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남편의 결혼을 지지해요: Chapter 261 - Chapter 270

593 Chapters

제261화

몇 초가 지나자 화면이 선명해지기 시작했다.매우 허름한 피아노 방에는 한눈에 봐도 싸 보이는 피아노 한 대와 청순한 얼굴의 여자가 있었다. 그녀는 평범한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머리를 반쯤 묶은 채 고개를 살짝 숙이고 있었고, 몇 가닥의 머리카락이 얼굴 옆에 드리워져 있었다.“선생님, 됐어요.”순수하고 어려 보이는 목소리가 영상 속에서 들려왔지만 화면 속 여자가 입을 열지 않은 것을 보니 아마 촬영하는 사람이 한 말인 듯했다.모두가 골똘히 생각하고 있을 때, 그 소리가 다시 들려왔다.“선생님, 부끄러워하지 말고 얼른요. 이렇게 좋은 곡은 당연히 기록해야죠.”사람들은 서현주를 바라보며 문득 깨달은 것이 있었다.영상 속 목소리와 서현주의 목소리가 비슷한 걸 보니 영상을 찍은 사람이 서현주임이 확실했다.영상 속 여자는 살짝 고개를 돌리고 미소를 지으면서 부드럽게 말했다.“알았어. 네가 괜찮다면야.”“잠깐만요.”연주를 막 시작하려던 순간, 카메라 뒤에서 손이 뻗어져 나와 모두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시간과 장소를 먼저 기록하려고요.”선생님이라는 사람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미소 지었다.촬영하는 사람은 헛기침하더니 말했다.“안녕하세요. 여러분, 지금 눈앞에 있는 이분은 앞으로 전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칠 피아니스트 고지현 씨예요. 현재 시간은 2021년 6월 27일 오전 10시 55분 53초. 지금부터 고지현 씨가 직접 작곡한 피아노곡 ‘갈망’을 들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께서 진지하게 들어주시길 바랍니다.”그녀는 또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얼른 시작하시죠.”선생님은 미소를 머금고 가늘고 긴 손가락을 피아노 건반 위에 올려놓았다.곧 익숙한 선율이 흘러나오고.사실 사람들은 영상에서 들려오는 피아노곡을 진지하게 듣고 있지 않았다.영상에서 소개된 여자가 고지현이라는 사실을 알고 사람들은 모두 충격에 빠져 멍하니 있었다.‘저 여자가 고지현이라고?’‘저 여자가 어떻게 고지현일 수가 있어.’‘유이영이 전에 고지현은 자기
Read more

제262화

영상이 약 30초 정도 지났을 때, 관객석에서는 정적이 흘렀다.영상 속 고지현이 연주하는 곡이 ‘갈망’임을 알아챈 모양이다.처음에 서현주를 경멸하고 멸시하던 유이영 팬들은 점차 놀란 표정을 짓더니 이제는 표정이 굳어지기 시작했다.그들은 휴대폰을 꺼내 떨리는 손가락으로 인터넷에 유이영 ‘사랑의 연가’의 최초 발매 시점을 검색했다.만약 유이영이 고지현 본인이 아니라면 ‘갈망’과 ‘사랑의 연가’ 사이에는 표절 의혹이 있을 수 있었다.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두 피아노곡 중에서 누가 먼저 발표했는지, 또 어떤 피아노곡이 표절했는지를 밝혀내는 것이었다.대형 스크린 오른쪽 위에는 촬영 날짜가 명백히 표시되어 있었다.지금 확인해야 하는 것은 유이영 ‘사랑의 연가’의 구체적인 발매 시점이었다.“잠깐만. 무대 봐봐.”팬 한 명이 인터넷에 검색하려는데 옆 사람이 먼저 말했다.그 팬은 무대를 보는 순간 표정이 굳어져 버리고 말았다.유이영은 어느샌가 무대 위로 올라가 한쪽 구석에 서서 몸을 옆으로 돌린 채 대형 스크린에 비친 영상 속 여자를 바라보았다.이때 갑자기 카메라가 움직이더니 더 좋은 각도에서 촬영하기 시작했다. 고지현은 고개를 들어 카메라를 보며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관객들은 곧 반응하기 시작했다.고지현은 카메라를 향해 웃은 것이 아니라 카메라 뒤에 있는 사람을 보고 웃는 거였다.주위가 너무 조용해서 유이영이 마이크를 들고 있지 않았음에도 앞줄 관객들은 그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고지현, 오랜만이야.”유이영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따뜻했으며, 그리움과 아쉬움이 묻어나 마치 옛친구에게 하는 말 같았다.서현주는 미간을 찌푸리며 그녀를 바라보았다.유이영은 피식 웃더니 눈가에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현주 씨도 지현이랑 아는 사이였어요?”“저도 아는 사이냐고요?”유이영은 손을 들어 눈가의 눈물을 닦으며 웃으면서 말했다.“저랑 지현이는 몇 년 전부터 알던 사이였어요. 지현이 아직도 레몬티를 좋아해요? 지현이가 좋아하는 건 많지 않았는데
Read more

제263화

뒤에 있는 대형 스크린에서는 계속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는데 고지현이 연주한 곡과 서현주가 연주한 곡은 완벽하게 어우러졌다.무대 아래에 있는 관객들이 갑자기 웅성거리기 시작했다.유이영이 직접 자기 입으로 표절했다는 것을 인정했기 때문이다.유이영은 고지현이 아니었고, 고지현은 사실 따로 존재하는 사람이었다.너무 충격적인 정보에 심사위원들과 관객들은 멍한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준비를 철저하게 하셨나 보네요.”서현주는 분노를 억누르며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고지현 씨를 미리 조사했기 때문에 이렇게 잘 아는 거잖아요.”유이영은 맑고 투명한 눈물을 흘리면서 쓸쓸한 표정을 지었다.“현주 씨, 저에 대해 오해가 있다는 거 알아요. 너도 이해해요. 그런데 이해해줬으면 좋겠어요. 저는 정말 현주 씨가 지현이를 이렇게 신경 쓰는 줄 몰랐어요. 만약 알았다면 저도 이렇게까지는 하지 않았을 거예요.”유이영은 마치 자신을 비웃듯이 말했다.“오늘처럼 이렇게 표절한 사실이 폭로되어 체면 잃을 일도 없었다고요. 그래도 전 결과가 꽤 좋았다고 생각해요. 적어도 많은 사람이 지현이 이름과 지현이가 마지막으로 남기고 간 피아노곡을 알게 됐으니까요. 이거 다 지현이가 원했던 거잖아요. 아니에요? 현주 씨도 지현이를 많이 신경 써줘서 저는 정말 기쁜 것 같아요.”서현주는 가소로운 표정으로 말했다.“연기가 훌륭하긴 했지만 너무 억지스러워 보이지 않을까요?”영상이 끝나는 순간, 현장은 쥐 죽은 듯 고요해졌다.이때 장미연이 미간을 찌푸리며 엄숙한 목소리로 말했다.“두 분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여기는 경기장이지 두 분이 수다나 떠는 자리가 아니에요.”유이영은 단호하게 마이크를 잡으면서 말했다.“장 선생님, 심사위원님들, 그리고 관객 여러분들, 저랑 현주 씨한테 잠시 시간을 주면 안 될까요? 분명히 말씀드릴게요. 여러분들도 보시다시피 저는 고지현 본인이 아니에요. 제가 창작한 ‘사랑의 연가’는 고지현 씨의 ‘갈망’을 명백히 표절한 작품이에요. 제 친구인 고지
Read more

제264화

“셋째, 설사 정말 막다른 골목에 몰려서 표절을 빌미로 관심을 끌려 했다고 해도 원곡을 그래도 가져다가 자기 이름을 올렸어야죠. 이도 저도 아닌 곡을 창작해내는 것보다 훨씬 더 확실하지 않았을까요?”서현주의 목소리는 점점 더 차분해졌다.“이영 씨,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변명이 논리도 맞지 않고 듣기 불편해서 이해하기도 어려워요. 저는 고지현 씨의 이름을 알리려던 건 거짓이고 표절이 사실이라고 생각해요. 이 모든 말들은 표절을 숨기기 위한 변명에 불과했던 거죠.”한참 말을 듣고 있던 유이영의 표정을 하얗게 질리고 말았다.유이영은 긴장하고 무력한 모습으로 뒤로 물러섰다.서현주는 뒤로 물러서는 유이영을 보면서 이마를 찌푸렸다.유이영은 원래 무대 가장자리에 서 있었고, 조금만 더 뒤로 물러서면 철제 선반에 부딪히거나 1미터 높이 무대에서 떨어질 위험이 있었다.유이영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애처로운 표정으로 말했다.“미안해요. 그때는 몰랐어요. 저도 너무 당황해서 아무것도 생각하지 못했다고요...”서현주는 뒤로 물러서는 유이영의 발걸음을 주시하며 미간을 찌푸렸다. 유이영은 곧 부대 뒤쪽에 있는 철제 선반에 부딪힐 것만 같았다.그녀는 결국 참지 못하고 손을 내밀었다.“잠깐만요...”무대 아래에 있던 장미연이 더욱 진지한 말투로 말했다.“두 분이 도대체 뭐 하시는 거예요. 결승전 무대가 이렇게 막 해도 되는 장소인 줄 아시는 거예요?”유이영은 창백한 얼굴로 계속 뒤로 물러났고, 오른쪽 어깨가 무대 옆에 있는 철제 선반에 부딪히는 바람에 왼발을 헛디뎌 중심을 잃으면서 비명과 함께 1미터 높이의 무대에서 떨어질 뻔했다.다행히도 오른쪽 어깨가 아직 철제 선반에 기대고 있어서 떨어지지는 않았다.동공이 확장된 서현주는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유이영에게 손을 내밀었다.쨕.그런데 유이영이 그녀의 손을 쳐내는 것이다.그와 동시에 삐걱거리는 소리가 서현주의 귀에 들려왔다.고개를 들어보니 유이영 머리 위의 철제 선반이 갑자기 흔들거리며 곧 무너질 듯했다.만
Read more

제265화

비명이 점점 커졌지만 뭔가 세상과 동떨어진 듯한 서현주는 그 비명이 아득히 멀게 느껴졌다. 마치 그사이에 장애물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그녀는 유이영이 두 팔로 연지훈의 허리를 꽉 감싸고 얼굴을 완전히 그의 가슴에 파묻는 모습을 바라보았다.연지훈은 힘껏 유이영의 어깨와 허리를 감싼 채 철제 선반이 떨어지는 범위에서 벗어나려고 옆으로 움직였다.순간 모든 것이 슬로비디오처럼 느껴지면서 서현주는 자신의 숨소리와 심장 뛰는 소리를 또렷하게 들을 수 있었다.모든 것이 너무 희미해서 서현주는 심지어 마음속에서 전해지는 찌릿한 통증조차도 제대로 느끼지 못했다.그녀는 고개를 들지 않았지만 머리 위로 떨어지는 철제 선반을 느낄 수 있었다.그 순간, 그녀는 이를 꽉 깨문 채 연지훈, 유이영과 반대 방향으로 달려갔다.잠깐 사이, 그녀는 유이영이 자신에게 짓던 미소, 일부러 뒤로 물러서던 모습, 무대 가장자리에서 여러 번 떨어질 뻔했지만 다시 균형을 잡던 몸짓, 그리고 두 번이나 자기 손을 떨쳐내던 모습을 떠올렸다.‘일부러 그런 거였어...’철제 선반이 떨어지는 순간, 굉음이 울려 퍼졌다.퍽.관객석에서 놀란 함성이 연이어 쏟아져 나왔다.서현주의 얼굴은 금세 창백해졌고, 발목에서 전해지는 찌릿한 고통을 참으면서 힘없이 바닥에 널브러져 움직일 수 없었다. 이를 꽉 깨물고 있는 그녀의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흘렀다.서현주는 고통에 가쁜 숨을 몰아쉬며 억지로 상체를 일으켜 발목을 바라보았다.예상대로 제때 피하지 못해 철제 선반이 정확히 그녀의 발목을 가격했다. 아마 골절된 듯했고, 차마 움직일 엄두조차 내지 못했지만 극심한 고통을 잠시 잊어보려고 허벅지를 꽉 쥔 채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하지만 철제 선반이 계속 누르고 있어서 아무리 무시하려 해도 발목에서 통증이 자꾸만 엄습해왔다.그녀는 철제 선반의 반대편에서 연지훈이 조심스럽게 유이영을 바닥에서 일으켜 세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는 걱정스러운 듯 유이영의 어깨를 잡고 평소 날카롭고 예리하던 눈빛에 초조함이 섞
Read more

제266화

유이영은 얼굴 옆에 있는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면서 구사일생한 듯한 여린 모습으로 부드럽게 말했다.“원래 현주 씨를 잡으려고 했는데 손을 너무 빨리 놓아서 그럴 틈이 없었어요.”유이영은 미간을 찌푸린 채 연지훈 곁으로 물러나 그의 팔을 감싸면서 말했다.“이건 현주 씨를 구하지 못한 제 잘못이에요.”이 말을 들은 사람들은 표정이 달라지더니 서현주를 바라보는 눈빛도 변했다.‘그러니까 서현주가 유이영에게 손을 내민 건 그냥 쇼였다는 거야?’유이영은 고개 돌려 애정이 담긴 눈빛으로 연지훈을 바라보았다.“지훈 씨가 너무 급하게 저를 끌고 가는 바람에 현주 씨를 신경 쓰지도 못했어요.”사람들 사이에서 누군가 콧방귀를 뀌면서 말했다.“제가 말했잖아요. 서현주가 쇼한 거라고요.”서현주는 창백한 얼굴로 천장을 바라보며 말했다.“제가 쇼하려고 목숨 걸고 두 번이나 이영 씨 구하러 갔다는 거예요? 이영 씨가 저를 두 번이나 밀쳐내서 선반에 부딪혀서 골절되었는데도요?”그녀는 자기를 비웃듯이 말했다.“쇼했다기에는 그 대가가 너무 큰 거 아니에요? 그렇게 쇼를 할 바에 그냥 팬들처럼 제자리에 서서 도망치라고 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요?”유이영과 팬들은 그 자리에 굳어버리고 말았다.유이영은 심리소질이 좋아서 평소와 다름없이 미소를 유지하고 있었다.“현주 씨, 오해예요. 저는...”유이영의 팬이 화가 나서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무슨 뜻이지? 지금 우리를 엿먹이는 건가?”서현주는 눈을 감고 발목의 통증을 참으며 최대한 안정을 유지하려 애썼다.“CCTV가 없었더라면 제가 변명할 거리도 없었겠죠. 안 그래요? 이영 씨. CCTV에 아마 제가 이영 씨를 처음 끌어당겼을 때 이영 씨가 제 손을 밀쳐내는 모습이 찍혔을 거예요.”유이영은 계속 억울한 척했다.“아니에요. 그때는 너무 당황해서 그만...”장미연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계속 서현주와 유이영을 번갈아 보았다.이미 마흔이 넘은 그녀는 경험이 많은 사람이라 이 중에서 이상함을 알아차리지 못했을 리가 없었다
Read more

제267화

“하지만 이번 일은 여기서 끝내.”서현주는 표정이 얼어붙고 말았다.연지훈이 말한 것은 분명 유이영의 표절을 폭로한 거였다.사람들은 그제야 연지훈이 이렇게 한 것이 모두 다 유이영을 위해서 깔끔하게 정리하려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자기 여자가 마음의 상처를 받지 못하게 하는 그가 정말 좋은 남자라고 생각했다.유이영은 바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지훈 씨, 저를 위해서 이렇게 많은 걸 해줘서 고마워요.”서현주는 콧방귀를 뀌면서 말했다.“필요 없어요. 이 무대는 루체 피아노 콩쿠르 주최 측에서 설치한 거니까 배상해도 주최 측에서 배상해야죠. 연 대표님이랑은 상관없는 일이에요. 그리고...”서현주는 연지훈을 바라보며 말했다.“이번 일에 대해서는 절대 쉽게 물러서지 않을 거예요.”그녀의 말투는 더욱더 확고했다.연지훈은 멈칫하다가 어두운 눈빛으로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이 말이 나오는 순간, 현장은 다시 침묵에 휩싸였다.그것도 장미연이 나서서 무거운 공기를 깨뜨렸다.“그만 하세요. 이번 일은 확실히 주최 측 책임이니까 싸울 필요 없을 것 같아요. 현주 씨의 발목 부상은 주최 측에서 전적으로 책임질 테고, 배상금도 당연히 드릴 거예요.”장미연은 주최 측을 대표해서 말했기 때문에 아무도 반대하지 않았다.“그리고 순위에 대해서는...”선수들과 관객들은 바로 귀를 쫑긋 세웠다.“현주 씨랑 이영 씨 문제 때문에 순위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고, 지금 가장 중요한 건 현주를 병원에 보내드리는 거예요. 오늘 밤 다른 심사위원들과 최종 순위를 토론해서 내일 아침에 발표할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주시기를 바랄게요. 그리고 현주 씨랑 이영 씨 사건에 대해서도 명확히 조사해서 두 선수에게 이해할 만한 답변을 드리도록 할게요. 혹시 다른 의견 있을까요?”의견 낼 만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구급차 도착했어요.”이때 보안팀 직원이 의사와 간호사들을 데리고 들것을 메고 달려왔다.의사와 간호사에게 둘러싸인 서현주는 최대한 협조해서 들것에 올랐다. 그동안
Read more

제268화

이 한마디는 장미연의 마음을 완전히 녹여 버렸다.서현주의 말투는 차분했지만 그 속에서 억울함이 묻어났다.장미연은 서현주 손 위에 손을 얹고 따뜻한 목소리로 말했다.“말해봐요. 제가 해결해줄게요.”말은 쉬워도 해내기란 어려운 일이었다.만약 장미연이 서현주의 말을 믿어준다면 유이영과 대립 면에 서는 셈이었다.그리고 유이영의 대립 면에 선다는 건 연지훈의 대립 면에 서는 거나 마찬가지였다.게다가 연지훈은 이번 일이 이대로 끝났으면 좋겠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연지훈의 재산이 얼마나 어마어마한 건지는 누구나 다 아는 바였다.그리고 연지훈이 유이영을 얼마나 아끼고 편애하는지도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장미연이 이런 말을 하는건 연지훈의 말을 흘려듣겠다는 의미였는데 만약 연지훈이 따지기 시작하면 장미연도 그의 보복을 피하기 어려웠다.장미연의 말은 정말 크게 다가왔다.서현주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장 선생님...”그녀는 침을 삼키고는 메마른 입술을 다시 한번 핥았다.조금 긴장된 모양이다.전생에 유이영의 표절 사실을 폭로한 적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때는 유이영이 이미 전 세계가 주목하는 피아니스트가 된 후였다.아무도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그녀의 말을 믿지 않았고, 더더욱 그녀 때문에 유이영을 의심하거나 미워하는 일이 없었다.폭로하는 횟수가 많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자연스럽게 포기하고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게 되었다.하지만 장미연의 말이 그녀에게 한 줄기 희망을 불러일으켰다.“고지현 씨는 제 선생님이었어요. 저를 피아노에 입문시킨 선생님이요. 유이영 씨의 예명이 아니라 따로 실제로 존재하던 분이었어요. 평생 피아노만 바라보며 살아왔고, 피아노 실력도 뛰어나고 작곡한 곡도 정말 다 좋았지만 도무지 유명해지지 못했어요. 아무리 노력해도 이름을 날리지 못하는 건 정말 사람 피를 말려 죽일 수도 있더라고요.”장미연은 멈칫하고 말았다.“결국 자살하셨어요. 살아생전 2021년 6월 26일에 ‘갈망’이라는 곡을 만들어내셨는데 제가
Read more

제269화

“그리고 유이영 씨는...”장미연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고지현 씨에 관한 일은 아직 결론 나지 않았기 때문에 유이영 씨의 성적에는 큰 영향이 없을 거예요. 설령 표절이 확정되어도 주최 측에서 유이영 씨의 성적을 취소할 권한이 없거든요. 유이영 씨가 결승전에서 연주한 곡과는 관련이 없으니까요. 기껏해야 대회 참가 금지 처분이 내려질 뿐일 거예요.”서현주가 유이영에 대해 아는 바로는 유이영이 결승전에서 직접 작곡했다고 주장한 피아노곡도 아마 다른 사람의 곡이거나, 표절했거나, 고가에 사 온 곡일 가능성이 컸다.하지만 추측일 뿐이라 입 밖에 내지는 않았다. 아직은 확실한 증거가 없어서 입에 올리면 오히려 유이영에게 발뺌할 빌미를 줄 수도 있었다.게다가 고지현 사건도 아직 해결되지 않았는데 아직은 이 일에 집중하고 싶었다.하지만 그래도 이 사실을 떠올리게 했다.유이영이라는 골칫덩어리를 완전히 없애려면 아마 유이영 이름으로 된 피아노곡들을 진짜로 조사해볼 필요가 있었다.서현주는 별다른 감정 변화 없이 말했다.“루체 피아노 콩쿠르 규칙에 따라 하시면 돼요.”장미연이 고개를 끄덕이려던 찰나, 서현주가 훨씬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장 선생님, 왜 저를 도와주시는 거예요? 이해가 안 되어서요.”장미연은 멈칫하다가 겨우 18살밖에 안 되는 이 소녀를 바라보았다.그녀가 서현주를 처음 본 건 시골에 있을 때였다. 한눈에 봐도 아주 어린 소녀였는데 처음에는 그녀에 대한 인상이 별로 좋지 않았다.장미연은 루체 피아노 콩쿠르를 비롯한 대회에서 심사위원을 맡으며 뇌물로 자신을 매수하려는 선수들을 수도 없이 겪어서 지긋지긋하기만 했다. 그래서 서현주가 어렵게 시골집을 찾아온 것도 뇌물로 매수하려는 거라고 선입견을 품은 것이다.그 뒤로 많은 일들이 일어났는데 서현주에 대한 인상이 바뀌기 시작했다.강인하고 침착했으며 똑똑할 뿐만 아니라 피아노에 대한 천부적 재능도 뛰어나 보는 이들을 놀라게 했다.특히 똘망똘망한 눈은 마치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을 것
Read more

제270화

장미연이 말했다.“현주 씨 마음속에 많은 걸 숨기고 있다는 걸 알아요. 괜찮으면 주변 사람들한테 이야기해봐요. 마음속에 담아두기만 하면 건강에 해로울 수도 있어요.”장미연이 여러 가지 이유를 말할 줄 알았지만 절대 이렇게 말할 줄 모르고 서현주는 표정이 조금 멍해졌다.한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장미연은 그녀의 어깨를 토닥이며 한숨을 내쉬었다.“잘 쉬고 있어요. 저는 이만 가볼게요. 무슨 일 있으면...”“저를 부르시면 돼요.”이때 갑자기 평범한 옷차림의 중년 여성이 온화를 미소를 지으며 병실 밖에서 들어왔고, 두 손에는 도시락을 들고 있었다.서현주가 물었다.“누구세요?”중년 여성은 들어와서 도시락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뚜껑을 열면서 말했다.“저는 연 대표님께서 보내주신 간병인이에요. 저를 양수애 아줌마라고 불러주시면 돼요. 입원하는 동안 매일 올 텐데 현주 시 건강 상태에 맞춰서 영양식을 가져올 거예요.”‘연지훈?’서현주는 미간을 찌푸렸다.도시락통 뚜껑이 열리면서 향과 맛이 어우러진, 김이 모락모락 나는 닭고기 수프가 보였다.양수애는 서현주에게 숟가락을 건네며 온화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따뜻할 때 얼른 드세요. 식으면 맛없어요.”서현주는 고개를 돌리면서 다소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필요 없어요. 다시 가져가세요. 그리고 연지훈 씨한테 간병인은 필요 없다고 전해주세요.”양수애는 얼굴에 미소가 사라지더니 어쩔 줄 몰라 하며 긴장한 모습으로 무릎을 만지작거렸다.“현주 씨, 제가 잘못한 거라도 있을끼요? 아니면 제가 만든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서 그래요? 그런 거라면 다시 만들어올게요.”비록 그녀를 고용한 연지훈이 다루기 어려운 사람 같았지만 이번 한 달 월급이 평소 월급의 세배와 맞먹었기에 이 일을 정말 소중히 여겼다.서현주가 담담하게 말했다.“아줌마 잘못은 아니에요. 연 대표님이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을 뿐이니까 일단 돌아가세요.”양수애는 당황해하면서 계속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장미연은 결국 한
Read more
PREV
1
...
2526272829
...
60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