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아이를 잃은 날, 남편은 다른 여자 촛불 앞에: Chapter 61 - Chapter 70

104 Chapters

제61화

만약 강루인이 이혼하려는 걸 강규덕이 알게 된다면 완전히 끝나기 전에 할머니의 목숨을 살릴 돈을 구해야 했다.고원겸이 솔직하게 말했다.“곤란하긴 하지만 불가능한 건 아니에요. 다만 시간이 좀 걸릴 겁니다.”강루인이 귀띔했다.“안북에서 주씨 가문이 어떤 가문인지 잘 아시죠?”고원겸이 답했다.“걱정하지 마세요. 남편분은 절 함부로 건드리지 못해요.”그가 비록 만항시 사람이지만 주씨 가문의 인맥이 그곳에도 뻗어있었다. 차성열이 찾아준 변호사가 아무래도 평범한 사람은 아닌 듯했다.오래전부터 차성열의 출신이 평범하지 않다고 느꼈었는데 지금 보니 그녀의 짐작이 맞았다.사람들은 끼리끼리 모이는 법이고 결국 동등한 계급의 사람들과만 교류하게 된다.강루인은 자세히 묻지 않고 잔을 들었다.“그럼 잘 부탁드립니다.”고원겸은 강루인의 옆에 있는 차성열을 힐끗 보고는 웃으면서 잔을 부딪쳤다.강루인이 화장실에 간 바람에 룸에 두 남자만 남았다.고원겸이 장난스럽게 말했다.“이게 바로 나한테 비싼 돈을 주고 이 사건을 맡으라는 이유야?”그는 강루인에게 거짓말하지 않았다. 주영도가 그를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건 사실이지만 차성열의 부탁이 없었더라면 절대 이 사건을 맡지 않았을 것이다. 스스로에게 괜한 일을 만들 필요는 없었으니까.“너 이런 취향이었구나.”비록 이혼을 앞두고 있지만 그래도 유부녀인데.차성열이 고개를 들고 쏘아봐도 고원겸은 전혀 주눅 들지 않고 말을 이었다.“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 벌써 감싸고 돌아?”“루인이 앞에서 함부로 말하지 마.”고원겸은 웃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주영도는 벌써 사흘이나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텅 빈 집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공허했지만 이 또한 이젠 습관이 돼버렸다.그가 구아정과 함께 있든 말든 더는 신경 쓰지 않았다.씻고 잠자리에 들었다가 다음 날 출근하기 위해 일어났다.그런데 평범한 날이 평범하지 않게 돼버렸다. 작업실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병원에서 전화가 왔는데 할머니가 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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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화

구아정이 콧방귀를 뀌었다.“나한테 손댈 수 있겠어? 내가 아프다고 한마디만 하면 영도 오빠는 무조건 내 편을 들어줄 텐데.”‘나도 알아. 그런데 뭐?’할머니는 강루인의 전부였다. 할머니를 건드리는 건 그녀를 죽이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그녀가 어떻게 모욕당하든 상관없었지만 할머니는 절대 안 되었다.그때 구아정의 안색이 급변했다.“콜록콜록... 언니,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이거 놔요. 숨 막힌단 말이에요...”강루인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누군가 그녀를 거칠게 잡아당겼다. 너무 세게 잡아당긴 바람에 제대로 서 있지 못하고 휘청거렸고 허리가 서랍 모서리에 부딪혀 너무나 아팠다.주영도가 얼음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강루인, 뭐 하는 짓이야?”구아정이 그의 품에 안기면서 눈물을 글썽거렸다.“오빠...”강루인이 서랍을 붙잡고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내가 왜 이러는지 먼저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니야?”주영도의 얼굴이 무섭게 굳어졌다.“아정이 심장이 안 좋은 거 몰라?”강루인은 목이 멨고 눈시울이 붉어졌다.“우리 할머니도 몸이 안 좋아. 그런데 쟤가 할머니를 자극한 바람에 지금 깨어나지 못하고 계셔.”주영도가 침대에 앉아 있는 구아정을 쳐다보자 구아정은 그의 팔을 잡고 흐느꼈다.“아니야. 난 그저 병원에 있는 게 심심해서 루인 언니 할머니도 이 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걸 듣고 인사하러 갔을 뿐이야. 난 아무 말도 안 했어. 언니네 할머니가 쓰러진 것도 몰랐고. 정말 나랑 아무 상관 없어.”구아정은 쉴 새 없이 눈물을 뚝뚝 떨구면서 연약한 모습을 보였다.“언니가 날 싫어하고 내가 오빠의 시간을 빼앗았다고 생각한다는 것도 알아. 하지만 난 이곳에서 아는 사람이라곤 오빠밖에 없어. 정말로 두 사람의 사이에 방해가 됐다면 내가 떠날게. 그런데 언니가 날 함부로 모욕하는 건 용납할 수 없어.”주영도가 말했다.“어디도 갈 필요 없고 계속 안북에 있어.”그의 편애가 심한 걸 알았지만 강루인은 여전히 심장이 찔린 것처럼 아파 주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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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화

주영도가 말했다.“그래도 진찰받으셔야죠.”그의 ‘호의’를 차마 거절할 수가 없었다.“할머니가 아정이를 만난 후에 쓰러지셨다고 아정이가 계속 걱정하고 있어요. 아정이는 제 친구의 동생이라 저도 동생처럼 아끼거든요. 혹시 실수한 부분이 있다면 저한테 말씀하세요. 제가 대신 사과드릴게요.”그 말에 강루인은 눈앞이 캄캄해졌다. 구아정을 위해서라면 정말이지 체면도 내려놓을 판이었다.이수희가 말했다.“그 아이랑은 상관없어. 그냥 내 몸이 좀 안 좋았던 거야.”주영도는 전화가 걸려와 병실에 오래 머물지 않고 바로 나갔다. 그가 나가자 병실의 공기가 도는 듯했고 강루인도 겨우 숨을 쉴 수 있었다.이수희는 손녀를 안쓰럽게 쳐다봤다.“요즘 잘 못 잤어? 눈 밑에 다크서클이 생겼네.”강루인이 말했다.“일이 좀 많아서요.”“젊다고 자기 몸을 너무 혹사하면 안 돼. 몸도 좀 챙기고 얼른 아이도 가져야지. 할머니가 혹시라도 떠나게 되면 아이라도 있어야 마음이 놓일 텐데...”그 말에 강루인이 재빨리 말했다.“무슨 그런 말씀을 하세요. 떠나신다니요. 할머니는 오래오래 사셔야 해요.”이수희가 환하게 웃었다.“그래. 꼭 오래 살게. 그리고 네가 아기를 낳으면 아기도 키워주고.”병실에서 온 오전 시간을 보낸 다음 병실을 나섰다. 병실 문을 나선 순간 강루인이 애써 지어 보이던 미소가 사라졌다.할머니가 그렇게 바라는 아이는 아마 볼 수 없을 것이다.정자 기증으로 아이를 가질 수는 있겠지만 주씨 가문의 핏줄은 절대 그녀가 데려가게 놔두지 않을 것이다.아이는 주씨 가문에 남아야 할 것이고 구아정이 강루인을 대신하여 아이의 엄마가 될 게 분명했다. 이건 그녀가 바라던 게 아니었다.하여 차라리 낳지 않는 게 나았다. 아예 일을 만들지 말아야지....오후 강루인은 두 가지 일에 매달렸다.차성열의 업무를 처리해야 했고 이홍섭이 내준 숙제도 마무리해야 했다. 졸업한 지 벌써 4년 가까이 되는데 숙제를 다시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차성열 쪽 업무를 마친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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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화

차성열도 강루인의 표정 변화를 알아차리고 시선을 돌렸다. 주영도인 걸 확인하고는 강루인을 부축하던 손을 뗐다.아무런 반응도 없는 주영도를 보던 강루인의 두 눈에 어둠이 스쳤고 허리 통증이 더 심해지는 것 같았다. 그래도 아직 부부인데 아내가 다른 남자와 붙어있는데도 질투조차 전혀 하지 않았다.만약 구아정이 다른 남자와 이러고 있었다면 주영도의 소유욕이 폭발했을 것이다. 아무튼 이건 다 그녀를 좋아하지도, 중요하게 생각하지도 않아서였다.이홍섭은 그들이 가만히 서 있는 걸 보고 고개를 내밀고 불렀다.“뭘 그렇게 서 있어? 문지기라도 하려고?”강루인은 시선을 거두고 따라갔다.몇 걸음 떨어진 곳에 있던 양동운이 혀를 찼다.“저건 또 뭐야? 강루인한테 딴 남자 생겼어?”‘외간 남자랑 밖에서 껴안고 난리인데?’주영도가 차갑게 째려보자 양동운이 입을 삐죽 내밀었다.“왜 그렇게 봐? 난 뭐 잘못한 것도 없는데.”주영도가 말했다.“말 안 해도 아무도 널 벙어리라 생각 안 하니까 조용히 있어.”양동운이 입을 꾹 다물겠다는 제스처를 취했다.‘됐어. 내 여자도 아닌데 뭐.’룸 안, 그들은 식사하며 얘기를 나눴다.이홍섭이 말했다.“다음 주에 만항시로 갈 건데 너희 둘도 따라와.”강루인이 물었다.“거긴 뭐 하러 가세요?”이홍섭이 그녀를 힐끗 쳐다봤다.“따라오라면 올 것이지 무슨 말이 그렇게 많아? 젊은 애가 나보다 더 수다스럽네.”강루인은 말문이 막혀버렸다.‘난 아무 말도 안 했는데? 됐어. 그냥 조용히 밥이나 먹어야겠다.’저녁 식사를 마친 뒤 차성열은 먼저 이홍섭을 바래다준 다음 강루인을 바래다주겠다고 했다.강루인은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난 택시 타고 가면 돼요.”운전해야 하는 차성열이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이홍섭이 먼저 말했다.“공짜로 데려다주겠다는 기사가 있는데 왜 튕겨? 고마운 줄 알아야지.”튕기는 게 아니라 왔다 갔다 하는 수고를 덜어주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녀의 마음을 알아차린 차성열이 다정하게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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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화

강루인은 보고도 못 본 척했다. 옆으로 지나가려 하자 주영도가 입을 열었다.“어디 가?”강루인의 눈가에 조롱하는 듯한 빛이 스쳤다.“두 사람이 편히 쉬게 내가 피해줘야지.”‘영도 씨 목적이 그게 아니었어?’그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버렸다.그녀의 뒷모습을 멍하니 보던 주영도는 입을 달싹였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혼하기 전까지는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주영도가 대놓고 구아정을 집으로 데려온 이상 강루인도 더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강루인은 다시 짐을 싸서 집을 나왔다. 차라리 보지 않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주영도가 하도 당당하게 구아정을 집에 데려온 바람에 결국 주씨 가문 어른들의 귀에까지 들어갔고 그들을 본가로 불러들였다.주영도의 할아버지 주세웅을 만나기 전에 강루인은 먼저 박정금을 만났다. 박정금은 다짜고짜 그녀를 나무랐다.“대체 아내 노릇을 어떻게 하기에 영도를 말리지 못하고 멋대로 하게 놔둔 거야?”강루인이 대답했다.“영도 씨 제 말을 듣지 않아요.”박정금이 눈을 부릅떴다.“안 들으면 어떻게든 설득해야지. 아버님이 영도를 탐탁지 않아 하시면 너한테도 좋을 것 같아? 너희가 진짜 한 가족이라는 걸 잊지 마.”그 말에 강루인은 입꼬리를 올리며 소리 없이 비웃었다.‘날 가족으로 여긴 적이나 있었어요?’그때 주영도의 차가 본가에 도착했다. 그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강루인에게 다가갔다.“날 기다렸어?”뻔히 알면서도 물었다.본가가 꽤 북적였다. 친척들이 다 모이진 않았지만 말이 많은 셋째 작은어머니는 이미 와 있었다.“영도 왔구나.”주영도는 차분한 표정으로 예의를 갖춰 인사했다.셋째 작은어머니 양연희가 말을 이었다.“애인을 집에 들였다며? 할머니 할아버지께 인사드리러 데려오지 그랬어?”주영도가 느릿느릿 자리에 앉았다.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있었지만 눈빛에는 일말의 온기도 느껴지지 않았다.“작은어머니, 그런 소리는 누구한테서 들으신 거예요?”양연희가 말했다.“그럼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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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화

사랑이 없는데 존중이나 믿음이 있을 리가.“마음대로 생각해.”강루인은 바람 빠진 풍선처럼 반박할 힘도 없었다. 중요하지 않았고 그럴 필요도 느껴지지 않았다.구아정이 선샤인 빌리지에서 나가던 그때 물건을 가지러 집으로 온 강루인과 딱 마주쳤다. 강루인의 앞을 막아서더니 원망 가득한 눈빛으로 뚫어지게 노려봤다.강루인은 태연하기만 했다.“왜? 짐 싸는 걸 도와줄까?”구아정이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강루인, 너무 나대지 마!”‘나댄다고?’그녀는 자신이 승리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영도 오빠가 너랑 이혼하면 지금 네가 가진 모든 건 전부 내 것이 될 거야.”구아정이 강루인의 아랫배를 내려다봤다.“나중에 네 아이도 날 엄마라고 부를 거고.”강루인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구아정은 사람의 마음을 쥐고 흔드는 법을 잘 알았다.아이라는 단어는 그녀를 제대로 자극했다. 평온하던 얼굴에 격렬한 감정이 소용돌이쳤다.“난 당당하게 다시 이 집으로 돌아올 거야. 네가 빼앗은 모든 걸 전부 토해내게 할 거라고!”그러고는 강루인을 밀쳐버렸다. 그녀는 아무 물건도 가져가지 않았다. 이런 방식으로 비록 이곳을 떠나지만 여전히 그녀의 자리가 있다는 걸 강루인에게 알리는 듯했다.진경자가 혼이 나간 듯 창백한 얼굴의 강루인을 보면서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사모님, 괜찮으세요?”강루인은 정신을 차리고 억지로 웃었다.“괜찮아요.”진경자도 원래는 본가에서 김옥순을 돌봤었다. 주영도와 결혼한 후 집안 살림을 돕기 위해 이곳으로 왔다.지난 5년 동안 진경자와 강루인은 매우 화목하게 지냈다.강루인은 싹싹하고 다정하며 갑질하는 법을 몰랐다. 진경자도 까다로운 고용주들을 많이 봐왔다. 다른 고용주들은 일단 놔두고 김옥순의 몇몇 며느리들과만 비교해도 강루인은 그야말로 천사였다.선을 넘는 표현일지도 모르겠지만 강루인이 너무 착해서 때로는 친딸처럼 챙겨주곤 했다.최근 일어난 일들을 모두 지켜본 진경자가 강루인을 설득했다.“사모님, 빨리 아이부터 가지시는 게 좋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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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화

주선 그룹.강루인은 더 이상 주선 그룹 직원이 아니었기에 출입 카드가 없어 엘리베이터를 탈 수 없었던 터라 노윤환에게 전화를 걸었다.한창 기다리고 있던 그때 뒤에서 갑자기 누군가 그녀를 불렀다.“강루인 씨.”강루인이 돌아보니 구아정과 한 젊은 여자였다. 그 여자를 전에 본 적이 있었는데 바로 비서팀의 전다람이었다.전다람이 그녀를 훑어보며 물었다.“여긴 또 왜 왔어요?”강루인은 그들과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 그녀가 무시하자 전다람은 기분이 언짢아졌다.“내 말 안 들려요? 귀먹었어요?”강루인이 무덤덤하게 말했다.“왜 오면 안 되는데요? 주선 그룹이 다람 씨 거라도 돼요?”전다람이 쏘아붙였다.“루인 씨 이젠 우리 회사 직원이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오면 안 되죠.”“직원만 들어올 수 있다고 누가 규정했나요?”강루인이 되받아쳤다.“다람 씨가 정했어요?”구아정이 눈살을 찌푸렸다.“루인 씨, 다들 한때 동료였잖아요. 다람 씨도 다른 뜻이 있어서 그런 것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날을 세워야겠어요?”구아정이 편을 들자 전다람은 더욱 기세등등해졌다.“내가 정할 수는 없지만 아정 언니는 가능해요. 언니는 대표님의 와이프거든요. 루인 씨 같은 사람이랑은 비교도 안 된다고요.”강루인이 구아정을 힐끗 쳐다봤고 눈빛에 알 수 없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바로 그때 노윤환이 내려오자 강루인은 곧바로 보온도시락통을 건넸다.“올라가지 않을 테니까 그 사람한테 전해줘요.”전다람의 얼굴에 놀라움이 스쳤다. 노윤환이 일부러 강루인을 만나러 내려온 것에 누구보다 크게 놀랐다.‘강루인이 말한 그 사람이 혹시 주 대표님이야?’보온도시락통과 강루인을 번갈아 보던 전다람이 저도 모르게 물었다.“혹시 대표님께 점심을 가져다주려고 온 거예요?”강루인이 되물었다.“그럼 안 돼요?”전다람이 구아정을 살폈는데 표정이 별로 좋지 않았다. 순간 그녀는 혼란에 빠졌다.‘노 비서님은 대표님의 사람인데. 설마 사람을 잘못 건드린 건 아니겠지?’구아정은 전다람의 이상한 기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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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화

이홍섭과 일주일 정도 만항시에 다녀와야 했다. 강루인은 전날 밤 미리 필요한 짐들을 쌌다.그날 밤 주영도는 어김없이 집에 들어오지 않았고 그녀도 이젠 이런 상황이 익숙해졌다.다음 날 강루인은 캐리어를 끌고 이홍섭과 함께 만항시로 떠났다.이번에 만항시를 방문하는 이유는 현지 정부에서 이홍섭에게 건축 사업 협력을 제안했기 때문이었다.왜 강루인을 데려가는지는 그녀도 짐작할 수 있었다. 인맥을 쌓기 위함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얼굴을 비추게 하기 위해서였다.이홍섭의 제자라는 타이틀은 그 가치를 따지면 금전으로도 환산할 수 없을 정도였다.만항시에 도착하자마자 그들은 호텔에 가서 짐을 푼 다음 현지 관계자들과 만남을 가졌다.강루인과 차성열은 이홍섭의 보조 역할을 맡았다.사실 업무가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지만 강루인은 조금 지친 모습이었다. 유산 후 몸조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탓인지 생리만 오면 생리통이 아주 심했다.하필 오늘 생리 첫날이라 통증이 더욱 심했다.힘들어하는 강루인의 모습에 차성열이 다정하게 말했다.“호텔에 가서 쉬고 있어. 여긴 내가 있을 테니까 스승님이 나오시면 얘기할게.”강루인은 어떻게든 참아보려 했지만 너무 아팠다.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로 스승의 옆에 있는 것도 보기 좋지 않을 것 같았다.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진통제를 사서 먹고 몇 시간 정도 잠을 청했다. 다시 눈을 떴을 땐 오후 세 시였다.일어나자마자 차성열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물었다.이홍섭은 아직 일하는 중이었고 저녁에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사업가가 주최하는 비공개 만찬이 있다고 했다.차성열이 말했다.“몸이 안 좋으면 계속 호텔에서 쉬어. 여긴 내가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고.”강루인은 이번에는 거절했다. 몇 시간 쉬었으니 이젠 괜찮아진 것 같았다.“괜찮아요.”그녀가 도착했을 때 이홍섭의 오늘 업무도 막 끝나려던 참이었다. 그녀를 본 이홍섭이 말했다.“나 꼰대 아니야.”강루인은 멈칫했다가 이내 뜻을 알아차리고 웃으며 말했다.“걱정해주셔서 감사해요. 이제 괜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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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화

주영도도 별로 민망해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손을 거두었다. 그의 시선이 강루인 쪽으로 향했다. 하지만 강루인은 그의 시선을 무시했다.다른 사람들이 이홍섭을 만나려 하자 강루인 일행도 자리를 떴다.멀어져가는 그들의 뒷모습을 보던 구아정이 말했다.“오빠, 언니가 뒤에서 뭐라 한 거 아니야? 이홍섭 교수 오빠한테 뭔가 불만이 있는 것 같아.”웨이터가 지나가자 주영도는 쟁반에서 술 한잔을 들어 천천히 흔들었다.“루인이 공과 사를 구분 못 하는 사람이 아니야.”그 말에 구아정의 눈빛이 번뜩이더니 이내 웃으며 말했다.“내가 괜한 걱정을 했나 봐. 나도 언니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해.”연회는 밤 열 시가 되어서야 끝났다.호텔.세 사람의 방이 멀지 않았고 각자 방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했다.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야 했기에 강루인은 자려고 욕실로 들어가 씻었다.씻고 나와 스킨로션을 바르고 있던 그때 초인종이 울렸다. 아무 생각 없이 문을 열었는데 주영도가 문 앞에 떡하니 서 있었다.강루인의 두 눈에 놀라움이 스쳤다.“영도 씨가 여기엔 어떻게...”“왜? 네 선배이길 바랐던 거야?”주영도는 그녀의 어깨를 밀면서 안으로 들어섰다.강루인이 문을 닫고 뒤를 따랐다.“내 방엔 무슨 일로 왔어?”주영도가 귀띔했다.“우리 부부야.”‘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네? 창피하지도 않나?’주영도가 발걸음을 멈추고 돌아섰다.“만항시에 온다고 왜 나한테 말 안 했어?”강루인이 답했다.“집에 안 들어왔잖아.”주영도가 되물었다.“내 전화번호 몰라?”전에 출장 갈 때면 어디로 가는지, 며칠 가는지 자세하게 알려주곤 했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남편의 관심이 아니라 상사가 부하 직원에게 하는 실수하지 말라는 당부뿐이었다.하지만 그것만으로도 강루인은 충분히 만족했다. 스스로를 합리화하며 이 모든 것을 주영도가 그녀에게 하는 당부라고 여겼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녀는 정말 가련하고도 비참했다.강루인이 화제를 돌렸다.“내 방에는 무슨 일로 왔냐고 묻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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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화

강루인은 구아정을 보면서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좋아하는 여자를 옆에 두고 왜 내 방으로 왔지? 두 여자한테 공평하게 하겠다는 거야, 뭐야?’강루인이 방 문을 열자 안에서 주영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왜 이렇게 오래 걸렸어?”바로 그 순간 허리에 수건을 감싼 주영도가 현관까지 나왔다. 그 모습을 본 구아정의 얼굴색이 확 변했다.강루인은 무표정한 얼굴로 캐리어를 주영도의 옆으로 밀어버리고는 더는 둘을 신경 쓰지 않고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주영도가 구아정을 보고 물었다.“네가 여긴 어쩐 일이야?”구아정의 두 눈에 억울함이 스치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내일 몇 시에 모이는지 물어보려고.”주영도가 답했다.“노 비서가 내일 아침에 알려줄 거야.”...그들이 서로 얼마나 아쉬워하는지 강루인은 보이지 않았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고 뒤에서 주영도의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이불이 들려지더니 주영도가 순식간에 그녀를 감쌌다. 뜨거운 손이 허리에 닿다가 잠옷 속으로 파고들었다. 낮고 끈적한 숨결이 귓가에 닿았고 그 의미는 명확했다.강루인은 아래로 향하는 주영도의 손을 막지 않았다. 그의 행동에 따라 숨결도 더욱 거칠어졌다.앞길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나타나자 그의 숨결이 갑자기 멈췄다. 주영도가 쉰 목소리로 물었다.“생리 벌써 왔어?”강루인은 그제야 주영도가 왜 이 방에 머무르려고 했는지 알았다. 아이를 가지기 위해서였다.구아정을 위해서라면 부지런하게 움직였고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강루인의 생리 날짜까지 정확하게 기억하는 주영도의 모습을 보자 강루인의 두 눈에 조롱이 스쳤다.“요즘 생리 주기가 불규칙해.”주영도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어떻게 된 거야? 전에는 매달 규칙적이었잖아.”유산 후 몸조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탓이었다.강루인이 담담하게 말했다.“전에는 그랬는데 지금은 규칙적이지 않아. 난들 뭐 어쩌겠어?”“병원에 가서 검사해 봐.”강루인이 대답했다.“몸에는 아무 문제 없으니까 검사할 필요 없어. 하루빨리 아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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