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유산은 모른 척, 이혼에 왜 눈물?: Chapter 61 - Chapter 70

100 Chapters

제61화

진윤슬은 박순옥과 함께 방유권의 월세방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갔다.다행히 박순옥은 슬픔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상태였다.감사의 인사를 전하기 위해 박순옥은 방유권에게 밥 먹으러 오라고 했다. 방유권은 흔쾌히 승낙했다.진윤슬은 장을 봐 왔고 방유권이 그녀를 도왔다.음식을 거의 다 만들어갈 때쯤 갑자기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진윤슬이 앞치마를 벗고 문을 열러 갔는데 뜻밖에도 문강찬이었다. 캐리어를 들고 있었고 먼 길을 달려온 탓에 얼굴에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진윤슬.”문강찬이 잔뜩 잠긴 목소리로 아내의 이름을 불렀다. 그런데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집 안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윤슬 씨, 누구예요?”문강찬의 안색이 살짝 변하더니 시선이 진윤슬의 어깨를 넘어 방유권에게로 향했다.두 사람의 눈빛이 마주친 순간 불꽃이 튀었다.“저 사람이 왜 여기에 있어?”문강찬은 진윤슬의 손목을 잡아채 옆으로 끌어당기고는 퉁명스럽게 말했다.질투심이 잔뜩 묻어있었다.진윤슬은 손목을 빼내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그건 내가 물어봐야 할 말 아니야? 여긴 무슨 일로 왔어?”마음속에 짜증이 일었다. 이혼 합의서 조항에 위자료도 받지 않고 맨몸으로 나오겠다고 분명히 적어 놓았는데.또 무슨 불만이 있어서 찾아온 걸까?문강찬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진윤슬이 그를 반기지 않는다는 걸 알아챘다. 하지만 방유권을 집에 들였다.질투심이 그의 이성을 완전히 태워버릴 듯했다.“너...”“강찬이니?”박순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문강찬은 재빨리 이성을 되찾고 일단 꼬리를 내렸다.“할머니 뵙게 해줘.”그를 들여보내고 싶지 않았던 터라 진윤슬의 표정이 냉랭하기만 했다.“그럴 필요 없어. 그냥 돌아가.”그러고는 문을 닫으려 했다.문강찬이 손을 뻗어 문을 막자 진윤슬이 깜짝 놀라 화를 냈다.“뭐 하는 거야? 손 다치면 어쩌려고 그래?”조금 전 진윤슬이 멈추지 않았더라면 그의 손이 문에 끼일 뻔했다.‘미친놈.’문강찬은 그녀의 눈에 스친 긴장감을 놓치지 않았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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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화

박순옥은 젊은 남자들 사이에 흐르는 팽팽한 긴장감을 눈치채지 못한 듯 싱글벙글 웃으며 자리에 앉으라고 했다.진윤슬은 그릇과 수저를 들고나오다가 분위기가 이상한 걸 바로 감지했다. 하지만 문강찬과 방유권을 번갈아 봐도 특별히 이상한 점은 찾아내지 못했다.‘뭔가 이상한데.’문강찬이 진윤슬에게 갈비 한 점을 집어주었다.“많이 먹어.”여느 평범한 부부와 다름없는 말투였다.진윤슬은 그 갈비를 건드리지도 않았다.그때 방유권이 새우 한 마리를 진윤슬에게 집어주었다.“식사 끝나면 동네 구경 좀 시켜줘요.”“네.”진윤슬은 흔쾌히 동의한 후 새우를 집어 먹었다.문강찬의 표정이 바로 굳어졌다. 그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걸 다 알고 있었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그는 휴대폰을 들고 밖에 2분 정도 나가 있었다. 다시 들어왔을 때 방유권의 휴대폰이 울렸다.전화를 받은 방유권의 안색이 점점 심각해지더니 문강찬을 싸늘하게 쳐다보았다.뭔가 잘못되었음을 감지한 진윤슬이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방유권이 젓가락을 내려놓고 급하게 말했다.“회사에 좀 문제가 생겨서 돌아가 봐야 할 것 같아요.”진윤슬은 일어나 그를 배웅했다. 문강찬이 휴대폰을 들고 나갔다 오자마자 이런 일이 생긴 걸 떠올리고는 속으로 대충 짐작했다.밖으로 나온 후 방유권에게 물었다.“강찬 씨가 그런 거 맞죠?”방유권이 한숨을 내쉬었다.“괜찮아요. 어차피 요 며칠에 다녀올 생각이었는데요, 뭐. 제가 찾고 있는 그 사람 좀 더 신경 써서 찾아줘요. 부탁할게요.”방유권이 이곳에 온 건 영감을 얻으러 온 것 외에도 찾을 사람이 있어서였다. 얼굴에 붉은 반점이 있는 여자를 찾고 있었다.하지만 그 외에는 어떤 정보도 얘기하지 않았다.진윤슬은 최대한 도와주겠다고 약속했고 방유권은 짐을 챙겨 떠났다.잠깐 서 있다가 집으로 들어가려는데 뒤를 보지 못하고 그만 남자의 단단한 가슴팍에 부딪히고 말았다.그 순간 문강찬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더니 확 끌어당겼다.“문강찬 씨.”진윤슬은 쑥스러우면서도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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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화

진윤슬은 문강찬의 뺨을 가차 없이 내리치고는 무표정한 얼굴로 꺼지라고 했다.문강찬이 관자놀이에 튀어나온 핏줄을 누르며 말했다.“진윤슬, 난 이혼에 동의 못 한다고 말하려고 온 거야.”진윤슬이 또 망설임 없이 손을 들어 뺨을 때리려 하자 이번에는 막았다. 그녀의 손목을 꽉 잡고 그의 품으로 힘껏 잡아당긴 다음 낮고 잠긴 목소리로 달랬다.“네 이름으로 개인 스튜디오를 설립했어. 하고 싶은 대로 다 해. 내가 도와줄게.”하지만 진윤슬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그와 더는 엮이고 싶지 않았으니까.“강찬 씨, 내가 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잖아. 하지만 강찬 씨는 세린이 때문에 영원히 모른 척하고 있어. 어떻게 사람이 다 가지려고 해? 이게 나한테 공평하다고 생각해?”진윤슬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문강찬과 진세린의 관계에 휘말려 들어왔다.그 바람에 3년 동안 인생의 온갖 쓴맛과 단맛을 다 맛봤다. 그가 무슨 자격으로 이혼에 동의할 수 없다고 하는 걸까?눈물이 걷잡을 수 없이 흘러내렸고 진윤슬은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돌렸다.당황한 문강찬이 진윤슬을 품에 안았다.“미안해.”진윤슬은 그의 품에 안긴 채 한참이 지나서야 마음을 가라앉히고는 낮은 목소리로 애원하듯 말했다.“강찬 씨, 제발 나 좀 놔줘.”바로 이어 말했다. “제발.”그녀의 눈물에 입을 맞추던 문강찬은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졌다.“윤슬아, 한 번만 기회를 주면 안 될까?”“안 돼...”“딱 한 번만. 만약 내가 또 널 힘들게 한다면 그때는 이혼해줄게.”문강찬은 진윤슬에게 남녀 간의 사랑을 느끼지 못했지만 이혼하는 건 또 아쉬웠다.진윤슬은 그의 품을 벗어나 몇 걸음 물러선 다음 비웃듯 입꼬리를 씩 올렸다.“내가 강찬 씨를 어떻게 믿어? 강찬 씨는 진씨 가문 사람들이랑 다를 게 없어. 당신들은 모두 진세린한테 충성하는 개들이야.”문강찬이 그녀의 볼을 꼬집으며 차분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세린이가 내 생명의 은인이라서 도왔던 거야. 그리고 성동민이 이제 곧 돌아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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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화

문강찬은 이번에 재결합하려고 마음을 굳게 먹었다.매일 시간 맞춰 아침을 가져다줬고 저녁을 얻어먹은 후에는 심지어 설거지까지 적극적으로 도왔다. 정말 딴사람이 된 것 같았다.박순옥은 문강찬이 정말 많이 변했다고 칭찬했다. 사실 진씨 가문만 없었더라면 문강찬은 꽤 괜찮은 상대라고 생각했다.진윤슬이 할머니의 생각을 냉정하게 끊어버렸다.“진씨 가문이 없었더라면 강찬 씨를 알지도 못했을 거예요.”문강찬을 아는 게 그리 좋은 일도 아니었다.잠깐 생각하던 박순옥은 그 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정해진 운명을 한탄했다.진윤슬은 낮에는 방유권을 도와 얼굴에 반점이 있는 여자를 찾았고 문강찬도 함께했다.그녀가 방유권의 일에 신경 쓰는 걸 보고 가끔 질투 섞인 말을 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그래도 그녀와 함께 여기저기 찾아다녔다.그렇게 사흘 내내 찾아봤지만 여전히 아무 소식이 없었다.팔리읍이 크지 않아 한 끝에서 다른 한 끝까지 걸어도 한 시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으나 사람을 찾는 건 그야말로 모래밭에서 바늘을 찾는 것처럼 막막했다.결국 포기하려 했다. 주로 문강찬이 따라다니는 게 짜증이 났다.‘대체 왜 이렇게 한가한 거야? 문산 그룹이 망하기라도 하나?’그날 저녁 식사를 마친 후에도 문강찬은 평소처럼 떠나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토를 했다.진윤슬은 화장실에서 우웩 하는 구토 소리가 들려오자 흠칫 놀랐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문강찬이라는 걸 알아챘다.결혼 3년 동안 그의 흐트러진 모습을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민 끝에 문을 두드리며 물었다.“괜찮아?”문강찬은 괜찮다고 했지만 안색이 눈에 띄게 좋지 않았다. 그 뒤에도 몇 번 더 토했다.박순옥이 걱정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혹시 상한 걸 먹었어?”하지만 저녁 식사는 세 사람이 함께 먹었다. 몸이 좋지 않은 박순옥도 괜찮은데 건강한 문강찬에게 문제가 생길 리가 없었다.박순옥은 불안한 마음에 진윤슬더러 문강찬을 보건소에 데려가라고 했다.진윤슬은 내키지 않았지만 문강찬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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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화

“세린이가 나더러 가서 도와달래.”문산 그룹의 라이벌이 적지 않았기에 조그마한 움직임에도 크게 부풀려 이용할 것이다.예를 들어 이번 일로 이미 몇몇은 진세린의 실력이 전 본부장이었던 진윤슬보다 못하다고 소문내고 있었다.심지어 문강찬의 정실 인사 때문에 향수에 문제가 생겼다는 말까지 나왔다. 따라서 외도 사건과 죽마고우 해명 사건도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떠 올랐다.아무튼 지금 상황이 진세린과 문강찬에게 매우 불리했다.진윤슬은 점점 식어가는 따뜻한 물이 담긴 컵을 든 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그럼 가봐야겠네. 세린이는 강찬 씨 없이는 아무것도 못 하잖아.”그녀가 비꼬는 걸 알아차린 문강찬이 덤덤하게 말했다.“앞으로도 이런저런 문제가 많을 텐데 연구 개발 본부장이면 알아서 해결해야지. 매번 일이 터질 때마다 날 찾을 수는 없잖아.”진윤슬은 눈을 깜빡이지 않고 문강찬을 빤히 쳐다봤다. 정말 놀랍고 의외였다.“안쓰럽지 않아?”문강찬은 조금 힘든지 관자놀이를 주물렀다.“앞으로 이 바닥에서 어떻게 발전하고 얼마나 멀리 갈 수 있을지는 세린이 본인의 능력에 달렸어. 난 이미 분명히 말했어. 세린이랑은 그냥 오빠 동생 사이일 뿐이라고. 네가 괜히 우리 관계를 의심하는 거야.”진윤슬의 표정이 싸늘해졌고 더는 이 문제에 대해 얘기하고 싶지 않았다.그와 진세린의 관계가 아무리 깨끗하다고 해도 문강찬이 진세린 때문에 아내와 아이를 버린 건 사실이었다.“돌아가 보는 게 좋을 거야. 24절기 향수도 중요하고 강찬 씨 건강도 중요하니까.”진윤슬이 그를 설득했다.문강찬은 그녀가 그의 몸을 걱정하고 있다고 오해하지 않았다. 한시라도 빨리 다람시도 돌아가길 바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문강찬은 떠날 생각이 없었다.“물갈이일 뿐이야. 며칠 더 머물면 적응할 수 있어.”진윤슬은 말없이 주먹을 꽉 쥐었다.‘어쩜 이렇게 뻔뻔하지?’“세린이가 일을 해결하지 못해서 나중에 울고불고하면 어쩌려고 그래?”“회사도 그만둔 사모님이 무슨 걱정이 이렇게 많으실까?”문강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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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화

진윤슬은 오전 아홉 시까지 늦잠을 잔 다음 문을 나섰다. 밖에 문강찬이 말끔하게 양복을 차려입은 채 서 있었다.그가 가려는 줄 알았던 진윤슬은 기분이 좋아져 오랜만에 다정하게 물었다.“이제 가려고?”“할아버지께서 널 보고 싶으시대.”문중엽이 진윤슬을 만나러 직접 팔리읍까지 왔다.진윤슬은 문중엽의 맞은편에 어색하게 앉아 있었다. 평생 사업판에서 치열하게 살아온 그인지라 그의 기세에 진윤슬은 잔뜩 겁을 먹었다.“할아버지.”그녀가 공손하게 부르자 문중엽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바로 용건을 꺼냈다.“윤슬아, 너한테 계속 연구 개발 본부장 자리를 맡기려고 내가 직접 데리러 왔어.”‘데리러 왔다고?’진윤슬의 두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옆에 서 있는 문강찬을 돌아보았다.문강찬이 고개를 살짝 저었다. 할아버지가 이렇게 올 줄은 그도 몰랐다는 뜻이었다. 소식을 들었을 때 할아버지의 차는 이미 팔리읍으로 들어서고 있었다.“무슨 조건이든 얘기해도 좋다. 내가 다 들어줄게.”문중엽이 말했다.진윤슬은 잠시 고민하다가 문중엽의 제안을 거절했다. 아직 할머니를 떠날 생각이 없었다.“이 일이 마무리된 후에도 네가 계속 이혼을 원한다면 24절기 향수를 네게 줄게.”문중엽이 엄청난 약속을 내걸었다.그 말에 진윤슬이 멈칫했다. 문중엽의 약속은 그녀의 마음을 송두리째 흔들었다.그녀는 줄곧 24절기 향수를 원했다. 하지만 문강찬이 이혼을 원치 않아 어쩔 수 없이 포기했던 것이었다.갑자기 기회가 생겼는데 어찌 흔들리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할머니가 마음에 걸렸다.“생각할 시간을 좀 주세요.”진윤슬이 자리에서 일어났다.문중엽이 맞은편의 문강찬을 노려보며 쏘아붙였다.“여자 하나 어쩌지 못하는 쓸모없는 놈 같으니라고.”문강찬은 할아버지의 위엄에도 조금도 위축되지 않고 찻잔을 돌리면서 덤덤하게 말했다.“할아버지는 젊은 시절에 여자가 많으셨지만 지금 아무도 곁에 없잖아요.”그러고는 그대로 나가버렸다. 문중엽의 얼굴이 분노로 시뻘게졌다.진윤슬이 집으로 돌아와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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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화

일반 직원으로 강등된 진세린은 회의 테이블에 앉을 자격조차 없어 뒷줄 의자에 앉았다. 모두의 시선이 그녀에게 향했고 고소해하는 눈빛도 적지 않았다.그녀는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면서 손에 든 얇은 종잇장을 움켜쥐었다. 10초가 지나도 입을 열지 못했다.진윤슬이 말했다.“할 얘기가 없다면 각자 자리로 돌아가요. 자세한 계획표는 나중에 나눠줄게요.”그녀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실을 나섰다. 진세린은 민망한 나머지 눈물을 훔치며 회의실을 뛰쳐나갔다.밤 10시, 진윤슬은 동료들이 야근하는 걸 보고 야식을 시키고는 바깥 복도로 나가 밤바람을 쐬며 스트레칭했다.그때 한 남자가 두 팔로 그녀를 뒤에서 끌어안았다. 진윤슬의 코끝에 익숙한 향기가 스쳤다.그녀는 몸부림치지 않고 눈을 가늘게 뜬 채 도시의 야경을 바라보았다.문강찬은 그녀의 작고 하얀 귓불에 입을 맞추며 나지막하고 섹시한 목소리로 속삭였다.“오늘 하루 어땠어?”진윤슬은 고개를 살짝 피하면서 쌀쌀맞게 대답했다.“그냥 그랬어.”“세린이가 네가 난감하게 했다고 그러던데.”진윤슬은 그의 품에서 벗어나 차가운 눈빛으로 쳐다보며 아무 감정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난 그런 적 없어.”문강찬은 잘생긴 눈썹을 찌푸리고 진윤슬의 태연한 표정을 빤히 쳐다보다가 귀띔했다.“야식.”그녀는 어찌 된 건지 알지 못했지만 일단 그가 따지러 온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진윤슬이 무덤덤하게 말했다.“신경 쓰이면 회사를 그만두라고 하든지 다른 부서로 보내든지 해.”그러고는 몸을 돌려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연구개발팀 사무실의 분위기가 한결 편안해졌다.사람들이 야식을 사준 진윤슬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자 진윤슬은 고개를 끄덕이고 사무실로 돌아갔다. 진세린의 책상을 지나칠 때 저도 모르게 얼굴을 찌푸렸다.진세린의 책상 위에 야식이 없었고 자리에 앉아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진윤슬을 보자마자 바로 고개를 숙이더니 엄청난 괴롭힘이라도 당한 것처럼 굴었다.진윤슬은 무표정한 얼굴로 야식을 주문한 사람을 불러 왜 진세린의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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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화

“뭐라고요? 레시피가 유출됐다고요? 말도 안 돼요.”진윤슬의 얼굴이 핏기없이 창백해졌고 온몸의 피가 식어가는 듯했다.오늘 아침 일찍 경쟁사에서 갑자기 신제품 향수를 출시했는데 그 향수의 레시피가 문산 그룹에서 곧 출시할 예정이었던 절기 향수 레시피와 거의 같았던 것이었다.문산 그룹은 즉시 경찰에 신고했고 최종적으로 진윤슬이 레시피를 팔아넘긴 혐의가 있다는 결론이 내려졌다.“저 아니에요. 전 이틀 내내 실험실에만 있었고 어디에도 나가지 않았어요.”진윤슬이 해명했다.“실험실에 CCTV가 있어요.”그때 사무실 문이 덜컥 열리더니 진세린이 다급하게 들어오며 큰 소리로 말했다.“언니, 언니가 향수 레시피를 경쟁사에 팔아넘겼다는 게 사실이야? 날 싫어하는 건 알지만 아무리 복수하고 싶어도 이런 짓까지 해선 안 되지. 강찬 오빠더러 어떡하라고.”몇 마디 말로 진윤슬에게 그럴듯한 이유를 만들어줬고 죄까지 씌웠다. 게다가 사무실 문이 열려 있어 바깥에 있는 사람들도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진윤슬이 차가운 눈빛으로 진세린을 쏘아봤다.“증거 있어?”진세린이 어깨를 움츠리더니 겁먹은 듯 뒷걸음질 쳤다.“미안해, 언니. 일부러 그런 건 아니야. 그냥 너무 조급한 나머지...”겁먹은 연기가 아주 일품이었다.그녀의 연기를 봐줄 시간이 없었던 진윤슬은 바로 문강찬에게 말했다.“난 분명히 말했어. 내가 한 게 아니라고.”문강찬이 다가와 그녀의 떨리는 손을 잡았다.“경찰이 알아서 조사할 거야.”진윤슬의 눈빛이 싸늘하게 식어갔다.“날 안 믿어?”‘하긴. 날 믿었다면 경찰도 오지 않았겠지.’그녀의 뇌리에 그날 팔리읍에서 다시 한번 기회를 달라고 했던 그의 말이 떠올랐다. 믿음조차 없는데 무슨 부부 관계를 얘기한단 말인가?“강찬 씨는 날 믿어?”그녀는 똑바로 서서 덤덤한 표정으로 그의 눈을 보며 다시 한번 물었다.문강찬은 손바닥의 차가운 기운을 느끼면서 나지막하게 말했다.“일단 경찰서에 가서 진술서를 작성해. 회의 끝나면 데리러 갈게.”그는 질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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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화

이런 질문을 한 것은 단지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서였다.문강찬은 진윤슬의 손목을 꽉 잡고 거의 반강제적으로 차에 태웠다.“오해야. 이번 일은 나랑도 상관없고 세린이하고도 상관없어.”단지 더러운 상술일 뿐이었다.“일단 집에 가자.”진윤슬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거긴 내 집이 아니야.”그곳은 그녀가 늘 벗어나고 싶어 했던 곳이었다.결국 눈물이 뚝 떨어졌다. 어찌 그녀에게 이리 잔인하게 할 수 있단 말인가?그녀가 경찰서에 들어가자마자 문강찬은 서둘러 진세린을 그 자리에 복귀시켰다. 이건 레시피를 팔아넘긴 사람이 진윤슬이라고 대외에 발표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앞으로 그녀는 이 업계에서 더는 발붙일 곳이 없을 것이다.문강찬은 온 힘을 다해 아내를 꽉 끌어안고 정수리에 입을 맞췄다.“난 널 믿어, 진윤슬.”진세린을 다시 연구 개발 본부장 자리에 복귀시킨 건 단지 상황을 안정시키기 위한 것이라면서 사건이 해결되면 진세린이 스스로 떠날 것이라고 했다.‘진세린...’진윤슬은 손가락으로 남편의 흰 셔츠를 움켜쥐었고 눈에 다시 한 줄기 희망이 피어올랐다.“진세린이야. 진세린이 날 무너뜨리려고 함정을 판 거야.”그녀는 진세린의 짓이라고 200% 확신했다. 하지만 문강찬은 믿지 않았다. 그녀의 등을 부드럽게 쓸어주며 격해진 감정을 달랬다.“윤슬아, 진정해. 이번 일 세린이하고는 아무 상관 없어.”진윤슬이 가볍게 말했다.“강찬 씨는 여전히 날 안 믿는구나.”문강찬이 차분하게 설명했다.“난 네가 이런 짓을 했을 리 없다고 믿어. 하지만 세린이의 짓이라고 한 말도 믿을 수 없어. 윤슬아, 모든 일에는 증거가 있어야 해. 단지 세린이를 싫어한다고 해서 함부로 뒤집어씌워선 안 돼.”문강찬은 스스로 공정하다고 여겼다.진윤슬이 천천히 손가락을 풀더니 등을 꼿꼿이 세우고 흐트러진 긴 머리를 잡았다.“모든 일에 증거가 필요하다면 왜 이렇게 서둘러서 다시 그 자리에 앉힌 건데?”“말했잖아. 현재 상황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라고.”“적합한 사람이 세린이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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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화

문강찬은 진윤슬의 손목을 더욱 꽉 잡고 캐리어를 빼앗아 옆에 있던 도우미에게 건네주며 엄숙한 말투로 말했다.“방금 보석으로 풀려나서 어디도 못 가. 여기 얌전히 있어.”그러고는 그녀의 볼을 어루만지면서 다정하게 말을 이었다.“사람을 시켜서 조사할 테니까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집에서 기다려.”진윤슬의 시선이 문강찬에게 향했다.“만약 정말 세린이의 짓이라면?”만약 그녀를 모함한 사람이 정말 진세린이라면 문강찬이 어떻게 할까?“절대 세린이 아니야.”문강찬은 여전히 진세린을 믿었다. 진윤슬이 입꼬리를 씩 올리더니 그의 손을 뿌리쳤다.“그래. 만약 세린이가 아니라면 앞으로 강찬 씨의 와이프로 평생을 살게. 하지만 만약 세린이라면 우리 이혼해.”문강찬은 그녀의 차가운 두 눈을 빤히 쳐다보았다.“알았어. 그렇게 해, 그럼.”진윤슬은 임청아와 방유권에게 연락해 사설탐정을 알아봐달라고 부탁했다.문강찬도 조사하고 그녀도 조사할 생각이었다.그런데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사설탐정으로부터 소식이 왔다. 진세린과 경쟁 회사의 임원이 같은 시각에 같은 식당에 나타났다는 것이었다.다만 그 식당의 보안 조치가 철저해서 두 사람이 만났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그들의 능력으로는 더 유용한 정보를 알아낼 수 없었다.진윤슬은 망설임 없이 곧장 그 식당으로 향했다. 그녀가 도착했을 때가 바로 식당이 가장 붐비는 시간이었다.2층의 어느 한 룸 문 앞에서 진윤슬은 문강찬을 봤다.문강찬이 진세린의 어깨를 감싸 안고 있었는데 진세린의 옷이 헝클어져 있었고 눈이 붉게 부어 있었다.그리고 얼굴에 멍이 들고 퉁퉁 부은 한 남자가 그들에게 계속 허리를 굽혀 사과하고 있었다.“대표님, 이분이 대표님의 여자인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부디 한 번만 용서해주세요.”진세린이 가여운 모습으로 문강찬의 품에 안겨 눈물을 글썽거렸다.“오빠가 안 왔더라면 큰일 날 뻔했어. 너무 무서웠어, 오빠.”문강찬은 그녀를 달래면서 위로했다. 진세린이 그의 여자라는 말에 대해서는 해명하지 않았다.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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