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이현은 고개를 숙인 채 끝까지 포기하지 못하고 하도진의 차를 타고 싶어 했다.민하윤이 대체 언제부터 하도진의 곁에 있었는지, 또 무슨 수를 썼길래 그렇게 높은 사람인 하도진이 저렇게까지 사랑 앞에 고개를 숙이게 됐는지, 구이현은 도무지 알 수 없었다.구이현은 제자리에 선 채 끝내 움직이지 않았다.바닥 위에 발끝만 가볍게 세운 채 고개를 숙이고 말없이 버티고 서 있었다.“이현아, 말 좀 들어. 엄마 아빠가 집에서 기다리시잖아. 두 분이 널 제일 아끼는 거 알잖아? 네가 돌아온 일도 이제 더는 뭐라고 안 하실 거야.”구이현은 한숨을 내쉬고는 나무 그림자 아래 선 두 사람을 돌아봤다.“이 방법밖에 없어? 기사님 부르면 안 돼?”“걱정하지 마. 난 운전을 잘해. 널 무사히 잘 데려다 줄 게.”송지훈은 말하며 구이현의 어깨를 가볍게 밀며 앞으로 걷게 했다.그리고 둘만 들릴 정도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해외에 그렇게 오래 있었는데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안 궁금해? 예를 들면 도진이 옆에 있는 여자가 누구인지, 둘이 무슨 사이인지 말이야.”그러자 구이현은 홱 송지훈을 한번 쳐다봤다.속마음을 들킨 것 같아 괜히 더 날이 섰다.“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송지훈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더니 직접 조수석 문을 열어 주었다.“그래. 그냥 내가 입이 근질거린다고 생각해.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 들려준다 치고 들어.”산장 밖의 조명은 유난히 밝았다.그 빛을 빌려 구이현은 송지훈을 찬찬히 한번 바라봤다.단정하고 부드러운 인상에 피부는 차갑고 하얬고 눈매는 또렷하며 날렵했다.오빠 친구 중에서 송지훈은 가장 어렸지만 이상하게도 제일 차분하고 냉정한 사람이었다.구이현은 어려서부터 사람의 표정 읽는 데 빨랐다.오빠 친구들 앞에서는 누구에게든 애교를 부릴 수 있었지만 유독 송지훈만은 어려웠다.넘어져 무릎을 까지면 하도진한테 약을 발라 달라고 달려갔고 몰래 과자 먹다 혼나면 친오빠 구준오의 뒤로 숨어 버렸다.시험을 망쳐 학부모 상담이 잡히면 제일 만만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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