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seite / 로맨스 / 사랑한다고 말해줘 / Kapitel 511 – Kapitel 520

Alle Kapitel von 사랑한다고 말해줘: Kapitel 511 – Kapitel 520

571 Kapitel

제511화

“내가 왜 다른 여자들한테 돈을 써? 돈은 아내한테 쓰는 거야. 다른 여자들은 그냥 보기만 하면 됐어.”하도진은 피식 웃으며 볼이 잔뜩 부은 민하윤의 옆얼굴을 바라봤다.입꼬리가 슬쩍 올라간 채 하도진은 민하윤을 차 안에 밀어 넣었다.민하윤은 등을 꼿꼿이 세운 채, 더는 말싸움할 생각도 없다는 얼굴로 백누리에게 몇 줄 답장을 보냈다.[와, 진짜 미치겠어. 사람이 재수 없을 때는 물을 마셔도 체한다더니... 내가 지금 딱 그 꼴이야. 오늘 매니저한테 현장에서 들켰어. 샤브샤브는 한 입도 못 먹고 욕만 실컷 먹었네.]민하윤은 괜히 뜨끔해서 코끝을 쓱 문질렀고 차마 할 말이 없어서 머리를 긁적이는 어색한 이모티콘 하나만 보냈다.[이상하지 않아? 회사에서 갑자기 내부 공지까지 올렸어. 연예인의 사생활 관리를 강화하고 불건전한 장소에 출입 금지래. 나 지난달에 클럽 가서 연하남들 보며 마신 술값의 영수증까지 다 털렸고 지지난달에 라이브 방송 보다가 잘생긴 남자 BJ한테 별풍선을 쏜 기록까지 다 걸렸어.][아 진짜 미치겠네. 내가 대체 어느 재벌의 심기를 건드린 거야.]백누리는 분통이 터진 듯 메시지를 연달아 보내왔다.[분명히 어떤 게이 재벌이 클럽 연하남한테 빠졌는데 하필 그 연하남이 내 치맛자락에 홀랑 넘어간 거지. 그래서 공지가 저렇게 대놓고 특정인 날 겨냥한 것처럼 나온 거 아냐? 나 진짜 누구한테 찍힌 것 같아. 그 망할 게이 자식 같으니라고...]“푸하하...”민하윤은 결국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졸지에 게이 재벌 큰손이 된 하도진은 운전대를 잡은 채 슬쩍 민하윤을 돌아봤다.하도진은 흥미롭다는 기색이 눈에 어렸다.“왜 웃어? 뭐가 그렇게 웃겨? 나도 같이 좀 웃자.”민하윤은 얼른 웃음을 거두고 조심스럽게 화면을 끄고는 휴대폰을 뒤집어 놓았다.그러고는 고개를 저으면서 속으로는 생각에 잠겼다.‘말하면 또 기분 상할 거면서...’하도진은 이미 심기가 좀 상한 얼굴이었다.하도진은 민하윤이 숨긴 휴대폰을 흘끗 보더니 콧방귀를 뀌었다.“
Mehr lesen

제512화

“더 할 말 있어? 없으면 끊는다.”“도진 오빠...”구이현은 눈을 내리깔았다.잘게 박힌 다이아몬드 장식의 네일이 얇은 스커트를 살짝 긁었다.“제 립스틱이 오빠 차에 떨어진 것 같아요. 보셨어요?”그 순간 구이현은 스스로가 꼭 악역 조연이라도 된 기분이었다.속셈이 너무 뻔한 여우짓 같아서 본인조차 민망할 정도였다.그래도 구이현은 좋아하는 사람을 얻을 수만 있다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차 안은 오래도록 조용했다.민하윤은 고개를 돌린 채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하도진은 민하윤의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며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아, 그 립스틱이 네 거였어?”“네. 진짜 차에 떨어진 거 맞나 봐요? 그래서 찾았는데 안 보였네요.”구이현은 마지막 동아줄이라도 잡은 사람처럼 목소리를 한껏 부드럽게 눌렀다.그런 애교 섞인 말투에 민하윤조차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이런 식의 응석과 살랑거림은 확실히 어린 여자애들 특유의 재능이었다.반면 민하윤은 이제 해가 바뀌면 서른이었다.이런 식으로 어리광을 부리거나 사랑스럽게 굴 자신은 없었다.민하윤은 슬쩍 하도진을 돌아봤다.하도진이 뭐라고 대답할지 조금 궁금했다.아까 립스틱은 하도진이 직접 길가에 던져버렸다.다시 차를 돌려 찾으러 가지 않는 이상, 아니면 매장에 가서 똑같은 걸 새로 사 주지 않는 이상 답은 정해져 있었다.민하윤으로서는 제3의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았다.그때 하도진이 물었다.“그 립스틱은 네가 많이 아끼는 거야?”“아... 네. 좋아해요.”구이현은 거짓말을 했다.구이현 정도의 신분이라면 립스틱 하나를 잃어버렸다고 아쉬울 리가 없었다.하도진은 다 알고 있다는 표정으로 다시 물었다.“오빠가 용돈 안 줘?”“네? 아니요. 주죠. 왜요?”“그래. 그럼 네가 그냥 새로 하나 사. 낡은 건 버리고 새 걸 사면 되지.”하도진은 너무도 진지했고 조금도 농담처럼 들리지 않았다.차분하고 담담한 하도진의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흘러나오자 구이현은 순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
Mehr lesen

제513화

구준오는 쿠션 하나를 집어 던지며 말했다.“미쳤어? 그게 말이 돼? 지훈이가 우리 이현이보다 10살도 넘게 많은데 뭐가 수상하다는 거야!”송지훈은 그 자리에 선 채 눈빛을 깊게 가라앉히고 담담하게 말했다.“10살 차이가 아니야. 8살 그리고 넉 달 차이거든.”“뭐라고?”구준오가 멍하니 되묻는 사이 송지훈은 이미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저 자식이 역시 책벌레답네. 우리 이현이랑 몇 살 차이 나는지도 저렇게 정확히 기억하고 있고 말이야.”...송지훈이 운전대를 잡고 전속으로 달렸지만 신호는 끝도 없이 걸렸다.창문을 내리자 8월의 밤바람이 얼굴을 정면으로 때렸고 송지훈은 괜히 마음이 시렸다.신호를 기다리는 틈에 송지훈은 다시 그 피아노곡을 틀었다.송지훈이 몇 년째 반복 재생하고 있는 클래식 연주곡은 예전에 구이현이 손에 익히려 치던 곡이라는 건 아무도 몰랐다.구이현이 왜 갑자기 피아노를 배우겠다고 했는지 송지훈은 알고 있었다.하도진이 단체방에 뜬금없는 위치와 메시지를 남긴 이유도, 구준오라는 친오빠보다 더 정확히 구이현의 행방을 짚어낸 이유도 송지훈은 알고 있었다.초록불이 들어오자 송지훈은 생각을 거두고 천천히 차를 몰아 불빛이 길게 이어진 도로로 들어섰다.구이현은 혼자 버스 정류장 아래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명품 가방은 아무렇게나 한쪽에 내팽개쳐져 있었고 세상 물정 모르는 아가씨답게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무서운지도 모른 채 가만히 바람만 맞고 있었다.허리까지 내려오는 구이현의 머리카락이 밤바람에 흩날렸다.송지훈은 길가에 차를 세우고 창문을 내렸다.눈에 스친 안타까움은 감춘 채, 송지훈은 담담하게 웃으며 불렀다.“공주님, 이제 집에 가야지.”구이현은 코를 훌쩍이더니 금세 눈가가 붉어졌다.하지만 끝까지 새침한 체하며 휴지로 눈가를 꾹 눌렀다.“저 다리 저려요.”...민하윤은 한참 기침을 쏟아냈다.그러자 뒤에서 하도진의 손이 올라와 등을 천천히 두드렸다.“겨우 그 꼬마 하나 때문에 이렇게까지 화가 나는 거야?”
Mehr lesen

제514화

민하윤의 얼굴이 순식간에 빨개졌다.자기가 괜히 성급하게 말해 버린 게 너무 부끄러웠다.‘프러포즈는 무슨 프러포즈냐고. 마치 내가 당장이라도 시집가고 싶어 하는 사람 같잖아.’“고마워요. 삼색이는 어디 있어요?”민하윤은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말을 꺼냈지만 달아오른 얼굴은 이미 다 들켜 있었다.하도진은 삼색이를 위해 큼직한 나무집을 하나 따로 만들어 두었다.바닥에는 두툼한 방석을 깔고 그 위에 폭신한 담요와 일회용 배변 패드까지 꼼꼼하게 덧대 놓았다.삼색이는 그 안에 갓 낳은 새끼 두 마리와 함께 웅크리고 있었다.태어난 지 이틀밖에 안 된 아기 고양이들은 아직 눈도 제대로 못 뜬 채 꼭 닮은 얼굴로 붙어 있었다.“너무 귀엽네요.”심장이 녹아내릴 것 같은 민하윤은 쪼그려 앉은 채 출산을 막 마친 삼색이의 털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우리 삼색이는 정말 대단하네. 고양이를 무려 두 마리나 낳다니...”그러자 하도진이 옆에서 슬쩍 민하윤을 돌아봤다.“응? 설마 다른 걸 낳겠어? 종간 장벽이 뭔지는 알지? 생물학적으로는...”민하윤은 어이없다는 듯 입꼬리를 내렸다.가끔은 정말 하도진이라는 직진남의 머릿속이 어떻게 생겨 먹었는지 들여다보고 싶었다.민하윤의 말뜻은 그저 처음 엄마가 된 삼색이를 칭찬해 주고 싶었던 것뿐이었다.그냥 대단하다고 한마디했을 뿐인데 하도진은 또 그걸 붙잡고 생물학 강의를 하겠다는 거였다.“됐어요. 저 목말라요. 마실 거 있어요?”그러자 하도진은 정말로 잔소리를 멈췄고 곧장 주방으로 가더니 냉장고에서 우유 한 병을 꺼냈고 곧바로 전자레인지에 데웠다.띵 하는 소리와 함께 하도진이 따뜻한 우유를 들고 주방에서 나왔을 때였다.민하윤은 어느새 새끼 고양이 두 마리를 양팔에 하나씩 안고 있었다.이 작은 녀석들도 제법 영악해서 제일 폭신하고 편한 자리를 기가 막히게 찾아 파고들고 있었다.하지만 민하윤은 그런 것까지는 전혀 의식하지 못했고 옷 위로 안고 있었기에 아무렇지도 않았다.민하윤은 양쪽 품에 하나씩 고양이를 안고
Mehr lesen

제515화

하도진은 피식 웃더니 자기 옆자리를 툭툭 두드리며 자기한테 오라는 신호를 보냈다.그러자 민하윤은 잔뜩 경계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하도진은 아예 자리에서 일어나 직접 민하윤 쪽으로 걸어왔다.하도진의 커다란 손이 민하윤의 가늘고 차가운 손목을 덮었고 손끝이 천천히 그 위를 문질렀다.“뭐 하세요?”민하윤은 마음속으로 잔뜩 경계하고 있었다.그제야 민하윤은 막 새끼를 낳은 삼색이를 보러 가자는 말이 하도진이 둘러댄 핑계였다는 걸 깨달았다.하지만 이미 늦었다.민하윤은 작게 비명을 삼켰다.하도진이 민하윤을 그대로 번쩍 안아 올렸다.민하윤은 주먹을 움켜쥐고 하도진의 가슴을 퍽퍽 두드렸다.“나쁜 놈 같으니라고... 빨리 저를 내려놓으라고요.”하지만 하도진은 아랑곳하지 않았다.그대로 2층 안방으로 향하더니 무릎으로 침대 가장자리를 밀고 민하윤을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하도진은 민하윤의 손을 붙잡고 천천히 자신의 넥타이를 잡게 했다.그러고는 한 걸음씩 유도하듯 민하윤의 손끝을 움직여 매듭을 풀게 하고 다시 아래로 내려가 단추를 하나씩 열게 했다.차갑고 단단한 남자의 가슴팍을 손끝으로 스치듯 만지는 순간, 민하윤은 움찔했다.민하윤은 손끝이 전기에라도 닿은 것처럼 화끈해지더니 본능적으로 손을 빼려 했다.하도진의 눈동자는 까맣고 깊었고 지나치게 고요해서 오히려 더 불안했다.그건 마치 폭풍이 닥치기 직전의 적막 같았다.민하윤은 괜히 가슴이 두근거렸다.긴 머리가 침대 위로 흩어졌고 민하윤은 가만히 누운 채 하도진을 올려다봤다.하도진은 민하윤의 허리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내려다보았다.그리고 천천히 몸을 숙여 부드러운 입술을 머금었다.이번에는 조심스럽고 느릿한 입맞춤이었다.민하윤은 순간 피가 확 머리끝까지 몰리는 기분이 들었다.하도진이 이렇게까지 참을성 있게 굴 때는 드물었고 좀처럼 본론으로 들어가지 않았다.길고도 느린 애무가 오히려 사람을 더 못 견디게 했다.분위기가 짙어졌을 즈음에 하도진은 갑자기 손으로 민하윤의 턱을 들어 올렸다.그러
Mehr lesen

제516화

하도진은 지금 민하윤이 보이는 반응이 우스워 죽을 지경이었다.그래서 일부러 더 약을 올리듯 말했다.“조용히 좀 해. 우리 지금 남들한테 들키면 안 되는 사이잖아.”민하윤은 눈가에 물기 어린 채 하도진을 노려봤다.“도진 씨, 진짜 어디 아파요?”“조금 그런가 봐. 네가 명의라면 날 좀 살려 줘 봐.”하도진은 민하윤의 손을 다시 붙잡아 손가락 사이를 맞물렸다.그 순간 계단을 올라오는 발소리가 또렷하게 들렸다.민하윤은 온몸이 얼어붙었다.어디서 그런 힘이 났는지 민하윤은 하도진을 있는 힘껏 밀어냈다.그리고 반사적으로 이불을 잡아당겨 몸을 꽁꽁 가리고는 겁에 질린 눈으로 꼭 닫힌 문만 바라봤다.“도진아, 안에 있니?”문밖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상냥한 척했지만 절대 부드럽지만은 않은 목소리였다.채선화는 손가락을 굽혀 문을 두드렸다.‘도진 씨의 어머니였어!’민하윤의 얼굴이 확 달라졌다.문손잡이가 덜컥 움직였지만 다행히 하도진은 평소에도 문을 꼭 잠그는 습관이 있었기에 문은 열리지 않았다.민하윤의 눈빛에는 놀란 기색이 어렸다.민하윤은 다리를 끌어안고 몸을 웅크린 채, 얼굴을 부드러운 이불 속에 묻었다.하도진은 입가를 손등으로 훔치며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좋은 순간을 방해받은 탓에 하도진의 기분은 이미 바닥이었다.‘아직 한참 모자랐는데...’하도진은 바지만 대충 걸쳐 입고 허리띠도 하지 않은 채 맨몸으로 방을 나섰다.“아줌마, 그냥 아래층에서 기다리는 게 낫지 않을까요?”그때 낭랑하면서도 부드러운 젊은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채선화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답했다.“도진의 차가 아래 있잖니. 2층 방에도 불이 켜져 있고. 도진이는 분명 안에 있어.”하도진은 얼굴이 잔뜩 굳은 채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그러자 살짝 열린 문틈으로 빛이 스며들었다.민하윤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차마 밖을 마주 볼 엄두도 내지 못했다.채선화는 원래부터 민하윤을 탐탁지 않아 했다.예전에도 사사건건 민하윤을 막아섰고 나중에는 민하윤이 아이를
Mehr lesen

제517화

채선화는 자기 아들이 체면을 조금도 세워주지 않을 줄은 몰랐기에 얼굴이 굳었다.“도진아, 엄마한테 그게 무슨 말버릇이니?”하지만 하도진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받아쳤다.“그럼 제가 뭐라고 해야 하는데요? 우리 집 비밀번호는 어떻게 아셨어요? 여기 오시면서 왜 저한테 미리 연락도 안 하셨어요?”채선화는 연달아 쏟아지는 질문에 그대로 말문이 막혔다.하도진은 더는 채선화를 상대하지 않고 곧장 자신을 후배라고 소개한 심가희 쪽으로 몸을 돌렸다.하도진의 눈빛은 서늘했고 목소리는 한없이 차가웠다.“저는 결혼하고 싶은 여자가 있어요. 서른넷 먹은 남자라 더는 돌려 말하고 밀당할 기운도 없어요. 그러니까 돌아가시죠.”하도진은 문 앞을 가로막은 채 끝내 한 번도 웃지 않았다.두 사람을 문밖으로 내보내자마자 가장 먼저 비밀번호부터 바꾸더니 하도진은 깊게 숨을 들이쉰 뒤 다시 방 안으로 들어갔다.안방 불은 전부 켜져 있었고 민하윤은 이미 옷을 다 챙겨 입은 채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화내지 마.”하도진은 민하윤의 손목을 붙잡으며 말했다.하도진의 목소리는 잠겨 있었고 짙은 미련이 배어 있었다.민하윤은 눈을 내리깔았고 차마 하도진과 시선을 맞추지 못한 채 조용히 말했다.“삐진 거 아니에요. 애초에 오늘 여기서 자고 갈 생각도 없었어요.”하도진은 목울대를 한 번 굴리더니 깊은 눈빛으로 민하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그럼 아까 그건 여기서 끝이야?”민하윤은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들었다.그래서 더 빨리 고개를 저었다.“더는 싫어요.”“그래. 그럼 데려다줄게.”하도진은 더 억지 부리지 않고 손목을 놓고 바닥에 떨어져 있던 셔츠를 집어 들었다.민하윤은 입술을 깨물며 다시 한번 말했다.“안 그래도 돼요.”하도진의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하도진은 깊게 숨을 들이쉬더니 민하윤의 어깨를 잡고 그대로 벽 쪽으로 몰아붙였다.한 손은 벽을 짚고 민하윤을 품 안에 가두듯 둘러쌌다.“또 왜 이래? 좀 말해 봐. 하윤아, 왜 맨날 이럴 때만 말이 없
Mehr lesen

제518화

“사실 더 마음에 걸리는 건 다른 거였어. 내 마음속에는 너밖에 없는데 네가 떠나고 나니까 내 인생이 어딘가 텅 빈 것 같더라. 내 삶에서 중요한 조각 하나가 통째로 빠져나간 기분이었어. 그런데 하윤아, 넌 아니었잖아. 넌 항도시에서 여전히 잘 지냈고 누구 도움도 없이 빠르게 성장했어. 일로 성과를 내고 좋은 실적을 따내고 이력서에는 눈에 띄는 성과가 하나씩 더해졌지.”“네가 잘 지내서 좋았어. 그건 진심이야. 그런데 한편으로는 허무했어. 내가 없어도 네 삶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으니까. 넌 여전히 강하고 독립적으로 살아갔고 내가 너의 세상에서 빠져나와도 넌 계속 행복했어. 그게... 이기적이지만 솔직히 좀 서운했어.”민하윤은 무릎을 끌어안은 채 바닥에 앉아서 등을 문에 기대고 있었다.하도진이 문밖에서 한 마디씩 천천히 속마음을 꺼내 놓는 걸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난 진심이야. 너랑 다시 만나고 싶어. 결혼을 전제로 말이야. 오래 제대로 만나고 싶다고. 하윤아, 우리가 그렇게 많은 시간을 놓쳤잖아. 이제 더는 놓치지 말자. 응?”민하윤은 끝내 울고 말았다.눈물이 걷잡을 수 없이 쏟아져서 허둥지둥 손등으로 닦아냈다.하도진은 더 말하지 않고 돌아섰다.하도진의 발소리가 복도를 따라 점점 멀어지자 민하윤은 무릎 사이에 얼굴을 묻고 한참을 그렇게 울었다.눈물이 무릎과 이불을 넓게 적셨다.다음 날 아침.침대에 누운 채 눈을 뜬 민하윤은 밤새 울어서 눈이 심하게 부어 있었다.창밖으로 쏟아지는 눈부신 햇빛에 잠이 깼고 습관처럼 휴대폰을 찾다가 어젯밤 거실에 두고 온 게 떠올랐다.하도진의 말대로 이 방은 정말 예전 그대로였다.드레스룸 안에는 예전에 하도진이 사줬던 옷들이 포장도 뜯지 않은 채 가지런히 남아 있었다.민하윤은 그중 여름 정장을 하나 골라 입고는 옷장에서 새 가운을 꺼내 욕실로 들어갔다.욕실 안에는 물기가 자욱했다.머리를 닦으며 밖으로 나오던 민하윤은 셔츠와 체크 스커트 아래로 길게 드러난 두 다리를 무심히 옮기다가 문득 걸음을 멈췄
Mehr lesen

제519화

민하윤의 모습이 회전문 안으로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하도진은 기사에게 출발하라는 눈짓을 보냈다.차는 태안 별장 앞에 조용히 멈춰 섰지만 하도진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등받이에 기대 눈을 감은 채 한동안 그대로 앉아 있었다.이곳은 하도진의 부모가 머무는 집이었다.큰 화원 옆으로 숨어 있듯 자리한 단독 별장이었다.서 비서는 룸미러 너머로 하도진을 한 번 살피더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대표님, 도착했습니다.”그러자 하도진은 천천히 눈을 떴다.검고 깊은 눈빛에는 감정이 가라앉아 있었고 차갑게 굳은 얼굴에는 먹구름 같은 기색이 서려 있었다.서 비서는 눈치 빠르게 얼른 내려 반대편으로 돌아가 문을 열어 주었다.하도진은 성큼성큼 집 안으로 들어섰다.복고 스타일의 한식 가구로 꾸민 별장 내부에는 붉은빛 원목 바닥 위로 햇살이 넓게 내려앉아 있었고 거실 한편에는 탐스럽게 핀 모란 화분 몇 개가 놓여 있었다.하도진은 재킷을 벗어 현관의 나무 옷걸이에 아무렇게나 걸쳐 두고 운석 병풍 옆으로 걸어갔다.채선화는 이미 한참 전부터 하도진을 기다리고 있었다.희고 마른 손으로 찻잔을 든 채, 찻잔 뚜껑으로 조용히 거품을 걷어내고 있었다.하도진은 아무 말 없이 맞은편에 앉았다.큰 창밖의 높은 담장 너머로 옆 왕부 화원의 푸른 기와지붕이 보였다.명원시의 8월은 한창 더웠다.마당의 둥근 연못에는 푸른 연잎이 빽빽하게 깔려 있었고 집 안은 냉기가 충분했다.공기속에는 차향에 나무 향기가 희미하게 섞여 흘렀다.채선화와 하도진은 얼굴 생김이 많이 닮아 있었다.하지만 하도진의 얼굴에는 훨씬 더 날카로운 기색이 있었다.높은 산처럼 우뚝 선 미간, 깊고 검은 눈동자, 화를 내지 않아도 사람을 압도하는 위엄은 하도진의 할아버지와 똑 닮았었다.“도진아, 엄마랑 네 아버지가 상의해 봤는데 심씨 가문의 막내딸은 성격이 참 온순하고 너랑 잘 맞을 것 같더구나. 심씨 가문에서도 예의 바르게 잘 키웠고...”하도진은 채선화를 한 번 힐끗 봤다.그 순간, 하도진은 본능적으
Mehr lesen

제520화

채선화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채선화는 자기 아들의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었다.방금 하도진이 한 말은 홧김에 던진 게 아니었다.“도진아, 우리 같은 집안은 당연히 집안도 좋고 품위도 있는 며느리를 맞아야 해. 더는 그렇게 정신 못 차리고 살면 안 돼. 밖에서 네 사생활 얘기가 얼마나 시끄러운지 아니? 이제라도 그런 여자들과는 당장 정리해. 엄마가 부탁할게. 응?”하도진은 낮게 웃었다.“누가 제 사생활이 문란하대요? 저는 지금 진지한 마음으로 그 여자랑 만나고 있어요.”“난 그런 여자랑 네가 결혼하는 거 절대 못 봐. 차라리 내가 죽는 게 낫지.”채선화의 말은 한마디 한마디가 칼날 같았고 그대로 하도진의 가슴을 후벼 팠다.하도진은 씁쓸하게 웃었고 눈빛이 점점 더 싸늘해졌다.“어머니는 제가 평생 혼자 늙어 가는 꼴을 봐야 속이 시원하세요? 제가 누구를 좋아하든 누구랑 결혼하고 싶든 좀 놔두시면 안 돼요?”채선화는 거의 절규하듯 내뱉었다.“남자랑 함부로 몸부터 섞는 여자가 무슨 좋은 여자라고 그래!”하도진은 그 말에 순간 굳었다.그러더니 마침내 무언가를 깨달은 듯 물었다.“어머니, 제가 만나는 여자가 누군지 모르시는 거예요?”채선화는 차갑게 미간을 찌푸렸다.“내가 알아야 할 이유라도 있니? 좋아, 말해 봐. 그 여자가 대체 누군데?”하도진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민하윤과 자기 사이의 상처는 아직 완전히 메워지지 않았다.다시 만난 뒤로 여러 번 서로의 체온을 나눴지만 하도진은 분명히 느끼고 있었다.민하윤은 여전히 하도진에게 전부를 내주지 않고 있었다.하도진은 민하윤의 마음을 완전히 되돌리기도 전에 또 다른 사람이나 일이 끼어들어 둘 사이를 흔들게 하고 싶지 않았다.그게 가족 문제라 해도 마찬가지였다.“어머니, 그냥 그만하세요. 아직 일이 더 커지기 전에 심씨 가문 쪽에 빨리 말씀드리고 이 혼사는 없던 일로 하세요.”하도진의 목소리는 조금씩 낮아졌다.“어머니, 제가 부탁할게요. 정말 저보고 사랑하지도 않는 여
Mehr lesen
ZURÜCK
1
...
5051525354
...
58
CODE SCANNEN, UM IN DER APP ZU LESEN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