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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사랑한다고 말해줘: Chapter 121 - Chapter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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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화

하얀색 린켄이 길가에 세워져 있었다. 정장 차림을 한 기사가 공손하게 인사하고는 차 문을 열어주었다.하도진은 특별 제작한 정장을 입고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 그는 가만히 있어도 귀티가 흘러넘쳤다.민하윤은 심호흡하고는 뒷좌석에 올라탔다.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창밖을 내다보았다.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눈치챈 기사는 긴장되어서 땀이 났다. 그는 차 안의 온도를 조금 낮추었다.그러자 하도진은 민하윤을 힐끗 쳐다보았다. 얇은 원피스를 하나만 입고 있어서 추울 것이다.그는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기사님, 온도를 올려주세요.”기사는 재빨리 차 안의 온도를 올리고는 눈치를 살폈다.하도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휴대폰을 들여다보았다. 이때 민하윤의 휴대폰 문자 알림음이 미친 듯이 울렸다.하도진은 고개를 돌리고 의아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민하윤은 비밀번호를 누르고 잠금을 풀었다.[하윤아, 출발했어?]읽지 않은 문자 23개 중에 임형섭이 보낸 건 단 하나뿐이었다. 민하윤은 하도진이 볼까 봐 확인하자마자 화면을 넘겼다.나머지 문자는 전부 백누리가 보낸 것이었다.[하윤아, 도착했어?][나 혼자 너무 심심하단 말이야. 이곳에 온 여자 연예인들이 얼마나 예쁜지 알아?][어젯밤에 매니저한테 잡혀서 헬스장에 갔어. 두 시간 반 동안 운동하고 도저히 못 하겠다고 했어.][저기 여자 연예인들이 아주 당당하게 걸어오는 게 보여. 모두 본인이 제일 예쁘다고 생각하겠지.][하윤아, 왜 답장하지 않는 거야? 설마 오늘 안 오는 건 아니지?]민하윤은 한숨을 내쉬고는 대화창에 뭐라고 적었다.[지금 가는 길이야.]백누리는 그녀의 문자를 보자마자 음성 메시지를 보냈다.옆에 앉은 하도진이 들을 수 있기에 텍스트로 변환하는 것이 나았다. 민하윤은 그를 힐끗 쳐다보고는 변환 버튼을 누르려 했다.그런데 손이 미끄러지는 바람에 음성 메시지가 그대로 흘러나왔다.“하윤아, 어디까지 왔어? 네 남자 친구랑 같이 오는 거야?”남자 친구라는 말에 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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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화

에스티 그룹에서 장내를 아주 화려하게 꾸몄다. 입구에 들어서면 10미터가 넘는 생화 반달문이 눈에 들어왔다.벽에 걸린 커다란 스크린에 올해 에스티 그룹의 업적이 적혀 있었다. 민하윤은 로비 구석의 소파에 앉고는 숄을 어깨에 둘렀다.갑자기 문자 알림음이 울려서 휴대폰을 확인해 보니 백누리의 문자였다. 답장하려고 할 때 익숙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지금 제정신이에요? 이 드레스가 얼마짜리인 줄 알아요? 여기에서 음식을 나르고 받는 돈으로 배상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민하윤은 고개를 돌리고 소리가 나는 쪽을 쳐다보았다. 이십 미터 되는 곳에 여러 사람이 서 있었다.바닥에 유리 파편이 가득 튀었고 와인이 가득 흘렀다. 빨간색 드레스를 입은 민희수는 미간을 찌푸린 채 직원을 노려보고 있었다.직원은 너무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소리를 들은 호텔 매니저가 다급히 달려오고 있었다.민희수가 계속 소리를 지르자 장내의 사람들이 전부 그쪽을 쳐다보았다.“도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매니저는 직원을 향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보면 모르겠어요? 직원이 내 드레스에 술을 쏟았단 말이에요. 어떻게 배상할 거예요?”화가 난 민희수는 이미지를 신경 쓰지 않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정말 죄송해요.”매니저는 허리를 숙이고 사과했다.“얼른 사과하지 않고 뭐 해요? 진심으로 사과하란 말이에요.”그는 가만히 서 있는 직원을 앞으로 밀면서 재촉했다.“매니저님, 저는 손님들과 부딪히지 않으려고 벽 쪽으로 걸었어요. 그런데 이분이 갑자기 나타나서 저랑 부딪히는 바람에...”직원은 온몸을 덜덜 떨면서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러자 민희수는 드레스를 움켜쥐고 높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니까 그쪽이 아니라 내가 일부러 부딪혔다는 건가요? 오늘 이곳에서 어떤 행사가 있는지 알고 있어요? 송년회에 참석하기 위해 아주 비싼 드레스를 샀어요. 이게 얼마짜리인 줄 알아요? 당장 무릎 꿇고 빌어도 모자랄 판에 뭐라고요? 아, 화연 호텔에서는 모든 책임을 고객에게 돌리나 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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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화

진서우는 그녀의 치맛자락에 묻은 와인 자국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한 벌 더 사 줄 테니 신경 쓰지 마.”그는 민희수의 코끝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치고는 고개를 돌렸다.“클레임을 걸 테니 그렇게 알고 있어요. 평소에 직원 교육을 어떻게 하는 거예요?”진서우는 직원을 노려보면서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거만하게 굴던 민희수는 그의 품에 안겨서 투정을 부렸다.“무슨 일이에요?”이때 호텔 부총지배인이 달려오면서 물었다. 매니저는 구세주를 발견한 것처럼 재빨리 다가가서 상황을 설명했다.그러자 부총지배인은 허리를 숙이면서 사과했다.“두 분께 폐를 끼쳐서 정말 죄송해요. 직원을 대신해서 제가 사과드릴게요. 드레스의 값을 배상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니 현금 1000만 원을 더 드릴게요.”그는 돈으로 이 사태를 해결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화연 호텔에서 에스티 그룹의 송년회를 주최했기에 몇억 정도 벌 수 있었다.고급 브랜드의 드레스와 1000만 원을 주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모여든 사람이 너무 많아서 빨리 해결하는 것이 유리했다.화연 호텔 측에서 절대 에스티 그룹의 이미지와 송년회에 영향을 주면 안 되었다.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다른 회사의 행사를 주최할 수 없을 것이다.지금으로서는 민희수와 진서우를 어떻게든 설득하는 것이 제일 중요했다.이때 진서우는 인상을 찌푸리더니 높은 목소리로 말했다.“그깟 1000만 원을 쥐여주면 그러자고 할 줄 알았어요? 드레스의 값을 배상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잖아요.”민희수는 자신의 편을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생각에 아주 득의양양해졌다.“오빠, 저 직원은 내가 일부러 가서 부딪힌 거라고 했어.”부총지배인은 두 사람을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저희가 어떻게 하면 될까요? 원하시는 대로 해드릴게요.”부총지배인은 심호흡하고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는 오늘 호텔에서 잘릴 수 있을 거란 예감이 들었다.진서우는 품에 안긴 민희수를 힐끗 쳐다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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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화

진운 은행은 상황이 점점 나빠지고 있었다. 국유 은행과 정책의 영향 아래 사립 은행은 나날이 강대해졌고 진운 은행을 비롯한 유서 깊은 은행들은 경쟁력을 잃었다.자금이 이어지지 않고 끊긴다면 파산을 선고해야 할지도 모르는 일이다.만약 상장회사의 자금을 확보하고 규모가 작은 기업에 저금리 대출을 한다면 한고비를 넘길 수 있을 것이다.그러기에 진운 은행 측에서 상업 제국을 이룬 에스티 그룹에 잘 보여야만 했다.에스티 그룹에서 흘린 돈이 진운 은행의 운명을 결정할 수도 있었다.이제는 더 이상 에스티 그룹에 밉보이면 안 되었다.송년회 초대장에 개막식 시간이 적혀 있었다. 일찍 시작한다고 해도 밤 7시 정도가 되어야 할 텐데 서명인은 오후에 손님들을 장내로 들여보냈다.작은 일 때문에 에스티 그룹의 송년회에 영향을 주지 말라는 명백한 경고였다.진서우는 여자 때문에 가문이 기사회생할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그는 냉철하고 이기적인 남자였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포기할 수 있었다.진서우는 솟구쳐 오르는 분노를 참고는 민희수를 품에서 떼어냈다.“희수야, 조금 있으면 송년회 개막식이 열릴 거야. 여기에서 시간을 낭비하고 있을 수 없어. 드레스가 조금 더러워져도 괜찮아.”어릴 적부터 하고 싶은 대로 하고 거만하게 굴었던 민희수는 그의 말을 듣고 눈시울을 붉혔다. 자존심이 상해서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오빠, 더러워진 드레스를 입고 입장하라는 거야?”그녀는 믿기지 않는 듯한 눈빛으로 진서우를 쳐다보면서 물었다. 그 말에 진서우는 미간을 찌푸린 채 한숨을 내쉬었다.별거 아닌 일로 물고 늘어지는 그녀 때문에 인맥을 쌓을 기회를 놓칠까 봐 두려웠다.그는 차가운 표정을 짓고는 입을 열었다.“그러면 도대체 어떻게 해결하기를 바라는 거야? 싫으면 송년회에 참석하지 말고 집에 가.”“오빠, 송년회에 참석해서 기업가들과 인맥을 쌓고 싶어 했잖아. 그런데 왜 갑자기 집에 가겠다는 거야?”민희수는 의아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진서우는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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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화

민하윤은 고개를 돌리자마자 임형섭과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고개를 돌리고는 백누리의 손등을 살짝 꼬집었다.“네 남자 친구랑 커플룩을 입은 거야?”백누리는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면서 히죽 웃었다.“임형섭 씨는 하얀색 정장을 입었고 너는 하얀색 원피스를 입었잖아.”민하윤은 그제야 임형섭이 하얀색 정장을 입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귀족처럼 우아한 분위기를 풍겼고 그윽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내가 선물한 원피스는 입어봤어? 사이즈가 좀 크지?”임형섭은 그녀가 입고 있는 원피스가 선물해 준 원피스가 아니라는 것을 단번에 눈치챘다.언뜻 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디자인과 원단이 달랐다.민하윤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임형섭한테 거짓말하고 싶지 않았지만 사실대로 말할 수도 없었다.“하윤아, 정말 예뻐.”임형섭은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옆에 있던 백누리는 피식 웃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임형섭 씨, 제가 있을 때는 좀 적당히 하지 그래요? 미안하지도 않아요?”깜짝 놀란 민하윤은 손을 내저으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내가 틀린 말을 한 것도 아니잖아. 갑자기 왜 이러는 거야?”백누리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물었다.이때 민하윤은 임형섭에게 눈짓했다. 그가 두 사람이 연인 사이가 아니라는 것을 밝혀주기 바랐다.“백누리 씨가 생각하는 그런 관계가 아니니까 오해하지 마세요. 하윤은 늘 저를 오빠처럼 생각하거든요.”임형섭은 애써 미소를 지으면서 설명했다. 그의 표정 변화를 눈치챈 백누리는 예리한 질문을 던졌다.“그러면 임형섭 씨는 하윤을 어떻게 생각해요? 진짜 동생으로만 보는 건 아니죠? 다른 마음을 품고 있는 것 같단 말이에요.”민하윤과 눈이 마주친 그는 백누리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말을 돌렸다.“하윤아, 이제는 입장해야 할 것 같아. 얼른 가자.”민하윤은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곁으로 걸어갔다. 두 사람은 그 질문에 대답하고 싶지 않았다.백누리는 포기하지 않고 두 사람을 쫓아가면서 끈질기게 물었다.“둘 다 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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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화

백누리는 솟구쳐 오르는 화를 간신히 참으면서 차갑게 말했다.“은율 씨만 송년회에 초대받은 줄 알았어요?”그 말에 고은율은 저도 모르게 움찔했다. 두 사람은 같은 회사에 소속되어 있고 나이가 비슷했지만 백누리의 인기가 더 많았다.고은율은 백누리가 자신을 얕잡아 볼 거라고 예상했으나 대놓고 적대감을 드러낼 줄 몰랐다.그녀는 현장에 기자가 없다는 사실이 참 안타까웠다.누군가가 사진을 찍거나 동영상을 찍어서 유포한다면 회사 선배가 후배를 괴롭힌다는 타이틀이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을 것이다.그러면 고은율은 아무런 힘도 들이지 않고 대중에게 자신의 이미지를 각인할 수 있었다.그녀는 여전히 환하게 웃으면서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누리 언니, 그런 뜻이 아니란 걸 알잖아요.”고은율은 말하면서 옆에 서 있는 민하윤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민하윤 씨, 안녕하세요.”이때 고은율의 뒤에 있던 직원이 깜짝 놀라서 입을 틀어막았다. 뭇사람들은 무슨 상황인지 몰라서 그 직원을 쳐다보았다.“은율 언니, 이분이 입은 옷이 언니가 입은 옷과 너무 비슷해요.”검은색 테 안경을 끼고 있는 직원이 민하윤을 가리키면서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자 다른 직원들은 민하윤을 훑어보았다.민하윤은 표정이 점점 굳어졌고 숄을 잡은 손이 덜덜 떨렸다.그녀와 달리, 고은율은 여유롭게 웃으면서 모피 외투를 벗었다. 민하윤이 입은 것과 아주 비슷한 하얀색 원피스가 시야에 들어왔다.“이렇게 보니 정말 비슷하네요.”민하윤은 너무 놀라서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숄을 여며도 두 사람이 입은 원피스가 비슷하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었다.백누리는 조금 전에 민하윤의 원피스를 보았기에 얼마나 비슷한지 알고 있었다.“두 사람은 정말 똑같은 원피스를 입었어요.”고은율의 매니저는 아주 강압적인 사람이었다. 연예계에서 아주 유명한 연예인들은 신인 시절에 그 매니저와 함께 일했다.업무 능력이 뛰어났기에 많은 연예인을 높은 곳까지 올려주었다.그녀는 미소를 지은 채 입을 열었다.“이 원피스는 은율이 제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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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화

하도진은 눈을 가늘게 뜨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똑바로 말하지 못해?”그러자 서명인은 식은땀을 닦으면서 입구 쪽에서 있었던 일을 자세하게 알려주었다.“고은율 씨의 매니저는...”그는 하도진의 눈치를 살피더니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사모님더러 고은율 씨가 가져온 원피스 중에서 하나 골라 갈아입으라고 했어요. 연예인과 같은 옷을 입은 것이 알려지면 아주 민망하다고 했고요.”“지금 어디에 있어?”하도진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고은율 씨는 이미...”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하도진이 엄숙하게 말했다.“그 여자 말고 하윤은 어디에 있냐는 말이야!”서명인은 식은땀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사모님께서 무척 속상한 것 같았어요. 사모님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어도 마찬가지였을 거예요. 하지만 사모님은 언쟁에 휘말릴 수 없는 상황이고요. 옆에 있던 친구가 사모님을 데리고 들어갔어요.”“하윤에게 친구가 있다는 거야?”하도진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민하윤이 괴롭힘당할까 봐 걱정했지만 친구가 있다는 말에 마음이 놓였다.이때 서명인은 머뭇거리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사모님의 친구분을 봤을 때 어딘가 익숙했어요. 그 사람은 태유 은행 신용대출팀 팀장이고 사모님의 상사예요.”하도진은 고개를 들고 차갑게 물었다.“고은율의 매니저는 누구지?”“정리나예요. 매니저 업계에 뛰어든 지 20년 정도 된 베테랑이에요. 예전에 맡았던 연예인은 전부 S급 연예인이 되었어요. 대표님께서 고은율 씨를 밀어보라고 하셔서 회사에서 업무 능력이 강한 매니저와 팀을 꾸렸어요. 정리나 씨는 몇 년 전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다른 연예인의 일을 뺏는 것으로 유명했어요.”서명인은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정리나는 날카로운 검과 같은 사람이에요. 어찌 되었든 회사에 이익을 가져다주는 건 사실이고요.”하도진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직원이 어떤 방법을 쓰든 회사에 이익만 가져다주면 상관없었다.“정리나를 잘라.”서명인은 그 말을 듣고 순간 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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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화

장내에 우레 같은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도진은 주위를 둘러보더니 구석진 곳에 서 있는 민하윤을 발견했다.그녀는 숄을 어깨에 두른 채 쑥스러워하고 있었다. 앞에 놓인 와인잔 때문에 그녀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몽롱한 조명 때문인지 민하윤은 오늘따라 더 슬퍼 보였다. 한 남자가 그녀 앞에 쭈그리고 앉아서 미소를 짓고 있었다.장내는 사람들이 얘기를 나누는 소리로 가득 찼다. 반짝이는 샹들리에 아래로 뭇사람들은 유리잔을 부딪쳤다.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곳에 민하윤이 서 있었다. 하도진은 심장에 통증이 밀려와서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순간, 찌릿한 느낌이 온몸을 관통했고 눈빛이 슬픔에 물들여졌다.하도진은 단 한 순간도 민하윤의 버팀목이 되어주지 못했다.이때 서명인이 휴식실의 문을 두드리고 들어왔다.“대표님, 송년회가 곧 시작될 예정이에요. 사회자가 먼저 추첨 활동을 통해 분위기를 띄울 거예요. 20분 뒤에 대표님께서 발언하셔야 해요.”하도진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고개를 끄덕였다.“수술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몸이 불편하신 건가요? 아니면 개막식 댄스를 취소할까요? 행사가 끝나면 곧바로 병실로 돌아갈 수 있게 준비했어요.”“취소하지 않아도 돼.”하도진은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말을 이었다.“내가 참여하지 않는다고 해서 다른 사람의 기회를 빼앗을 수는 없어.”서명인은 그 말에 다른 뜻이 숨어있다는 것을 눈치챘다.얼마 후, 장내에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 추첨 활동의 상품은 종류가 아주 다양했고 가격이 어마어마했다.에스티 그룹에서 준비한 상품은 가격이 200만 원 이하인 것이 없었다.여자들이 좋아하는 명품 가방과 고급 브랜드 화장품, 남자들이 좋아하는 게임기와 사진기...뭇사람들은 신이 나서 환호했다. 분위기가 한층 더 무르익을 때쯤, 휴식실에 앉아 있던 하도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서명인은 하도진과 함께 무대 쪽으로 걸어갔다. 사회자는 사람들에게 하도진의 등장을 알렸다.“여러분, 가장 힘찬 박수로 에스티 그룹 대표 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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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화

송년회가 정식으로 시작되었다. 스크린에 나타난 추첨 판이 계속 돌아갔고 20분마다 추첨 번호를 뽑았다.초대장에 10개 숫자로 된 추첨 번호가 적혀 있었다. 당첨된 사람은 초대장을 가지고 가서 상품을 받으면 되었다.연회장 중심에 원형 무대가 있었고 영롱한 불빛이 무대를 비추었다. 젊은 남녀들이 손을 잡고 하나둘씩 무대로 올라갔다.민하윤은 아무 말 없이 앉아서 먼 곳을 내다보고 있었다. 이때 태유 은행의 한 고층 인사가 입을 열었다.“임 팀장님, 민하윤 씨와 같이 춤을 추지 그래요? 젊은이들이 앉아 있지만 말고 새로운 시도를 해봐야 해요. 인맥을 넓히면 업무에 도움이 될 거예요.”임형섭이 거절하려고 할 때, 고층 인사가 말을 이었다.“이번 행사에 아무나 참여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에요. 쉽게 얻은 기회가 아니라는 걸 알았으면 좋겠어요. 가만히 있지 말고 뭐라도 좀 해보세요.”그 말은 비수가 되어 민하윤의 심장을 깊게 찔렀다. 그녀는 애써 미소를 지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역시 민하윤 씨는 말을 잘 알아듣네요. 이곳에 온 분들은 태유 은행의 고객이 될지도 몰라요. 이 기회를 통해 업무 능력을 높이는 것도 나쁘지 않네요.”고층 인사는 민하윤에게 무언가를 암시하고 있었다. 임형섭은 불쾌해서 그 자리에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민하윤과 함께 무대 쪽으로 걸어갔다.“저 사람이 무슨 말을 하든 신경 쓰지 마. 무대 쪽 조명이 눈부셔서 춤을 추지 않아도 모를 거야.”임형섭은 부드러운 어조로 그녀를 위로해 주었다. 그러자 민하윤은 미소로 화답하고는 안쪽 자리를 찾아서 앉았다.이때 귀빈석에 앉아 있던 고은율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무대로 향했다.한편, 하도진은 조금 전에 봤던 민하윤의 얼굴이 머릿속에 맴돌았다.‘지금쯤 민하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깔끔하고 입체적인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서 선물로 주었는데 옷이 겹치다니...’“도진아, 몸은 좀 나아졌어?”고은율은 원피스를 정리하고는 그의 곁에 앉았다. 하도진을 바라보는 그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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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화

하도진은 차가운 말을 내뱉으면서 선을 그었다.그런데 민하윤은 두 사람이 화기애애하게 얘기를 나누는 줄 알고 무척 속상했다.이때 임형섭이 주스를 건네면서 부드럽게 말했다.“네가 이런 자리를 좋아하지 않는데... 괜히 오라고 한 것 같아.”민하윤은 씁쓸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에요.]음악이 흘러나오자 무대 위에 있는 남녀들이 왈츠를 추기 시작했다. 영롱한 불빛 아래에서 우아한 자태를 유지하고 있었다.한 곡이 끝난 뒤, 무대 아래에서 박수갈채가 쏟아졌고 사회자가 격동된 어조로 말했다.“춤을 선보인 모든 분께 우렁찬 박수를 보내주세요! 잠시 휴식 시간을 갖도록 할게요. 조금 있다가 최고 무대 당첨자를 발표할게요.”하도진은 무대 오른쪽에 앉아서 숄을 여미고 있는 민하윤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옆에 누가 있든 신경 쓰지 않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하도진은 피식 웃더니 샴페인 잔을 들었다.“도진아, 상처가 다 낫지 않았으니 술을 마시지 마.”고은율은 잔뜩 긴장한 채 그의 술잔을 빼앗으면서 말했다. 그러자 하도진은 소파에 기대면서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네가 무슨 자격으로 내 일에 간섭하는 거지? 네까짓 게 뭔데?”말을 마친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가만히 있을 수 없었던 고은율은 그를 따라 나갔다.주위 사람들은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몰랐다. 그저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 커플이 퇴장하는 걸로만 여겼다.임형섭은 민하윤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을 단번에 눈치챘다.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백누리가 치맛자락을 들고 옆에 앉았다.“미친놈을 상대하느라 죽는 줄 알았어요. 잘생겼는데 성격은 개보다 더 못하다니까요. 본인이 잘난 걸 알고 유세를 떠는 거죠.”백누리는 말하면서 표정 관리를 했다. 누군가가 사진이거나 영상을 찍어서 올리면 네티즌에게 욕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하윤아, 왜 이렇게 힘이 없어 보여? 만약 매니저가 나를 붙잡지 않았다면 진작에 너를 찾아왔을 거야. 대표에게 밉보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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