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남편의 결혼을 지지해요: Chapter 11 - Chapter 20

100 Chapters

제11화

서현주는 연지훈이 편들어주길 바라지도 않았다.하지만 이렇게 망설임 없이 연채린을 옹호해주니 마음이 싸늘해질 따름이었다.연지훈의 냉담한 시선이 서현주에게 닿았다.‘그래, 아마 내 요구를 들어주지 않겠지.’문득 이 남자가 실눈을 뜨고 나직이 말했다.“CCTV 확인해봐 그럼.”연채린은 거의 비명에 가까운 목소리로 외쳤다.“안 돼요!”서현주가 코웃음을 쳤다.“왜 안 돼? 뭘 그렇게 불안해하는 거야?”연채린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부정했다.“그런 거 아니야.”연지훈이 힐끗 쳐다보자 연채린은 순식간에 입을 다물었다.그는 더 이상 아무 말 없이 교장에게 눈짓을 보냈다. 이어서 소파에 앉아 다리를 꼬고 무릎 위에 손을 모았다.유이영이 다가와 그의 옆에 섰다. 그녀는 고개를 숙여 하얗고 깨끗한 목덜미를 드러내며 애틋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연지훈은 고개를 살짝 돌려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앉아.”유이영은 가볍게 웃더니 연지훈의 팔에 기대며 바짝 붙어 앉았다.잠시 후, 교장이 사람을 불러서 CCTV 영상을 틀었다. 영상에는 연채린과 따까리들이 서현주의 책상 앞에서 난동을 부리는 모습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진실이 밝혀지자 교장실 안팎은 침묵에 잠겼다. 연채린은 험상궂은 표정으로 변한 채 입술을 깨물며 서현주를 노려보았다.한편 서현주는 연지훈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그래서 아직도 제가 사과해야 하나요?”연지훈은 침묵했다. 그는 깊은 생각에 잠긴 눈으로 연채린을 바라보았다.“연채린, 사과해.”연채린은 이를 악물었다.“싫어요!”이때 서현주도 단호하게 거절했다.“나도 필요 없어. 얘 사과 따윈 필요 없어요.”연지훈은 그녀를 바라보다가 눈썹을 살짝 치켰다.한편 서현주는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엄진경은 어쩔 줄 몰라 제자리에 서 있다가 어두운 표정의 연지훈에게 다가가서 히죽 웃고는 딸아이를 따라 나갔다.서현주가 태연하게 인파를 헤치고 나갈 때 엄진경이 뒤따라와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현주야, 채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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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연지훈이 선뜻 초대한 게 아니라 그녀가 끈질기게 따라다니며 연씨 저택이 학교와 거리가 너무 멀다고 핑계를 둘러댔었다.이제 서현주는 두 번 다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그녀는 단호하게 거절했다.“아니요, 괜찮아요. 연씨 저택으로 돌아갈게요.”임지안의 눈에 놀라움이 스쳤다.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뒷좌석의 남자에게 물었다.“대표님.”서현주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연지훈이 데리러 오다니?곧이어 이 남자가 차 문을 열고 안에서 내려왔다. 완벽한 슈트핏을 자랑하며 인파들 속에서 단연 돋보이는 존재 연지훈.“내가 강제로 묶어올까 아니면 너 스스로 올래?”평소처럼 강압적이고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태도였다.서현주는 저항하고 싶었지만 그의 말을 거역할 수 없다는 걸 너무 잘 안다.연지훈이 언제나 그렇듯 거만한 태도로 그녀의 거절을 용납하지 않을 테니까.뒷좌석에 앉은 그녀는 책가방을 꽉 끌어안았다. 오전 같은 일이 더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면서.롤스로이스가 도로를 질주했다. 처음에는 두 사람 모두 침묵하다가 연씨 저택으로 가는 방향이 아닌 걸 알고 나서야 서현주가 발끈했다.그녀는 미간을 찌푸리고 정색하며 말했다.“나 거기 안 가요. 연씨 저택으로 보내주세요.”탁하는 소리와 함께 연지훈이 손에 들고 있던 서류철을 덮었다.그는 마디가 선명한 손으로 안경을 벗으며 나직이 물었다.“왜 또 투정이야?”서현주는 그의 말을 듣는 척도 안 했다.“나 내려줘요. 혼자 돌아갈 거예요.”“얘 보여줘.”연지훈의 명령과 함께 조수석에 앉아 있던 임지안이 몸을 돌려 그녀에게 서류를 건넸다.“현주 씨, 여기 조사 결과입니다. 한번 보시죠.”그녀는 경계심 어린 눈길로 연지훈을 힐끗 보다가 서류를 받아 들었다.차 안은 조용했고 오직 그녀가 서류를 넘기는 소리만 들렸다.서류를 다 읽은 후, 서현주는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이에 임지안이 조심스럽게 백미러를 통해 연지훈의 눈치를 살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현주 씨, 약물 투여에 관해서 저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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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서현주는 연지훈과 약물 투여 사건으로 옥신각신하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결말은 변함없을 테니까.연지훈은 유이영의 가장 강력한 보호막이 되어줄 것이 분명했다.서현주는 차창 밖으로 고개를 돌렸다.“지훈 씨 집에 안 가요. 내려주거나 연씨 저택으로 데려다줘요.”잠시 후, 연지훈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터뜨렸다.“많이 컸다, 서현주.”서현주가 그를 돌아보며 차분한 얼굴로 물었다.“그래서 지훈 씨 선택은 뭔데요?”연지훈은 서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응시했다. 꼭 마치 어둠 속에 숨어 있는 맹수처럼...이윽고 그가 입꼬리를 씩 올렸다.“울고불고하면서 우리 집에 살겠다고 할 땐 언제고 이제 와서 돌아가시겠다? 현주야, 뭐든 네 뜻대로 되진 않아. 내 앞에서 넌 선택권 따위 없어.”서현주는 이를 악물고 그를 노려보았다.결국 그녀는 연지훈의 집으로 끌려갔다.아파트 문 앞에 서서 그녀는 온몸으로 거부감을 표현했다.이곳은 연지훈이 유이영과 사귀던 시절, 일찌감치 사들인 신혼집이었다.즉 다시 말해 둘만의 사랑의 둥지였다.전생에 서현주와 연하나는 이곳에 갇혀서 연지훈과 유이영, 그리고 그들의 아들까지 함께 여행 가는 영상과 사진을 끊임없이 봐야 했다.연지훈은 그녀를 현실을 받아들이도록 강요했다.그땐 유이영도 가끔 이곳에 머물렀다.그녀가 올 때마다 서현주와 연하나는 빛도 없고 아무런 시설도 없는 작은 방에 갇혀 있었다.너무나 조용해서 유이영과 연지훈, 그리고 그들 아들의 웃음소리까지 들릴 정도였다.연하나가 몸을 잔뜩 움츠린 채 그녀의 품에 안겨 목이 쉬도록 울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했다.나중에 연지훈은 이 신혼집을 폐기했다.그리고 유이영을 위해 새로운 저택을 구매했다.연지훈이 말했다.“이영이는 더 좋은 신혼집을 누릴 자격이 있어. 이곳은 더 이상 이영이한테 어울리지 않아.”그 후, 이 아파트는 서현주를 감금시킨 감옥이 되었다.문 앞에 선 그녀는 맨 끝에 있는 작은 방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한때 그곳에서 상당한 시간을 보냈던 그녀...가장 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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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바로 그때, 연지훈이 라면 한 사발을 들고 주방에서 나왔고 식탁 위에는 이미 또 한 그릇이 놓여 있었다.라면 두 그릇이라... 둘이 먹기엔 충분했다.유이영은 자연스럽게 신발장에서 실내화를 꺼내 신고 연지훈 앞으로 다가갔다. 그녀는 자상하게 연지훈의 앞치마를 벗겨주며 그의 손에서 라면을 받아 식탁에 내려놓았다.“내가 좋아하는 라면이네요. 지훈 씨가 끓여주는 게 원래 더 맛있는 법이죠.”서현주는 깨달았다. 연지훈이 라면을 끓이겠다고만 했지 그녀를 위해 끓여준다는 뜻은 아니었다.여기, 진짜 주인이 나타났다.서현주 혼자 김칫국을 마신 꼴이 되었다.말을 마친 유이영이 국물을 한 모금 마시고는 천천히 미소를 지었다.“너무 맛있네요.”연지훈이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그녀가 난감한 듯 입을 가렸다.“어머, 내 정신 좀 봐. 현주 씨 아직 저녁 안 드셨죠?”그녀는 몹시 난처한 표정으로 라면 두 그릇을 번갈아 봤다.“여긴 나랑 지훈 씨 라면밖에 없는데 어떡하죠?”서현주는 그녀의 연기를 냉정하게 바라보았다. 이제 막 입을 열려던 순간, 연지훈이 덥석 가로챘다.“현주는 내가 알아서 보낼게.”전생과 똑같이 연지훈은 망설임 없이 유이영을 선택했다.서현주는 유이영의 입꼬리가 씩 올라가는 걸 똑똑히 지켜보고 있었다. 이때 유이영이 또다시 걱정스러운 척하며 말했다.“이렇게 늦은 시각에 위험하지 않을까요?”연지훈의 목소리에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응, 안 위험해.”유이영은 마침내 활짝 웃었다.“현주 씨, 그럼 번거롭게 됐네요. 난 오늘 여기서 밤을 지새울 거라 바래다주지 못할 것 같아요.”말하는 사이 연지훈이 서현주를 쳐다봤다.그녀는 줄곧 덤덤한 표정이었다. 일말의 거부감도, 슬픔도 없이 차분하게 두 남녀의 결정을 받아들였다.이에 연지훈은 미간을 살짝 구겼다가 금세 인상을 폈다.서현주와 유이영 사이에서 그는 자신이 어떻게 선택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서현주도 진작 예상했다.전생이나 현생이나 연지훈에게 있어서 그녀와 유이영은 선택의 문제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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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엄진경은 순간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뭐? 이사를 가? 대체 왜?”연동욱은 흥미롭다는 듯 눈썹을 치켰다.“지훈이네서 잘 지내고 있었는데 왜 갑자기 이사를 하고 싶다는 거야?”서현주는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할아버지, 그게 실은 집에서 학교까지 너무 멀고 제가 또 괜히 지훈 오빠랑 이영 씨 사이에서 민폐가 될까 봐 학교 근처에 방 구해서 살고 싶어요. 그래도 될까요, 할아버지?”서현주는 50%의 확률로 연동욱이 자신의 요구를 들어줄 것이라고 확신했다.그녀와 유이영 사이에서 연지훈뿐만 아니라 연동욱도 늘 유이영을 편애했으니까.그렇지 않고서야 이곳 연씨 저택에 유이영을 머물게 할 리가 없었다.처음부터 연동욱은 유이영을 며느릿감으로 매우 마음에 들어 했다.심지어 전생에는 서현주에게 임신 한 번 했다고 연씨 가문을 넘볼 생각 따위 하지 말라고 경고했었다.예상대로 연동욱이 말했다.“네가 알아서 결정해.”서현주는 마침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식사를 마친 뒤, 엄진경이 기세등등하게 그녀를 찾아왔다.“이사할 생각 꿈도 꾸지 마.”서현주는 고개를 숙이고 책가방을 정리했다.“지훈 씨가 나보고 나가라고 했어요. 여기서 더 머물 자격 없다고요. 게다가 연채린이 병원에서 돌아오면 우리가 편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아요?”엄진경은 미간을 찌푸렸다.“그럼 채린이랑 잘 이야기해보고 지훈이한테도 제대로 사과하면 되잖아.”“뭐라고요?”서현주가 반문하며 차갑게 웃었다.“그게 제가 여기 있을 수 없는 이유예요. 모두가 연채린이 잘못했다는 걸 알면서도 나한테만 사과하라고 하잖아요.”그녀는 가방 안을 뒤적이더니 별안간 눈동자가 움찔거렸다.옥고리를 분명 가방에 잘 싸두었는데 왜 사라진 걸까?한편 엄진경은 서현주의 태도가 매우 불만스러웠다. 그녀는 손을 뻗어 서현주의 어깨를 잡아끌었다.“내 말 똑바로 듣고 있어? 걔네들한테 잘 이야기하면 되잖아. 왜 이렇게 고집을 부려? 이사하는 거, 절대 허락 못 해!”“이사라니요?”연지훈의 목소리가 갑자기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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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순간 연승재의 얼굴이 굳어졌다.“너 지금 뭐라고 했냐?”서현주는 더 이상 그들과 얽히고 싶지 않아 몸을 돌렸다.“늦었어요. 이제 잘래요.”그녀는 엄진경까지 밀어내며 문을 닫았다. 문이 닫히는 순간, 연승재의 목소리가 들렸다...“형, 이영 누나가 계속 기다리고 있어요. 얼른 누나한테 가봐요. 서현주 쟤 방해하지 못하게 내가 지킬게요.”연지훈이 대답했다.“그래, 알았어.”침대에 누운 서현주는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은행 계좌 잔액을 확인했다.아버지의 유산과 연씨 가문에서 그동안 생활비로 보내준 돈, 비록 많지는 않지만 몇 년 동안 공부하고 방 하나 구하기엔 충분했다.서현주는 실행력이 강한 사람이었다. 그녀는 즉시 집 구하는 앱을 검색했고 잠들기 전 부동산에 연락해 내일 하교 후 집을 직접 보러 가겠다고 약속했다.개학 이틀째, 서현주의 하루는 평온했다. 아마도 연채린이 아직 병원에 입원 중이어서 몇몇 따까리들도 감히 서현주에게 도발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듯싶었다.다만 하교 시간에 따까리 중 한 명이 갑자기 그녀의 어깨를 툭 치고 음흉한 목소리로 말했다.“서현주, 너무 잘난 척하지 마.”서현주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늘 집을 두 곳이나 더 보러 가야 하니까.고3은 밤 10시까지 야간 자율 학습을 해야 한다. 서현주가 학교를 나섰을 때는 이미 밤이 깊었다.그녀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학교를 나섰다. 한길 내내 아무런 이상도 없었지만 좁은 골목길로 접어드는 순간, 뒤에서 성급한 발소리가 들려왔다.서현주는 불길한 예감이 들어서 재빨리 도망쳤다. 이윽고 뒤따르던 사람들이 더는 숨지 않고 대놓고 소리쳤다.“당장 쫓아가.”“저년이 생각보다 빨리 뛰네.”찰싹.별안간 누군가가 서현주에게 귀싸대기를 날렸다. 순간 그녀는 귀가 다 멍해졌다.서현주는 두 손으로 옷깃을 꽉 움켜쥐었다. 여러 손이 자신의 몸을 더듬으며 돌파구를 찾으려는 듯했다.“이 년, 진짜 어리네. 아직 남자랑 안 해봤나 봐?”“오늘 한번 짜릿하게 해줄게.”서현주는 온몸이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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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뒤에서 소란스럽던 남자들의 움직임이 갑자기 멈췄다.서현주가 고개를 들자 병원에 있어야 할 연채린이 웃으며 그녀 앞에 서 있었다. 그녀는 손에 든 휴대폰을 흔들어 보였다.“우리 오빠 찾았구나. 아쉬워서 어떡하지? 오빠는 널 상대할 시간 없는데. 이영 언니랑 불꽃놀이 보러 갔거든.”연채린의 휴대폰 화면에는 연지훈과 유이영의 뒷모습이 찍힌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영상 속 연지훈은 유이영의 가녀린 어깨를 감싸 안았고 밤하늘에는 눈부신 불꽃이 터져 나왔다.같은 시각, 서현주의 머리 위에서도 화려한 불꽃으로 가득 찼다.불꽃이 쏟아져 내리는 순간, 그녀는 휴대폰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들었다.“지훈 씨, 고마워요. 정말 너무 좋아요.”연지훈의 목소리에는 서현주가 들어보지 못한 부드러움이 섞여 있었다.“그렇다면 다행이야.”“지훈 씨, 나 키스해도 돼요?”연지훈에게서 갑자기 잡음이 섞인 목소리가 들렸지만 ‘그래’라는 두 글자가 귓가에 선명히 닿았다.서현주는 몇 번이고 숨을 몰아쉬었다. 심장이 칼에 베인 듯 아팠다.“그럼 이 모든 걸 지훈 씨가 알고 있었단 거야?”연채린이 눈썹을 치켰다.“그러니까 네가 방금 전화했을 때 아무 말도 없었겠지. 오빠는 너더러 현실을 직시하라고 말해주는 거야.”현실을 직시하라.서현주는 눈을 감고 입가에 쓰라리면서도 냉소적인 미소가 걸렸다.‘그렇구나.’현실을 직시하기 전에 연지훈에게 조금이라도 희망을 품었던 자신을 생각하며 속이 울렁거렸다.연채린은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녀의 눈에는 흥분한 기색이 역력했다.“너희들 일 똑바로 해. 이건 대표님 뜻이니까 잘하면 보상은 톡톡히 해줄 거야.”남자들은 음탕한 웃음을 터뜨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다들 손을 비비더니 서현주의 다리를 확 잡아끌었다.이때 갑자기 상황이 바뀌었다. 서현주와 똑같은 교복을 입은 한 소년이 전기 충격기를 들고 뛰어오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그는 혼란스러운 동작으로 전기 충격기 휘두르면서 계속해서 외쳤다.“꺼져! 다들 비켜! 건드리지 말라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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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소년의 손가락이 그녀의 상처 부위에 닿았다. 서현주는 아픔에 신음하며 말했다.“좀 살살해.”소년의 귀가 더 붉어졌다. 그는 황급히 손을 떼려다 실수로 그녀의 다른 상처 부위를 누르고 말았다.서현주는 이를 악물고 숨을 들이켰다.“됐어. 내가 할게.”소년은 손을 떼려다가 또다시 그녀를 부축했다.“안 돼. 이런 일은 너 혼자 할 수 없잖아.”서현주는 그의 손길에 맡길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조심스럽게 찰과상을 처리했고 소년은 옆에서 찡그린 얼굴로 지켜보고 있었다.“약이라도 사 올까?”“아니, 내일 내가 알아서 살게.”다행히 모두 찰과상이라 피나지 않았고 잠시 휴식을 취했더니 훨씬 나아졌다.상처를 처리하고 나니 벌써 한 시간이나 지났다.소년의 귀는 이미 새빨갛게 물들었다.“그럼 난 먼저 갈게. 몸조리 잘해.”서현주는 침대 머리에 기대어 고개를 끄덕였다.“우리 같은 학교인 건 알겠는데 넌 이름이 뭐야? 내일 호텔비용 이체해줄게.”소년은 귀가 빨개진 채 당장이라도 이곳을 벗어나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박민우야. 그럼 먼저 갈게. 안녕.”소년이 떠난 후, 서현주는 몽롱한 상태로 잠들려다가 자신의 휴대폰 통화 기록을 확인했다.연지훈이 전화를 끊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혹시 몰라 확인했다.예상과는 달리 전화는 끊기지 않았다.그녀는 별 생각 없이 전화를 끊고는 바로 잠들었다.다음 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연지훈이 떡하니 침대 옆에 앉아 있었다.순간 그녀는 두 눈을 부릅떴다.“여기서 뭐 하는 거예요?”연지훈은 그녀를 무시하고 휴대폰 화면을 넘겼다.천천히 몸을 일으키다가 온몸의 상처 때문에 신음하며 눈살을 찌푸렸다.그 모습은 연지훈에게 오해의 소지를 충분히 불어넣어 줬다.그는 서늘한 눈빛으로 서현주를 올려다보았다.그러더니 갑자기 야유를 날리며 말했다.“대단하다, 서현주? 벌써 남자애랑 호텔 방까지 잡아?”서현주는 즉시 눈살을 찌푸렸다. 그녀가 미처 말하기도 전에 이 남자가 계속 이었다.“제법 격렬했나 봐?”그는 의미심장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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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연지훈은 그녀의 두 손을 꽉 잡고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그러고는 거칠게 그녀의 몸을 억눌렀다. 그의 숨결에는 차가운 전나무 향이 섞여 있었다.연지훈은 그녀의 말을 무시한 채 마치 영역을 찾는 들개처럼 고개를 숙이고는 높은 콧날로 그녀의 목덜미를 킁킁거렸다. 한 손으로 그녀의 옷자락을 들어 올리고 굳은살이 박인 손바닥으로 그녀의 허리를 쓰다듬었다.서현주는 온몸이 파르르 떨렸다.“나 건드리지 말아요.”자고로 남자는 욕망과 사랑을 분리할 수 있다고 하는데 예전의 서현주는 이 말을 믿지 않았다.전생에 연지훈이 절제 없이 그녀의 몸에 욕망을 풀 때 이런 게 바로 사랑이라고 생각했다.나중에야 깨달았다. 유이영의 왼손 약지에 끼워진 다이아몬드 반지가 사랑이었고, 둘의 성대한 결혼식이 사랑이었으며, 이 남자가 세상 모든 사람에게 보여준 오직 유이영만을 위한 편애가 사랑이었다는 것을.연지훈은 그녀의 말을 무시하고 되레 그녀의 목덜미를 세게 물었다.서현주의 동공이 떨렸다.“꺼져! 만지지 말라고!”연지훈은 그녀의 목덜미에서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짙은 눈동자와 굳게 닫힌 입술, 또다시 비정한 모습으로 돌아온 이 남자...“왜? 딴 남자랑 아무렇지 않게 같이 자면서 나랑은 안 된다는 거야?”서현주는 심호흡하고 그를 노려보았다.“그래요! 그럼 또 뭐 어쩔 건데요? 유이영 씨랑 다시 만난 마당에 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거냐고요? 내가 분명히 말했을 텐데. 우리 관계에 선을 그었다고...”불현듯 연지훈이 그녀에게서 몸을 일으키고 거만하게 내려다보았다. 그와 동시에 한 손으로 그녀의 두 뺨을 움켜쥐며 말을 막았다.서현주의 하얗고 고운 피부는 원래 예민한 편인데 연지훈이 꽉 잡고 있으니 금세 붉은 자국이 생겼다. 동그란 두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고 붉고 도톰한 입술은 연약한 미인의 모습을 방불케 했다.옷깃이 어깨 아래로 내려와 가늘고 앙상한 어깨를 훤히 드러냈다. 흰 피부 위의 멍 자국은 유난히 눈에 띄었고 묘하게 야릇한 느낌을 주었다.연지훈은 의미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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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어젯밤 그 소년, 박민우!하지만 서현주는 연씨 가문의 움직임이 이렇게 빠를 거라곤 예상치도 못했다.그녀가 학교에 도착했을 때, 박민우는 학교에 나오지 않았으며 이미 전학 절차를 밟고 있어 앞으로도 오지 않을 것이라는 소식을 들었다.경찰이 박민우의 가족에게 연락을 취하자 상대방은 말을 얼버무렸다.“딱히 별일 없어요. 그냥 전학 가는 거니까 더 이상 묻지 마세요. 민우는 아무것도 모르니까 더는 찾지 말아요.”전화가 갑자기 끊겼다.서현주는 제자리에 서서 멍하니 넋을 놓았다.박민우 역시 그녀와 마찬가지로 고3 학생이었다. 수능이 코앞인데 누가 이때 전학을 가겠는가. 모두가 안정적으로 입시 준비를 할 텐데...갑작스러운 전학, 그리고 박민우 가족의 이해할 수 없는 태도.이 모든 건 분명 연채린과 관련이 있을 테고 그렇다면 연씨 가문에서 개입했다는 것밖에 설명이 되지 않는다.서현주는 눈을 질끈 감고 얼굴이 창백해졌다.그녀는 자신이 연씨 가문에서 아무런 존재감이 없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이 집안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행동할 줄은 몰랐다.여경이 갑자기 그녀의 손을 잡았다.“현주 씨, 괜찮아요? 손이 왜 이렇게 떨려요?”서현주는 넋이 나간 채 고개를 저었다.“사람을 찾아야 해요. 좀 더 기다려주세요.”경찰서를 나선 그녀는 즉시 연지훈에게 전화를 걸었다.이토록 신속하게 문제를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연지훈뿐이었다.이 남자 말곤 아무도 없다.전화는 한참 동안 연결되지 않았다. 서현주가 거의 인내심을 잃을 무렵, 마침내 통화가 연결되었다.하지만 연지훈이 아닌 그의 수행비서 임지안이었다.“현주 씨, 대표님은 지금 회의 중이라 통화가 어려우시니 용건 있으시면 저한테 말씀하세요. 제가 대신 전해드리겠습니다.”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전화기 너머로 유이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지훈 씨, 나 들어가요.”서현주는 코웃음을 쳤다.“이게 바로 지훈 씨가 말한 회의였어요?”임지안은 잠시 침묵하다가 말을 이었다.“대표님께서 방해받고 싶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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