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없는데 존중이나 믿음이 있을 리가.“마음대로 생각해.”강루인은 바람 빠진 풍선처럼 반박할 힘도 없었다. 중요하지 않았고 그럴 필요도 느껴지지 않았다.구아정이 선샤인 빌리지에서 나가던 그때 물건을 가지러 집으로 온 강루인과 딱 마주쳤다. 강루인의 앞을 막아서더니 원망 가득한 눈빛으로 뚫어지게 노려봤다.강루인은 태연하기만 했다.“왜? 짐 싸는 걸 도와줄까?”구아정이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강루인, 너무 나대지 마!”‘나댄다고?’그녀는 자신이 승리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영도 오빠가 너랑 이혼하면 지금 네가 가진 모든 건 전부 내 것이 될 거야.”구아정이 강루인의 아랫배를 내려다봤다.“나중에 네 아이도 날 엄마라고 부를 거고.”강루인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구아정은 사람의 마음을 쥐고 흔드는 법을 잘 알았다.아이라는 단어는 그녀를 제대로 자극했다. 평온하던 얼굴에 격렬한 감정이 소용돌이쳤다.“난 당당하게 다시 이 집으로 돌아올 거야. 네가 빼앗은 모든 걸 전부 토해내게 할 거라고!”그러고는 강루인을 밀쳐버렸다. 그녀는 아무 물건도 가져가지 않았다. 이런 방식으로 비록 이곳을 떠나지만 여전히 그녀의 자리가 있다는 걸 강루인에게 알리는 듯했다.진경자가 혼이 나간 듯 창백한 얼굴의 강루인을 보면서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사모님, 괜찮으세요?”강루인은 정신을 차리고 억지로 웃었다.“괜찮아요.”진경자도 원래는 본가에서 김옥순을 돌봤었다. 주영도와 결혼한 후 집안 살림을 돕기 위해 이곳으로 왔다.지난 5년 동안 진경자와 강루인은 매우 화목하게 지냈다.강루인은 싹싹하고 다정하며 갑질하는 법을 몰랐다. 진경자도 까다로운 고용주들을 많이 봐왔다. 다른 고용주들은 일단 놔두고 김옥순의 몇몇 며느리들과만 비교해도 강루인은 그야말로 천사였다.선을 넘는 표현일지도 모르겠지만 강루인이 너무 착해서 때로는 친딸처럼 챙겨주곤 했다.최근 일어난 일들을 모두 지켜본 진경자가 강루인을 설득했다.“사모님, 빨리 아이부터 가지시는 게 좋을 것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