가려고 몸을 돌렸는데 복도에 서 있는 문중엽을 보았다. 당혹스러운 듯 고개를 숙이고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문강찬은 급히 걸어가 진윤슬의 앞을 막아서고는 경계심을 드러냈다.“할아버지.”1분 후 원장실.할아버지의 경호원들이 막아선 바람에 문강찬은 들어가지 못했다.문중엽이 진윤슬의 앞에 수표 한 장을 내려놓았다.“네가 강찬이랑 결혼한 3년 동안 문씨 가문에 큰 공헌을 했고 지난번에 유산까지 했으니 이건 문씨 가문이 너한테 주는 보상이야.”진윤슬의 손가락이 파르르 떨렸다. 문중엽의 뜻이 무엇인지 단번에 이해했다.“강찬이랑 이혼하고 다람시를 떠나주길 바란다.”문중엽이 직설적으로 말했다.“그리고 3년 안에는 돌아오지 마라.”진윤슬이 눈을 감았다.‘3년이라...’“알겠습니다.”진윤슬이 고개를 끄덕였다.문중엽은 눈치 빠른 그녀의 모습에 만족해하며 관대하게 말했다.“다른 요구는 더 있어?”진윤슬의 마음속에 수많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고 마지막으로 하나를 결정했다.“향수 레시피가 유출된 진실을 알고 싶습니다.”그녀와 문강찬 모두 밝혀낼 수 없다면 문중엽에게 알아봐달라고 하면 되었다. 다람시에서 문중엽이 알아내지 못할 일은 없을 것이다.떠나기 전 진윤슬은 진실을 알고 싶었다.문중엽이 고개를 끄덕였다. 흐릿한 두 눈에 세상사를 꿰뚫어 보는 듯한 냉철함과 냉랭함이 서려 있었다.“지금 당장이라도 진실을 말해줄 수 있어. 실험실의 연기 감지기에 초소형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는데 다른 사람이 너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었어.”상대방이 레시피를 빼돌려 쉽게 복제할 수 있었던 게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그들은 진윤슬의 모든 움직임을 감시하고 있었다.진윤슬이 고개를 숙였다.‘그런 거였구나.’“할아버지께서는 이미 알고 계셨군요.”확신에 찬 그녀의 말에 문중엽이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했다.“내일 상대 회사의 향수가 정식으로 생산에 들어간다고 들었어. 모레 관련 증거들을 경찰에 제출할 거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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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화

임청아가 일 하나를 겨우 끝내고 물을 마시던 그때 진윤슬을 보았다. 진윤슬이 넋이 나간 얼굴로 문 앞에 서 있었다.“윤슬아.”임청아는 재빨리 문을 열어주었고 그녀의 얼굴에 난 상처를 보고는 깜짝 놀랐다.“얼굴 왜 그래? 누가 때린 거야? 설마 걔 진짜 너한테 손을 댔어?”초점을 잃었던 진윤슬은 다시 정신을 차리고 친구를 보면서 눈물을 뚝뚝 흘렸다.“청아야.”그녀가 쉰 목소리로 말했다.“너희 집에서 하루만 자면 안 될까?”“그래, 그래. 일단 가서 자.”임청아는 그녀를 부축해 안쪽 휴게실로 데려갔다.진윤슬은 침대에 누웠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눈을 감으면 고통스러웠던 일들이 앞다투어 머릿속에 떠오르면서 그녀의 가슴을 짓눌렀다. 울고 싶었으나 이젠 울 힘조차 없었다.나중에 저도 모르게 잠이 들었지만 머릿속은 온통 기괴한 장면들로 가득했다.깨어났을 땐 이미 저녁 7시였다.휴대폰 화면에 부재중 전화가 십여 통이나 찍혀 있었는데 모두 문강찬의 전화였다. 전화할 생각이 없어 그냥 휴대폰을 덮어버렸다.내일 이혼하러 법원에 가야 하는 것만 아니면 그의 연락처를 전부 지우고 차단했을 것이다.갑자기 밖에서 임청아의 흥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윤슬이를 저 지경으로 만들어놓고 무슨 낯짝으로 여길 와요?”이어서 문강찬의 냉랭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윤슬이 어디 있어요?”“만날 생각 하지도 말아요.”“임청아 씨, 날 건드리지 말아요.”진윤슬은 문강찬이 찾아온 걸 알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임청아에게 피해를 줄 수 없었다.문을 열고 나가 문강찬을 싸늘하게 쳐다보았다.“여긴 왜 왔어?”문강찬의 두 눈이 반짝이더니 재빨리 다가갔다.그런데 임청아가 더 빨랐다. 진윤슬의 앞에 서서 그를 경계했다.문강찬의 눈에는 오직 진윤슬만 보였고 입술을 파르르 떨며 말했다.“네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야. 내 말 좀 들어봐. 연기 감지기 안에 있는 초소형 카메라는 나도 이틀 전에 발견했어. 일은 이미 벌어졌고 이왕 이렇게 된 김에 잘 이용해서 반격하려 했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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