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남편의 결혼을 지지해요: Chapter 201 - Chapter 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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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1화

연지훈의 목소리는 사실 듣기 좋았다. 많은 친구가 그에게 성우가 되면 많은 팬이 생길 거라고 할 정도였다.하지만 김민준은 그 목소리를 듣고 짜증 나기만 했다.만약 연지훈이 서현주를 잘 정리했다면 유이영이 이런 억울함을 당하지도 않았을 것이다.아무튼 연지훈이 억울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그는 참지 못하고 연지훈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어떻게 해야 할지 아니까 굳이 저한테 가르칠 필요가 없을 것 같아요.”그는 유이영을 힐끔 보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지금 연 대표님 도움이 더 필요한 사람은 이영이에요. 이영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보세요. 저는 현주 씨 데리고 경찰서에 갈게요.”그러면서 경고하는 눈빛으로 연지훈을 바라보았다.“이영이를 잘 챙기는 게 좋을 거예요. 안 그러면 가만두지 않을 거니까.”연지훈이 대답했다.“네.”그는 연지훈과 대화를 마쳐서야 손에 잡고 있는 여자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다.서현주는 온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고, 머리조차 들지 못한 채 몸이 축 늘어져 있었다. 한 손으로 붙잡을 수도 없었다.김민준은 서현주가 또 무슨 속임수를 써서 자기 동정을 얻으려 한다고 생각했다.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현주 씨. 경찰서라는 말만 들으면 겁이 나는 거예요? 불쌍한 척할 필요 없어요. 어떻게든 경찰서에 데리고 갈 테니까.”김민준은 다시 참지 못하고 서현주의 팔을 잡아당겼다.“좀 가만히 서 있어요. 부축하고 싶지 않으니까.”그러면서 서현주의 손을 놓으려 했다.서현주는 그대로 검은 머리카락이 얼굴을 가린 채 움직이지도 못하고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두 남자는 동시에 미간을 찌푸렸다.김민준은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이를 악물며 말했다.“현주 씨, 불쌍한 척도 정도가 있어야죠. 이런 수작은 저한테 먹히지도 않는다고요.”하지만 서현주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김민준은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스쳐 지나가더니 더 큰 목소리로 말했다.“현주 씨, 제가 말했잖아요. 죽은 척 그만하라고.”서현주는 바닥에 쓰러져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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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2화

‘이번에 물에 빠진 것도 현주 씨가 이영이를 물속에 빠뜨린 거니까 자업자득인 셈이지. 그런 짓을 안 했으면 분명 누군가 구하러 갔을 거야. 다 자기가 지은 업보라고.’이렇게 생각하니 김민준은 마음이 훨씬 편안해지는 느낌이었다.그는 유이영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일단 다른 사람은 신경 쓰지 말고 내가 병원에 데려다줄게.”유이영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김민준은 고개 들어 연지훈을 바라보았다. 연지훈은 여전히 미간을 찌푸린 채 어두운 표정으로 서현주의 팔을 잡고 있었다. 시선은 창백한 얼굴의 서현주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무슨 감정인지 알 수 없었다.김민준은 다가가 연지훈의 손에서 서현주의 팔을 낚아채고는 귀찮다는 듯이 서현주를 부축했다.“이영이를 병원에 데려다주세요. 현주 씨는 제가 챙길게요.”연지훈은 고개 들어 어두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김민준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이영이 약혼자라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다른 여자랑 안전거리를 유지해야 한다고요.”연지훈은 그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발걸음을 옮겨 유이영이 있는 쪽으로 다가가 그녀를 의자에서 일으키고는 옆에 있던 외투를 그녀의 어깨에 걸쳐주었다.연지훈은 그제야 입을 열었다.“제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 아니까 참견하지 마세요.”김민준의 표정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서현주는 파르르 떨며 눈떴을 때, 눈 부신 불빛과 마주하게 되었다.너무나도 밝아서 눈을 제대로 뜰 수 없을 정도였다. 한참 적응해서야 눈을 뜰 수 있었다.“깨어나셨어요? 어디 불편한 데는 없어요?”서현주는 가까스로 옆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간호사를 바라보면서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저... 얼마나 잔 거예요?”“7, 8시간이요. 벌써 날이 밝았어요.”서현주는 마음속으로 숫자를 되뇌며 본선을 놓치지 않은 거에 안도했다.“간호사님, 혹시 물 좀 따라주실 수 있을까요? 목말라서요.”간호사는 살며시 웃으며 그녀에게 이불을 덮어주었다.“잠깐만요. 금방 돌아올게요.”몇 분 후, 간호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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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3화

마음 따뜻해진 간호사가 말했다.“고마워 할 필요가 없어요. 저희가 해야 할 일인데요, 뭐.”간호사가 나간 지 30초도 채 안 돼 밖에서 시끄러운 발소리가 들려왔다.차분하게 눈을 떠보니 남자 경찰 한 명과 여자 경찰 한 명이 연지훈과 김민준을 데리고 병실로 들어왔다.서현주는 두 남자의 표정을 유심히 살폈다.하룻밤 지나니 연지훈과 김민준의 표정은 어둡기 그지없었다.서현주는 겨우 몸을 일으켜 세우고 차분히 두 경찰을 바라보았다.“안녕하세요.”두 경찰은 분명 잠시 당황한 표정이었다.이 둘은 사실 출동 전에 이미 사건을 파악한 상태였다. 한 고등학교 여학생이 감정 문제로 자기가 좋아하는 남자의 여자친구를 수영장에 밀어 넣었다고 말이다.이들은 바로 이 사건을 조사하러 온 것이다.솔직히 처음 들었을 때 두 경찰은 신고한 사람들의 말을 듣고 서현주에게 나쁜 인상을 받지 않았다.그들은 도둑이 제 발 저려서 먼저 고자질하는 사람을 너무 많이 봤기에 지금 해야 할 일은 옳고 그름을 정확히 가려내고 진실을 밝혀내는 것이다.다만 출동만 해도 사람들이 당황하고 소란스러워져서 잘 진정시켜야 제대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특히 신고당하고 의심받는 범죄 용의자들을 더욱 혼란스러워했다.서현주가 바로 신고자가 말하는 범죄 용의자였다.예쁘고 순수해 보이는 그녀는 어린 나이임에도 눈빛이 매우 차갑고 자신감이 넘쳤다. 경찰을 보고도 전혀 겁먹은 기색 없이 오히려 인사까지 했다.여자 경찰은 멈칫하다가 웃으면서 당사자의 마음을 달래려는 듯 조용히 물었다.“몸은 괜찮으세요?”서현주가 대답했다.“괜찮아요. 물으실 게 있으면 빨리 물어보세요. 시간이 촉박해서요.”“무슨 일 있으세요?”“아주 중요한 대회에 참가해야 해서요.”여자 경찰이 멈칫하다가 말했다.“그래요?”이때 남자 경찰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신원부터 확인할게요. 서현주 씨 맞으시죠?”서현주는 고개를 끄덕였다.두 경찰이 도착하자 시끄럽던 병실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사람들은 묘한 표정으로 서현주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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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4화

서현주는 평온한 표정으로 눈도 한번 깜빡이지 않았다.그녀는 김민준이 삿대질하며 욕하는 것을 그저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이영이가 여기 없다고 마음대로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는 거예요? 정말 뻔뻔하긴. 그렇게 많은 사람이 현주 씨가 이영이를 수영장에 밀어 넣는 걸 봤는데 경찰 앞에서도 발뺌할 셈이에요?”여자 경찰은 미간을 찌푸리며 김민준 앞을 가로막으며 단호하게 말했다.“김민준 씨, 저희 지금 조사 중이니 조용히 해주시고 방해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김민준의 얼굴에는 분노가 가득했다.“저 사람 지금 거짓말하고 있어요. 함부로 믿으면 안 돼요.”남자 경찰도 얼굴이 어두워지고 말았다.“김민준 씨, 이분이 하신 말씀이 거짓인지 아닌지는 저희가 철저히 조사할 겁니다. 그러니까 진실이 밝혀지기 전까지는 함부로 말씀하지 말아주세요.”서현주는 연지훈의 심각한 표정과 김민준의 격노한 모습을 보며 살짝 웃음이 터졌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소로운 표정을 지을 뿐이다.김민준은 그녀의 표정에 다시 한번 격분하며 말했다.“서현주 씨.”이때 여자 경찰이 화가 나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김민준 씨, 만약 계속 병실에서 다른 환자들의 휴식을 방해하고 사건 수사에 방해가 된다면 공무집행방해로 경창서에 데려갈 거예요.”김민준은 이를 꽉 깨문 채 씩씩거렸다.수많은 사람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그는 결국 눈을 감고 뒤로 물러나 연지훈 옆에 섰다. 더 이상 말하지 않았지만 그의 얼굴은 어둡기 그지없었다.여자 경찰은 그를 몇 초간 관찰하다가 더 이상 방해하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의자에 앉았다.“서현주 씨, 계속 말씀하세요.”서현주는 두 손을 배 위에 얹고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첫째. 저는 조사에 성실히 임할 거예요. 사건이 발생한 수영장은 이 도시에서 가장 크고 화려하며 서비스도 좋은 6성급 호텔이죠. 수영장에는 사각지대가 없는 360도 CCTV가 있으니 아무 때나 조사해보셔도 괜찮을 거예요. 둘째. 방금 김민준 씨가 말한 것에 대해서는...”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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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5화

김민준은 여전히 계속 중얼거렸다.“이영이 아이가 아무 문제 없다는 것에 감사해야 할 거예요. 만약에 이영이랑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었다면...”서현주의 태도에 폭발할 지경인 김민준은 제자리에서 서현주를 한참동안 노려보며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서현주는 이제 막 회복한 상태라 두 남자를 상대할 힘이 없었고, 김민준이 입을 다물자 오히려 편안했다.김민준이 물러나자 연지훈이 나섰다.이불을 사이에 두고 연지훈의 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서현주, 왜 여전히 말썽만 부리는 거야.”김민준이 아무리 말해도 서현주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아마도 전생의 기억 때문일지도 있었지만 연지훈이 말하자 가슴이 떨렸다.서현주는 이불 속에 웅크린 채 눈을 꼭 감았다.연지훈이 말했다.“네가 지금 경찰서에 잡혀가지 않고 병원에 있을 수 있는 건 네가 의식불명 상태이기 때문이야. 네 몸에 아무 이상이 없었다면 벌써 내가 너를 경찰서로 데려갔을 거야.”비수가 날아와 심장에 꽂힌 듯한 서현주는 눈을 파르르 떨다가 갑자기 번떡 떴다.그녀는 계속 물러섰지만 얻은 결과는 그녀가 원했던 것이 아니었다.서현주는 이불을 걷어내리고 누렇게 변한 협탁을 바라보며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경찰도 아직 결론을 내리지 않았는데 두 분은 벌써 저를 범죄자로 몰아붙이고 있네요. CCTV를 확인해서 제가 유죄로 판정되면 뭐라고 해도 문제가 없지만 지금 저는 죄가 없는 사람이에요.”서현주는 또 무언가 더 말하려다가 다시 입을 다물었다.뒤에 있는 두 남자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몰랐다.그녀는 뭔가 결심을 내린 듯 다시 눈을 뜨면서 말했다.“지훈 오빠.”낮고 부드러운 말투에는 소녀 특유의 순수함과 순진함, 그리고 친밀함이 담겨 있었다.김민준의 눈빛은 순간 흔들렸다.만약 서현주와 연지훈의 관계가 처음부터 냉랭하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면 분명 두 사람이 친밀한 사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오빠’라는 호칭도 자연스럽게 부를 정도로 이미 여러 번 불러본 듯했기 때문이다.그는 복잡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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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6화

연지훈은 어두운 눈빛으로 그녀를 몇 초간 바라보다가 이내 뒤돌아 병실에서 나갔다.눈살을 찌푸리고 있는 김민준은 왠지 모르게 망설이고 있는 듯했다. 연지훈이 떠나려 하자 그도 뒤따랐다.김민준은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더니 경고하는 눈빛으로 서현주를 바라보았다.“아, 맞다. 만약 조사 결과가 현주 씨 잘못으로 나온다면 이영이에게 진심으로 사과해야 할 거예요.”서현주는 두려움 없는 눈빛으로 김민준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그건 당연한 일이죠.”그러고서 다시 이불 속에 누우면서 말했다.“나가주세요.”연지훈과 김민준이 떠나서도 병실 안은 여전히 쥐 죽은 듯 조용했다.서현주는 눈을 감고 있어도 많은 사람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몇 분간의 정적 후에야 병실 안에 다시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아마도 분위기 때문인지 그들의 목소리는 처음처럼 크지 않았다.서현주는 그들이 자신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아닌지는 몰랐지만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그녀는 결국 눈을 뜨고 다시 몸을 일으켰다.그녀의 이런 작은 움직임에도 병실 안의 분위기가 다시 조용해졌다.한참 후에야 서현주는 그것을 깨닫고 고개 들어 병실 안에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말했다.“저는 신경 쓰지 말고 여러분 하던 대로 하세요.”그녀가 이렇게까지 말했지만 사람들은 서로를 바라볼 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아무 말 없이 심지어 하던 행동까지 멈췄다.서현주는 이건걸 신경 쓸 기분이 아니었다. 그녀는 머리가 뒤죽박죽이라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그때 병실 안에서 중년 여성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제일고 학생이야?”천천히 고개를 들었더니 한 중년 여성이 옆 병상 옆에 서서 사과를 깎는 모습이 보였다.중년 여성의 유심히 서현주를 살펴보고 있었다.“네.”중년 여성은 눈빛이 갑자기 반짝이더니 계속해서 말했다.“혹시 친구 중에 외할머니가 성동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나?”서현주는 이번에는 바로 대답하지 않고 차분히 그녀를 바라보면서 물었다.“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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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7화

서현주는 잠깐 눈빛이 흔들리더니 곧 고개를 숙였다.“정말이에요?”중년 여성은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아줌마가 너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효심도 깊고 아주 착하잖아. 친구 할머니를 위해 그렇게 부끄러운 일도 해내는 아이.”서현주가 몸 둘 바를 모를 때 중년 여성이 계속해서 말했다.“넌 정말 괜찮은 사람이니까 그 두 남자가 무슨 말을 하든 신경 쓰지 마.”서현주는 눈을 파르르 떨면서 고개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중년 여성의 얼굴에는 이미 깊은 주름이 많았고, 입은 옷도 매우 평범했다. 간단히 묶은 머리를 보면 분명 삶에 여러 번 시달린 사람으로 보였지만 눈빛은 여전히 맑았다.“아줌마가 말해주는데 저런 양복 입은 사람들이 제일 나빠. 마음속에 온통 음흉한 생각뿐이니까 절대 저런 사람들한테 당하면 안 돼. 어차피 아줌마는 네가 법을 어기는 일은 하지 않았을 거라고 믿으니까 힘내야 해.”서현주는 그녀를 한참 바라보다가 이내 진심 어린 미소를 지었다.“네. 알았어요. 고마워요.”중년 여성이 또 말했다.“만약 저 두 남자가 또 너를 괴롭히면 아줌마한테 말해. 저런 사람을 대하는 방법을 너무 잘 알아.”그녀의 옆에 있던 중년 남자가 손으로 툭툭 치면서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무슨 소리 하는 거야. 그러다 나쁜걸 가르쳐주겠어.”중년 여성이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내 말 틀렸어?”중년 남성은 결국 손을 들며 항복했다.“알았어. 당신 말이 맞아. 내가 잘못했어.”이 모습을 보고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 웃음을 터뜨리면서 분위기가 한층 더 화기애애해졌다.서현주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어났다.거의 반 시간쯤 지났을 때, 병실 문이 다시 열렸다.서현주는 일단 미간을 찌푸리다가 상대를 확인하고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이번에 찾아온 사람은 연지훈과 김민준이 아니라 장미연을 포함한 루체 피아노 콩쿠르 심사위원들이었다.서현주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면서 인사했다.“선생님.”장미연은 심각한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리며 그녀의 어깨를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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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8화

서현주는 남들의 냉대와 헛소문은 두렵지 않았다. 다만 이 혼란스러운 일로 인해 루체 피아노 콩쿠르에 참가하지 못할까 봐 걱정했다.장미연은 미간을 찌푸린 채 장난기 하나 없이 그녀를 오래도록 바라보았다.시간이 흐르면서 서현주의 마음도 점점 졸여오기 시작했다.잠시 후, 그녀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선생님, 제 요구는 그렇게 높지 않아요. 저는 그저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싶을 뿐이에요. 조사가 끝난 후에 판단해주시기를 바랄게요.”장미연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현주 씨도 알다시피 제가 이영 씨를 좋게 보고 있다고 해도 이영 씨의 몇 마디 말만으로 현주 씨 죄를 단정 지을 수 없어요. 그렇다고 해서 현주 씨 말만으로 현주 씨를 향한 의심을 완전히 거둘 수 없는 거예요.”서현주는 서서히 고개를 들면서 말했다.“선생님, 그거면 충분해요.”장미연은 그녀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이영 씨 몸에 이제 큰 이상이 없으니 현주 씨도 건강 잘 챙겨요. 내일 본선이 있는데 건강 때문에 지체하면 안 되잖아요.”서현주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인터넷에 떠도는 말들도 신경 쓰지 마요. 저는 현주 씨 성적에 뒷거래는 없다는 걸 알고 있으니 주최 측은 저한테 맡기세요. 제가 처리해줄게요.”서현주는 당장 이 일에 손댈 여유가 없어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장미연을 비롯한 심사위원들이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서현주는 수영장에서 김민준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현주 씨, 저도 궁금하네요. 제가 현주 씨를 건드리면 루체 주최 측에서 과연 현주 씨 편을 들어줄지.”김민준은 루체 피아노 콩쿠르 투자자 중의 한 명이었다. 서현주는 김민준의 손길이 어디까지 미칠지, 그리고 연지훈의 손길까지 더해져 대회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을지 몰랐다.만약 두 사람이 이 일 때문에 대회에 개입하기로 한다면...서현주는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침대에 한 시간 내내 누워있었는데 이제는 더 이상 누워있기 싫어 슬리퍼를 신고 밖에 나가 숨돌리고 싶었다.그녀는 병원 안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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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9화

연지훈은 말없이 다가와 그녀가 반쯤 벗은 목도리를 다시 목에 감겨주고는 무릎 위에 있던 담요도 잘 덮어주었다.그러고서 허리를 펴면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알았어. 들어가자.”유이영은 뿌듯하기만 했다.서현주는 연지훈이 왜 갔다가 다시 왔는지, 왜 또 그렇게 쉽게 자기 위치를 찾아냈는지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었다.이때 한 할머니가 그녀의 앞을 가로막더니 자기 손에 쥐고 있던 여러 개의 부적 중에 하나를 말없이 그녀에게 건넸다.서현주는 미간을 찌푸리며 거절하려 했다.“괜찮아요. 저는 필요 없어요.”할머니는 배시시 웃으면서 빠르게 말했다.“이거 정말 좋은 물건이야. 환자한테 선물하면 병이 빨리 나을 거야. 아가씨도 사면 병이 빨리 나을 거라고. 이미 많은 사람이 사 갔어. 정말 효과 있는 거니까 아가씨도 하나 사서 써봐. 겨우 2만 원이야. 별로 비싸지도 않아. 얼굴이 너무 창백한 게 딱 봐도 아파 보이는데 일단 하나 사가. 효과 없으면 다시 환불해줄게.”서현주는 바보가 아니라서 이른바 병을 고친다는 부적에 속지 않았다.그녀는 아예 뒤로 몇 결음 물러나 할머니와 안전거리를 유지하려 했다.“괜찮아요. 필요 없어요.”할머니는 서현주의 손에 부적을 쑤셔 넣으며 말했다.“정말 좋은 거니까 하나만 사 가봐. 효과 없으면 환불해주겠다니까?”서현주는 순간 미간을 찌푸렸다.“필요 없다니까요?”“나한테 한번 보여줘 봐.”연지훈의 중저음 목소리가 갑자기 뒤에서 들려왔다. 목소리가 너무 가까워서 마치 연지훈이 옆에 딱 붙어 있는 것 같았다. 그는 할머니가 서현주의 손에 쥐여준 부적을 빼앗아 왔다.서현주는 순간 더 심하게 미간을 찌푸리며 연지훈과 안전거리를 유지했다.할머니는 이미 목표를 바꿔 연지훈에게 달라붙기 시작했다. 아예 연지훈의 팔을 잡고 방금 서현주에게 했던 말을 똑같이 반복했다.연지훈은 진지하게 부적을 살펴보면서 할머니의 말도 주의 깊게 듣고 있었다.할머니는 그런 그의 모습에 활짝 웃으며 말했다.“총각. 이 부적 비싸지도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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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0화

이 익숙한 말투...서현주의 얼굴에 미소가 점차 사라지면서 결국 고개를 돌렸다.연지훈 다시 손에 있던 부적을 할머니의 손에 쥐여주면서 말했다.“저는 살 생각 없으니까 다시 가져가세요.”할머니는 두 손을 감싸 쥐고 경계심 가득한 눈빛으로 연지훈을 바라보았다.“손에 넣은 부적 효과를 이미 봤으니까 다른 사람한테 줘도 소용없어. 반드시 사가야 해.”연지훈은 별로 개의치 않는 듯 말했다.“그럼 그냥 버리시든가요.”연지훈은 정말로 부적을 버리려고 시늉했다.할머니는 깜짝 놀라면서 연지훈의 손에서 부적을 낚아챘다.“뭐 하는 거야. 이리 내놔.”연지훈은 바로 손을 거두었다.서현주는 연지훈을 속이지 못해서 입술을 삐죽이며 말없이 시선을 돌렸다.할머니는 속상한 듯 구겨진 부적을 다시 펼치면서 화가 난 눈빛으로 연지훈을 쏘아보았다.“생긴 건 멀쩡해서 사람이 어떻게 그래. 안 사면 안 샀지. 왜 버리겠다고 하는 거야. 소질도 없긴.”서현주도 이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고 싶었다.‘맞아요. 맞아요. 계속 욕해주세요.”할머니는 화가 나서 씩씩거리면서 말했다.“좋은 물건을 놓친 줄 알아. 이 부적은 자기가 써도 되고 다른 사람한테 선물해도 되는 부적이야. 진심으로 사거나 진심으로 선물하면 그 효과가 배가 되어 이 부적을 받은 사람도 곧 완쾌할 수 있다고. 이 좋은 물건을 알아보지도 못하는 사람한테 괜히 말했어.”서현주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고개 숙여 피식 웃었다.그런데 연지훈이 갑자기 묻는 것이다.“효과가 배로 된다고요?”할머니는 눈빛이 반짝거리기 시작했다.“그래. 특히 가장 사랑하는 사람한테 선물하면 효과가 두 배뿐이 아니라니까? 3일도 안 돼서 바로 완쾌할 수 있을 거야.”연지훈이 오랫동안 침묵을 지키자 서현주는 의심 어린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연지훈의 눈빛은 차가웠으며 얇은 입술을 굳게 다문 채 조용히 부적을 바라보았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할머니는 상황이 바뀌자 다시 웃으면서 다가갔다.“총각. 내가 한 말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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