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루인이 눈을 떴을 때 입안이 다 말라붙었고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드디어 깼구나.”눈앞에 들어온 건 차성열의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 강루인이 눈을 깜빡이며 몇 초간 멍하니 있었다.“선배가 날 구해줬어요?”차성열이 대답했다.“내가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조금만 더 늦었더라면 너 죽을 뻔했어.”그 말에 그녀의 얼굴에 남은 마지막 핏기마저 다 사라졌다.그래도 한 줄기 희망을 품고 있었는데 결국 실망만 안겨줬다. 눈을 감기 전 환상으로 그려냈던 그 사람은 주영도가 아니었다.강루인이 쉰 목소리로 말했다.“살려줘서 고마워요, 선배.”차성열이 물었다.“몸은 좀 어때?”강루인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머리가 아파요.”“머리를 다쳐서 몇 바늘 꿰맸어.”문득 머리를 때렸던 유리병이 떠올랐다. 혼란스러운 상황이라 누군가 일부러 그런 것인지, 아니면 사고였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하지만 화재 자체는 사고였다.어느 집 아이인지 불장난하다가 실수로 집에 불이 달렸는데 겁이 나서 어른들에게 말도 못 하고 방 문까지 닫아버린 채 도망친 바람에 방이 잿더미로 되고 말았다.깨어난 후 강루인은 병원에 머물지 않았다.차성열이 퇴원 절차를 마무리해줬고 강루인을 부축하여 병원을 나섰다.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는 말이 강루인과 구아정을 두고 하는 말인 듯했다.병원이 화재가 난 호텔과 가까워 부상자들 모두 이곳에서 치료를 받고 있었다.주영도는 구아정을 앞으로 안고 있었고 그들 넷은 예상치 못하게 마주치고 말았다.멀쩡하지만 주영도의 걱정을 한몸에 받는 구아정을 보자 강루인은 심장이 조여드는 것처럼 숨이 막혔다.강루인을 본 순간 주영도의 눈에 놀라움이 스쳤다.“너 왜 그래?”그의 표정을 모두 읽은 그녀는 비웃을 기력조차 없었다. 정말 몰랐던 걸까, 아니면 모르는 척하는 걸까?시선을 거두고 나지막하게 말했다.“가요, 선배.”차성열이 그녀를 부축한 채 계속 밖으로 걸어 나갔다. 그런데 몇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는데 주영도가 막아서며 손목을 낚아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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