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하윤의 모습이 회전문 안으로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하도진은 기사에게 출발하라는 눈짓을 보냈다.차는 태안 별장 앞에 조용히 멈춰 섰지만 하도진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등받이에 기대 눈을 감은 채 한동안 그대로 앉아 있었다.이곳은 하도진의 부모가 머무는 집이었다.큰 화원 옆으로 숨어 있듯 자리한 단독 별장이었다.서 비서는 룸미러 너머로 하도진을 한 번 살피더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대표님, 도착했습니다.”그러자 하도진은 천천히 눈을 떴다.검고 깊은 눈빛에는 감정이 가라앉아 있었고 차갑게 굳은 얼굴에는 먹구름 같은 기색이 서려 있었다.서 비서는 눈치 빠르게 얼른 내려 반대편으로 돌아가 문을 열어 주었다.하도진은 성큼성큼 집 안으로 들어섰다.복고 스타일의 한식 가구로 꾸민 별장 내부에는 붉은빛 원목 바닥 위로 햇살이 넓게 내려앉아 있었고 거실 한편에는 탐스럽게 핀 모란 화분 몇 개가 놓여 있었다.하도진은 재킷을 벗어 현관의 나무 옷걸이에 아무렇게나 걸쳐 두고 운석 병풍 옆으로 걸어갔다.채선화는 이미 한참 전부터 하도진을 기다리고 있었다.희고 마른 손으로 찻잔을 든 채, 찻잔 뚜껑으로 조용히 거품을 걷어내고 있었다.하도진은 아무 말 없이 맞은편에 앉았다.큰 창밖의 높은 담장 너머로 옆 왕부 화원의 푸른 기와지붕이 보였다.명원시의 8월은 한창 더웠다.마당의 둥근 연못에는 푸른 연잎이 빽빽하게 깔려 있었고 집 안은 냉기가 충분했다.공기속에는 차향에 나무 향기가 희미하게 섞여 흘렀다.채선화와 하도진은 얼굴 생김이 많이 닮아 있었다.하지만 하도진의 얼굴에는 훨씬 더 날카로운 기색이 있었다.높은 산처럼 우뚝 선 미간, 깊고 검은 눈동자, 화를 내지 않아도 사람을 압도하는 위엄은 하도진의 할아버지와 똑 닮았었다.“도진아, 엄마랑 네 아버지가 상의해 봤는데 심씨 가문의 막내딸은 성격이 참 온순하고 너랑 잘 맞을 것 같더구나. 심씨 가문에서도 예의 바르게 잘 키웠고...”하도진은 채선화를 한 번 힐끗 봤다.그 순간, 하도진은 본능적으
Mehr les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